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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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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17
추천수 :
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7.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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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3
글자
11쪽

잼민이

DUMMY

승호가 이런 구경을 놓칠 리 없다.


-


승호의 기대처럼 잼민이와 양키의 숨 막히고 속 터지는 설전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놈들! 그만두지 못해?!”


가해자들은 알버트의 호통을 듣자마자 구타를 멈추고 자리를 뜨려 했다.


어둠 속에서 얼핏 비친 알버트의 덩치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아이씨 뭐야?”


“야 그냥 냅두고 가자.”


“찐따야 너 운 좋은 줄 알아.”


승호보다 한 뼘은 더 컸던 알프레드보다도 조금 더 큰 알버트였기에 중학생들이 쫄지 않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차로로 도망치지 않고, 알버트를 향해 그대로 다가왔다.


‘오, 설마 덤비려고?’


인간은 수가 많으면 자신감이 차오르고 집단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착각하는 생물.


승호가 다시 기대감으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어두워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외국인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나자 가해자들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며 알버트를 지나쳤다.


하지만 그 나이대의 애새끼들이 다 그렇듯 입을 놀리는 걸 쉬지는 않았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승호에게도 불퉁하게 말을 걸고서는 스쳐 지나간다.


“아저씨. 뭘 봐요?”


“에이씨. 뭔 외국인이 참견하고 지랄이야.”


“씨발. 양키 고 홈이다.”


“준태야 니네집 지금 아무도 없지 않냐?”


“누나년 있을걸. 그리고 난 지금 학원에 있는 거야 병신아.”


“그럼 재민이네로 가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봐서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들에게는 혹시라도 승호나 알버트가 자신들을 위해를 가할 거라는 의심이 전혀 없었다.


‘흠, 쫓아가서 손 좀 봐줄까.’


그 당당한 모습이 거슬린 승호가 사적제재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긴장이 풀려서 기절한 피해자를 업은 알버트가 다가왔다.


“잼-민? 이름이 특이하네요. 제미니의 변형인가?”


“그건 아닐걸.”


“근데 한국 불리(bully)들은 다 저래요? 어지간한 신비 소유자들도 저 정도로 당당하지는 않잖아요.”


권력자나 신비 소유자들은 대부분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가나 치안 조직이 강제력을 발휘하려고 해도 방도가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사회 전체와 맞부딪히면 서로 번거롭기 때문에 다들 적당한 선을 넘나들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당장 클럽에서 무력으로 손에 꼽히는 알버트가 놀랄 정도로 촉법소년들은 당당했다.


마치 승호나 레니스처럼 강제로 뭘 하다가는 역으로 국가나 집단이 터져나갈 수준은 돼야 보일 수 있는 당당함.


당연히 그에 대한 이유는 있다.


법이 그들을 지켜주고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열다섯보다 적으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처벌이 없거든. 내 기억이 맞다면 오히려 쟤들 막거나 건드렸다가는 처벌받아. 그런데 속지주의였나 속인주의였나. 아무튼, 외국인한테는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구경하러 온 거고.”


지금처럼 싱겁게 끝날 줄 알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승호의 답변이 알버트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나 보다.


“어리면 처벌이 없다고요? 오히려 역처벌? 설마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도요?”


“그런 강력범죄는 좀 다를 것 같기는 한데, 나도 잘 몰라. 근데 이 나라는 법이 좀 이상하니까. 아마 그럴걸. 미국은 아닌가 봐?”


“주마다 다르긴 한데 어리다고 그냥 봐주지는 않죠. 얼마 전에 8살짜리를 수갑 채웠다고 시끄럽기는 했는데, 그래도 한국 같지는 않아요.”


한국도 촉법소년에 대한 제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 제대로 된 국가인데 어려서부터 강력 범죄를 저지른 망종들까지 단순히 어리다고 봐줄까.


형사처벌만 받지 않을 뿐이다.


