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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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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33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12.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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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추천
4
글자
12쪽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DUMMY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나연은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고 잠갔다. 방금 자기가 본 모습이 어떤 상황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저 언니가 왜··· 왜 저렇게 나가는 거지? 어디 다쳤나? 머리에 수건을 칭칭 감고 있었는데 분명 그건 핏자국이었어. 그렇다면 앰뷸런스를 불러서 빨리 병원에 가야 하잖아. 그런데 왜 사장님이 저렇게 거칠게 들고 가는 거야? 그것도 뭔가에 쫓기듯 힘들어 보였는데···


환자라면 조심스레 업고서 데려가야지 무슨 짐짝 다루듯 하잖아. 그 언니 얼굴도 그렇고. 뭔가 이상해... 그 언니랑 같은 방 쓰는 다른 언니가 같이 가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안되겠어, 무슨 일이 있을게 분명해.’


나연은 혼자 고민하다가 엄마를 깨웠다.


“엄마, 엄마.”


숙영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건성으로 답했다.


“으응···? 나연아 왜?”


“엄마, 나 방금 이상한 걸 봤어.”


숙영은 여전히 누워서 눈도 뜨지 않고 되물었다.


“이상한 거? 뭐?"


“그 언니 있잖아, 명희 언니 였나? 언니 둘이 온 팀 중에 젊은 사람. 그 언니가 방금 사장님한테 업혀나갔어.”


그제야 숙영은 눈을 뜨고 반 쯤 일어나 나연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뭐? 사장한테 업혀 나가? 왜?”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살살 조심해서 업고 가는 거 같지가 않았어. 이렇게 한 쪽 어깨에 막 메고 갔다니까. 게다가  눈을 뜨고 있었는데 넋이 나간 것 같았고, 머리에 수건을 둘렀는데 핏자국이 있었어.”


“피라니··· 확실해? 잘못 본 거 아냐? 왜이래 무섭게.”


“확실히 봤다니까 엄마.”


숙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집었다. 통화권 이탈에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리고 다시 껐다 켜 봐도 마찬가지였다.


“니꺼도 그래? 전화가 안 되네.”


나연도 휴대폰을 다시 살펴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엄마, 무슨 일 있나봐. 불안해.”


“조용히 있어봐. 내가 가서 보고 올께.”


숙영은 카디건을 걸치며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아냐 엄마, 나가지 마.”


“기다려봐. 이대로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잠깐 복도만 슬쩍 보고 올께.”


“가지 말라니까 엄마. 무서워.”


숙영은 나연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별거 아닐 수도 있어. 자꾸 나쁜 상상만 하면 더 무서워지니까 걱정 말고 여기 있어.”


숙영은 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느낌이 좋지 않아. 딸이 잘못 보았을 리는 없어. 피 흘리는 투숙객을 어깨에 메고 내려간다··· 그럴 수가 있나. 그것도 이 시간에 머리에 피라니. 조심해야 해. 나뿐만 아니라 내 딸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숙영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휴대폰 조명 어플을 켜고 바닥을 살펴보았다. 아무런 흔적 없이 깨끗했다. 살금살금, 계단 쪽으로 다가가 여기저기 비춰보고 다시 객실 쪽을 돌아보았다. 방 하나씩 하나씩··· 문에 귀를 대고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귀 기울여 보지만 조용할 뿐,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 아가씨들 방이 어디였더라? 확실히 모르겠어. 하나씩 전부 문을 열어볼까? 일행이었던 다른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안되겠다, 직접 사장한테 물어봐야겠어.’


숙영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사장 얼굴이 항상 웃고 있었지만, 순간순간 차가운 표정에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 특히 그 아가씨 - 명희였나? 그 아가씨를 바라볼 때 한 쪽 입 꼬리가 올라가는 무서운 얼굴이 분명 있었지... 아니, 이런 이상한 생각은 말자. 만나서 물어봐야 해. 뭔가 사정이 있을 거야.'


