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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14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09.15 01:30
조회
412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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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 check in

DUMMY

야자수의 이국적인 생김새는 이곳이 제주도임을 온몸으로 말하는 듯했다. 쏟아지는 햇살 사이로 올려다본 제주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높고 맑았다. 공기의 청량감과 하늘의 색깔, 구름의 모양까지도 도시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에 내린 명희의 눈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캐리어를 끌며 공항 밖으로 걸어 나올 때의 설렘은 일상에서 벗어나 놀러, 쉬러, 좋은 경치를 보러 왔다는 해방감이었다. 렌트카를 찾아 해안도로를 달릴 때 창밖으로 내민 손가락 사이에 스치는 바람은 기분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날씨 죽인다! 언니 날짜 진짜 잘 잡았다. 어제까지 비 오고 바람 심했다던데.”


“야 하늘이 돕는다 하늘이.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자주 있는 게 아니래. 많이 봐 둬라~ 언제 또 올지 모르니.”


명희와 경옥은 미리 검색한 식당을 찾아가 고기국수를 먹고 해수욕장에 발을 담그며 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맑은 날, 비양도가 보이는 해수욕장의 바다색은 투명한 옥구슬보다도 빛났다. 다시 중학생 소녀들이 된 것처럼 팔짝 뛰어오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볼을 볼록하게 또는 입술을 쭉 내밀며 익살스런 셀카를 찍어댔다. 두 사람 뿐이었지만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제주의 경치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서귀포 올레길에 도착해 걷기 시작할 때 이미 그림자가 길어지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석양이 만들어낸 붉은 하늘을 감상하며 선선한 바람과 함께 두 사람은 걸었다.


노을 진 바닷가를 걸을 때 명희는 컴퓨터 화면보호기 속 사진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으며, 파도소리와 바다 내음, 바닷바람의 조화가 오감을 모두 만족시켜주고 있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두 사람은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예쁘다, 여기 너무 좋다, 완전 멋지다’를 연신 내뱉었다.


내비게이션에 ‘파랑 게스트하우스’를 입력하니 40분 정도가 나왔다. 이미 인터넷에서 각종 후기를 샅샅이 뒤져보아서 어디에 있는지, 외경은 어떻게 생겼고 숙소 내부는 어떤지, 주인은 누구이며 어떤 분위기인지 모두 파악한 뒤였다. 붉은 석양이 저물어가는 중산간도로를 달리며 휴대폰으로 다시 한 번 게스트하우스 방문 후기를 살펴보던 명희가 물었다.


“언니, 이 숙소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1인당 만오천 원? 엄청 싸네.”


“응, 뭐··· SNS에 만족한다는 후기가 많더라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이런데.”


경옥은 명희를 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답했다. 밤 8시가 되어 어둠이 깔리고 이면도로로 접어드니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헤드라이트에 비추는 주변은 온통 돌담과 귤밭 뿐이었다. 아직 20분이나 더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깡촌이라니, 명희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언니, 우리 맥주나 뭐 다른 먹을 거라도 사가야 하지 않을까? 후기 보니까 파티도 많이 한대. 다들 서로 가져온 걸 꺼내놓는다는데?”


“응 그러자. 주변에 슈퍼나 편의점이 있으려나.”


내비게이션에는 아무런 표시도 나오지 않았다. 명희가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지도 어플을 켰다.


“잠깐만 기다려봐.”


아직 게스트하우스 까지는 6km가 남았다. 현재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4km. 게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경옥에게 보여주고 내비게이션을 다시 설정했다. 밤길을 달려 조그만 동네 마트에 도착했다. 맥주며 과자 등을 한 바구니 사고서 다시 차를 달렸다. 아홉 시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체크인이 늦으면 미리 알려달라는데··· 언니, 숙소에 우리 곧 간다고 연락을 할까?”


“괜찮아, 아홉시쯤 간다고 아까 연락했어.”


“응? 연락 했다고? 언제?”


“어··· 그게··· 아까 너 계산할 때 우리 늦을 거 같아서 살짝 전화했지.”


“아하. 오케이.”


명희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고는 과자를 뜯어 와사삭 소리를 내며 먹었다. 경옥은 무표정하게 앞만 보며 운전할 뿐이었다.


조용한 시골길을 달려 밤에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깨끗한 신축 건물에 1, 2층 내, 외부의 간접조명이 더해져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주변엔 가로등도 민가도 없었다. 검은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배처럼 어둠 속에서 이 건물만 빛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명희가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외딴 곳에 있는데 전화가 되긴 되네. 중간에 잠깐 통화 안됨 뜨더라고.”


가방을 들고 문을 닫으며 경옥이 말했다.


“요새 전화 안 되는 곳이 어딨니? 오옷, 저기 봐바. 벌써 파티 중인가보다.”


