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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19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7.01.01 02:45
조회
229
추천
4
글자
9쪽

18. 반격

DUMMY

눈앞에 튀어나온 빠루를 보고 명희는 기절할 듯 놀라며 문에서 떨어졌다. 빠루의 둥근 모서리 끝에 너덜너덜한 피부 조각과 머리카락 몇 가닥이 눌어붙어 있었다. 위 아래로 찌걱찌걱 움직인 빠루는 문에 구멍을 내면서 뒤로 쑥 빠졌다. 작은 구멍으로 눈동자가 보였다. 강식의 눈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살기만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눈동자가 사라지나 싶더니 다시 콰직! 소리를 내며 빠루가 문을 뚫었다. 이번엔 문손잡이 바로 위였다. 뒤이어 빠루의 긴 쪽 날이 쑤욱 들어오더니 좌우로 크게 흔들어 틈을 벌렸다. 문이 부서지고 있었다.


“문을 뜯어낼 건가 봐요. 어떻게··· 어떻게 하지···”


명희는 숙영과 나연에게 말했으나 그것은 질문이나 의견을 구하는 말이 아니라 혼잣말에 가까웠다. 숙영과 나연은 아랫니 윗니가 부딪혀 딱딱딱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고 있었으며 얼굴은 완전히 패닉에 빠진 듯이 보였다. 명희는 숙영을 붙잡고 흔들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내 말 들리시죠?”


숙영은 침을 꿀꺽 삼키고 겨우 고개를 흔들었다. 딸의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 나연은 소리 나지 않게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고 있었다. 이를 본 숙영은 나까지 떨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길게 숨을 내쉬고 명희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여 명희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눈을 마주치고 있던 명희가 말을 이어갔다.


“주인 내외가 곧 들이닥칠 거예요. 그러면··· 내가 이렇게··· 그리고 달려 나가서··· 자물쇠를 뜯어내고··· 자동차. 차 있으세요? 좋아요. 그걸로 달립니다. 무조건 경찰서로···”


셋은 계획을 세웠으나 그 계획은 부서지고 있는 저 문을 통과해야만, 문을 부수고 있는 저 살인마들을 지나쳐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달리 어찌 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세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두려웠으나 명희와 숙영과 나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


강식은 무뚝뚝하게 문에 빠루를 꽂아 넣었다. 폭발할 듯 한 분노도, 머리를 때리는 두통도, 귀를 찢을 것 같은 쇳소리도 사라졌다. 강식은 문틈에 빠루의 긴 쪽을 찔러 넣고 흔들어 틈새를 벌리면서 날 괴롭히던 것들이 왜 사라졌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문손잡이 주변, 벽면과 문짝을 연결한 경첩 주변을 빠루로 찍어냈다. 땀방울이 흘러내렸지만 빈혈을 일으키며 쏟아질듯 흘러내리는 식은땀과는 달랐다. 강식은 답을 알 것 같았다. ‘모든 게 아줌마 때문’이었다.


‘그래, 다 쟤네들 때문인데 뭐. 할 수 없어. 자기들이 선택한 일인걸. 난 분명히 저들에게 기회를 줬어. 그냥 문 열었으면 정말 조용히 그 아가씨만 데리고 나왔을 거라구. 몇 번이나 말했잖아. 자꾸 이렇게 버티다 생기는 일은 다 그쪽 책임이라고. 내 탓이 아냐.’


강식은 무표정하게 문과 경첩 틈새에 빠루를 찍어 넣고 지렛대처럼 잡아당겨 틈새를 벌렸다. 문은 곧 떨어져 나갈 것처럼 보였다. 강식을 가운데 두고 양 옆에 진주와 경옥이 멍하니 서 있었다. 진주는 강식이 문을 뜯어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강식과 함께 파도방에 들어가 가능한 빨리 일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강식의 눈치를 보면서 뜯겨 나가는 문을 보고 있었다.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멍하니 문을 바라보고 있는 경옥에게 진주가 말했다.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들어가요. 괜히 방해만 되니까.”


경옥은 진주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으나 수긍할 수는 없었다. 방해만 되다니,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일 처음 명희를 여기로 데려온 것도 나였고 쓰러뜨린 것도 나였다. 경옥이 볼 때 도리어 일을 망치고 있는 건 그쪽이었다.


‘...애써 잊으려한 명희를 다시 만나게 한 것도 당신들이 아니었나. 조용히 처리한다더니...'


경옥은 뭔가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기분이 들어 발끈하며 말했다.


“그러게 왜 나를 나오게 만들어요? 걱정 말고 자라면서요? 일이 잘못되면 어쩌려구요? 저 아줌마랑 애는 또 어쩔 건데요?”


