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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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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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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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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기적 감정

DUMMY

오랜만에 기강을 잡아야 할 것 같다.


-


승호가 알버트를 어떻게 갈궈야 잘 갈궜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형제님? 정말 잠깐이면 되는데요.”


철컥.


“일단 들어오세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호가 문을 열자 통역으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셋이 들어왔다.


‘요즘 사이비는 외국인도 쓴다던데... 얼마전까지 코로나 때문에 시끄러웠으니 걔들은 아니겠지. 아, 몰몬도 사이비였나? 걔들도 신부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이들을 집으로 들인 이유는 외국인들이라 궁금증이 생기기도했고, 그들중 한명의 목에 로만 칼라가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기독교 종파라면 개나 소나 사용하는 장식이지만, 승호가 아는 선에서는 천주교 신부만 하는 복식이었다.


‘얼레? 이것 봐라?’


승호가 사람들을 거실로 안내하는데 신부가 아닌 외국인 남성이 스쳐 지나간 순간 이상함이 느껴졌다.


한순간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할 만큼 미약한 기.


얼마 전에 만났던 깡패들과 비교해도 수준이 현저하게 낮았다.


‘이놈은 또 뭐지? 혹시 야훼인가?’


승호가 지금껏 만나본 신비소유자 중 가장 약하다 보니 오히려 야훼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크로노스도 급작스럽게 나타났으니 합당한 의심이다.


-


승호 혼자 사는 집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거실에 사람들이 멀뚱히 앉아있는데, 문제의 신비 소유자가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물 좀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날이 조금 덥네요.”


“아, 예.”


승호가 주방으로 걸음을 옮기자 따로 할 말이 있는지 신비 소유자도 그 뒤를 따라왔다.


굳이 탐색전으로 시간을 끌 생각은 없기에 승호는 물을 건네주고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야훼냐? 아니면 걔가 보낸 심부름꾼이야?”


그 노골적인 질문에 외국인은 마시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어냈다.


“푸흡! 큼! 실례했습니다. 주의 이름을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게 익숙치 않아서요. 주께서 보내셨다라... 그렇긴 하죠.”


스스로를 주(主)라고 표현할리는 없으니 조각만 활성화된 부하인가 보다.


“하수인이란 거네. 용건이 뭐야?”


“음, 표현이 아주 강렬하시네요.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어떨까요? 일단 ‘지옥불’ 소속이신 건 미리 알고 왔습니다.”


“지옥불?”


“클럽 말입니다. 기적의 시작점이 이곳인 것도 확인하고 왔으니 괜히 시간 끌지 마시고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는 타이르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 뒤, 승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아주 강하게 움켜쥐었다.


꽈악.


물론 자기 나름대로 기를 사용해 힘을 준 것이겠지만, 승호 입장에서는 어이없을 뿐이다.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녀석은 야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기공에 입문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


주를 따른다는 표현도 그냥 평범한 가톨릭 교인이 으레 하는 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철컥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승호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급박한 표정의 알버트가 나타났다.


“너 마침 잘 왔다. 지금 이게 무슨-”


“아이고, 바티칸에서 연락도 없이 무슨 일들이십니까. 일단 저랑 얘기하시죠.”


‘바티칸? 교황청?’


갑자기 나타난 알버트는 윙크를 비롯해 얼굴로 할 수 있는 모든 신호를 마구잡이로 승호에게 보낸 뒤 그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기공 사용자를 끌고 나갔다.


다른 방문객들 역시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멍하니 있다가 같이 끌려 나갔다.


승호는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휑한 거실을 보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대체 뭔데?!”


-


십여 분 정도가 지나고, 알버트가 다시 나타났다.


핏줄은 핏줄인지 승호를 보자마자 제 할애비처럼 바로 슬라이딩하듯 무릎을 꿇고는 그 관성으로 미끄러져 온다.


쫘아악!


소리만 들어도 굉장히 아플 것 같은 행동이다.


전설급 신비 소유자라도 몇 번만 더하면 피부와 뼈가 아작날 수준의 무릎 꿇기였다.


“죄송함다. 형님! 진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테니, 한 번만 봐주세요!”


“호들갑은. 내가 뭐 죽이기라도 하냐?”


“차라리 깔끔하게 죽으면 모를까. 백치로 만들거나 쓰레빠로 죽기 직전까지 패시잖아요.”


“됐고. 대체 무슨 일이야? 방금 그놈들 바티칸이라며.”


승호에게 짜증 난 기색이 전혀 없다는 것을 느낀 알버트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바로 상황에 대해 나불대기 시작했다.


“저희가 진짜 어지간하면 다 쳐낼 수 있는데, 그래도 바티칸이잖아요. 서로 협약도 맺어진 상태고, 비영리단체 끝판왕급 놈들이라 그냥 적당히 정보나 건네면서 얼렀죠.”


“그런데?”


“요즘 한국이 시끄러우니, 어떻게 한번 엮어보려고 온 것 같은데, 정보 취합을 좀 이상하게 했나 봐요. 형님을 저희 쪽 말단으로 판단했더라고요.”


하도 시끄럽다 보니 상황을 직접 파악하고는 싶은데, 간부 직속인 알버트를 위압할 수는 없으니, 부하로 추정되는 승호에게 접근해 정보를 얻으려던 것이었다.


현재 승호의 신분이 클럽에 속해있는 보험회사 조사원이다 보니, 그를 클럽 내에 있는 신비 관련 부서의 말단 직원으로 판단한 것이다.


