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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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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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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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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요괴들의 사정 (1)

DUMMY

“혹시 로키를 죽인 게 당신인가?”


-


“로키? 갑자기 뭔 소리야?”


“우리는 로키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를 찾아 온거다. 이 땅에 그럴만한 존재는 당신밖에 없을 것 같군.”


상황천구가 질문을 던진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별다른 주술이나 기공에 당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물리적 타격에 제압됐기 때문이다.


-


기공 수련자 대부분은 강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육탄전을 꺼리게 된다.


강기란 별의 힘을 빌려 파괴의 극한을 추구하는 기술.


당연히 그 파괴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운이 피아를 구분할 리 없다.


세상의 어느 폭탄이 터질 때 제작자를 구분하면서 터지던가.


강기도 마찬가지다.


본신의 기를 매개로 발동하는 기술이니만큼 잠깐동안 특정 부위에 씌우는 정도야 큰 부담이 아니지만, 그 상태를 유지한 채 장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육신이 붕괴한다.


흔히 신검이나 마검이라고 부르는 온갖 주술처리가된 무구일지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승호처럼 한계를 초월해 영체를 이루지 못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높은 수준에 이른 기공 수련자들의 전투는 단순하다.


총격전처럼 강기를 최단 거리인 직선으로 날리는 게 일상인 것이다.


그런데 요괴 중에서도 최강을 다투는 셋을 육탄전만으로 제압한 존재가 나타났으니, 제대로 용의자를 특정한 셈이다.


-


“그래서 이런 말도 있습니다. ‘무도(武道)는 없다. 기공(氣功)만이 있을 뿐.’ 저희 쪽에서는 오래된 격언이죠.”


“갑자기 뭔 강의를 하고 있어?”


상황천구가 말한 이유를 듣고 승호가 멍한 표정을 짓자, 곁에 있던 알버트가 기공 수련자들의 사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하지만 승호는 여전히 뉘 집 개가 짖냐는 반응이다.


“강기 사용자들끼리는 너도 한방 나도 한방일 수밖에 없으니, 어지간한 무투파가 아닌 이상 육탄전을 펼칠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형님이 강기는 쓰지도 않고, 슬리퍼로 쟤들을 후드려팼으니 수준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 거죠. 아마 로키란 녀석이 쟤들보다 윗줄인가 보네요. 형님 수준은 돼야 처리할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강기는 안 쓰는게 아니라 못 쓰는 거고, 굳이 죽일 생각은 아니었기에 일부러 몸을 움직인 것이 승호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 저자의 말대로다. 방금처럼 우리를 제압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어.”


‘웃기고 있네.’


당장 관리국이 파악하고 있는 용의 수만 이천억이 넘어가고,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용이 아닌 초월자들도 우주에 가득하다.


승호는 면박을 주고 꺼지라 하고 싶었지만, 로키를 처리한 것이 본인이 맞기는 한지라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 로했다.


“근데 형님. 로키가 누구예요? 설마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그 신을 말하는 걸까요? 쟤들만해도도 신화급인데 윗줄이 있을 줄이야.”


“신화급? 급도 나눠놨냐. 그보다 쟤들이 누군지 넌 알아?”


“지들 세상에서 나올 일은 없지만, 요괴중에서 유명한 놈들이니 이름은 알고있었죠.”


“지들 세상?”


“아발론 다녀오셨다면서요. 한국이랑 일본 밑에도 제법 큰-”


“그만. 말하지 마. 알고 싶지 않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최대한 감각을 닫은 채 생활한 승호다.


헌데, 이 근처에도 지저세계가 있나 보다.


당장은 로키만으로도 충분히 귀찮았기에 승호는 급히 알버트의 입을 막고 상황천구에게 고개를 돌려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물어봤다.


“그래서 로키란 놈의 행방은 왜 쫓는데? 내가 죽-”


“로키는 내 아버지다.”


-


‘아니. 아침드라마도 아니고. 왜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아무리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스탠스가 무관심인 승호지만, 네 아비 내가 죽였다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다.


“어... 그... 뭐냐... 로키가 춘부장이시라고? 걔는 바이킹 쪽 아니었나? 넌 일본 쪽이잖아?”


승호는 당황한 마음에 주절주절 떠들다가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텔린 덕분에 북유럽신화 전반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집어넣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로키의 자식들이 전반적으로 괴물들인 거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읽은 문헌 중에 북유럽신화와 일본신화의 연결을 다룬 자료는 없었다.


“너무 당황하지 마라. 복수한다고 나설 정도로 살가운 관계는 아니니. 애초에 그러려고 넘어온 것도 아니다. 그럴 능력도 안 되는 것 같고 말이다.”


상황천구는 약 천 년 전 일본의 천황이었던 존재.


그 자신을 인간이라 믿고 살던 당시에는 사생아 혹은 천황가의 핏줄이 아니라는 추문이 들끓었었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요괴임을 깨닫고, 우연히 로키를 만나고 나서야 소문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웬 섬나라에 놀러 왔다가 왕족이라는 것들이 신의 핏줄이라며 잘난체하길래 재미 삼아 진짜로 신의 피를 넣어줬다나.


그 일로 워낙 맘고생이 심했기 때문에 상황천구와 로키의 관계는 남보다 못했으면 못 했지. 절대로 일반적인 부자관계는 아니다.


