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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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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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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7.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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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악연(1)

DUMMY

그 고딩의 뒤를 파보면 자연스럽게 원인이 되는 양아치나 깡패가 튀어나올 것이다.


-


알아낼 것은 다 알아낸 승호가 성재민의 몸을 원상복구 시킨 뒤, 기억을 지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알버트가 녀석에게 다가가서는 다시 오른팔을 아작내는 것이 아닌가.


“흐읍!”


우드드득!


타격을 줘서 부러트리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었다.


기를 이용해서 팔 내부를 잘근잘근 씹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예.


뼈와 신경에서부터 근육까지. 팔병신 이상, 정상인 이하의 오묘한 단계로 만드는 그 솜씨는 승호가 감탄할 정도였다.


‘와. 나는 못 할 것 같은데?’


클럽에서 왜 알버트를 애지중지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승호조차 기운만 다뤄서 저렇게 만들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형님. 왜 그렇게 보세요?”


“팔만 그렇게 만드는 게 대단해 보여서. 근데 기껏 고쳐놨더니 왜 다시 병신을 만들어놨어?”


“형님이야말로 기껏 두들겨놨더니, 원상복구 시켜놨잖아요.”


“기억도 지웠는데. 굳이 다시 수고를 들이니까.”


잠깐 사이에 승호가 기억까지 날려버렸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는지, 알버트는 ‘살짝 과했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아, 이놈 백치됐어요? 그럼 조금 미안해지는데...”


“백치는 아니고. 하루에서 한 달 정도? 기억만 조금 날아갔을 거야.”


“그러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해요.”


“음?”


“이런 애들은 다른 손잡이로 만들어줘야 물리치료가 먹히더라고요.”


기를 다루는 솜씨도 그렇고, 익숙하다는 듯이 하는 말까지.


알버트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가보다.


“쟤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는 어떻게 알고?”


“아?”


확신은 없었는지 알버트는 순간 당황해서 ‘얘가 이쪽에서 이렇게 찔렀었나?‘ 라며 마구잡이로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무렴 어떠랴.


일진이 갱생하든 말든 관심 밖의 일이다.


그렇게 성재민은 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널브러진 채 승호의 기억에서 바로 잊혀졌다.


-


선빵만 날리면 싸움에 반은 먹고 들어간다.


격투기는 시합을 위한 방법일 뿐. 제대로 된 싸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느와르, 범죄, 조폭 영화에서 나오는 잔인한 기습 장면이 실제에 가깝다.


물론 격투기 선수는 갑작스러운 공격을 견디는 훈련을 하기에 제대로 맞붙으면 선빵을 실패한 조폭들이 흠씬 두들겨 맞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조폭들끼리의 분쟁도 아니기 때문에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망신을 준 선수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 당사자와 주변을 괴롭히는 것이 조폭의 방식이다.


결론은 실제 싸움에 있어서 기습은 거의 만능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선수필승(先手必勝)


박태준이 신봉하는 격언.


그는 그 진리를 일찍부터 깨달았다.


초등학교 사학년.


동갑인 사촌의 조언대로 평소 마음에 안 들던 녀석에게 다가가 온 힘을 다해 아구창을 날렸더니, 녀석은 바닥에 쓰러졌고, 박태준은 녀석의 몸 위에 올라타 마구잡이로 주먹질해댔다.


첫 싸움이자. 첫 승리.


중학교 이학년.


싸움 좀 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만만한 또래들을 괴롭히며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었는지 웬 삼학년 선배가 방과 후 남으라는 말을 전해왔다.


조금 무섭긴 했지만, 삼학년들이 떼로 몰려오기 전에 먼저 그 선배를 찾아가 이번에도 아구창을 날려줬다.


두 번째 승리.


원체 체격이 큰 편이라 선배들은 가끔 위협만 할 뿐. 그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고, 자신감이 붙은 박태준은 남은 중학교 생활을 온통 싸움질로 보냈다.


다른 패거리와 패싸움을 하다 보면 가끔 몰매를 맞는 일도 있었지만, 어린애들 막싸움이나 다름없는 1:1은 선빵만 날리면 무조건 승리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그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고, 그 행실이 워낙 유명했기에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조직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중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귀찮게 구는 2학년과 3학년 선배들을 조용히 만들기 위해 태준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고, 조직에 들어가면서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기습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시작했다.


