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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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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37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09.19 09:29
조회
858
추천
6
글자
9쪽

5. 나와 닮은 사진

DUMMY

술자리가 익어갈수록 대규와 성찬은 점점 취기가 올라 목소리도 커져갔다. 대규가 나서서 성찬과 명희에게 술을 권했고, 경옥도 맘껏 마시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명희도 조금은 취한 기분이었다. 가벼운 농담에도 네 사람은 박장대소하며 제주도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대규가 빈 잔을 모아 소주와 맥주를 섞어 재차 권하며 명희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 말 놓는 게 어때요? 훨씬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아, 네··· 뭐, 그래요.”


명희가 조심스레 답하자 대규가 또 호들갑을 떨며 잔을 들었다.


“좋았~~~~스! 그런의미에서 또 한잔 쭈~~~~~욱~~~~!!”


네 명이 건배를 하고 잔을 내려놓기도 전에 대규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명희야, 남자친구가 왜 없는지 물어봐도 될까? 혹시 뭐 이런 건가? 얼마 전에 헤어졌다거나, 남자친구는 없는데 남편이 있다거나, 인연이 닿는 사람을 만나려고 천천히 기다리는 중이라거나 뭐 이런 거?”


명희가 씩 웃고 답을 피하자 대규가 흐름을 끊지 않고 말했다.


“여기 이 친구 있잖아, 성찬이, 이 녀석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말이야, 내가 볼 때는 이유가 딱 한 가지야. 너~~~무 모범생 같은 점이 문제란 말이지. 이것 봐 이거. 이런 단정한 카라티에 면바지라니, 온 몸에서 나는 모범생이라는 고리타분한 에너지를 막 풍기고 있지 않아?


그런데 그 범생이 스타일 뒤에 숨은 신사적이고 나이스한 면이 이제 곧 빛을 발할 건데 아직 세상이 그걸 몰라준단 말야··· 천만 다행인 게, 이 인간 팔자에 보니까 올해 귀인을 만날 거라는 쾌가 있어요. 내가 사주팔자 관상 손금 이런 거 또 잘보거덩. 올해도 이제 몇 달 안 남아서 언제 귀인을 만나려나 했는데, 어머나, 오늘이더라고, 바로 오늘!”


말이 끝나자 대규는 술잔을 들은 성찬의 팔을 잡고 억지로 잔을 명희에게로 내밀게 했다. 성찬이 싫지 않은 듯 당황하며 말했다.


“야 뭐하는 거야.”


어색해하는 성찬이 팔을 빼려하자 더 거칠게 잡아끌며 명희에게도 잔을 들으라는 손짓을 했다. 대규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오늘 만났을 수도 있어. 운명은 모르는 거거덩. 혹시 아냐, 누가 누구에게 생명의 은인이 될지. 건배 건배~~”


대규의 계속된 부추김에 성찬과 명희는 못이기는 척 잔을 부딪쳤다. 대규는 쉼 없이 떠들며 쉼 없이 건배를 권했다. 네 명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동렬의 스트레칭 강의가 끝나자 엄마와 딸은 먼저 쉬겠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남은 동렬과 채연, 진주는 막걸리 잔을 채우고 건배를 거듭했다. 채연이 짐짓 술 취한 척하며 동렬 옆으로 바싹 다가가 겉옷을 벗어 내려놓았다. 깊게 파여서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쫄티는 검은 색 브라가 선명히 비치는 씨스루 탑이었다.


'여기 왜 이렇게 덥지? 사장님, 좀 더운 것 같지 않아요?' 따위의 말을 진주에게 건넸으나 그것은 진짜 더워서가 아니라 동렬을 놀리는 행동임을 진주는 눈치 챘다. 지나치게 과감한 채연의 복장에 동렬은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헛기침을 하거나 막걸리만 마셔댔다. 부끄러워하는 그가 재밌다는 듯 채연은 짓궂은 농담을 이어갔고, 진주도 가세해 동렬을 놀리는 재미에 빈 막걸리 통만 늘어갔다.


열한시를 알리는 휴대폰 시계소리가 들리자 강식이 문을 열고 나왔다. 다들 취기가 올라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로 다가가 박수를 몇 번 쳐서 주의를 집중시킨 후, 차분히 말했다.


“아쉽지만 오늘 파티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푹 쉬시고 내일 또 여행 잘 하셔야죠. 그럼, 다들 정리하실까요?”


여덟 명의 사람들은 너저분한 거실을 스스로 치워나갔다. 과자 부스러기며 따르다 흘린 맥주 등을 닦고 분주하게 청소하는 가운데 대규가 한쪽 구석에 떨어져있던 사진 한 장을 들며 말했다. 취기가 올라 약간은 풀린 눈으로 사진을 살피던 대규는 눈을 비비며 다시 한 번 자세히 사진을 보고는 말했다.


