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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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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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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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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술래잡기 (2)

DUMMY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개소리는 덤이었다.


-


꿈.


미래에 대한 열망이나 기원을 뜻하는 단어도 충분히 복합적인 개념이지만, 잠을 잘 때 무언가를 보고 듣거나 느끼는 현상은 더욱더 복합적이다.


대부분의 꿈은 개체가 가진 기억이나 정보를 무작위로 재생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가끔 특정 우주로 향하는 길이나 다른 우주와의 경계를 흩트리는 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꾸는 꿈은 하나여도, 그 동일한 개인들이 다중우주에 여럿 존재하고, 그들은 꿈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꿈은 단수(單數)이면서 복수(複數)다.


완벽한 자각몽을 꿨다면 특정 개인이 우연히 다른 세계의 자신들을 차단한 것이며, 현실이라 착각할 정도로 생생한 꿈을 꿨다면 그건 다른 우주의 자신을 봤을 확률이 높다.


예지몽의 경우도 시간선이 다른 우주의 자신을 엿봤을 확률이 높지만, 시공의 힘이 엮였을 가능성이 있어 조금 더 복잡하다.


아무튼 그렇게 복잡한 것이 꿈이다 보니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시공의 법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승호가 뜬금없이 꿈에 대해 자신이 아는 사실을 돌아보는 이유는 별것 아니다.


“젠장 또 놓쳤네!”


그런 꿈속을 노닐 수 있는 존재들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면 쫓는 쪽이 훨씬 불리하다는 뜻이다.


승호는 또다시 야훼를 놓쳤다.


-


야훼를 놓친 승호는 옆에서 졸고 있던 하비에르를 흔들어 깨웠다.


그들은 거실에서 게임 중이었고, 그 와중에 하비에르가 잠깐 졸은 상황.


야훼는 그 잠깐의 틈을 노려 접근한 것이다.


“하비.”


“으음?”


“한창 게임하고 있는데 갑자기 졸고 그래.”


“내가 졸았어? 요즘 꿈자리가 이상해서 그런가. 조금 피곤하네.”


“하는 것도 없으면서 피곤하기는. 니들 놀기만 하잖아.”


“노는 게 아니라 조사 중이라고.”


“나랑 게임하다 조는 게 조사냐?”


잠이 덜 깼는지 하비에르는 계속 하품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하암, 현장 대기라는 거지.”


“말은 잘해요.”


승호가 예상치 못한 동거인들과 함께 지낸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같은 집에 살며 계속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어느새 서로 익숙해졌고, 하비에르는 승호와 적당히 친구라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 현장 대기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데?”


“글쎄, 단서가 완전히 끊겼으니 위에서 따로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는 기다려야지.”


“이상한 기계까지 설치하더니 추적이 불가능한가 봐?”


“나한테 묻지 마라. 내가 꽤 괜찮은 엔지니어긴 하지만, 그 염병할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전혀 몰라.”


기적 감정사들은 승호의 거주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빈방 두 개 중 하나를 이상한 기계장치들로 가득 채웠다.


설치하는 동안 하도 호들갑을 떨어대길래 휴대용 양자 컴퓨터라도 들고 왔나 싶었지만, 승호가 지나가면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첨단기술이라기보다는 낡은 태엽들로 이뤄진 일종의 클락펑크(Clockpunk) 장비였다.


딸깍. 딸깍. 딸칵!


“벌써 세시네.”


“그러게.”


안에 시공 조각이라도 박혀있는 것인지 기능은 전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지난 며칠간 승호가 겪은 바로는 그냥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무식하게 큰 뻐꾸기시계에 불과했다.


모두 잠들었을 때 몰래 접촉해서 샅샅이 훑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괜히 건드렸다가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 정도로 낡은 태엽 장치들이라 차마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뻐꾸기시계구만.”


“기적의 여파가 연쇄 발생할 거라 판단하고 지급받은 건데 이럴 줄은 몰랐지.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니라 상부에서 먼저 들고 가라고 한거니 문제는 없지만 말야.”


기적 감정사들은 크로노스가 일으킨 시공의 소용돌이와 그걸 원상복구 시킨 소리의 시공력을 찾아온 것이다.


승호가 현실에서 야훼와 정면으로 맞붙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 정도 수준의 소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터니 그들이 기대하는 추적의 단서는 완전히 끊겼다고 봐야 했다.