조폭. 그중에서도 행동대이자 자기들을 진짜 건달이라고 부르는 형님들은 그가 지금껏 해온 기습을 일상생활에서 녹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기습할 준비 혹은 기습당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보통 사람들이 건달들에게서 느낀다는 기세가 되는 것이었다.


여기에 기습을 날붙이로 해버릇하면 조금씩 피 맛을 알게 되면서 흔히들 말하는 살기가 된다.


박태준은 그 사실을 깨닫고 일부러 길고양이나 들개 같은 작은 동물들을 죽여가며 살기를 띠기 위해 노력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유망한 행동대원으로 조직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것이다.


-


그러던 어느 날. 웬 기인을 만났다.


50대는 넘어 보였지만, 태준 못지않은 덩치를 지닌 거한.


그는 지금껏 태준이 알고 있던 기세나 살기가 아닌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진짜 기(氣)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얼마 전 박태준이 소속돼 있던 조직을 맨주먹으로 접수한 그는 유망주 중에서도 특출난 놈이 있다는 말에 직접 확인하러 왔다가, 재능을 알아보고 제자로 삼았다.


제대로 된 기공(氣功)을 전수한 것이다.


콩알만 한 기운이지만, 없었던 때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태준은 기공에 빠져들었다.


이후로는 온 세상이 그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종의 후계자가 된 태준은 조직의 일까지 맡게 됐다.


지금까지는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자신 같은 유망주들을 관리하는 직책이 된 것이다.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함게 태준은 그의 스승처럼 자신도 맨손으로 밤의 제왕이 되겠다는 야망에 불타올랐다.


자리가 바뀌자 십팔 년간 별로 쓰지 않던 머리도 핑핑 돌아갔다.


이미 머리가 굵어진 놈들은 어쩔 수 없지만, 어린 녀석들은 철저하게 가르친다면 일종의 친위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칼이나 조직의 식구로서 생활하는 방법은 여전히 다른 조직원들이 가르쳤지만, 태준도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직접 조언해가며 촉법소년들을 가르쳤다.


물론 스승에게 받은 기공을 가르치지는 않았다.


아직 남을 가르칠 깜냥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이놈들을 어찌 믿고 기공을 가르친단 말인가.


괜히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


그런 박태준의 눈앞에 승호와 알버트가 나타났다.


‘또 귀찮은 새끼들이구만.’


그의 밑에서 칼질이나 배울 정도면 이미 인생 밑바닥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놈들이다.


그런데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손을 털려는 어린놈들은 계속 나타났고, 혼자서는 빠져나갈 방도가 없으니 주변의 도움을 받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태준은 그 주변인들까지 힘으로 굴복시켰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두 놈은 무언가 조금 달랐다.


기를 느낄 수 있는 태준은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외형만 봐도 한 녀석은 자신만큼 덩치가 있어 보이는 데다가 무려 외국인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스승만큼은 아닐 터.


‘양키는 처음이긴 한데... 뭐 양키놈들 배때지라고 칼이 안 박힐까.’


여차하면 칼침부터 박아넣을 생각을 하는 태준에게 문제의 외국인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안니영? 박태준 맞지? 우리는 GEM미니 아는 형들인데.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자연스레 어깨 위에 팔을 걸치면서 접근한 외국인에게 태준은 심상찮은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밀린다고?’


지금까지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는지 태준은 위기감이 들자마자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기습적으로 외국인의 복부를 찔렀다.


‘어디서 기공이라도 줏었나본데, 그래봤자 찔리면 끝이지.’


내심 스승조차 제대로된 기습에는 별수 없을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박태준의 칼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기대했던 푹하는 느낌이 아니라 이상한 손맛이 느껴진다.




‘엥?’


“이 SHE발 새끼가?!”


쾅!


-


하루에 두 번이나 칼침을 맞은 덕분일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알버트는 그대로 박태준의 면상을 땅바닥에 갈아버리고서는 승호에게 항의했다.


“형님. ‘신비는 무슨’ 이라면서요.”


“갑자기 뭔 소리야?”


“이놈. 기공 배웠는데요.”


“엥? 이게 기를 배운 놈이라고?”


“이제 막 입문한 수준이기는 한데, 기초적인 형태는 잡혔잖아요.”


주변 환경이나 성별, 연령 같은 외형적인 요인이 아니라 기(氣)만 놓고 본다면 승호는 솔직히 일반인과 박태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개미가 조금 커봤자 개미일 뿐이다.


자기들 사이에서는 1cm 정도만 커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승호 입장에서는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면 압력에 못 이겨 터지는 존재일 뿐이다.


