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오천만불의 사나이. (1)
아프가니스탄 동부. 채프먼 전초기지.
특수작전국을 SOG(Special Operations Group)라 부르는데 요원 거의 모두가 군 특수부대 출신들로 육군의 델타포스와 해군의 네이비 실이 주축이 되어 만든 CIA 최정예 특수부대다.
SOG 요원으로 선발되면 CIA 비밀기지에서 최첨단 병기를 다루는 법과 고강도 전투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본토서 하는 훈련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CIA 비밀기지에서 훈련이 진행된다.
끼이익!
마이클이 새로운 부서에 배치받아서 아프간에 있는 CIA 비밀기지에 도착했다.
“신입 받아라!”
“뭐! 신입이 들어 왔다고! 몇 년 만이냐?”
마이클이 랭글러 지프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높은 담장에 전기 철조망이 처져 있었고 외부 위장을 하기 위해 지붕이 건물 모두를 가리고 있었다.
“야! 신입 뭘 그리 유심히 봐. 날 따라오라고, 난 빌 이야. 작전을 나갈 땐 이름을 부르면 안 되지만 여기선 빌 이라 불러.”
키가 크고 아주 깡마른 20대 후반의 흑인이 친근하게 말을 걸며 악수를 청했다.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악수를 하고 빌을 따라 기지대장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40대 초반의 대머리 백인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뭐야?”
“신입이라고 하던데요. 얘기 못 들었어요?”
이들은 상하 관계에 있으면서도 격식을 따지지 않는 듯 보였다.
“아! 그래? 귀하신 몸이 오셨군.”
“네 뭐라고요?”
“아? 아냐! 빌은 가보고 자넨 저기 의자를 갖고 와서 이쪽 책상에 붙어 앉게.”
빌이 기지 대장의 말이 이상해서 물어보았으나 말을 얼버무리고 대답해주지 않았다.
“호크라고 하네. 여기 기지대장이야. 자네 이름이··· 아! 여기 있군. 마이클?”
“그렇다. 마이클이라 한다.”
“흠! 좀 건방지긴 해도 자신감 있어 보여 좋군. 부디 실력도 그 자신감만큼 뛰어나길 바라네.”
“기대해도 좋을거다.”
“헐! 오래간만에 당돌한 신입이 하나 와서 기분이 좋아. 오늘은 푹 쉬길 바라네. 내일부터 지옥이 열릴 거니. 하하!”
“어디로 가야 하는데?”
“처음이니 내가 안내해주지. 따라오게!”
호크가 마이클을 데리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1인 1실이고 냉장고를 비롯해 기본 용품이 다 들어가 있네. 식사는 식당에 가서 해야 하는데 아침 7시에서 저녁 9시까진 항상 열려있으니 아무 때나 이용하면 될 거야.”
“시설이 좋아 마음에 든다.”
“그게 우리 기지의 장점이긴 한데 다 이유가 있지.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복지라도 좋아야 다들 도망 안 가고 버틸 수 있거든. 자 이걸 받게 자네 방 카드 키야. 손잡이에 갖다 대면 열릴걸세. 그럼 내일 보자고.”
삐리리 철컥!
마이클은 방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서서 짐을 내려놓은 뒤 얼트를 불러냈다.
“얼트! 나와라.”
웅웅!
얼트가 은은한 빛을 띄우며 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마이클의 옆에 계속 붙어 있었으나, 투명화된 능력을 사용해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얼트! 기지 주위에 위험한 놈들이 어슬렁거린다. 어떤 놈들인지 좀 알아봐 줘.”
“쀼위! 와오와오.”
채프먼 기지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접경지역이다 보니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도 파키스탄의 눈치를 보느라 이곳에선 함부로 무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런 허점을 노리고 CIA에서 전초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이곳을 감시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현지인 복장으로 위장하고 아주 교묘히 움직이고 있어 기지에선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무기의 몸이었을 때 북명신공을 수련해 기감이 남다르게 뛰어난 마이클은 차를 타고 오면서 이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에 갔는데 모두가 마이클을 쳐다보았다.
“쟤야? 부장이 5천만 불 주고 데려온 애가. 비실비실해 보이는데.”
“사격, 격투술, 침투, 탈출 테스트에서 모두 만점 받았데.”
“여기 식당 안에도 만점자 출신이 많을걸···.”
“체력테스트 등급이 SS인 건 어떡하고!”
“SS가 어딨어. S겠지.”