덕분에 승호와 기적 감정사들은 넘치는 의욕이 무색하게도 집돌이 집순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


“근데 크리스 신부랑 빅토리아는 어디 갔어? 너만 짱박아두고 놀러 갔나?”


“둘 다 교회 일로 나갔어. 네 말처럼 계속 대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크리스와 빅토리아는 하비에르와 동행한 기적 감정사들로 한 명은 교황청 소속의 성직자고 한 명은 하비에르와 비슷한 사연으로 기적 감정사가 된 심리학자였다.


둘 다 성령이 임하거나, 악령이 깃든 사람을 대하는 일의 전문가들로 크리스 신부는 전문 엑소시스트였고, 비키는 그 엑소시즘을 악용하는 사기꾼이나 관심종자들을 감별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넌 왜 안 나갔는데?”


“이 나라는 딱히 내가 나설 일이 없더라고.”


아무리 신비 불모지인 한국이라지만 드문드문 이상 현상들은 발생했고, 해결되지 않은 채 쌓이고 쌓여 제법 많은 사건이 모인 상태다.


일없이 대기만 하고 있던 기적 감정사들은 그런 사건들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대기만 하고있으니 좀이 쑤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비 관련으로 한국의 가톨릭교회에까지 연락이 닿는 경우는 귀신이 들렸는데, 무속인들 선에서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 구할 이상은 신비 관련이라기보다는 심리학적 문제였고 말이다.


당연히 공학자인 하비에르가 나설 일은 전혀 없기에 그는 홀로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럼 이제 너만 여기 있는 거야?”


“아마도? 주말은 지금처럼 교대로 돌리겠지만, 평일은 나만 있을 것 같아.”


그동안 기적 감정사들은 3조 2교대 방식으로 출퇴근하듯이 승호의 집을 지켰다.


방 하나는 태엽 장치로 가득 찼고, 남은 방 하나에 셋이 거주하는 것은 무리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처음 승호가 꺼렸던 것만큼 일상생활에 거슬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기적 감정사들도 무작정 눌러앉은 것은 아니라는 듯 식재료 구입이나 분리수거 등 자잘한 일들은 나서서 하려 했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예전보다 편한듯싶기도 했다.


원래 그 역할을 수행하던 알버트만 며칠 노난 셈이다.


-


그날 밤.


하비에르가 완전히 잠든 새벽.


잠을 자던 승호는 눈을 떴다.


시야 저편에 희뿌연 빛 덩어리가 일렁거렸고, 웬 짐승이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밤마다 이게 뭔 지랄인지...”


[핵핵핵핵]


[이 녀석이 나 말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처음인지라 놔두고 오기 조금 그렇더군.]


낮에 만났던 야훼와 개였다.


“이젠 숨지도 않네?”


[술래잡기는 끝이라고 하지 않았나? 애초에 숨은 적도 없지만-]


승호는 코웃음을 치면서 야훼의 말을 끊었다.


되도않는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웃기고 있네. 꿈을 매개로 멀리서 입만 나불대고 있잖아. 쫄아서 개까지 이용해 이중으로 숨은 주제에.”


[흠...]


“그 흐릿한 형체나 선명하게 만들고 거짓말을 하던가.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화질구지잖아. 요즘 시대에 720p가 웬 말이냐?”


[꿈이 선명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


승호는 야훼가 언제부터 자신을 지켜보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아무리 주변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용이라지만 멀리서, 그것도 꿈속에 숨어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존재를 바로 감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녀석은 한계를 시험하듯 조금씩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고, 결국 들킬 정도로 가까운 수준까지 접근했다.


마침내 이질감을 느낀 승호는 크리스 신부의 꿈속에 그 시선의 주인이 있다는 것과 그게 야훼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둘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야훼가 들키고 나서도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관찰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니 예상했던 것만큼 뻔뻔한 놈이었다.


‘처음 눈치챘을 때 억지로 붙잡았어야 했나.’


승호도 정신체인 녀석이 꿈속에 숨은 행태가 신기했고, 마지막 남은 관리자이기도 했에 설득해야 한다는 미련이 남아있던지라 가만히 관찰을 시작했다.


괜히 날뛰었다가 꿈의 주인인 크리스 신부의 정신까지 휩쓸려서 망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덤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고, 서로 아무 말 없이 계속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상황이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한 승호가 일단 제압이라도 해놓을까 고민할 때쯤.


