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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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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18
추천수 :
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8.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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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게임 중독(2)

DUMMY

승호의 폭력성을 실험했으니, 놈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


승호가 폭발 소리의 진원지로 향하려는데, 전화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령의 연락이었다.


[언제 떠났어? 인사는 해야지. 서운해.]


[정전으로 튕겼어. 해결되면 바로 접속할게.]


[알았어. 탈것이랑 전설 퀘스트 나왔으니까 들어오면 보여줄게.]


이벤트 보스에게서 낮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하필이면 정령이 얻었나 보다.


화면에 나타나는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자랑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ㅊㅋ]


일단 무미건조하게 초성으로 답신을 보냈다.


평소라면 진심을 담아서 축하를 건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배가 살짝 아프고, 열이 뻗친다.


‘내가 얻을 수도 있었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체감한 승호는 곧장 몸을 날렸다.


정령의 문자 메시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


턱.


‘이건 또 뭐야?’


씩씩거리면서 진원지에 도착한 승호의 앞을 투명한 무언가가 턱하고 막았다.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있고, 꺼림칙한 기운을 내뿜는 반구형의 기막이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다.


만약 보통 사람이 근처를 지난다면 저도 모르게 자리를 피했겠지만, 승호에게는 무용지물.


‘어디 보자...’


자세히 살펴보니, 흉흉한 기운이 무색하게도 통과를 막는 것만이 기능의 전부였고, 내부의 충격을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데 특화된 결계였다.


‘피해 방지는 무슨! 애초에 사고를 치지 말라고!’


나름대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반인이 신비에 휩쓸리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느껴졌지만, 승호는 괘씸함을 느낄 뿐이다.


방지 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모를까, 자신은 그 막으려고 했던 사고의 피해자 아닌가.


평소의 승호라면 ‘칫, 결계인가?’ 같은 시답잖은 말이라도 내뱉은 뒤, 기운을 모아서 결계를 몇 번 두드렸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간에 들어갈 때는 노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 두드림을 노크로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어쨌든 승호 기준에서는 예의다.


하지만 현재 그의 사전에 예의란 단어는 삭제된 상태.


찌직!


손에 기를 모은 승호는 말 그대로 결계를 찢어발겼다.


-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안개가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인영들이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증원인가?”


결계 안에는 다섯의 존재가 셋과 둘로 나뉘어서 대치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승호의 난입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요괴가 날뛴다더니...’


가장 먼저 승호의 눈에 인간이라 부르기 힘든 외형 셋이 담겼지만, 이미 외계인들로 인해 특이한 외형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계속 주의를 끌지는 못했다.


그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바닥에 제법 깊게 파인 구멍.


주변에 쓰러진 전봇대가 보이진 않으니, 아마도 땅에 묻힌 전선을 건드린 것 같다.


“누가 이랬냐?”


승호가 바닥을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지만, 적막이 계속될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누가 이랬냐니까?”


두 번째 물음에도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승호의 난입에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다섯이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해서였다.


[머릿수가 같아졌네.]


[겁먹었어?]


[결계를 없앤 것도 그렇고 심상치 않아 보여. 소문의 야쿠자인 것 같은데.]


[전투에 정신이 팔려서 그렇지. 파훼를 노렸다면 나도 진작에 부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보다 그 야쿠자는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릴 유인하려고 소문을 퍼트렸나 보지. 결국 우리 셋이 한꺼번에 움직였잖아.]


[지금 이게 함정이라고?]


승호는 그들의 텔레파시를 자연스럽게 훔쳐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어서 다른 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노인과 알버트였는데, 그들도 전음으로 대화 중이었다.


[놈들의 지원군인 것 같네. 홀로 내 결계를 해제한 것 같으니 만만찮은 강자일걸세.]


[아뇨. 어르신. 저번에 한 번 말씀드렸던, 저희 쪽의 그, 뭐냐... 형님이십니다.]


[중덕이 그 친구를 갈아버렸다는 괴물?]


[그 깡패는 부하들한테 당한 거라니까요. 몇 번이나 말씀- 큭!]


갑작스럽게 알버트의 전음이 중단됐다.


승호가 기를 이용해 그를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형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당황한 알버트는 어떻게든 자신을 빨아들이는 압력을 벗어나려 했지만, 모든 시도가 무용지물이었고, 결국 승호에게 멱살을 잡혔다.


꽈악.


“저거. 누가 그랬어?”


“갑자기 나타나셔서는 저거라니요. 제가 그게 뭔지 알고- 아, 저 구멍이요?”


“그래.”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알버트는 요괴들과의 전투를 빠르게 복기했다.


그에게는 다행히도 바닥에 뚫린 구멍은 요괴 하나가 날린 강기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거 저놈들이 그런 겁니다.”


“세 놈 중 누구.”


“일단 여자는 아니고요. 그 뭐냐.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


“여자?”


“기모노 입은 여자 옆에 있는 놈이에요.”


하지만 승호의 눈에 기모노는커녕 여자로 보이는 녀석도 비치질 않는다.


머리에 뿔이 달린 사납게 생긴 어린아이, 코가 뾰족하고 날개가 달린 봉두난발의 중년, 꼬리 여러 개를 흔들며 두 발로 서있는 여우가 보일 뿐이다.


요괴들은 둔갑한 상태였고, 알버트는 그걸 꿰뚫어 보기엔 수준이 낮아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뭐가 일렁거리긴 하네.’