“넌 본부에 아는 사람도 없니? 이번에 신설됐다잖아. 쟤 때문에.”
“헉! 정말?”
“두고 보면 알겠지?”
마이클을 두고 떠들던 일행 중 하나가 일어서 그에게로 걸어갔다.
“이봐! 난 존스라고 델타포스 출신이지. 넌 어디 출신이야?”
존스는 마이클도 당연히 특수부대 출신이라 여기고 소속을 물어봤다.
“난 홍콩지부의 공작요원이었다.”
“뭐라고?”
존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공작요원이라니? 공작조가 하는 일은 통상 음모를 꾸미거나 상대를 회유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런 자가 특수작전부엔 왜? 그것도 최정예 부대인 SOG에 오다니 뭔가가 잘못된 거다.
“엥?”
“말도 안 돼!”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힐러리가 미치더니 국장도 돈 게 분명해!”
평상시 같으면 이들 모두가 작전에 나가서 보통 만나지를 못하는데 힐러리 국무장관이 중동의 분쟁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CIA 특수 작전업무를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힐러리가 다음 대선을 위해 아시아와 유럽지역에서 일어날 잡음을 사전차단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수작전부 요원들이 기지로 불려 와서 고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힐러리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다.
“이봐! 여기가 뭐 하는 곳인 줄 알고 찾아왔나? 내가 충고하나 할까. 지금 당장 공항으로 달려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도망치지 않으면 내일 이맘때에 이곳이 네 무덤 터가 될 거다.”
존스가 마이클에게 겁을 주며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자 모두 따라 웃었다.
“음! 밥맛은 좋은데 사내놈들이 계집애들같이 주둥아릴 쉴 새 없이 놀려대니 소화가 안 되네. 어이 덩치! 밥 먹을 땐 좀 조용하지 그래!”
“뭐라고 이 자식이 가만두지 않을 테다.”
존스는 마이클 앞에 있던 탁자를 들어 올려 뒤엎으려고 했다.
‘어! 이게 왜 안 움직여. 꼼짝도 하지 않네. 설마 바닥에 고정된 건가?’
탁자가 꼼짝도 안 했다.
마이클이 태연히 밥을 먹고 있으면서 다른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끙! 으라차차”
존스가 탁자를 뽑기라도 하듯 힘을 줘 들어 올리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본 주위에선 존스가 신입을 데리고 장난을 치면서 약 올리는 모습으로 알았다.
“존 ―슨!”
“어느 개자식이 내 이름을 바꿔 불러!”
“나다 호크! 내가 그랬지? 한 번만 더 사고 치면 다른 기지를 알아봐야 할 거라고. 신입 그만 괴롭히고 밥 다 처먹었으면 꺼져!”
기지대장 호크가 존스에게 호통을 쳤다.
“괴롭히는 게 아니고 신입이 건방지게 굴기에 예의를 좀 가르쳐 주려고 했죠.”
“······.”
호크가 무표정하게 존스를 쳐다보기만 하자.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나가면 되잖아요!”
존스가 이내 꼬랑지를 내리고 식당 밖으로 바쁘게 걸어 나갔다.
기지에서 쫓겨나면 불명예 요원으로 찍히게 되어 다른 기지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SOG 요원뿐 아니라 특수작전부 직원이 소속 기지가 없다는 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단 뜻이다.
아무도 문제 있는 직원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온 존스는 분에 못 이겨 패거리를 끌어모아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다들 내 말 들어봐! 신입 자식이 문제 있는 거 같아. 너무 건방지고 안하무인이야. 버릇을 고쳐줘야 위계질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겠어?”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섣불리 건들었다간 모두 기지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잖아!”
패거리 중 하나가 존스의 선동에 이의를 제기하자
“티 안 나게 할 수가 있어! 내일 훈련이 뭔 줄 알아?”
“산악 마라톤이잖아! 아, 그럼 하하하! 알겠다.”
“내일 그 자식 피똥을 싸게 될 거다. 아니지 울면서 공항으로 달려갈 거야. 크크!”
이들은 내일 훈련에서 마이클을 혼내줄 생각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신입 놈을 아예 탈레반 마을로 확 보내버릴까? 고생 좀 하고 있을 때 구해주면 오히려 날 존경하겠지. 그럼 그놈은 내 따까리가 되는 거고. 흐흐!’
존스는 한술 더 떠서 그를 적의 손에 보내버릴 위험한 생각까지 하면서 내일이 어서 오기를 기다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행세계이며 허구의 묘사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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