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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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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15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7.01.03 21:26
조회
245
추천
5
글자
9쪽

22. 절대로 용서 못해

DUMMY

채연은 쓰러진 동렬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동렬의 목덜미에는 전기충격기에 당한 상처가 불에 덴 것처럼 벌겋게 남았다. 그 아래에는 어젯밤 생긴 키스 자욱이 푸른 멍 처럼 옅게 남아 있었다. 채연은 전기충격기를 크로스백에 넣고 거실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천천히 훑어보았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쉰 채연은 뚜벅 뚜벅 강식에게 곧바로 걸어갔다. 명희와 나연이 움찔하며 서로를 끌어안고 놀랐을 뿐, 강식과 진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철썩! 채연은 강식의 따귀를 때렸다. 강식은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철썩! 채연은 진주의 따귀도 때렸다.


“뻰딴먼··· (바보 같은 놈들···)"


채연은 경옥에게는 손찌검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잠깐 흘겨보고는 다시 강식을 노려볼 뿐이었다.


명희와 나연은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보고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가방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낸 것도, 강식에게 따귀를 날린 것도, 저들이 모두 한 패거리라는 것도 믿기지가 않았다. 채연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식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중요한 일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일처리를 이따위로 해?”


강식은 말이 없었다. 채연이 경옥을 보며 말했다.


“넌 방에 올라가.”


이어서 명희와 나연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들은 조용히 마무리 하고.”


채연은 쓰러진 동렬과 2층 계단을 올려다보며 한심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강식에게 말했다.


“오늘 나온 시신은 전부 실족사 처리해. 하루에 한두 명씩 시간차 두고. 바다에 불려서 버린다.”


강식과 진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채연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나무라듯 말했다.


“뭐해? 빨리 움직여!”


“그래··· 그런 거였구나.”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일순간 소리 나는 쪽으로 다들 시선이 쏠렸다. 성찬이 한쪽이 부러진 삽자루를 들고 지하창고 계단에서 걸어 올라오며 말했다.


“바닷물에 불려서··· 실족사로 위장해··· 버린다고···”


성찬이 거실로 올라섰다. 머리 옆쪽에서 흘러내린 피는 굳어서 말라붙어 있었고 손과 팔에는 대규의 피가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채연은 묵묵히 크로스백 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성찬이 말을 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그렇게 태연하게··· “


성찬은 삽자루의 한쪽을 야구배트처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절대로··· 절대로 용서 못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성찬은 무작정 강식과 채연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연은 당황한 기색 없이 강식 뒤편으로 미끄러지듯 걸어가 자리 잡았다. 한 손은 여전히 가방 속에 넣고 있었다.


강식은 채연에게 당한 수치스러움과 분노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진주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조차도 보이기 싫은데 하물며 따귀를 맞다니, 게다가 진주까지 모욕을 당했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싶었다. 그때 성찬이 달려들었다. 강식은 빠루를 움켜쥐고 성찬을 기다렸다.


성찬이 긴 삽자루를 부웅 소리가 나도록 크게 휘두르자 강식은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분노에 가득찬 성찬은 마구잡이로 삽자루를 휘둘렀고, 강식은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성찬이 크게 휘두르며 중심을 잃은 사이 강식은 빠루를 내리쳤다. 성찬은 삽자루를 들어 막았지만 갈고리 같은 빠루의 둥근 끝 부분에 삽자루의 손잡이가 걸려 이내 놓쳐버리고 말았다.


성찬은 강식의 허리에 태클을 걸고 뒤엉켜 쓰러졌다. 두 마리의 투견이 상처에도 아랑곳 않고 물어뜯기를 반복하는 육탄전 같은 싸움이었다. 성찬은 주먹과 팔꿈치로 강식의 아무 곳이나 내리쳤다. 목, 명치, 허벅지, 옆구리 가리지 않고 때리고 또 때렸다. 강식은 성찬의 태클에 옆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찧었으나 빠루를 놓치지 않았다.


성찬이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두를 때 강식은 빠루의 뾰족한 끝부분으로 성찬의 등과 옆구리를 찔러댔다. 푹 푹 박히는 빠루는 성찬의 옷 속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핏방울들을 함께 뽑아내며 나왔다. 성찬은 빠루를 집은 강식의 팔목을 붙잡고 관절의 바깥쪽으로 꺾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강식의 위에 올라타 있던 성찬이 빠루의 한쪽 끝을 손으로 잡아 서서히 강식의 목 쪽으로 옮겨갔다. 빠루의 긴 부분이 턱걸이하듯 강식의 목으로 향했다. 성찬은 이를 악물고 빠루를 눌렀다. 강식도 필사적이었으나 빠루는 점점 강식의 목을 향해 내려왔다.


성찬이 강식에게 달려들 때 명희는 움찔하면서도 사람들을 한 명씩 살펴보았다. 진주는 오직 강식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성찬에게 달려들 것처럼 뛰쳐나갈 자세로 몸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채연은 이따금씩 나연과 명희 쪽을 힐끔거리며 가방에서 손을 빼지 않고 있었다.


