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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비앙 님의 서재입니다.

비밀군사조직 고스트가드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로제비앙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8.27 11:0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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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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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
글자수 :
436,028

작성
19.04.03 14:02
조회
3,101
추천
46
글자
10쪽

제3화. 사라진 유령들 (3).

DUMMY

신정부 출범 두 달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신정호 안기부 3처장은 신정부 출범 후 감찰 조사를 받고 보직해임과 동시에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안부 검사를 대거 투입하여 북풍공작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 했으나 두 달간에 걸쳐 철저히 소각된 증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

검찰 수뇌부는 공안부에서 지지부진하자 특수통 최고의 칼잡이라고 할 수 있는 최동욱 부장 검사를 투입하여 수사의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신정호 씨?”

“······.”

“나 특수부 최동욱이라 해요. 공안부 일을 왜 특수부 담당 검사가 맡았는지 생각해 봤어요?”

“······.”

“특전여단장, 경호실 차장, 안기부 처장에 기조실장 겸직까지 지내신 분이면 감이 오질 않아요? 화려한 이력에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당신 같은 사람들. 대통령도 무너뜨리는 게 특수부에요. 난 선거 공작이니 이런 혐의엔 관심 없어요. 다른 걸로 당신 입을 열게 할 거예요.”


‘그리고 그게 또 내 전문이거든···.’


최동욱은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강도 높은 신문을 했지만, 고급 장성 출신에다가 국가정보기관 최고위 간부까지 지낸 그의 입을 열지는 못했다.


“······.”

“묵비권을 행사하시겠따! 그럼 이건 어때요?”


최동욱 검사는 일이 안 풀릴 때 나오는 버릇인 안경테를 높이 추어올리며 새로운 파일 하나를 들이밀었다.

추어올린 그의 안경테는 조사실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그게 날카로운 그의 인상에 덧씌워져 냉혹한 심판자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내민 파일을 읽어보던 신처장이 안색이 시뻘게지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요! 법의 수호자인 검찰에서 이렇게 치졸한 수사를 해도 되는 거요? 이건 연좌제요.”


신처장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하던 최동욱 검사는 그를 무너뜨릴 빈틈을 포착한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러게요. 좋게 가자고 할 때 듣지 그랬어요. 아드님 탈세 금액이 크네요. 어디 보자! 조세포탈액 규모가 십억이 넘고, 얼씨구? 뇌물에 횡령까지 있으니 양형기준으로만 봐도 15년 넘게 나오겠네요. 어떡하실래요. 계속 입 다무시면 그건 그거대로 제 실적이 올라가서 좋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파 드릴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성난 표정의 신정호 처장을 바라보던 최동욱은 여유가 생겼는지 안경을 벗어 꾹꾹 눌러 닦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 사모님꺼는 빼고요.”


검찰은 모든 물증이 사라진 상태에서 남아있는 증거는 대북공작조라고 판단하고 급히 신원을 확보하려 했지만, 어디에도 그들에 대한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특수통 검사들까지 나서 신정호 처장의 주변 인물을 먼지털기식 수사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신정호는 자신이 무너지길 기다리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그를 보고 암담함을 느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수복의 일은 말할 수가 없었다.

권용해 전 안기부장이 대선공작에 대한 진실을 밝혔을 때 그는 곧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공작업무를 수행한 박수복 소령은 군형법상 적군과 내통한 여적죄로 사형과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는 절망하며 최동욱 검사에게 말했다.


“검사님! 정보업무의 특성상 법의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건 국가 간의 전쟁에서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평생을 군에서 보내고 국가를 위해 헌신해 왔어요. 그로 인해 우리 가족은 많은 희생과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왔죠. 죄가 있다면 나만 처벌하면 되지 이토록 가혹하게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 가족에게 고통을 주려 하는 것입니까?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변론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러니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신정호 처장은 자신만을 처벌해주길 바랐으나 최동욱은 그의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표적은 전임 대통령이었다.

그것이 새로운 정부에 검찰이 들이밀 공적서이자 자신의 경력에 날개를 달아줄 훈장이라 생각했다.

최동욱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승자의 미소를 띠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처장님! 뭔가 착각하시는군요. 검사는 개개인이 하나의 관청이기 때문에 맡은 바 직무에 있어 개인의 사정과 편의를 봐준다면 국가의 법과 원칙이 무너져 온 나라가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처장님의 안타까운 사정은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사적인 이유보다 공무를 우선해야 하는 제 입장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가실 거로 생각합니다. 어차피 다 말하게 돼 있습니다. 아드님 생각해서라도 모든 걸 말하세요. 부인께도 피해가 갈 겁니다. 더 고집을 피우신다면 주변 분들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게 될 겁니다.”