무언가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는 게 보이지만, 오히려 그 형상을 구분하는 것이 번거롭다.


그나마 인간 꼴을 하고있는 놈들은 남성으로 보이니, 아마 여우가 암컷인가 보다.


“왼쪽, 오른쪽, 가운데 중에 누구야.”


“가운뎁니다.”


날개 달린 코쟁이.


‘좋아.’


인간은 아닌 것이 확실한 셋이지만, 마침 힘 조절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녀석이 범인이었다.


애새끼나 말 못 하는 짐승을 진심으로 때리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콰직!


승호는 범인을 확인하자마자 녀석에게 쇄도해서 발바닥으로 면상을 찍어버렸다.


-


너무 갑작스럽게 움직인 탓일까.


한순간 승호의 신형을 놓친 요괴들이 다시 그를 시야에 담았을 때는 그의 신발 한쪽이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울려퍼지는 굉음과 함께, 날개 달린 괴인이 면상에 세줄짜리 슬리퍼가 박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


“아키히토(あきひと)!”


“감히!”


남은 두 요괴는 곧장 승호에게 대응했다.


느껴지는 기세가 둘 다 얼마 전에 만났던 박중덕과 비슷했다.


여우 요괴는 거리를 벌리고는 푸른 불꽃을 던져댔고, 아이 요괴는 작은 체형을 이용해 승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둔갑 형태가 성인 남성이기에, 실체 없는 환영을 향해 헛손질하는 잠깐동안 사각에서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 의도는 적중한 것처럼 보였다. 승호가 한순간 틈을 보인 것이다.


‘걸렸어!’


아이 요괴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빠악!


틈을 보인 것으로 생각되는 그 짧은 순간. 승호는 한쪽만 남은 슬리퍼를 벗어 오른손에 움켜쥐고는 그대로 아이 요괴의 뿔을 후려친 것이다.


타격음만 들어서는 뿔 하나가 완전히 동강 난듯했다.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아이 요괴가 바닥을 뒹군다.


“끄아아!”


“슈텐(しゅてん)?! 이봐, 잠깐! 일단 이야기를 하자!”


아이 요괴까지 전투 불능이 되자, 멀리서 푸른 불꽃을 날리며 승호를 견제하던 여우 요괴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대화를 요청했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경국지색의 미녀가 짓는 가녀린 미소일 테지만. 승호의 눈에는 웬 개대가리가 어설프게 입꼬리를 올리는 모양새다.


항복의 의사 표현인가도 싶었지만, 이미 불쏘시개들을 날려 공격한 걸 되돌릴 수는 없다.


쐐액!


승호는 이제 반쯤 찢어져 더 이상 슬리퍼라 부르기 힘든 고무 쪼가리에 기를 불어넣은 뒤, 여우 요괴의 주둥이를 향해 집어 던졌다.


“깨갱!”


일본 삼대 악귀로 불리는 상황천구, 주천동자, 백면금모구미호가 모두 삼선 쓰레빠에 맞아서 정신을 잃었다.


-


잠시 후.


의식을 되찾은 세 요괴는 한동안 승호의 눈치를 봤다.


격의 차이를 느낀 것이다.


그들은 서로 질문을 미루는가 싶더니, 유난히 겁을 집어먹은 것으로 보이는 여우가 아직 얼얼한 주둥이를 열었다.


“끙... 저희한테 무엇을 원하시나요?”


“니들한테 뭘 원해?”


“원하시는 게 있으니 살려두신 것 아닌가요?”


그런 게 있을 리가.


피해를 입었으니 그 원인을 찾아내 화풀이를 한 것이 전부다.


그래도 진짜로 목숨을 빼앗기는 그래서 일부러 몸을 움직여 때려줬다.


진짜 죽일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기파로 공간을 가득 채워 가루조차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한 화풀이, 그리고 나름 살살 때렸다는 승호의 말에 뿔이 부러진 주천동자가 분을 못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피슝!


사납게 목청을 높이려던 주천동자는 무식한 기운 덩어리가 그나마 멀쩡한 뿔을 스치고 지나가자 바로 입을 다물었고, 승호가 질문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일본에서 왔나 본데, 왜 한국까지 기어들어왔냐?


“...”


요괴들은 이유를 말하기 꺼렸다.


물론 승호도 진심으로 궁금한 것은 아니기에, 굳이 캐묻지 않고, 경고를 전했다.


“너희가 한국에서 뭘 하든 신경 안 써. 귀찮게 하지만 않으면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도시 한복판 말고 조용한 데 가서 싸워. 싸우더라도 전봇대나 매설된 전선은 건드리지 말고. 한 번만 더 나 게임하는데 문제 생기면 가만 안 둔다.”


“게임이라면...”


“니들 때문에 정전 나서 이벤트 놓쳤다고!”


그제야 자신들이 슬리퍼로 처맞은 이유를 알게 된 요괴들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고작 게임 때문에...”


당연히 승호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불평이다.


“그 안에 사람이 있잖아. 인마!”


-


어찌 됐든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를 푼 덕일까.


마음이 가벼워진 승호는 알버트에게 뒷정리를 부탁하고 자리를 뜨려했다.


그런데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상황천구가 떠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혹시 로키를 죽인 게 당신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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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악연 (3) +2 22.07.29 580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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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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