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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28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12.28 10:41
조회
400
추천
4
글자
9쪽

8. 여기 와줘서 고마워요

DUMMY

게스트 하우스 거실에는 전기그릴 두 개와 여러 채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진주가 먼저 나서며 말했다.


“잘 놀았어요? 이리 와 앉아요. 다들 오고 있대요.”


진주는 밝게 웃으며 명희와 경옥에게 말했다. 멍하니 서 있는 강식의 어깨를 툭 쳐서 강식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  강식도 불편해하는 명희의 시선을 눈치 채고 칼을 다리 뒤로 숨기며 상냥하게 말했다.


“앉으세요. 금방 준비됩니다.”


명희는 경옥에게 씻고 오는 게 어떻겠냐고 조용히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경옥이 강식과 진주에게 말했다.


“옷 갈아입고 올게요. 다른 분들은 안 오세요?”


진주가 고기 덩어리를 전기그릴 양 쪽에 나누어 놓으며 말했다.


“다들 온대요. 어제 뵈었던 분들 모두 오실 겁니다.”


명희가 휴대폰을 보다가 말했다.


“여기 홈페이지를 보니까 오늘 만실이던데··· 새로 오는 분들도 있나봐요?”


강식이 상추와 쌈장, 오이 고추 등을 테이블에 정리하다가 말했다.


“아아··· 그게요, 온다고 예약한 분들이 있었는데 조금 전에 취소 연락이 왔어요. 더 오는 분들은 없습니다."


명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올랐다. 경옥도 뒤따라 오르면서 진주와 강식을 바라보았다. 둘은 경옥과 눈을 마주쳤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수저를 놓고, 채소를 나누고, 전기 그릴의 전원을 확인하며 파티 테이블을 준비했다. 경옥도 계단을 오르자 강식이 진주에게 말했다.


“별걸 다 신경 쓰네 저 아가씨··· 다른 손님이라니.”


진주는 말없이 테이블을 정돈하며 아마도 4인실을 둘이 쓰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손님에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선크림을 지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명희가 침대에서 화장품을 바르며 경옥에게 물었다.


“언니, 여기 사장님 좀 신기하지 않아?”


경옥이 한쪽 침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답했다.


“신기해? 뭐가?”


“응 그게··· 얼굴도 너무 하얗고, 삐쩍 마른 게 뭔가 좀비 같아. 아까 거실에서 칼 들고 서 있을 때에는 잠깐 무서웠어.”


경옥이 잠옷 바지를 입으며 과장되게 웃었다.


“푸하핫~ 좀비라고? 그러고 보니 좀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얘.”


“웃을 때는 되게 신사 같은데··· 암튼 아까는 살짝 오싹하더라고.”


“좀비라니 재밌네. 이따가 사장한테 말해줘도 되지?”


“아냐 언니 말하지 마. 괜히 놀리는 것 같잖아.”


경옥은 씩 웃으며 명희를 보았다. 명희는 작은 손거울로 이리저리 얼굴을 돌려보며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다. 경옥은 명희를 보면서 웃던 얼굴이 차갑게 변하는 것을 스스로는 알지 못했다.


*


경옥과 명희가 1층 거실로 내려가니 한 쪽 전기그릴에 강식과 진주, 동렬과 채연이 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다. 동렬이 경옥과 명희를 알아보고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채연은 호들갑스럽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리 와서 앉아요. 같이 파티 해야죠!”


명희가 자리에 앉으려 할 때 현관문이 열리며 숙영과 나연이 들어왔다. 진주가 일어나며 살갑게 모녀를 맞이했다.


“여행 잘 하셨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고기가 익어가고 술잔이 채워지며 여행담이 피어났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살펴본 여행자들은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을 쏟아냈고, 각각의 휴대폰과 카메라에 담긴 제주의 순간들은 그들의 이야기로 더욱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녹색의 작은 봉우리인 오름은 그저 거기 있을 뿐이었으나 바람과 하늘과 걸어 올라가는 등반의 성취감이 완벽하게 조화된 제주의 특징으로 여행자들의 사진과 추억 속에 남았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흰 모래와 더불어 한국이지만 한국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비자림 숲속은 나무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볕의 선들이 마치 누군가 조명을 비춰주는 것만 같아서 여행자들을 광고 속의 모델로 만들어 주었다.


강식과 진주는 여행자들의 이야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제주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채연은 여전히 동렬 옆에 붙어 고기와 채소로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며 부끄러워하는 동렬을 계속 놀려댔다. 커다란 덩치의 동렬이 쑥스러워하는 모습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재밌어했다.


