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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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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22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12.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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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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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 하나씩, 하나씩

DUMMY

성찬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사장님, 이거면 충분해요. 저희 많이 못 마십니다.”


강식은 성찬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술에 취해도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는 녀석이구나.’


그러나 대규는 이미 브레이크가 풀린 듯 술을 들이켜고 또 따르며 말했다.


“와아,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가져올게요. 어디 있어요?”


강식은 맘씨 좋은 민박집 아저씨의 인자한 미소로 답했다.


“지하실 냉장고에 있어요. 저랑 같이 가요.”


성찬이 다시 한 번 말리고 나섰다.


“야야 그만해. 이거만 적당히 먹자. 사장님 괜찮아요. 너무 신세지는 것 같아서.”


대규는 성찬의 말에 잠시 멈칫하며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진주가 대규의 표정을 읽고 성찬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어머, 부담 갖지 마세요. 저희도 손님들이 오면 반가워서 같이 마시는 거니까요."


대규가 다시 졸라댔다.


“제가 인터넷에 좋은 후기 많~~~이 남겨 드릴게요.”


진주가 성찬의 잔에 소주를 더 따르며 성찬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맘 편히 들어요."


성찬은 꾸벅 인사하고 잔을 받았다. 더 이상 빼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와 성찬이 건배하는 사이, 대규는 신이 나서 강식을 따라 일어났다.


*


“조심해서 내려와요.”


강식이 앞서고 대규가 뒤따라 내려왔다. 대규는 흰 페인트로 칠해진 지하실 벽면을 두리번거리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와아, 여기 무슨 비밀의 방 같아요.”


강식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대규의 농담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계단을 돌아 내려가 도어록을 열었다. 불을 켜고, 선반 쪽으로 향하며 대규에게 말했다.


“저쪽 냉장고 보이죠? 수박 좀 꺼내줄래요? 저는 맥주를 챙길게요.”


대규는 술기운 올라 약간씩 앞뒤로 흔들리는 몸을 애써 가누며 냉장고를 똑바로 응시했다.


“넵. 제가 수박은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대규가 비틀거리며 냉장고로 걸어가는 걸 본 후, 강식은 선반에서 긴 빠루를 꺼냈다. 강식은 이 연장을 좋아했다. 육각형이어서 손에 잡는 그립감도 좋고 무게도 적당했으며 휘두르기에도 알맞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못을 뽑거나 틈새를 벌릴 때에도 이만한 도구가 없다고 강식은 늘 진주에게 말해왔다. 오른손에 들고 왼 손바닥에 툭 툭, 빠루를 쳐 보았다. 역시, 이런 묵직한 느낌이 맘에 들었다.


대규는 냉장고 속으로 들어갈 듯 한 자세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어딨냐··· 수박아···”


냉장고 여기저기에도 수박은 없었다. 수박이 작은 과일도 아니고 이렇게 찾기 어려울리 없는데. 대규는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몸을 가누기가 조금 어려워 냉동실 문을 왼손으로 짚은 채 오른 손으로 냉장실 문을 닫은 대규가 술기운을 억누르며 어눌하게 말했다.


“사장님, 수박이 여기 없는데요?"


순간, 냉장고 문에 흐릿하게 강식이 비쳤다. 타석에 들어선 야구선수처럼 풀 스윙으로 팔을 제친 모습이었다. 대규는 냉장고에 비친 강식을 보았으나 반응하지 못했다.


‘퍼억’


묵직한 빠루는 대규의 오른쪽 후두부에 박히듯 관자 뼈를 밀고 들어갔다. 대규는 비명도 없이 쓰러졌다. 불룩, 불룩 심장 박동에 맞춰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강식은 재빠르게 대규를 끌고 가 욕조 속에 거꾸로 처박았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머리를 수챗구멍 쪽으로 향하게 하고 발목을 잡아 욕조에 올렸다. 팔을 뒤로 해 케이블 타이로 드르륵 묶어놓고 발목도 드르륵, 묶었다.


“룰루룰~”


강식은 콧노래를 불렀다. 피범벅이 되어 눈을 뜨고 숨진 대규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대규를 이리저리 살폈다. 눈동자 주변 근육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피식 웃은 강식은 선반에서 예리한 실톱을 가져왔다. 대규의 목 울대뼈 근처에 실톱을 대고 능숙하게 썰어내자 빠른 속도로 피가 빠져나왔다. 대규의 머리가 수챗구멍을 막고 있어서 피가 욕조에 가득했다.


강식은 실톱의 피를 빨간색 수건으로 닦아내고 손을 씻은 뒤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왔다. 한 장, 두 장, 세 장··· 대규의 여기저기에 사진을 찍고서 무표정하게 확인하고 제자리에 디카를 놓았다. 다시 거실로 올라가기 전, 거울 앞에서 여기저기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디에 피가 튄 곳은 없는지, 행여 무언가 서두르거나 당황하는 기색은 없는지, 평소와 다른 점이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강식은 얼굴 이쪽저쪽을 살피다가 왼쪽 광대뼈 밑에 피가 한 방울 튄 것을 발견했다. 고개를 삐딱하게 꺽은 채로 거울에 가까이 다가갔다.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스윽 닦으니 지익, 옅은 핏자국이 길게 남았다.


