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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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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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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29
추천수 :
3,081
글자수 :
301,965

작성
22.08.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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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요괴들의 사정 (2)

DUMMY

“빚? 너 나한테 뭐 맡겨놨어?”


-


요괴들이 지상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더니 그렇지도 않나 보다.


상황천구는 영화의 명대사를 인용해서 승호를 설득하려 했다.


“큭!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빠악!


불행히도 승호가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캐릭터의 영화였기에 다시 슬리퍼가 날아올랐다.


“이게 갖다 붙일 게 없어서 거미 새끼를 갖다 붙여?!”


“영화를 봤다면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거슬리나? 그렇다면 내심 공감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어.”


뒤통수에 불이 났음에도 여전히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상황천구는 설득을 이어가려 했지만, 승호는 그런 쓸데없는 주제로 토론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굳이 히어로에 대해서 토론한다면 누가 더 강하냐 같은 훨씬 더 쓸데없는 주제가 취향이다.


“너 영화 좀 봤나 본데, 영화에서 그 말한 사람들 다 죽은건 아냐?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유언이라고.”


유언을 씨부렸으면 보내주는 게 도리. 승호는 슬리퍼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잠깐-”


빠악!


“다정한 이웃-”


짜악!


묵직한 타격감은 어떻게 견뎌냈지만, 뺨을 휘감아오는 고무 쪼가리의 굴욕감은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면상에 시뻘건 자국이 난 상황천구는 버럭 성질을 냈다.


“그만! 당신이 아무리 강자라고 해도 이렇게 힘으로 핍박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핍박은 무슨. 너 내가 싫다고 말해봤자 부탁 들어달라고 계속 징징댈 거잖아. 그거야말로 핍박이란 생각은 안 들지?”


“언제부터 진심이 담긴 설득을 핍박이라-”


빠악!


살려준 것만으로 고맙다고 절해야 할 놈이 당당한 게 맘에 안 들었기에 승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슬리퍼를 휘두르면서 진심을 쏟기 시작했다.


“너는 큰 힘이 없어서 무책임하게 떠드는 것 같으니, 내가 책임감을 갖고 고쳐주마.”


-


다행히 자식과 아비가 동일한 사람의 손에 명을 달리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충격에 상황천구가 정신을 놔버렸고, 승호도 의식이 없는 상대를 구타할 정도로 악취미를 갖고 있지는 않은 덕이었다.


“앞으로 내 눈에 띄면 그때는 바로 죽여버릴 거라 전해.”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들도 그런 꼴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해서였을까.


빠르게 감사를 전한 두 요괴는 상황천구를 들쳐업고 떠나려 했지만, 아직 할말이 남아있던 승호가 그들을 붙잡았다.


“잠깐.”


“더 하실 말씀이라도?”


“그 크로노스란 놈한테도 말 좀 전해줘. 일주일 내로 직접 안 찾아오면 방벽이란 거 다 부셔버릴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이것도 그대로 전할까요?”


“뭐 이해 안 되는 표현이라도 있어?”


“아뇨. 아닙니다.”


승호는 단순히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주천동자와 구미호는 방벽이 뭘 말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 내용이 선전포고나 다름없기에 속으로 희희낙락했다.


[손 안 대고 코 풀게 생겼는걸?]


[그러게. 이 멍청한 텐구놈은 저절로 풀릴 일에 괜히 나서서 두들겨 맞기만 했네.]


감당할 수 없는 두 괴물이 서로 부딪히려 하니 그들 입장에서는 어부지리나 다름없다.


[근데 우리 크로노스가 보내서 왔다고 저자한테 말했던가?]


[음?]


어떤 말이든 똑똑히 전하겠다고 고개만 주억거리던 두 요괴는 그제야 승호가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색이 됐다.


구미호는 정말 크게 놀랐는지 어울리지 않게 딸꾹질까지 시작했다.


“히끅!”


그 모습을 보며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함을 느낀 승호는 두 요괴를 향해 그냥 한번 씩 웃어줬다.


“뭘 그리 놀라? 그냥 들리니까 들은 거구만.”


그 말대로다.