어느 세월에 개미 크기를 하나하나 비교하고 있겠는가.


승호의 항변을 들은 알버트는 질림과 두려움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질문했다.


“저도 개민가요?”


“넌 그 정도는 아니지.”


“그쵸?”


알버트를 굳이 분류하자면 한방의 침은 있는 제법 큰 꿀벌 정도.


같은 벌레여도 종이 다른 수준은 되야 기로 구분이 가능했다.


알버트가 보여준 팔병신 만들기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고래나 공룡이 개미들의 세밀한 행동을 보고 놀란 것일 뿐이었다.


그 정도로 승호의 기감에 잡히는 대부분은 그놈이 그놈이다.


“근데 너 강기는 쓸 줄 아냐?”


“강기요? 쓸 줄은 알죠.”


“그러면 인간이라 부를 정도는 되지.”


지구 한정이지만, 알버트의 평가가 꿀벌에서 유아 수준으로 격상했다.


로키와 중심 태양을 종속시킨 아카샤.


그 둘 정도는 돼야 승호에게 성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


-


일반인과 기의 차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도 잡을 겸. 정보도 뽑아내기 위해 승호는 박태준의 손목을 잡았다.


‘하 씨. 너무 하찮아서 접촉으로 알아봐야 하네.’


단전(丹田)의 ㄷ자도 아까운 수준이지만, 확실히 하복부 쪽으로 미세하고 이질적인 기가 느껴지기는 했다.


그래도 파편과 무관한 일이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다는 것 하나는 편했다.


‘어디 기를 어떻게 배웠나 보자고.’


박태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지만, 예비조폭의 18년 인생이 뭐 볼 게 있겠는가.


그냥 보는 맛조차 없었다.


‘어떤 멍청이가 인생이 영화래? 재미나 감동, 반전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음?’


그런데 어디서 본 적 있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박태준의 스승으로 추정되는 중늙은이.


드문드문 보이는 모습이 알버트보다는 강한 것 같다.


‘말벌쯤은 되겠네. 호오?’


강기도 쓰는 것으로 봐서는 미취학 아동 수준은 되어 보였다.


‘대체 어디서 본 놈이지? 기억이 안 나는데...’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승호는 녀석이 누구인지 기억해냈다.


‘그놈이구나. 마이너 천마.’


박태준의 스승은 승호 덕분에 시간의 흐름이 제대로 자리 잡혀 90세의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고등학교 2학년.


천마 박중덕이었다.


작가의말
연재주기가 일정하지 못해서 항상 민망하지만, 시간이 많은 주말에는 어떻게든 글을 올렸었죠.


쪽팔려서 치질 얘기 다시는 안하려고했는데...


어제 못올린 것에 대한 변명으로 몇자 적습니다.


일단 의사들이 말하는 일상생활은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 일상생활이 제대로 못 앉고 큰일 볼때마다 뒤질것같다의 의학용어라면요.


다른 수술 후기를 보면 기적의 10일, 약속의 이주차가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전 그런게 없네요.


이틀에 한편이 한계였습니다.


독자님들은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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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술래잡기 (2) +1 22.10.16 282 19 10쪽
59 술래잡기 (1) +2 22.10.01 368 17 10쪽
58 기적 감정 +2 22.08.28 435 20 10쪽
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6 11 11쪽
56 기억 탐색 (1) +2 22.08.24 433 17 10쪽
55 뒷정리 +1 22.08.20 491 21 10쪽
54 크로노스 (3) +1 22.08.14 504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6 24 10쪽
52 크로노스 (1) +3 22.08.11 495 25 10쪽
51 요괴들의 사정 (2) 22.08.07 546 26 11쪽
50 요괴들의 사정 (1) +1 22.08.05 513 28 9쪽
49 게임 중독(2) +3 22.08.02 542 26 10쪽
48 게임 중독(1) +1 22.07.31 563 21 13쪽
47 악연 (3) +2 22.07.29 579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3 21 10쪽
» 악연(1) +3 22.07.25 626 26 11쪽
44 잼민이 +2 22.07.23 644 23 11쪽
43 나들이 +2 22.07.21 689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40 세상의 끝 +3 22.07.10 906 32 12쪽
39 침식 (4) +2 22.07.09 870 26 10쪽
38 침식 (3) +3 22.07.08 885 20 9쪽
37 침식 (2) +3 22.07.07 956 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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