그는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잠시 후 체념한듯한 목멘 목소리로 신정호 처장이 말했다.


“혼자서 생각할 시간을 줘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마음의 정리가 되면 책상의 벨을 눌러 주세요.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펜과 종이도 부탁합니다.”


최동욱은 줄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나가서 직원에게 시켜 필기구를 가져다주었다.


조사실에 혼자 있게 된 신정호는 눈을 감고 지난날을 기억하고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부릅뜬 눈에는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곧이어 뭔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된 시간에 다 적어 내려간 글의 내용을 확인한 그는 상의 안주머니에 그것을 집어넣고 벨을 눌러 밖의 사람을 불렀다.


누군가 들어오자 용변이 급하다며 화장실을 가자고 해서 조사실을 나와 검찰 직원의 안내를 받아 복도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직원은 문밖에 대기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외벽의 밀폐된 창문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다가가서 창문을 주먹으로 몇 차례 두드리더니, 다시 칸 안에서 변기 뚜껑을 들고나와 외벽창문을 힘껏 내리쳤다.


창! 창! 창!.


유리 부딪치는 소리에 밖의 직원이 깜짝 놀라 들어오려 했지만, 문은 청소용구로 고정되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와장창!.


그사이 깨진 창문을 몇 번 더 내리치자 창문은 산산조각이 나서 사람이 나갈만한 구멍이 생겼다.


이때 밖의 사람들이 문을 강제로 제치고 들어오자 신정호 처장은 깨진 창문의 구멍에 뛰어들어 10층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쿵!.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그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뼈가 박살 나서 밖으로 튀어나오고 머리가 깨지면서 뇌수와 피가 사방에 퍼졌다.


그가 쓴 유서는 뛰어내리기 전 화장실 바닥에 놓인 상의에서 발견되었다.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초임장교로 처음 왔을 때부터였다.

신고하는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고막이 나가는 줄 알았다.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지휘관이 지시하는 일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수행하는 그가 어찌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시들어 가는 내가! 그를 보며 같이 젊어지는 것 같았다.

운명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부터였다. 보직이 바뀔 때마다 데리고 다녔다.

난 유능한 군인이 아니었다.

난 내가 별을 달 것이라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 모든 업적과 치적은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군을 예편하면서 거기서 멈춰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파멸은 막을 수가 있었겠지...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불가능한 윗선의 지시를 그에게 맡기고 공은 내가 가졌다.

중간에 놔줬어야 하는데,

이번만 하고 돌려보냈어야 하는데,

수없이 다짐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도 바랄 거라고 내가 그를 챙기면 보상이 될 거라고······.

알량한 진급만 시켜주고 위험한 일은 다 시켰다.

그런데 이번엔 버리란다.

그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단다.

내가 어찌 그를 버릴까!

내 모든 것은 그에게서 왔는데.

더 이상 비겁해지지 말아야 한다.

죽어도 내가 죽어야지 그는 이렇게 죽어가서는 안 된다.

가족과 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밖의 하늘은 내가 처음 군문에 들어선 화랑대의 그 날처럼 시리도록 푸르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예편하고 마누라랑 여행이나 다닐걸.

인생 참 덧없고 또 덧없구나.

여보 미안해···.’


신정호 안기부 3처장이 투신해서 사망하자 김용해 전 안기부장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핵심증거가 없는 상태여서 북풍공작의 진실은 밝혀지지 못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유령이 되어 사라진 그들의 존재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지구 반대편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용병업체 고스트가드社가 등장했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동양인이었는데 경호, 경비와 군사적 작전능력이 탁월해서 중동에 진출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선호했고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행세계이며 허구의 묘사임을 알립니다.


작가의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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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 fa******..
    작성일
    19.04.03 14:19
    No. 1

    헐 투신자살...실제로 자신의 부하를 위해 저렇게까지 희생할 수 있는 상관이 있을까요?3처장이라는 인물이 멋있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1 로제비앙
    작성일
    19.04.03 17:56
    No. 2

    동감입니다. 저도 3처장 같은 상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am******
    작성일
    19.04.03 17:03
    No. 3

    고대 중국에서 현대로?차원이동 같은건가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1 로제비앙
    작성일
    19.04.03 17:53
    No. 4

    주인공이 세 명 있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박수복 소령이고요. 두 번째 주인공이 어마하게 나이가 아주 많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태어났죠. 4화부터는 그 얘기가 시작됩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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