“아니 지금 그게···"


경옥의 말에 진주 또한 화가 나서 무언가 말하려 할 때 강식이 진주에게 손짓해 말을 막으며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마치 손님이 처음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와 이것저것 물어볼 때 친절히 응대하는 맘씨 좋은 민박집 사장의 얼굴이었다.


“다 죽여버릴 겁니다. 잘못될 일 없으니 걱정 말아요.”


강식은 씨익 웃으며 말하곤 다시 벽과 문 사이에 빠루를 찔러 넣었다. 경옥은 강식의 살기에 눌려 아무 말도 못했다. 잠시, 내가 말하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경옥은 깜빡 잊은 것이었다. 


강식의 미소는 입은 분명 웃고 있었으나 눈빛이 달랐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경옥과 눈을 마주칠 뿐이었으나 그 눈빛은 어떤 협박이나 욕설보다도 무서웠다. 경옥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진주는 못마땅하게 경옥을 흘겨보고는 팔짱을 낀 채 문을 노려보았다. 경옥이 주저하던 끝에 말했다.


“저도··· 저도 도울게요.”


진주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비스듬히 경옥을 노려보고 쏘아붙이듯 말했다.


“됐으니까 그만 들···”


“고맙습니다. 그럼 부탁드려요.”


강식이 진주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이번에도 부드러운 어조로 웃으며 말했지만 경옥은 강식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먹이를 앞에 둔 난폭한 살쾡이가 있다면 저런 눈빛일거라고 경옥은 생각했다. 경옥은 틈이 벌어지고 있는 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가만히 서 있으면서도 경옥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는 뭔가 끝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희가 도와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경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침대 모서리로 몸을 웅크려 도망쳤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살려달라고 뛰쳐나오다니, 경옥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고 억지로 구겨 넣은 죄책감이 다시 살아나 목을 조여 오는 기분이었다. 양쪽 눈의 실핏줄이 모두 터져버릴 만큼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경옥은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저 문 너머에 명희가 있다. 왜 그랬냐고 물었었지···? 글쎄, 왜냐고···. 돈 때문이라는 허무한 말은 하지 않을게. 그런데 명희야, 나 너에게 더는 사과하지 않을 거야. 망설이거나 손 내밀지도 않을 거야. 이제 그만 가 줘야겠어. 네가 살면, 내가 죽을 거 같아. 나 너무 힘들어. 어떻게든 이제 끝내야해. 더는··· 더는 내가 못 버티겠어.'


위쪽 경첩과 벽 사이에 빠루를 찔러 넣고 힘껏 당기자 문은 열리지 않아야 할 방향으로 틀어지며 열렸다. 강식이 문을 뜯어내 복도에 패대기쳤다. 방의 불은 꺼져있었으나 복도의 불빛으로 방 안쪽까지 보였다. 문에서 제일 먼 벽에 숙영과 나연이 끌어안은 채 울먹이며 떨고 있었다. 강식은 그들은 관심 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방을 둘러보았다. 문이 열리지 않게 막아놓은 2층 침대와 가구들을 보면서 새삼 놀라는 척했다.


“아아, 이렇게 하면 문이 열리지 않게 길이가 딱 맞는군요. 생각 잘하셨네요.”


강식은 방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허리를 숙여 방 구석구석을 찬찬히 살펴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 아가씬 어디 있어요? 어디 숨으셨나···?”


당장이라도 내리 칠 것처럼 빠루를 치켜 든 강식은 방 안으로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왼손으로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찾아 켰으나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강식은 피식 웃으며 다시 한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강식이 가까워질 때마다 숙영과 나연은 기겁을 하며 숨 막히는 숨소리를 내뱉었다. 강식은 능글맞게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요 아줌마··· 아까 그냥 문 열었으면 됐잖아요. 이게 뭐에요··· 번거롭게.”


강식이 한발 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은 불이 켜지지 않았지만 방 안의 화장실은 불이 켜져 있어 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강식의 시선이 화장실 문틈에 잠시 머물렀다. 강식은 화장실 쪽을 계속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계속 말씀 드렸죠? 다 아줌마 때문이라고. 괜히 어린 딸내미까지 죽게 생겼네.”


강식이 또 한발 들어왔다. 강식은 화장실 안쪽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맞죠? 아줌마가 절 무시한 거예요.”


강식이 다시 한 걸음 발을 떼자 측면에 붙어있던 2층 침대 위에서 명희가 뛰어내리며 소화기를 강식의 머리 쪽으로 내리찍었다. 강식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옆을 돌아봄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으나 소화기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무와악!”


퍼억.


소화기는 강식의 뒷목과 승모근이 연결된 부위에 묵직하게 박혔다. 2층 침대에서 몸을 날린 명희가 먼저 털썩, 바닥에 쓰러졌고 명희의 눈앞에 강식의 얼굴이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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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반격 17.01.01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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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붉은 눈, 열린 문 16.12.30 20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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