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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42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7.01.04 18:30
조회
236
추천
4
글자
16쪽

24. 추격

DUMMY

“안 먹는다니까 엄만 왜 그래 자꾸!”


나연은 허겁지겁 방에서 나오며 숙영에게 짜증을 냈다. 숙영은 샌드위치를 나연의 입에 넣어주려 했으나 나연은 짜증만 낼 뿐이었다. 숙영이 다시 한 번 내밀며 말했다.


“이 정도는 살 안 찐다니까 그러네. 이거라도 먹고 가.”


나연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나 다음 주에 오디션이잖아. 거기 오는 애들 완전 뼈밖에 없어. 엄만 알지도 못하면서.”


숙영은 손에 들고 있는 샌드위치가 머쓱해졌다. 아침부터 딸이 좋아하는 재료들로 가득 채워 만든 알록달록한 샌드위치 였는데, 그것이 모두 알지도 못하고 저지른 일이 되었다. 아무리 연예 기획사 오디션이 있고 아이돌 가수가 목표라도 요새 너무 먹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딸이 웃으며 등교하길 바라는 마음에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엄마가 주는 건 제로 칼로리야. 살 안찌니까 한 입만 먹고 가."


나연은 웃기는커녕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헐. 됐거든. 갔다 올게요!”


탕!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닫혔다. 나연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문을 닫고 나갔지만 숙영은 운동화를 구겨 신으며 달려 나가는 나연의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보고만 있었다.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냈다.


엘리베이터를 내린 나연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빠른 걸음으로 가는 중에 딩동, 메시지 알림 음이 울렸다.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머리카락을 손질하며 한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던 나연은 깜짝 놀라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주머니엔 차곡차곡 접은 만 원짜리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주머니에 편의점 쿠폰 넣어놨으니 뭐라도 먹어. 넌 엄마 닮아서 왕창 먹어도 살 안 쪄’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나연은 피식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넹넹 사랑해용 엄마'


자동차에 시동이 걸릴 때 나연은 엄마가 넣어주었던 만 원짜리와 자동차 키가 번갈아 떠올랐다. 드디어 지옥 같았던 이곳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119에 연락해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명희와 나연이 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켜지자 강식은 빠루의 뾰족하고 구부러진 갈고리 쪽을 운전석 앞 유리에 힘껏 휘둘렀다.


콰직!


거미줄처럼 촘촘히 금이 가 있던 유리에 구멍이 뚫리며 빠루가 박혔다. 강식은 이를 악물고 빠루를 움켜쥐어 보닛에 올라섰다. 명희는 비명을 지르며 기겁하면서도 후진 기어를 넣고 힘껏 액셀을 밟았다. 굉음을 울리며 RPM이 치솟았고 앞바퀴는 연기를 피어내며 헛바퀴를 돌다가 급작스레 자동차를 뒤로 튕겨냈다.


강식은 차가 움직이자 거미처럼 넓적한 자세로 빠루와 와이퍼를 붙잡고 보닛에 달라붙었다. 명희가 다급히 핸들을 돌리며 급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서자 강식은 방향을 꺾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동차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돌담으로 둘러진 게스트하우스 주차장 출구가 명희의 눈앞에 보였다.


‘바로 저기다. 이제 나갈 수 있어.’


명희의 생각을 가로막기라도 하듯 다른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명희와 나연의 얼굴로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왔다. 채연의 차였다. 명희는 눈을 찡그리며 기어를 D에 놓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저 앞의 자동차 불빛 사이로 이쪽을 노려보는 채연이 보였다. 명희의 차가 다시 굉음을 울리며 돌담 출구를 향해 달려 나감과 거의 동시에 채연의 차가 출구를 가로막으려 돌진해 왔다.