“···재수 없게.”


솜에 알코올을 묻혀서 손가락과 얼굴을 닦고 다시 한 번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눈이 퀭하고 광대뼈가 솟아 나왔다. 너무 말라 보였다. 그래도 소싯적엔 체격 좋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었는데, 서른이 되면서부터 아무 이유 없이 급격히 살이 빠졌다. 뭐, 그걸 계기로 병을 발견했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했다.


강식은 오른손으로 양쪽 볼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얇은 가죽이 이를 덮고 있는 느낌이었다. 푸석하고 윤기가 없어보였으며 거울 아래 조명을 받아 더욱 하얗고 창백해 보였다. 그나마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강식은 씁쓸하게 자위했다.


“자··· 그럼 하나 더 처리해볼까.”


*


성찬은 지하실 쪽을 연신 힐끔거렸다. 대규 녀석이 술에 취해서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물론 대규가 특별히 거친 술버릇이 있거나, 누구에게 시비를 걸거나 무례하게 행동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주사가 있는 인간이었으면 애초에 친구가 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대규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게 문제였다. 조증 까지는 아니지만 끝없이 기분이 업 되서 까불거리는 것이 특징이자 술버릇이었다. 행여나 이 녀석이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도 무례하게 까부는 것은 아닌지 성찬은 불안했다. 그런 불안함이 진주의 눈에도 보였다. 진주는 자신의 잔에도 소주와 맥주를 채우고 잔을 내밀었다.


“둘이 엄청 친한가 봐요? 여자친구랑 안 오고 남자끼리 여행 온 걸 보니.”


성찬은 두 손으로 건배를 하고 술을 반잔만 마신 뒤 잔을 내려놓았다.


“아아, 네, 뭐··· 둘 다 여자친구가 없어서요. 어쩔 수 없이 남자끼리 왔습니다. 하하.”


성찬은 무어라 말을 하고 있지만 계속 대규가 신경 쓰였다. 몇 번이나 지하실 쪽을 힐끔거리자 진주가 말했다.


“···왜요? 친구 분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봐요?”


“네? 아··· 하하, 아뇨, 혹시 이 녀석 술 취해서 실수할까봐요.”


성찬은 자신이 앞에 있는 진주를 계속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잔에 남아있는 술을 모두 마시고는 소주병을 집었다.


“괜찮으시면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진주도 씩 웃고는 잔을 내밀었다.


“술 잘하네~ 아직도 말짱해 보이는데요?"


성찬이 소주 위에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어휴, 아니에요. 많이 마셔서 이제 조금 힘듭니다.”


강식이 창고에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좀 도와줄래요? 친구 분이 술이 많이 취했는지 잠들어버렸네.”


*


강식이 앞서 내려가고 성찬, 진주가 뒤를 따랐다. 흰 색 계단을 지나 회색 계단이 나왔고, 디지털 도어록이 달린 문은 열려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성찬은 강식에게 연신 사과했다.


“죄송해요 사장님, 이 녀석 그만 마시자니까 오바하더니··· 결국 사고를 치네요.”


강식은 무표정하게 걸어 내려가며 말했다.


“아녜요. 조용해서 돌아보니 그냥 잠들었더라고요. 실수 한 거 없어요.”


진주는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고 키득거렸다. 성찬은 진주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하긴, 술을 더 가지러 갔다가 잠들어 버렸다니 웃길 만도 하지.’


성찬은 대규가 창피했고 진주는 성찬의 사과가 우스워 육성으로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강식의 어깨너머로 각종 농기구들이 놓인 선반들이 먼저 성찬의 눈에 들어왔다. 강식이 지하실에 들어서자 왼쪽을 가리키며 성찬에게 말했다.


“저 쪽 냉장고 앞이에요. 저는 물을 좀 가져올게요.”


“네. 제가 깨워 볼게요.”


성찬은 혼자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냉장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두리번거리던 성찬이 흐릿하게 바닥의 물걸레 자국을 발견했다. 약간 불그스름한 빛깔. 술에 취했지만 그래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 알코올 냄새. 뭔가 이상했다. 


바닥에 물걸레 자국은 한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흔적을 따라가니 대규의 발이 선반 옆으로 삐죽 보였다. 쓰러져 잠들었으면 발등이 위로 향해야 하는데 발꿈치가 위로 향해 있었다. 엎드려 자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넘어진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발등이 걸쳐져 있는 것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욕조.


‘...지하 창고에 욕조가···?’


성찬은 서서히,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대규의 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욕조의 모양새가 더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대규는 엎드려 있었다. 팔과 다리가 케이블 타이에 묶인 채. 욕조에는 피가 흥건했다. 성찬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게 대체···”


‘휘익’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흐릿한 바람소리. 골프채로 스윙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야구 연습장에서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성찬은 쓰러졌다. 아직 감지 않고 있는 눈앞에 딸그랑, 긴 빠루가 놓였다. 눈이 감겼다. 성찬이 기억하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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