창문 너머로 손님들이 둘러앉아 대화중인 모습이 보였다.


명희와 경옥은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모여 있던 사람들이 문 쪽을 돌아보았다. 명희 또래의 젊은 남자 두 명, 엄마와 딸로 보이는 여자 두 명, 넓은 어깨에 근육질 몸매를 뽐내듯 쫄티를 입은 20대 초반 남자 한 명과 진한 화장에 스포츠 레깅스, 오버핏 셔츠를 입은 30대 초반 여자 한 명, 그리고 자기 집처럼 편안한 복장 - 트레이닝 바지와 약간 늘어난 빈티지 티셔츠를 입은 30대 중반 여자 한 명이 둥글게 앉아있었다.


“어서 오세요.”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여자가 웃으며 일어나 반겼다.


“어디보자··· 장경옥씨 맞으시죠?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여길 운영하는 이진주라고 해요.”


경옥과 명희는 진주로부터 방 키를 건네받고 게스트 하우스 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방은 2층 구름방이고 밤 11시엔 다른 여행객들의 휴식을 위해 모두 불을 끈다는 것, 현관문의 비밀번호는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는 내용이었다.


“피곤하실 텐데 짐 풀고 쉬세요. 괜찮으시면 다른 여행객들과 같이 대화도 할 겸 내려오시구요.”


두 사람은 우선 방으로 올라갔다. 게스트 하우스는 1층에 사무실과 주방 겸 거실이 있고, 2층에 객실이 있는 구조였다. 1층 거실에는 별다른 가구나 소품 없이 넓은 공간에 공용 PC와 책장만 있어서 여행객들끼리 둘러앉아 좌식 테이블을 사용했다. 거실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곳곳엔 CCTV가 달려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되어있어서 명희는 주인의 성격 또한 매우 깔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구름방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2층 침대가 양 쪽에 있고 방 안에 욕실 겸 화장실이 있었다. 자그마한 협탁과 커피포트, 개인 사물 보관용 로커도 있었다. 방 안을 둘러보고 가방을 내려놓으며 명희가 말했다.


“와아··· 이쁘다. 언니, 4인실인데 우리 둘 만 쓰나봐.”


“그러게. 다른 사람들 계속 안 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침대 네 개 다 쓰게.”


“밑에 내려 갈꺼야?”


“글쎄··· 어쩔까? 가 볼까?”


“먹을 거도 좀 사왔는데 가 보자. 분위기 좋아 보이던데?”


경옥과 명희는 간단히 옷을 갈아입은 뒤 조금 전 마트에서 산 맥주와 간식거리를 들고서 1층 거실로 내려갔다. 다른 손님들도 여전히 모여 앉아 대화중이었다. 두 사람이 어디에 끼어야 좋을지 잠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사이, 모녀 중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자기 옆 자리를 가리키며 둘을 불렀다.


“이리 와서 여기 앉아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경옥과 명희는 활짝 웃으며 그녀가 비켜준 자리 옆에 앉았다. 간단히 인사하고 조촐한 야식을 가져왔다며 맥주를 풀어놓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삐쩍 마른 30대 후반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다. 진주가 총총걸음으로 달려가 봉투를 받고 무언가 설명을 해 주었다. 남자는 손님들을 보면서 씨익 웃고는 모여 있는 쪽으로 다가와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게스트 하우스 주인 정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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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그냥 가지 그랬어 17.01.11 239 4 9쪽
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27 27. 그럴 리가 없어 17.01.09 294 4 11쪽
26 26. 마지막 부탁 17.01.06 24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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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빨리 구급차를 17.01.04 253 5 9쪽
22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5 5 9쪽
21 21. 설득은 필요 없어 17.01.03 256 5 10쪽
20 20. 그냥 죽어주면 돼요 17.01.03 244 5 9쪽
19 19. 카오스 CHAOS 17.01.01 236 5 8쪽
18 18. 반격 17.01.01 229 4 9쪽
17 17.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16.12.31 228 4 11쪽
16 16. 붉은 눈, 열린 문 16.12.30 207 4 10쪽
15 15. 탈출, 그러나 16.12.30 315 4 10쪽
14 14. push to open button 16.12.29 256 4 10쪽
13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16.12.29 334 4 12쪽
12 12. 지하실로 가는 길 16.12.28 259 4 12쪽
11 11. 하나씩, 하나씩 16.12.28 289 4 10쪽
10 10. 굿바이 파티 16.12.28 279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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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1 16.09.16 446 6 7쪽
» 3. check in 16.09.15 413 6 9쪽
2 2. 숙소는 파랑 게스트하우스야. 16.09.13 434 7 8쪽
1 1. intro : 제주도로 가라 +1 16.09.12 920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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