“복수할 것도 아니면, 날 왜 찾았는데?”


“로키를 죽인 것은 맞나보군.”


“음...”


승호의 대답을 들은 상황천구는 마음을 가다듬는가 싶더니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로키를 죽일 방법을 알기 위해서다.”


죽은 아비를 또 죽이기 위해 방법을 찾아다니는 아들이라니.


살갑지도 않고 일반적인 부자관계가 아니라더니 진짜 원한이 사무쳤나 보다.


“이미 죽은 놈을 또 죽이려고? 살릴 방법은 있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다. 로키와 비슷한 존재를 죽이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야.”


“비슷한 존재?”


“크로노스라는 괴물이 있다.”


승호는 이유를 듣자마자 머리가 아파졌다.


‘이놈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갑자기 확확 튀어나오네.’


-


크로노스를 죽이고 싶다는 의견은 상황천구 혼자만의 의견이었나보다.


다른 두 요괴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텔레파시로 시끄럽게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 괴물을 죽이겠다고?! 너 미쳤어?!]


[그럼 이대로 계속 엎드려 살까?]


[목적만 달성하면 알아서 사라질 게 뻔한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 그래?]


[혹시 모르니 대책은 마련해놔야지. 게다가 로키 살해자를 알아보라고 시킨 것은 크로노스다.]


[그렇긴 하지만...]


[반응을 보니 로키를 죽인 것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은 보이는 것 같군. 나한테 맡겨.]


딱히 꿍꿍이는 없어 보였기에 저들끼리 떠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승호가 로키를 어떻게 죽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요괴들만의 문제다.


“근데 딱히 방법이랄게 없어. 그냥 좀 세게 때리니깐 죽던데.”


-


상황천구는 원한을 잊거나 핏줄을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다.


애초에 그가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지고 요괴가 된 이유는 천황가의 권력다툼에서 골육상쟁을 벌이다 패배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부가 나타나서는 문제의 추문들이 진짜라고 말해준다면 분노를 참을 리 없는 것이다.


당연히 원흉인 로키를 죽이려 시도했었고, 그 시도 중의 몇 번은 성공한듯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키가 다시 나타나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로키는 불사신이다. 그런 자를 죽이려면 특별한 방법이 있어야 해!”


“말이 되고 자시고, 그냥 죽이니까 그걸로 끝이던데 나보고 어쩌라고.”


승호는 다시 한번 로키와의 싸움 직후를 회상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그래도 나중에 다시 보자고 떠들던 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나보네.’


승호는 로키에게 시공의 파편을 이용해서 되살아나는 방도가 있었으리라 추측했다.


아마 승호가 파편을 흡수하면서 그 방도가 꼬인듯하다.


‘혹시 모르지. 그냥 죽은 척하고 있을지도.’


어쨌거나 이미 죽은 놈을 생각해봤자 남는 것은 없기에 승호의 관심은 로키와 비슷한 녀석에게로 향했다.


“그보다 크로노스는 왜 죽이려는 건데?”


“갑자기 우리 세상에 나타나서는 사람들을 괴롭히더군.”


“흠.”


“방법을 모른다면 아마 당신의 존재 자체가 이유겠지. 힘을 빌려다오. 폭군을 물리치는 일이다.”


-


폭군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고 해도 승호가 그 제의를 받아들일 리 없다.


만약 그가 어딘가에 폭군이 있다고 나서는 사람이었다면 김정은을 비롯한 지상의 독재자들은 진즉에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당신은 정의감도 없는가?!”


“내 편이면 정의고 아니면 불의인 세상에서 정의는 무슨.”


“그렇다면 내 아비의 목숨값을 갚아다오. 단순히 대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힘을 약자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놈 봐라?’


일단 자신이 살부지수인 것은 맞기에 말을 조금 들어줬더니, 기어오르려는 기미를 보인다.


승호는 원체 희미했던 죄책감을 완전히 지웠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대화를 시도했는데, 로키 놈이 무작정 덤벼든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천구는 계속 입을 나불댔다.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당신 같은 강자가 세상에 무관심하다면 그 자체가 세상에 빚을 지는 것- 음? 그건 또 왜 줍는 것인가.”


승호는 녀석의 면상에 박혔던 한 짝만 남은 슬리퍼를 다시 주워들었다.


빠악!


“커억!”


“빚? 너 나한테 뭐 맡겨놨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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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술래잡기 (1) +2 22.10.01 368 17 10쪽
58 기적 감정 +2 22.08.28 435 20 10쪽
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6 11 11쪽
56 기억 탐색 (1) +2 22.08.24 434 17 10쪽
55 뒷정리 +1 22.08.20 492 21 10쪽
54 크로노스 (3) +1 22.08.14 505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6 24 10쪽
52 크로노스 (1) +3 22.08.11 495 25 10쪽
51 요괴들의 사정 (2) 22.08.07 546 26 11쪽
» 요괴들의 사정 (1) +1 22.08.05 514 28 9쪽
49 게임 중독(2) +3 22.08.02 543 26 10쪽
48 게임 중독(1) +1 22.07.31 564 21 13쪽
47 악연 (3) +2 22.07.29 580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3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6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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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들이 +2 22.07.21 690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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