콰앙!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가는 명희의 차 왼쪽 뒷바퀴를 채연의 차가 들이받았다. 밖으로 나가던 명희의 차는 옆으로 틀어져 돌담에 부닥쳤으나 명희는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나연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부서진 돌담을 긁으며 자동차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길옆의 도랑으로 빠질 듯 빠질 듯 아슬아슬하게 자동차는 좁은 길을 달렸다. 곧바로 채연의 자동차가 뒤따라 달려왔다. 명희는 두 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앞만 보고 달렸다. 고요한 시골길에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폭주하는 자동차 엔진의 굉음이 어둠을 깨뜨릴 기세로 가득했다.


“언니, 계속 따라와 -!”


나연이 뒤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명희도 쫓아오는 채연의 차를 보고 액셀을 더욱 콱 밟았다. 그러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달리던 명희의 자동차를 채연은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명희의 차를 거의 앞지를 즈음 채연은 힘껏 핸들을 꺾어 명희의 차에 쾅 부닥치며 돌담 쪽으로 차를 밀어버렸다. 명희와 나연의 소형 승용차는 라이트 훅을 정통으로 맞은 권투선수처럼 방향이 틀어져 돌담을 들이받았다. 차는 무너진 돌담을 넘어 귤나무에 부닥쳐 멈춰 섰다.


채연의 SUV는 명희의 차를 돌담으로 밀어내고 옆으로 미끄러지다 두 바퀴를 굴러 거꾸로 돌담에 처박혔다. 자동차는 완전히 전복되어 바퀴가 하늘을 향해 돌고 있었고, 채연은 목이 반쯤 꺾여 자동차와 함께 거꾸로 구겨져 있었다.


두 자동차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흙먼지가 날리다가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명희도, 나연도, 채연도 차 안에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으... 으으... "


채연의 낮은 신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어디를 어떻게 다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끈적한 피가 흘러내리는 것만 느껴졌다. 채연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핸들 옆으로 쓰러져 있던 명희도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금이 간 앞 유리에 여전히 빠루가 박혀 있었고 들이받은 귤나무만 헤드라이트에 비춰져 유난히 밝게 보였다. 명희는 나연을 흔들어 깨웠다.


"나연아···. 나연아! 괜찮아? 일어나 봐..."


"끄으응... 언니... 어떻게 된 거에요... "


"일어나, 어서 가야 해. 언제 쫓아올지 몰라."


명희는 다시 키를 돌려 시동을 걸려 했으나 아무리 키를 돌려도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가자, 걸어서라도 빨리..."


명희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다가 풀썩 주저앉았다.


"아악!"


발목이 퉁퉁 부어오르고 있었다. 차가 나무에 부닥치면서 발목이 꺾인 것 같았다. 명희는 땅을 짚고 기듯이 움직여 겨우 일어섰다. 무언가 목발처럼 지지할 것이 필요했다. 그때 명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앞 유리에 박혀 있는 지팡이 같은 긴 쇠꼬챙이, 빠루였다.


명희는 망설였다. 저 연장은 폭력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 연장으로 당하는 것을 엄청난 공포 속에서 지켜보았다. 저걸 내 손으로 잡는 일 자체가 소름끼치고 징그럽게 느껴졌다. 명희는 고개를 저으며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었다.


나연은 내리려 했으나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명희가 반대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나연은 뒤틀린 자동차의 틈 사이로 겨우 몸을 빼내어 운전석 문으로 내렸다. 상처 입은 작은 고양이가 장애물을 넘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 명희는 빠루를 보고 있었다. 나연이 다가오며 말했다.


"언니, 다리 다친 것 같던데 괜찮아요?"


"으응, 어서 가자."


나연이 명희를 부축해 두 걸음을 걸었다. 명희가 멈춰 섰다.


"잠깐만."


명희는 절룩거리며 앞 유리에 박힌 빠루를 뽑아들었다. 나연이 그 빠루를 보자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명희는 지팡이처럼 빠루를 목발삼아 땅을 짚으며 비틀, 비틀 걸었다.


"빨리 가자. 자동차로 많이 못 왔어."


나연은 끄덕이며 명희의 한쪽 팔을 잡았다. 둘은 헤드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귤나무들 사이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걸어갔다.