“근데 지옥불은 또 뭐냐? 기독교 관계자가 그렇게 부르니깐 당황스럽더라고. 클럽은 뭐 악마가 만들었냐?”


“그 자식들이 그렇게 불렀어요?”


“응.”


“하여튼 매너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아마 승호가 그들이 믿는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댔기 때문에 반발하는 마음으로 클럽을 비하한듯했다.


“클럽의 전신(身分)의 전신의 전신쯤 되는 모임 이름이에요. 헬파이어 클럽이라고. 17세기, 18세기 감성이죠. 일종의 흑역사라고요.”


승호는 개인도 아니고 집단에 무슨 흑역사가 있나 싶었지만, 알버트는 진심으로 창피해했다.


“지가 전설이라던 놈이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쪽팔려하네. 됐고, 쟤들이 나한테 얻으려던 정보가 뭔데? 여기가 기적의 시작점이라는 말도 하던데.”


예전 같으면 알았으니 꺼지라고 했을 타이밍에 승호가 상황을 캐묻자, 알버트는 놀란 눈으로 반문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셔봤자 귀찮기만 하실 텐데.”


“그냥 알고만 있는 건데 귀찮을 게 뭐가 있어.”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던 알버트는 승호가 그 눈빛을 바꾸기 위해 일단 한 대 갈기고 시작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바로 입을 나불댔다.


“정확히 뭐가 목적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어요. 기적 감정사 놈들이 이유 없이 날뛰는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아직도 중세시댄 줄 아나. 아무튼, 제가 알아서 처리하고 깔끔하게 결과 보고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십쇼.”


“기적 감정?”


천주교 신도인 이모 덕분에 승호도 무슨 개념인지 대충은 알고 있다.


피를 흘리는 성모상이나, 역사에 기록된 성인들의 행위를 교황청에서 직접 조사한 뒤, 공식적인 기적으로 인정하는 것.


하지만 그 모두를 신비라는 한 단어로 퉁칠 수 있단걸 알고 있다 보니 의문이 든다.


“신비랑 기적이 다른 거야?”


그리고 알버트의 대답은 승호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말로만 기적 감정이지. 결국 초능력이랑 유물 수집이거든요.”


“갑자기 초능력은 왜 나와?”


초능력.


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신비들의 통칭.


여태껏 기공 사용자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초능력은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초능력이라고 해봤자 대부분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기의 작용이죠. 진짜 초능력이라고 칭할만한 건 예언밖에 없어요.”


“예언이라... 죄다 가짜였잖아?”


시간 여행이 가능하니, 미래를 엿보는 예언도 가능한 일이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


노스트라다무스처럼 일반인들도 이름은 들어본 적 있을 만큼 인류 역사에 자칭 예언자들은 넘쳐났지만, 그 적중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고작 인간이 무슨 예언인가 싶은 승호에게 예상외의 답이 돌아왔다.


“진짜 예언자들이 있기는 해요. 한국도 무당이니 만신이니 하면서 세 명이나 있던데요.”


“세 명이나? 그건 또 언제 찾아봤어?”


“예언 같은 초능력은 주변에 흔적을 남기거든요. 아무튼, 놈들 말로는 이 건물에서 역대급 흔적이 나타났다는데, 그냥 개수작일 거예요.”


승호는 알버트가 바티칸에 대해 욕하는 것은 무시하고 생각에 잠겼다.


‘흠, 조각이 활성화된 사람이라면 가능하려나.’


시공의 힘이 될 수 있는, 지구에 사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아주 작은 무언가.


꼭 관리자들이 손대지 않더라도 우연히 그것이 발현됐다면 평범한 인간도 순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역대급 흔적은 크로노스의 자폭을 말하는 거겠지. 설마 감지하는 방법도 있을 줄이야.’


인간이 필멸자라지만, 무작정 하찮다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애초에 승호도 인간 출신이지 않은가.


바티칸도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파악 못한 것 같지만, 존재를 인지하고 이용하는 수준에는 이른 것이다.


“아무튼. 중세 때야 교황청이 갑인 세상이었으니 낌새만 보인다 싶으면 다 자기들 것이라고 우겨댔지만, 요즘 그럴 수 있나요. 제가 알아서 잘 돌려보내겠습니다.”


상황은 다 설명했다고 생각했는지 알버트가 돌아가려고 하자 승호는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


“왜 그러세요?”


“저 사람들은 내가 클럽의 말단이라 생각한단 거지?”


-


잠시 후.


승호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던 바티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 보니 당황했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갑작스럽게 들이닥쳤으니까요. 앞으로 저희랑 동행하신다고요?”


“네. 저 같은 말단이야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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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술래잡기 (1) +2 22.10.01 368 17 10쪽
» 기적 감정 +2 22.08.28 435 20 10쪽
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6 11 11쪽
56 기억 탐색 (1) +2 22.08.24 433 17 10쪽
55 뒷정리 +1 22.08.20 491 21 10쪽
54 크로노스 (3) +1 22.08.14 504 23 11쪽
53 크로노스 (2) +2 22.08.13 495 24 10쪽
52 크로노스 (1) +3 22.08.11 494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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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요괴들의 사정 (1) +1 22.08.05 513 28 9쪽
49 게임 중독(2) +3 22.08.02 542 26 10쪽
48 게임 중독(1) +1 22.07.31 563 21 13쪽
47 악연 (3) +2 22.07.29 579 25 13쪽
46 악연 (2) +1 22.07.27 572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5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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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들이 +2 22.07.21 689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8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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