“어? 명희야. 이거 니 사진 같은데? 여기 떨어져 있네.”


대규의 말에 순간 동작이 멈춘 건 명희가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 주인 강식과 진주였다. 둘은 허리를 숙여 쓰레기를 집다가 놀라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천천히, 무표정하게 대규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경옥도 빈 맥주 캔을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버리다 그대로 멈춰 서서 대규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대규는 술이 과했는지 몸을 비틀거리며 사진만 들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눈치 채지 못했다. 곁에 있던 명희가 대규에게서 사진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거 내 사진 아닌데? 신기하게도 정말 닮긴 닮았지만.”


진주가 다가가 사진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어머, 이게 왜 여기 떨어져 있담. 이거 내가 아는 분 사진이에요."


프린터로 출력된 사진은 경옥이 사무실에서 보았던 량신위의 사진이었다. 진주는 사진을 휴대폰 케이스 사이에 집어넣으며 아무렇지 않게 청소를 계속 했다. 사진을 주운 대규도, 돌아보았던 강식과 경옥도, 사진을 보았던 명희도 별 일 아닌 듯 다시 청소를 계속 했고 거실은 금세 깨끗해졌다. 강식이 전등 스위치 앞에서 모두에게 인사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모두 올라가시면 불 끄겠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강식과 진주는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대규는 계단을 오르면서 까지도 명희에게 농담을 던졌다. 내일은 어디 갈 건지, 식사는 언제 어느 식당에서 예정인지, 괜찮으면 우리 같이 가자는 둥 끊임없이 던지는 멘트에 경옥이 굳은 얼굴로 대규에게 말했다.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요.”


“에이, 누님, 그러지 말고 우리 딱~ 한잔 더 하는 거 어때요? 방에 아직 많이 있는데~”


계속 더 마시자는 대규는 술에 취해 약간 혀가 꼬여 있었다. 성찬이 창피하다는 듯 잡아 채며 경옥과 명희에게 인사했다.


“죄송해요, 이 친구 쫌 무리했나봐요. 그럼, 쉬세요.”


성찬이 대규를 데리고 자기들 방으로 들어갔다. 경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명희와 방에 들어갔다. 명희는 여전히 나불거리는 대규를 끌고 들어가는 성찬을 보며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재밌었다고 생각했다.


동렬과 채연도 주인들과 인사하고 계단을 올랐다. 1층과 2층의 중간 지점에서 둘 만 남아있자 채연은 어지럽다는 듯 한손으로 머리를 잡고 동렬에게 풀썩 쓰러졌다.


“어떻해, 나 너무 많이 마셨나봐···”


“이런··· 괜찮으세요? 방이 어디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채연은 동렬의 넓은 가슴에 파묻히듯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달라붙는 채연과 달리 동렬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댈 뿐이었다. 팔을 붙잡고 겨우 계단을 오를 때에도 채연이 축 늘어져 매달리는 통에 동렬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당황했다.


“저쪽이야···”


동렬은 매너손을 하고서 어정쩡한 자세로 그녀를 부축해 방 앞으로 데려왔다.


“하늘방, 여기 맞죠? 이런, 문이 잠겨 있는데··· 아래 내려가서 키를 받아올께요.”


동렬의 눈앞에 채연은 방 키를 흔들었다. 눈이 풀린 채연은 동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바싹 가까이 얼굴을 대고 말했다.


“고마워~”


동렬은 얼굴이 빨개져서 채연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는 동렬의 팔목을 채연이 붙잡았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간 채연은 동렬을 방 안으로 잡아당겼고 블랙홀에 빨려들듯 거구의 동렬이 맥없이 방 안에 끌려 들어갔다. 덜컥, 문이 닫혔다.


*


거실에 불을 끄고 문단속을 한 뒤 1층 방에 들어간 강식과 진주는 털썩 침대에 걸터앉았다. 강식이 부드러운 어조로 나무랐다.


“사진을 그런데 두면 어떻게 해.”


“미안, 나도 모르게 빠졌나봐."


“별 일 없이 지나갔으니 다행이지 뭐. 정말 닮았던데... 이번 일도 잘 될거 같아."


“응, 잘 될 거야. 이번엔 얼마라고 했었지? 오천만원 이었나···?”


“맞아, 오천만원. 이명희라는 애를 묻고 신분증을 가지고 있다가··· 중국에서 그 여자가 오면 건네주기만 하면 돼. 그 여자의 여권은 미리 만들어 놨으니··· 그러면 그 중국여자가 이명희가 되어서 해외로 바로 나간대."


“오늘 밤에 처리할거야?”


“응, 경옥씨에게 말 해놨어. 이따 가지러 간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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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그냥 가지 그랬어 17.01.11 239 4 9쪽
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27 27. 그럴 리가 없어 17.01.09 295 4 11쪽
26 26. 마지막 부탁 17.01.06 25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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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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