거실도 조용하고 불이 꺼져 있었다. 그러나 늘 닫혀 있었던 ‘STAFF ONLY’ 스티커가 붙어있는 흰 문이 열려 있었다. 이상했다.


'아픈 사람을 데리고 내려왔으면 이렇게 조용할리가 없을 텐데. 저 아래 뭔가 치료하는 공간이라도 있는 걸까?’


다시 거실을 살펴보던 숙영은 전에 없던 흰 쇠붙이를 발견했다. 현관문과 창문에 걸려 있는 자물쇠였다.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지만 분명, 안에서 걸어 잠근 자물쇠가 맞았다. 오싹했다. 뭔가 위험한 느낌이 눈앞에 경고하듯 다가왔다.


저 흰 문 아래에서 분명 무언가 벌어지고 있음을 숙영은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누가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손이 덜덜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다시 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힘을 냈다. 아까보다 더욱 더 조용히, 더욱 소리 없이 계단을 올랐다. 계단 손잡이를 잡는 팔을 들어올리기가 힘들었다.


현관문이 잠겨있다니··· 이것은 분명 전화가 되지 않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았다. 파도방 앞에 도착했다.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톡톡 문을 두들겨 노크하고 방 문 너머에만 겨우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엄마야.”


문이 열리고,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나연은 엄마의 얼굴을 보고 아무런 질문도 못했다. 엄마의 얼굴이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줄께 엄마, 침대에 누워.”


숙영은 침대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고 말했다.


“문이 잠겼어. 안에서 큰 자물쇠로. 조용했는데 그··· 거실의 그 흰 문, 그게 열려 있었어. 일단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나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보자.”


“엄마 어떻게 해···”


나연은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숙영도 역시 무서웠으나 울 수는 없었다. 지켜야할 딸이 있고, 내가 울면 딸의 두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는 걸 숙영은 잘 알고 있었다. 나연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엄마가 있잖니. 기다려 보자."


*


흰 계단을 돌아 내려가는 도중에 명희는 눈앞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여기가 어딘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다. 메스꺼운 느낌과 뒤통수가 화끈거리는 느낌만 어렴풋이 있었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강식의 발걸음에 따라 명희의 몸과 시선이 흔들렸고 눈앞의 광경은 입체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뒤틀려 보였다.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눈꺼풀을 느리게 깜빡일 수 있었다.


‘그때··· 분명히 누가 문을 열려고 했는데··· 누구냐고 물어봤고··· 경옥언니가··· 나를? 왜··· 대체 왜···? 지금··· 지금 날 업고 가는 건 누구지··· 주인아저씨랑 아줌마···? 어지럽고 머리가 뜨거워. 경옥언니가 나한테 왜 그런 걸까...


그리고 지금 여기는 어디지? 왜 주인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가는 거야···? 정신 차려야 해 명희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뭔가 위험한 일에 말려든 거 같아···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내가 무슨 실수라도···? 납치? 납치인가? 아니면··· 인신매매? 난 가진 것도 없고 돈도 없는데···


아냐, 아냐··· 경옥언니가 나한테 그런 짓을 할리가 없어.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놀았는데··· 일단 정신 차리자. 경옥언니에겐 나중에 물어보고, 일단 기운 차리자. 그런데,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어. 거꾸로 오래 있었는지 머리에 피가 몰려서 눈이 욱신거리는 게 조금씩 느껴져. 아직 완전히 몸을 다룰 수 없으니··· 잠시 기다려. 침착해야 한다. 명희야, 정신 차려.’


지하 창고에 도착한 강식과 진주는 욕조 옆에 명희를 내려놓았다. 안심한 건 진주였다. 강식은 여전히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엄청나게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주가 재빠르게 수건을 가지고와 강식을 닦아주었다.


“잠깐 쉬자, 응? 올라가서 잠깐 쉬었다가 하자. 자기 컨디션이 지금 좀 힘들어 보여. 내가 마무리할게.”