민사적 손해배상이나 소년원으로 보내는 보호 처분, 학교에서 내린 자체적인 징계를 피할 수는 없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하면 처벌이 약하고, 가해자가 권력자의 자식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 정도면 그래도 깔끔하게 해결된 거야. 재미는 없지만.”


“그놈들이 더 이상 아무도 괴롭히지 못해야 해결이죠.”


“네가 쫓아다니면서 막던가. 할 일도 생기고 좋겠네.”


“그건 좀...”


-


완전히 실패한 나들이가 끝나고 며칠 뒤.


고전은 졸업했지만, 아직 승호가 보지 못한 영화나 드라마는 넘쳐났고, 그는 이제 막 21세기의 미디어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2001년 작품이라. 드디어 최신 유행에 발맞출 때가 왔군.’


20년의 차이가 있기는 해도 어쨌든 같은 세기로 돌입한 것이다.


영상물 제작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봐야 하는 작품들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시간이 넘쳐나는 승호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울릴 일 없는 그의 스마트폰이 진동으로 요동친다.


위이잉- 위이잉-


알버트의 연락이었다.


“왜?”


[그 형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그런데 잠깐 지하 주차장으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 나한테? 이게 미쳤나.”


승호는 어이가 없어서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중에 얼굴을 맞대게 되면 제대로 버릇을 고쳐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10분 정도 지난 뒤. 다시 알버트가 연락해온다.


“죽을래? 니 할애비보다 먼저 벗겨지고 싶냐?”


[저는 두상이 예뻐서 괜찮- 아뇨. 아뇨. 끊지 마시고요 형님! 이번에는 진짜로 꽤 재밌어질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


탈모가 완전히 진행된다고 해서 머리에 있는 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끝은 대부분 전두환이다.


보통 한 다리 건너서 유전된다고 했으니, 알버트 놈도 탈모일 것이다.


아니어도 상관없다.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넌 오늘 끝을 보게 될 거야.’


어차피 맞이할 결말. 조금 일찍 맞게 해줘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자기 입으로 두상이 이쁘단 말을 지껄이지 않았나.


“형님! 이쪽입니다!”


승호가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당장 전두환 대가리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위협을 하려는데, 알버트와 함께 그를 맞이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저번에 스쳐 지나간 학폭 가해자 중 하나였다.


녀석은 양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여있었고, 그나마 멀쩡한 왼팔은 부러진 오른팔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낑낑대고 있었다.


“뭐냐? 죽이려고?”


일진 놀이나 하던 놈을 역으로 괴롭히면 나름의 통쾌한 재미가 있겠지만, 지금의 승호에게는 완전히 관심 밖의 일이다.


승호가 곧장 알버트의 머리를 밀어버리려고 다가가자 그는 위기를 감지했는지 급하게 외쳤다.


“이놈 자기가 갱단 소속의 히트맨이랍니다!”


“뭔 개소리야?”


승호가 동네 양아치 집단의 막내를 호들갑스럽게도 표현한다 생각하며 넘어가려는데 알버트가 말을 덧붙였다.


“주차하고 올라가려는데 칼을 들고 덤비던데요.”


“얘가?”


“네. 칼 쥐는 법이나 달려드는 기세를 보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찔렸냐?”


“갑작스러워서 한대 내주기는 했죠. 제대로 박히진 않아서 바로 이 꼴로 만들어줬습니다.”


알버트가 팔을 들어 올리자 그의 옷에서 하복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찢겨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야 녀석의 몰골이 이해되기는 했다.


남을 찌르려고 했으면 자신도 좆될 각오 정도는 있었겠지.


“근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


“치안 좋다는 한국에서 이러니까 뒤를 파 보고 싶더라고요. 재밌지 않을까요?”


“흠...”


촉법소년이라 해봤자 재물손괴나 절도가 대부분이고, 좀 더 질이 안 좋다고 해도 집단 따돌림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의 주동자인 경우가 다였다.