경옥은 초점 없는 눈으로 명희를 보고 있었다. 나연과 웅크리고 앉아 경옥의 눈을 한참이나 바라본 명희는 경옥이 언제 또 달려들지 몰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옥이 무언가 달라 보였다. 경옥의 붉은 눈은 생기가 완전히 사라진 탁한 회색을 띠는 듯했고 그것은 넋이 나간 나무토막 같은 얼굴이었다.


명희는 천천히 경옥과 눈을 마주치면서 강식이 집어던져 현관문의 유리창을 박살낸 트로피를 잡았다. 육각형의 길고 투명한 트로피는 뿔처럼 아래쪽이 넓고 위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디자인에 무거운 유리로 되어있었다. 트로피에는 ‘축 은상, 제 3회 희귀질환 치료 수기 공모전, 정강식’이 새겨져 있었다. 명희가 트로피를 집을 때까지 경옥은 아무 반응 없이 보고만 있었다.


성찬이 짓누르는 빠루가 강식의 목을 조금씩 누르기 시작했다. 힘에 부친 강식의 얼굴이 불에 익은 듯 빨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안 돼!”


진주가 떨어진 유리조각을 맨손으로 집어 달려갔다. 성찬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찍은 유리조각은 고개를 젖히며 몸을 굴린 성찬의 팔뚝에 박혔다. 성찬은 바닥에 나뒹굴었고 강식은 쿨럭 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유리조각을 잡았던 진주의 손에서 피가 주르르 흘렀고 성찬은 유리가 박힌 채로 삽자루를 다시 찾아 들었다.


진주가 성찬의 목을 찌르려 달려들 때 채연도 그쪽에 집중하고 있었다. 명희는 채연이 시선을 돌린 틈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트로피를 휘둘렀다. 채연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팔을 들어 날아오는 트로피를 막았다. 무심결에 치켜든 팔에는 전기충격기가 들려 있었다. 트로피는 전기충격기를 잡은 팔목을 강타했고 채연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전기충격기를 떨어뜨리고 손목을 움켜잡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명희가 다시 한 번 트로피로 내리치려 하자 채연은 손목을 잡은 채로 되레 명희에게 달려들며 트로피의 날아오는 궤적을 피해 팔꿈치로 명희의 턱을 가격했다. 명희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삽자루를 집은 성찬은 겨우 일어서 비틀거리는 강식에게 부러진 삽자루의 뾰족한 쪽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강식은 화살처럼 날아든 성찬의 삽자루를 피하지 못하고 다리를 들어 간신히 막았다. 성찬이 날린 삽자루는 강식의 허벅지에 박혀 강식은 다시 바닥에 나뒹굴었다. 궁지에 몰린 날짐승들이 내뱉는 것 같은 악다구니와 비명, 신음소리가 거실에 가득했다.


빠루를 집은 진주가 강식을 찌른 성찬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성찬은 몸을 틀어 피했지만 지하창고에서 강식에게 맞은 상처 주위를 다시 한 번 빠루가 치고 지났다. 성찬이 고통스러워하며 소리치고 몸을 움츠리자 진주는 다시 빠루를 휘둘러 성찬의 등을 때렸다. 성찬은 등에 쇠몽둥이를 맞으면서도 몸을 일으켜 진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진주도 강식의 옆에 나뒹굴었다.


명희를 내려다보던 채연은 가방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진짜 귀찮게 하네. 등신들이···”


채연은 망설이지 않고 칼을 치켜들어 명희에게 다가섰다.


“멈춰-!”


성찬이 빠루를 집어 칼을 들은 채연의 팔에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채연은 유연하게 성찬의 빠루를 이리저리 잘도 피했다. 성찬은 맞추지는 못했으나 계속해서 채연을 한쪽으로 몰아세웠다. 채연은 여전히 칼을 들고 있었다.


수세에 몰린 채연이 뒷걸음질 치며 성찬의 빠루를 피해내다가 벽에 등이 닿자 순간 움찔하며 멈춰 섰고, 채연의 다리를 향해 날아간 빠루는 그대로 왼쪽 무릎을 강타했다. 채연은 비명도 지르지 않고 이를 악문 채 고통스럽게 풀썩 주저앉을 뿐이었다. 성찬은 채연이 쓰러지자 그대로 버려두고 재빠르게 명희 쪽으로 뛰었다.


명희는 다시 트로피를 들고 자물쇠 고리를 내려치고 있었다. 트로피가 깨져 나갔지만 고리는 여전히 문과 문틀을 붙잡고 있었다. 트로피가 박살나 더 이상 휘두를 수 없을 때까지 명희는 고리를 때리고 또 때렸다. 깊숙이 박혀 있는 문고리를 발로 차고 문을 흔들며 울부짖고 있을 때 성찬이 다가왔다. 성찬은 명희를 옆으로 물러서라 손짓하고는 현관문을 잠근 자물쇠 고리에 빠루의 둥근 모서리를 박고 힘껏 잡아당겼다.


딸그랑.


고리가 뜯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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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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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마지막 부탁 17.01.06 24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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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추격 17.01.04 236 4 16쪽
23 23. 빨리 구급차를 17.01.04 253 5 9쪽
»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6 5 9쪽
21 21. 설득은 필요 없어 17.01.03 256 5 10쪽
20 20. 그냥 죽어주면 돼요 17.01.03 24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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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반격 17.01.01 229 4 9쪽
17 17.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16.12.31 22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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