야훼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바로 사라졌고, 그때부터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승호가 야훼의 존재를 눈치챈 순간 시작되는 술래잡기.


어떠한 수작도 부리지 않은 채 가만히 바라보기만하는 야훼였지만, 그의 계속되는 묘한 시선은 승호를 질리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왜 스토킹이 범죄로 취급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지...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바로 눈앞에 나타나셨을까?”


며칠간 반복되는 술래잡기에 야훼도 질렸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한 삼백 년 정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지만, 낮의 일 때문에 궁금해서 도무지 참을 수가 없더군. 물어볼 것이 있다.”


대화하겠다는 제안은 반색할만한 일이지만, 승호는 야훼가 말한 내용 중 앞부분에 집중했다.


“미친 새끼. 그냥 빤히 쳐다보는 짓거리를 삼백 년이나 더 할 생각이었다고?! 차라리 선빵이라도 치던가! 진짜 스토커냐? 관음증 있어?”


“흠, 생각보다 어린가? 겨우 삼백 년가지고 호들갑이라니.”


“삼백 년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네 행동이 문제라고.”


“그 문제인 행동을 그만두고 대화에 나섰다. 더 이상 화낼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뻔뻔한 놈이라는 것은 여태까지의 술래잡기 덕분에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그걸 제하더라도 뭔가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정신체라서 그런가 싶다가도, 승호 본인이 영체를 이룬 용이라 그건 문제가 아님을 알기에 괜히 더 답답해진다.


“됐다, 그냥 용건이나 말해.”


“그러지. 아까 낮에 있던 일에 대해서다.”


“낮에?”


“다른 존재의 꿈에 출입하는 건 그러려니 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 내게 접촉까지 하는 건 이야기가 달라.”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너 분명 정신체는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꿈에 간섭할 수 있는 거지?”


작가의말

1일부터 연재하겠다고 공지까지 올려놓고는 참 면목 없습니다...


그래도 말을 남기는 이유는 제가 고작 이 한편을 쓰기 위해 이주가 넘는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사천오백자가 안되는 글에 이주 넘게 매달렸다는 말을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에 너무나도 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이주동안 모든 시간을 글에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에 몇시간. 주말만큼은 정말로 온종일 글을 쓰려고 앉아있었는데 진짜 더럽게 안써지더라고요.


문제가 해결된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구요.


내용이 생각나지 않거나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차라리 그런 문제였다면 차라리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작할때부터 이미 결말은 두갈래로 생각해놨고, 엄청 세세한 부분까지는 아니어도 대략 120화에서 150화 정도 분량의 플롯은 잡혀있습니다.


그냥 제 문장력이 처참한것이 문제입니다.


글을 너무 오래 놨나 봅니다.


일단 쓰는것이 해결책이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문장은 신경쓰지않고 플롯형식으로 열편넘게 써내렸지만 다 엎었습니다.


당장 이 한편만 열두번 넘게 엎었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심각할 정도로 문장이 어색한게 느껴집니다.


어쨌든 29일까지는 일정이 완전히 빈 상태기 때문에 매일 연재를 목표로 무작정 써보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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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래잡기 (2) +1 22.10.16 282 19 10쪽
59 술래잡기 (1) +2 22.10.01 368 17 10쪽
58 기적 감정 +2 22.08.28 435 20 10쪽
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6 11 11쪽
56 기억 탐색 (1) +2 22.08.24 433 17 10쪽
55 뒷정리 +1 22.08.20 491 21 10쪽
54 크로노스 (3) +1 22.08.14 504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6 24 10쪽
52 크로노스 (1) +3 22.08.11 495 25 10쪽
51 요괴들의 사정 (2) 22.08.07 546 26 11쪽
50 요괴들의 사정 (1) +1 22.08.05 513 28 9쪽
49 게임 중독(2) +3 22.08.02 542 26 10쪽
48 게임 중독(1) +1 22.07.31 563 21 13쪽
47 악연 (3) +2 22.07.29 579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3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5 26 11쪽
44 잼민이 +2 22.07.23 644 23 11쪽
43 나들이 +2 22.07.21 689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40 세상의 끝 +3 22.07.10 906 32 12쪽
39 침식 (4) +2 22.07.09 870 26 10쪽
38 침식 (3) +3 22.07.08 885 20 9쪽
37 침식 (2) +3 22.07.07 956 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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