적어도 구십년대 말과 이천년대 초. 승호가 어릴 때는 그랬다.


그의 앞에 널브러진 녀석처럼 자신이 가진 법적 책임의 한계를 알고, 행패를 부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여기가 중남미처럼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도 아닌데 말이지.’


헌데 스스로 조폭들이랑 연관이 있다고 떠벌렸다 하니 살짝 흥미가 동했다.


“일단 머리카락은 안 건드리마. 운 좋은 줄 알아.”


“네.”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너. 처음에는 부탁이 있으니 내려와 달라 했잖아. 네 수준이면 깡패들 뒤집어 놓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텐데 날 왜 불렀어?”


알버트는 잠깐 긴장했다가 그 낌새를 승호가 눈치챈 걸 깨달았는지 바로 사실을 불었다.


“그 뭐냐. 사람 백치로 만드는 걸 즐기신다 들어서요. 이대로 죽이기도 뭣하고, 귀찮게 변호사 부르고 부모들 만나 입막음하는 것보다는 형님 취미생활이 뒷수습에 편할 것 같아서 겸사겸사...”


“이 자식이 진짜.”


딱!


알버트의 되도않는 헛소리에 승호는 최대한 힘을 집중해서 딱밤을 날렸다.


두 달 정도는 머리에서 혹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윽! 죄송합니다.”


“처신 잘해라.”


“옙!”


“어디 알아낸 내용이나 떠들어 봐.”


“한 대 맞자마자 자기가 무슨 조직 소속이라면서 바락바락 대들길래 아혈부터 막고 여기저기 만져준 게 답니다. 이제 알아봐야죠.”


-


널브러진 녀석의 사정은 정말로 별일 아니었다.


알버트는 일단 참견을 시작했으니, 제대로 책임지고자 며칠 동안 피해자의 주변을 맴돌면서 돕기 시작했고, 그게 가해자들의 신경에 거슬렸다.


차마 덩치가 큰 외국인을 건드릴 용기가 없던 녀석들은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삭이고만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인내심이 부족한 녀석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오늘의 주인공 성재민 군이다.


물론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이 신경 거슬리는 외국인이 가끔 자신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도발을 걸어오는데, 혓바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꾸 그를 잼-민이라 부르는 것이다.


딱!


“아윽!”


“그딴 쓸데없는 이유 말고. 너한테 칼 쥐여준 놈이 누구냐니까.”


“잼-민아 멀쩡한 왼팔도 부러져야 정신 차릴래?”


“태준이 형이라고 있어요.”


박태준 십팔 세. 근처 고등학교에 재학 중.


잼민이에 의하면 조직에 들어가는 것이 확실한 예비 조폭으로, 꼬리를 자르는데 필요한 촉법소년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은 녀석이었다.


실제로 칼질을 알려준 녀석들은 따로 있지만, 연락은 박태준을 통해서만 가능하단다.


일종의 하청의 하청이었다.


그런데 이름과 간략한 정보만 말한 것뿐인데도 잼민이는 실수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자신을 엉망으로 만든 뒤 심문하는 알버트보다도 태준이란 녀석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알버트가 속삭여온다.


“이 정도로 무서워하는 거 보면 그 녀석이 주인 없는 신비라도 주웠나 본데요?”


“신비는 무슨.”


원래 초딩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중딩이고, 중딩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고딩이다.


그 고딩의 뒤를 파보면 자연스럽게 원인이 되는 양아치나 깡패가 튀어나올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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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악연 (3) +2 22.07.29 580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3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6 26 11쪽
» 잼민이 +2 22.07.23 645 23 11쪽
43 나들이 +2 22.07.21 690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40 세상의 끝 +3 22.07.10 906 32 12쪽
39 침식 (4) +2 22.07.09 871 26 10쪽
38 침식 (3) +3 22.07.08 885 20 9쪽
37 침식 (2) +3 22.07.07 956 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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