승호는 그들의 대화를 훔쳐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들이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웅웅거리는 느낌이 들길래 조금 주의를 기울인 것뿐.


“얼른 가. 빨리 가서 말이나 전해.”


“옙!"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괴들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


요괴들과의 소동이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알버트 그리고 그와 같이 있던 노인이 승호의 뒤로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앞집에 사는 놈인지라 어차피 같은 방향. 혼자 속도를 높이기는 뭔가 야박해 보여 발을 맞췄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저기 형님-”


“야. 생각해보니까 이런 일 없으라고 네가 앞집에 사는 것 아니었냐?”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저희는 무력집단이 아니라 이익집단이라고요. 인간 아닌 놈들한테 영향력이 크지 않아요. 그리고 이제 인간이 귀찮게 하지는 않잖아요.”


“애초에 날 귀찮게 한 건 너희였다만?”


“에이~ 그 뒤로 잡것들은 다 쳐내고 있잖아요. 좀 봐주세요.”


실제로 국가에서부터 이름 좀 날린다는 집단까지 승호의 존재를 파악한 자들은 제법 많지만, 클럽이 알아서 쳐내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웬 재벌가에서 투병 중인 총수를 살리기 위해 승호에게 접근하려다 클럽의 적극적인 대응과 후계자의 소극적인 대처로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다.


한창 게임에 빠져있는데 결과보고라면서 알버트가 옆에서 떠들었기에 승호의 기억에도 남은 사건이다.


“그렇긴 하지...”


“게다가 오늘 일은 어느정도 자업자득이시라고요.”


“자업자득? 정전을 내가 일으켰냐? 죽을래?”


“아니 그게 아니라. 요괴들이 한국에 들어온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뭔 소리야?”


근래의 한반도는 이렇다 할 신비 소유자가 없는 일종의 사각지대였다.


정치와 지리적 특성상 섬이나 다름없는 형국인데, 인파에 숨어들려면 왼쪽에 중국이 있고, 고립을 원한다면 오른쪽에 진짜 섬인 데다가 인프라도 더 나은 일본이 있다.


때문에 한국에 살던 신비 소유자 대부분은 1900년대에 한반도를 탈출했다.


그들에게는 썩 매력적인 땅이 아닌 것이다.


“인마. 초고속 인터넷 무시해?”


“그건 형님한테나 매력적인 요소고요. 게다가 싱가포르나 홍콩, 태국이 더 빨라요.”


아직 한국인 정체성을 갖고있던 승호가 의견을 피력해봤지만, 예상외의 답이 돌아왔고,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 그래? 그쪽으로 가면 핑(ping) 이 좀 덜 튀려나?”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면야 국뽕따위...


“형님은 핑이 문제가 아니라 손이-”


“웃기지 마. 그날 회선이 진짜 이상했다니까.”


“어쨌든. 빈집이나 다름없던 한국의 신비를 양분해서 접수한 게 갑자기 나타난 박중덕과 여기 임창식 어르신입니다.”


알버트는 갑자기 뒤따라오던 노인을 소개했지만, 승호는 전혀 관심이 없다.


느껴지는 기세가 박중덕이나 조금 전의 요괴들과 비슷했지만,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인 수준.


“됐고. 오늘 일이 왜 내 자업자득이냐.”


“여기 어르신이랑 박중덕이 외부의 개입을 막고 있었는데, 형님이 한 축을 무너트렸잖아요. 둘이 있을 때는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 슬쩍 간만 보더니, 3:2에서 3:1이 돼버리니깐 이때다 싶어서 요괴들이 직접 온 거라고요.”


알버트의 말에 의하면 박중덕이 사라진 여파로 정전이 일어난 것이다.


당연히 승호는 억울했다.


“그 깡패 새끼 없어진 건 네가 웬 애새끼 뒤를 파보자 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너 때문이네!”


하지만 알버트는 더 억울했다.


어지간하면 승호가 성질을 내자마자 찌그러졌을 테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조금 다르다.


“애초에 쟤들이 요괴들 보내서 깔짝거린 게 형님 때문이라면서요. 그러면 형님 탓이죠. 형님이야 오늘 윗대가리 세 놈만 상대하고 끝났지만, 저는 한동안 잠도 못 자고 찌끄레기들이랑 치고받았거든요?!”