*


강식과 진주, 경옥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자동차를 향해 달렸다. 명희와 채연의 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리 멀리 달리지 못했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헤드라이트 불빛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강식은 부러진 빗장뼈가 뛸 때마다 아파왔다. 왼쪽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흔들지 않으려 애썼다. 인상을 구기며 달리고, 또 달렸다.


자동차 불빛을 따라 강식이 먼저 도착해 주변을 살폈다. 흰색 소형차는 돌담 밖에서 나무를 들이박은 채 비어있었고 채연의 검정 SUV는 전복되어 구겨져 있었다. 거꾸로 목이 꺾인 채연도 강식을 보았고 부러진 쇄골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는 강식도 채연을 보았다. 강식은 뒤쫓아 오는 진주와 경옥에게 돌담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둘은 먼저 쫓아가. 내가 채연씨 도와주고 금방 갈께."


진주와 경옥이 헐떡이는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달려 나갔다. 진주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서야 강식은 뒤를 돌아 서서히 채연에게 다가갔다. 채연은 관자놀이 쪽으로 피가 흘러내려 머리카락이 피에 젖어 뭉쳐있었다. 떨리는 눈꺼풀로 강식을 보며 말했다.


"어서... 나좀... 나좀 꺼내..."


채연은 말을 했으나 그 목소리는 거의 강식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억지로 숨을 뱉어내는 바람소리와도 같았다. 강식이 몸을 낮춰 채연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뭐라고요?"


기이하게 목이 꺾인 채 강식을 바라보던 채연이 다시 힘을 쥐어짜내며 말했다.


"...꺼내라고..."


강식은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채연에게 말했다.


"아아... 거기서 꺼내라고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딴청을 피우던 강식은 멀뚱히 채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5초... 10초...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철썩! 채연의 뺨을 때렸다.


"다시 말 해봐요. 뭐라고요?"


채연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강식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어깨를 붙잡아 조심스레 끌어내라고 말하려 했는데, 어서 당장 그렇게 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시 말해보라고요. 안 들리잖아요."


채연은 몸을 돌리려 애썼으나 한쪽 팔과 팔목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땅바닥에 구겨진 차 천장을 짚고 힘을 모아 간신히 말했다.


"...내려달라고..."


강식은 분명 채연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머리를 긁적일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긁적이던 팔을 내리다 아악! 소리를 내며 부러진 쇄골을 붙잡고 몸을 숙이며 아파했다. 땅바닥에 앉은 강식이 몸을 숙이자, 강식의 얼굴과 채연의 얼굴이 더욱 가까워졌다. 바닥을 보던 강식이 눈을 치켜 떠 채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예요. 공손하게 부탁을 해야지. 아까만 해도 그래요, 어딜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따귀를 때려요? 그것도 진주까지. 그게 얼마나 모욕적인지 알기나 해요? 네? 알기나 하냐고요.”


채연은 말없이 강식을 보고만 있었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한쪽 팔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까 넣은 접이식 칼이 여기 어디 있을 것이었다. 강식이 말을 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당신이 이런 일을 제안한 거잖아요. 그 맨 처음··· 언제더라··· 아아, 작년 봄 쯤이었죠? 여권만 넘겨주면 된다, 신분증만 숨겨주면 된다고 하더니 어떻게 됐어요? 약을 타서 먹이고 연락해라, 땅에 묻어라, 절벽에서 떨궈라··· 점점 더 노예나 짐짝 부리듯 막 대했잖아요.


그래요, 물론 그 대가로 돈을 받았어요. 나에겐 돈이 필요했구요. 그래서 그런 짓을 했던 거였어요. 그래도 그렇지, 처음에 시작한 파트너십이 말도 안 되게 사라졌잖아요. 언제부터 당신이 나한테 명령하고, 막말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돈 주면 다에요? 네? 돈 주니까 그렇게 함부로 하대해도 되는 거냐고요. 야. 말을 해봐. 응? 돈 주니까 그렇게 막말해도 돼? 돼 안 돼? 말 해보라고.”