강식은 수건을 건네받아 땀을 닦으며 씨익 웃었다. 귀를 찢어버릴 듯 들려왔던 높은 쇳소리도 사라졌다. 강식은 지하 창고라는 이 공간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밀폐된 장소의 포근한 느낌과 축축한 냄새마저도, 적당한 밝기의 조명도 맘에 들었다. 강식의 눈빛도 덜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졌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진주도 강식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도··· 이제 내가 할께. 좀 쉬어요.”


강식은 수건을 목에 둘러 매듭을 매면서 말했다.


“전에 이런 적이 있었잖아? 그때도 내가 좀 어지러워서 여기 내려놓고 잠시 올라간 사이에 그 녀석 멧돼지처럼 온 사방 다 뛰어다녀서 엄청 지저분해졌던 거, 기억나? 여기저기 피가 튀어서 닦는데 고생 깨나 했었잖아. 어휴, 그때 정말이지 문 딱 열었을 때 얼마나 화가 나던지. 어차피 죽을 놈이 뭔 난리를 그렇게 쳐놓고는··· 정말 다시 한 번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어. 그때부터 마무리는 역시 확실하게 해 놓아야 한다는 걸 느꼈지. 금방 피만 빼놓고 올라가자.”


진주도 기억이 났다. 그 남자가 강식이 아끼는 지하창고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쓰러졌었다. 그 때 강식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쓰러진 남자를 빠루로 몇 번이나 두들겨 팼다. 함께 거친 일을 하지만 그 때는 진주조차도 이 남자가 무섭게 느껴졌다.


‘···남편의 말대로 하자. 서둘러 마무리하고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나아진 듯하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상태야···'


강식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실톱을 집었다. 톱날에 묻어있는 것은 없는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날을 끼워 스윽, 문질러 보고 만족하게 웃었다. 턱으로 성찬이 쓰러져 있는 욕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저 녀석부터 피 빼 놓고.”


성찬과 명희는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방금 들은 대화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 사람을 자르고 피가 튀었다는 대화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누는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들은 내용이 진짜인지, 이 목소리와 비릿한 냄새와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가 모조리 다 꿈만 같았다.


강식이 실톱을 들고 성찬에게 다가갔다. 욕조 안에 구겨져있는 성찬을 이리저리 살피고는 혼잣말처럼 진주에게 말했다.


“···손목 쪽을 먼저 잘라야겠다. 자세가···"


두려웠다. 명희는 숨이 가빠지고 어깨가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성찬은 아직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다. 눈을 감은 채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 친구와 자신을 탓하며 시원한 얼음물이 마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강식이 오른 손에 실톱을 들고 왼 손으로 성찬의 팔뚝을 잡았다. 스르륵, 밑에서 위로 톱날을 밀어 올렸다. 정확한 위치를 잡느라고 살짝 그어본 것뿐이라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좀 아래쪽이네.”


강식이 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성찬은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뭐가 손목을 긁은 것 같긴 한데 정확한 느낌은 아니었다.


“잘 가. 친구 기다리겠다.”


강식이 다시 성찬의 팔목을 잡았다. 천천히 실톱을 들어올려 성찬의 팔목에 날을 가져가는데-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강식은 그 자리에 실톱을 툭 떨어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 창고 입구를 바라보았다. 곁에서 빨간색 타월을 들고 기다리던 진주도 벌떡 일어났다. 강식이 진주를 돌아보며 말했다.


“들었지?”


“···응.”


‘새벽 세시가 넘어서 초인종···?'


딩동 딩동.


초인종이 또 울렸다.


'이쯤 되면 누가 일부러 누른 것이다. 외부에 연락할 수는 없었을 텐데. 뭔가 있구나.'


진주와 잠시 눈이 마주친 강식은 미친 듯이 현관으로 뛰어 올라갔다. 진주도 지하실 문을 닫고 뒤따라 올랐다. 지잉 - 디지털 도어록이 잠겼다. 명희가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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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16.12.29 33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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