통유리 창밖으로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흐르고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대규와 성찬이 뒷좌석에서 내리며 대리운전 기사에게 요금을 건네고 현관문을 열었다. 파티 중이던 사람들이 한눈에 보기에도 이미 둘은 꽤 취한 상태였다. 대규가 거실의 사람들을 보며 반갑게 물었다.


"와아~ 우리도 같이 해요~!"


진주는 대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제도 늦게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던 일이나 명희에게 작업을 걸며 찝쩍대는 뺀질거림도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만취에 가까운 것 같아서 그만 들어가서 쉬라고 말하려 했다. 허나 강식이 먼저 일어나며 안내했다.


"이쪽으로 앉아요. 내일 다시 육지로 가시는 분들이 많으니 오늘 맘껏 마셔요. 막걸리도 잔뜩 있어요."


강식은 진주의 표정을 읽어내고는 괜찮다고 손짓하고 손수 막걸리를 가져다 여행객들에게 한 잔씩 따라주었다. 또 오세요, 반가웠어요, 제주도 좋지요? 등등의 인사말을 건넸으나 명희에게는 아무 말도 않은 채 씩 웃으며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기 잔에도 막걸리를 채운 뒤 잔을 들며 말했다.


"와 주셔서 고마워요."


명희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옆의 언니도 칭찬해 달라는 듯 말했다.


"사실은 이 언니가 다 예약해 주었어요. 저는 그저 따라다니며 놀기만 한걸요. 여기 정말 너무 좋네요. 다음에 꼭 다시 올게요."


강식이 경옥에게도 같이 마시자며 잔을 권하고 세 명은 '위하여'를 외쳤다. 무엇을 위하는 것인지는 말이 없었다. 강식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기원하며, 경옥은 곧 잠들 명희를 위하여, 명희는 즐거운 제주 여행의 추억을 위한 건배였다.



열한시가 되자 강식과 진주가 먼저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행객들은 파티를 끝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명희와 성찬 사이에서 쉼 없이 떠들며 술을 마시고 또 술을 권하는 대규도, 발그레한 얼굴로 웃고 있는 명희와 경옥도, 끈적한 눈빛으로 동렬과 대화중인 채연도, 가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설명이 한 창인 모녀도 제주의 밤은 잠들기 싫은 여행자들의 추억들로 켜켜이 채워져갔다.


강식과 진주가 접시며 빈 막걸리통 등을 말없이 치워나가자 이를 본 채연이 같이 치우기 시작했고 뒤이어 동렬과 성찬이,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도 스스로 자리를 정돈해 나갔다. 분리수거 통과 쓰레기봉투에는 금세 지저분한 것들이 채워졌고 거실은 깨끗하게 정돈되었다. 오늘도 강식과 진주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서 손님들에게 인사했다.


"잘 자요. 푹 쉬세요."


여행객들이 모두 올라간 뒤, 텅 빈 거실을 둘러본 강식과 진주는 서로 얼굴을 마주본 후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


잘 준비를 마친 명희와 경옥도 양 쪽 침대에 누웠다. 여행 이야기로 재잘거리던 두 명은 불을 끄고서야 조용해졌다. 침묵이 흐르고 둘은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 불빛만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명희가 경옥의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물었다.


"언니... 아까 점심에..."


경옥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응? 점심에 뭐?"


"아니... 내가 계속 고집 부려서 미안.”


경옥은 명희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풋. 별소릴 다한다 얘. 자자~ 이틀간 잘 놀았다.”


"응, 그래. 언니 내 맘 알지?”


"어휴 낯간지러운 소리 좀 그만하고 어여 자.”


"그래 굿나잇!”


명희는 이제야 맘이 놓였다. 점심시간의 불편한 감정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 찝찝했던 기분이 매듭이 풀어지듯 풀리는 느낌이었다. 명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경옥도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지잉, 문자 메시지가 왔다.


'두 시에 가지러 갈게요.’


강식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네.’


경옥은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한 뒤 베게 옆에 두고는 말했다.


"먼저 잔다. 굿나잇.”


“응 잘 자. 나도 잘 거야.”


명희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을 청했다. 숙영과 나연 모녀도 잠들었다. 대규와 성찬은 여전히 혀가 꼬부라진 채로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다른 방에는 동렬과 채연이 같이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강식과 진주도 알람을 두 시로 맞추어 놓고 잠을 청했다.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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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27 27. 그럴 리가 없어 17.01.09 29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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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지하실로 가는 길 16.12.28 260 4 12쪽
11 11. 하나씩, 하나씩 16.12.28 29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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