채연의 바지 주머니에 접이식 칼이 있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주머니를 뒤져 칼에 닿았다. 그러나 보닛이 허벅지까지 밀려 들어와 몸을 누르고 있었고, 타이트한 스키니 진 밖으로 꺼내기는 힘이 들었다. 게다가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손가락으로만, 팔목으로만 꺼내야 했다. 강식이 계속 말했다.


“특히 저번에 너. 중국 애들 네 명 부산으로 보내주면 오백만원씩 이천 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다 해놓고 나니 천오백만 준다는 건 뭐야? 사정이 어쩌고 했을 때 우리는 그냥 그러려니 했어. 뭐 위험한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리고 나서 너 계속 돈도 줄어들고. 시키는 일은 점점 더 험해지고.


그동안 너 때문에 내가 자른 팔다리가 몇 개인지 알기나 해? 나라고 꺼림칙하지 않을 것 같냐? 나라고 그 광경들이 무섭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아무리 남자라도, 아무리 약 살 돈이 필요해도, 꿈에 나온다고. 특히 눈 뜨고 죽은 애들은 머리가 잘려도 계속 날 쳐다보는 것 같아 끔찍해.


최소한 말야 너, 그런 일이 끝나고 나면 사냥개한테 뼈다귀 던져주듯 돈만 휙 던져주는 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는 거지. 그러면 안 돼.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가 필요한 거야. 그런데 넌 어떻게 했냐? 만날 욕하고, 협박하고, 심지어 따귀까지 때려? 너네 조직인지 뭔지 난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리고, 이제 이런 일 그만할래. 오늘 봤잖아. 이게 다 무슨 난리냐. 더 못하겠어. 네가 언젠가 그랬었지. 이제 사람을 해치는 건 그만 하고 싶다니까 뭐라 그랬는지 기억나? 응? 기억 나냐고.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네가 뭐라 그랬냐면, 뒈지기 싫으면 입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라고 했어. 이제 기억나지?


그때부터 난 네가 너무한다 싶었어.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매일 생각했는데 드디어 오늘 끝낼 수 있겠다. 넌 자동차 사고로 죽은 거니까. 아참, 너 아까 따귀 한 대 밖에 안 맞았지. 그건 내 몫이고.”


강식은 철썩! 채연의 뺨을 때렸다.


“이건 아까 맞은 진주 몫이다. 뭐, 할 말 있어? 응? 할 말 없지?”


채연은 칼을 꺼내 손가락으로 말아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날을 폈다. 서서히 꿈틀거리며 팔을 밑으로 내렸다. 단 한 번의 기회밖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식이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할 말 있냐고 내가 묻잖아. 안 들려? 내가 더 가까이 가 줘?”


강식이 채연의 얼굴 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지금이었다. 채연은 팔을 뻗어 칼을 휘둘렀다.


“으헉!”


강식은 놀라며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채연의 칼이 부웅, 느리게 허공을 갈랐다. 칼날은 강식에게 닿지도 못했다. 그러나 채연은 계속해서 팔을 움직여 강식 쪽을 찌르고 또 찔렀다. 채연의 칼은 어이없을 만큼 느리고 힘이 없었다. 찌걱 찌걱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팔은 고장 난 로봇이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강식은 숨을 길게 내뱉으며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


“어휴. 하여간 저 성질머리는.”


강식은 부서진 쇄골을 잡고 인상을 잔뜩 쓰며 일어나 무너진 돌담의 큰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채연은 여전히 목이 꺾인 채 강식을 노려보며 칼끝을 강식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식은 무덤덤하게 걸어가 채연의 팔목을 밟았다.


“그럼 잘 가. 다음엔 제발 겸손과 배려, 협동 뭐 이런 것들을 좀 배워. 같이 일하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잘 생각하고 또 반성하며 갔으면 좋겠다.”


강식은 돌을 내리쳤다. 채연의 칼이 툭, 손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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