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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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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21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7.01.15 17:16
조회
318
추천
4
글자
8쪽

32. 내미는 손 / 마지막 회

DUMMY

중환자실엔 강식 혼자뿐이었다. 쉬익··· 쉬익··· 산소 호흡기가 작동하는 소리만 텅 빈 병실을 가로질렀다. 강식은 이틀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강식은 진주와 처음 제주도를 찾았던 그 시간을 걷고 있었다. 맨발로 바닷가를 걷고, 울창한 숲속을 걷고, 우리 여기 내려와 살자고 약속하며 진주와 손잡고 걸었다. 시골집을 사서 직접 인테리어를 하던 날들과 경련이 일어나 진주가 약을 찾아 뛰어오던 다급함, 희귀병 치료자 모임에서 만난 경옥과 경옥의 딸, 숙소에 머물렀던 채연의 은밀한 제안까지. 강식은 긴 시간을 여행 중이었다.


작은 이름표가 걸린 나무들 앞에서 진주는 강식에게 기운 내라 말했고 강식은 진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강식이 진주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강식의 손이 지나니 진주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진주가 강식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희미하게 웃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강식은 진주를 부르고 또 불렀다. 어깨를 흔들며 외쳤지만 진주는 잠이 들었다. 강식은 진주의 가슴 위에 엎드린 채 오열했다.


여기저기 베이고 잘린 사람들이 하나 둘 강식을 둘러쌌다. 그들 무리엔 대규와 성찬도 있었다.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아무런 표정 없이 강식을 내려다 보기만 했다.  


중환자실의 강식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


제주 공항에 량신위를 배웅하며 운전한 남자가 말끔한 옷차림으로 병원 주차장에 내렸다. 서류가방을 들고 양복을 입은 남자는 강식이 입원한 8층으로 올라가 의사 가운을 걸치고 강식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앞에는 두 명의 경찰이 지키고 있었으나 경찰이 가지고 있는 출입 허가자 명단과 남자가 걸친 의사 가운의 이름이 일치해 경찰은 문을 열어 주었다.


경찰들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들어간 남자는 주사기를 꺼냈다. 링거 튜브에 바늘을 꽂고 주사기를 꾹 눌러 약물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무심하게 돌아서려는데 강식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강식을 지켜보다가 무표정하게 병실을 빠져 나왔다.


비상계단으로 내려온 남자는 의사 가운을 접어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었다. 그가 병원 문을 나서기도 전에 로비에 있던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바삐 걸어가는 병원 홍보담당자를 붙잡고 마구잡이로 질문을 던졌다.


“죽었다고요?”


“못 깨어난 겁니까?”


“원래 병이 있었다던데, 그건가요?”


“정확한 사인이 뭡니까?”


“브리핑은 몇 시에 하실 거예요?”


“말을 해주셔야죠!"


홍보 담당자는 아무런 대꾸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고 남자는 유유히 병원 밖으로 차를 몰았다.


*


<한 달 후>


일상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반복되었다. 명희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고 예약내역을 확인, 통보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동안 명희는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신문이며 방송, 월간지 등에서 끝없이 인터뷰를 요청해왔으나 모두 거절했다.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 즈음, 명희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경옥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들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다 당하고 말았다. 경옥언니를 해친 것은 그 사장이었고 똑똑히 보았다. 그녀 역시 피해자다.’


경찰은 강식과 경옥이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증거가 여럿 나왔고 투숙객들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의견차이를 보인 정강식 일행과 마찰을 빚어 경옥이 살해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담당형사는 경옥 앞으로 가입된 보험이 몇 개 있어서 보험금이 제법 나올 것이라 알려주었다. 


“아픈 딸이 있던데요. 다행히 이모가 보호하고 있어서 보험금은 그쪽으로 갈 겁니다. 


 치료비가 꽤 든다지만 뭐 보험금으로 감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모쪼록 몸조리 잘 하시고, 궁금한 점 있으면 또 전화주세요.”


그렇게 마무리 되어 간다고 명희는 생각했다. 


사건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어느덧 어느 누구도 명희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관련 뉴스는 일주일도 채 가지 않았다.

무사증 제도에 관한 일도, 불법 체류자에 관한 뉴스도, 신분 세탁과 밀입국자 관련 뉴스도 오래 가지 못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명희는 일상의 업무를 반복하고 있었다.


딩동.


메시지 도착 음이 울리는 것도 모른 채 명희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일에 빠져 있었다. 동료들과 인사하고 퇴근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뒤에야 휴대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니! 드디어 춤 연습을 시작했어요!'


나연에게 사진과 메시지가 와 있었다. 사진 속의 나연은 유명 연예 기획사의 로고가 붙은 연습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활짝 웃고 있었다.


명희도 활짝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와 진짜 아이돌 가수 같아! 힘내~~ 팟팅!’