지난 며칠 동안 요괴들과의 드잡이질로 인해 제대로 쉬지 못한 알버트는 그 원인이 승호란 것에 새삼 화가 났는지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승호의 업보가 맞나 보다.


-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집을 향하고 있는데 알버트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이제 그 크로노스란 녀석이 서울로 오는 거죠?”


“왜? 클럽도 그놈한테 볼일 있어?”


“아뇨. 로키도 그렇고. 전혀 파악 못하고 있던 존재인데요. 그냥 말만 들어도 규격 외 강자일 게 뻔해서요.”


요괴랑 마이너 천마는 신화급이라더니, 크로노스는 규격 외란다.


그 구분에 호기심이 생긴 승호가 알버트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인간 아닌 것들이 워낙 많잖아요. 처음에는 요괴들의 위험도 분류였는데, 언제부턴가 인간도 끼워 넣더라고요.”


설화(說話), 전설(傳說), 신화(神話).


“같은 뜻 아니야? 셋 다 설화에 포함되는 것 같은데.”


“tale과 legend, myth로 봐야죠. 일단 웬만한 놈들은 다 설화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무리 허접한 신비라도 민담 수준의 이야기는 만들어낼 수 있기에 대부분의 신비 소유자들은 설화급에 속한다.


“전설은?”


“제 수준이면 전설이라고 부릅니다.”


“와, 자기 입으로 지가 전설이래. 안 쪽팔리냐?”


“아, 원래 요괴들 나누는 등급이었다니까요.”


알버트가 속해있으니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각양각색의 신비 소유자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존재들이다.


“그럼 신화도 별것 없겠네.”


“형님한테나 그렇죠. 신화급이 움직이면 다들 촉각을 곤두세운다고요.”


“아까 그놈들한테?”


“네. 아까 그놈들이 일본은 꽉 잡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섬 지형은 인간들이 머릿수로 밀기가 쉽지 않거든요.”


승호한테 처참하게 털렸지만, 그래도 일본에서는 삼대악귀니 뭐니 하면서 두려움을 사는 괴물들이다.


당장 요괴 중에서는 툭하면 튀어나오는 것이 신화급이지만, 인간은 열을 넘지 않는다.


그나마도 승호 덕택에 박중덕이 사라지면서 하나 줄었다.


애초에 개별 성향이 너무 강해 인간사회에 밀려났을 뿐. 단순 무력을 비교하면 인간은 인간 아닌 것들을 절대로 따라잡지 못한다.


“그럼 뒤에 따라오는 저 양반도 신화급?”


“네. 이번 일로 클럽에 모시게 됐습니다. 이제 저희도 신화급 보유 단체란 거죠.”


‘아, 마이너 천마랑 싸우던 마법사였구만.’


승호가 노인에게 궁금증이 생긴것도 잠시. 정체가 생각나자마자 그의 관심은 임창식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면 그 등급으로 구분 못하는 것들이 규격 외라는 거네.”


“네. 형님이나 레니스님. 그리고 아까 이야기했던 로키나 크로노스가 속하겠죠.”


히어로 티어 메기기와 비슷해서일까. 승호는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잘들 논다.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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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6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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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뒷정리 +1 22.08.20 492 21 10쪽
54 크로노스 (3) +1 22.08.14 505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6 24 10쪽
52 크로노스 (1) +3 22.08.11 495 25 10쪽
» 요괴들의 사정 (2) 22.08.07 547 26 11쪽
50 요괴들의 사정 (1) +1 22.08.05 514 28 9쪽
49 게임 중독(2) +3 22.08.02 543 26 10쪽
48 게임 중독(1) +1 22.07.31 564 21 13쪽
47 악연 (3) +2 22.07.29 580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3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6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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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들이 +2 22.07.21 690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8 25 10쪽
40 세상의 끝 +3 22.07.10 906 32 12쪽
39 침식 (4) +2 22.07.09 871 26 10쪽
38 침식 (3) +3 22.07.08 886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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