씩 웃던 명희는 천천히 얼굴이 굳어지면서 자판기 옆 테이블에 앉았다. 수첩을 꺼내 펼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세요, 성모병원이죠? 한 가지 여쭈어 보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1990년 5월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서 혹시 쌍둥이가 있는지 해서요. 네 제가 당사자인데요, 확인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치면 될까요? 아··· 그게··· 개인적인 일입니다만··· 네 본인 맞습니다. 쌍둥이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요. ...네 부탁드립니다."


명희는 볼펜으로 수첩에 동그라미를 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우리 산부인과죠? 한 가지 여쭈어 볼게요. 1990년 5월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 혹시 쌍둥이가 있는지···”


수첩에는 병원 이름과 연락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


서울 대림동 한쪽은 서울 속에 작은 중국 거리를 이루고 있었다. 중국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했고 중국 음식점이며 식재료를 판매하는 상점들로 활기가 넘쳤다. 


군데군데 ‘외국인 등록 변경 문의’, ‘체류 기간 연장 문의’ 등을 내 걸고 영업하는 사무실들과 최근 강화된 치안활동으로 도처를 순찰 중인 경찰들이 차이나타운의 활기 속에 뒤엉켜 있었다.


연기를 피우고 양고기를 구우며 얼큰하게 취해 하루의 노고를 달래는 소시민들의 작은 음식점들 끝에 유독 깨끗한 인테리어와 정갈하게 치파오를 입은 웨이트리스들이 근무하는 음식점 ‘흑리’가 빛나고 있었다. 이 식당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입구에 놓인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 선뜻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식당 ‘흑리’는 모두 독립된 방으로 되어 있었고 각 방 마다 담당 직원들이 지키듯 대기하며 일했다. 가장 안쪽 방에서 량신위와 동료들이 식사 중이었다. 상해의 상황과 주변 도시들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필리핀의 공장 상황, 마약을 들여오는 루트 변경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내어 오자 량신위가 옆의 부하직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식의 링거 튜브에 주사기를 꽂았던 그 남자가 량신위의 지시에 끄덕이고 전화를 걸었다.


량신위는 차 향이 맘에 드는 듯 옅게 미소 지었다. 


*


여러 병원들에 전화를 걸며 수첩에 체크 중이던 명희는 휴대폰이 울리자 반가운 마음에 덥석 받았다.


“여보세요?”


“이명희 씨 되시죠?”


“네, 맞습니다. 실례지만 어디 신지요?"


“저희랑 같이 일해보지 않겠어요?”


"네?”






끝.


작가의말


‘게스트하우스’ 첫 번째 이야기 끝.


서울에서 펼쳐지는 다음 이야기, 


량신위와 그녀의 조직 vs 명희와 경찰과 기자가 풀어내는 2부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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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16.12.28 269 0 -
» 32. 내미는 손 / 마지막 회 17.01.15 319 4 8쪽
31 31. 인천으로 17.01.13 230 4 13쪽
30 30. 도플갱어 Doppelgänger  17.01.12 239 4 9쪽
29 29. 그냥 가지 그랬어 17.01.11 239 4 9쪽
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27 27. 그럴 리가 없어 17.01.09 294 4 11쪽
26 26. 마지막 부탁 17.01.06 249 5 10쪽
25 25. 이게 대체 어떻게... 17.01.05 203 4 10쪽
24 24. 추격 17.01.04 236 4 16쪽
23 23. 빨리 구급차를 17.01.04 253 5 9쪽
22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6 5 9쪽
21 21. 설득은 필요 없어 17.01.03 256 5 10쪽
20 20. 그냥 죽어주면 돼요 17.01.03 244 5 9쪽
19 19. 카오스 CHAOS 17.01.01 236 5 8쪽
18 18. 반격 17.01.01 230 4 9쪽
17 17.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16.12.31 228 4 11쪽
16 16. 붉은 눈, 열린 문 16.12.30 208 4 10쪽
15 15. 탈출, 그러나 16.12.30 315 4 10쪽
14 14. push to open button 16.12.29 257 4 10쪽
13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16.12.29 334 4 12쪽
12 12. 지하실로 가는 길 16.12.28 259 4 12쪽
11 11. 하나씩, 하나씩 16.12.28 289 4 10쪽
10 10. 굿바이 파티 16.12.28 280 4 8쪽
9 9. 뒤틀림 16.12.28 304 4 8쪽
8 8. 여기 와줘서 고마워요 16.12.28 400 4 9쪽
7 7. 평소와 다른 눈빛 16.12.28 368 4 11쪽
6 6. one more day +1 16.09.20 404 6 12쪽
5 5. 나와 닮은 사진 +1 16.09.19 858 6 9쪽
4 4.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1 16.09.16 446 6 7쪽
3 3. check in 16.09.15 413 6 9쪽
2 2. 숙소는 파랑 게스트하우스야. 16.09.13 434 7 8쪽
1 1. intro : 제주도로 가라 +1 16.09.12 920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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