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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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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31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09.16 01:13
조회
446
추천
6
글자
7쪽

4.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DUMMY

냉장고에서 막걸리 두 병을 꺼내 온 강식은 손님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 앉았다.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얀 얼굴에 남자치고는 가늘고 긴 마디의 손가락을 가졌다고 명희는 생각했다. 근육질 남자와 스포츠 레깅스를 입은 여자는 여기 묵은 지 며칠 되었는지 집 주인과 서로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강식은 직접 손님들에게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 주고 말했다.


“우선 저희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면 좋겠네요. 오늘 새로 오신 분들이 많으니 간단히 자기소개 하시고 편하게 대화할까요?”


강식과 진주는 울산에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제주에 이사 온지 4년째이고 아이는 없으며 인근 텃밭에서 농사와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명희는 농사짓는 아저씨의 얼굴 피부가 저렇게 좋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에 비해 진주의 얼굴은 적당히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구릿빛이었다.


옆에 있던 덩치 좋은 남자가 뒤이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막 제대하고서 복학하기 전 혼자 여행 온 23살 신동렬입니다. 유명한 야구선수 선동렬이 아니고 신!동렬이요. 지금은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아르바이트 중입니다. 혹시 운동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제가 아는 선에서 충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근육 좀 보여줘요!”


스포츠 레깅스를 입은 여자가 장난스레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휘파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쑥스러운 척하던 동렬은 오른쪽 팔 티셔츠를 접어올린 후 뽀빠이 포즈를 취했다. 볼록 볼록한 근육에 탄성과 박수가 다시 한 번 쏟아졌다.


“반가워요! 부산에서 온 외국어 학원 강사 하채연이에요. 자전거 여행 왔어요.”


몸매를 과시하려는 듯한 레깅스와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 반면 운동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짙은 화장이 묘한 분위기를 풍겨서 이 여자는 마치 미끈한 암사자 같다고 명희는 생각했다. 채연은 나이를 말하지 않았지만 명희보다는 많고 경옥보다는 적어 보였다.


“졸업을 앞둔 27살 같은 과 친구입니다. 저는 최대규, 얘는 노성찬이구요,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명희는 동갑내기 여행자를 만났다는 점이 반가웠다. 대규는 유행에 민감한 듯 과감하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어딘지 날라리 같은 옷차림이었고, 반면 성찬은 누가 봐도 모범생 같은 단정한 외모였다.


“장경옥, 이명희에요. 회사원이구요, 제주도에 처음 왔어요.”


경옥이 명희 몫까지 간단히 설명해서 명희는 따로 할 말이 없었다. 앉은 채로 고개만 까닥 숙이며 사람들에게 인사하는데 대규가 물었다.


“이름이 이명희씨··· 라고 하셨죠? 여기 성찬이가 첫눈에 반했대요!”


“조용히 해 븅신아.”


술 취한 젊은이들은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고 낄낄댔으나 정작 명희는 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놀리는 대규와 달리 성찬은 얼굴이 빨개져서 대규를 타박할 뿐이었다. 명희는 금세 빨개진 얼굴의 성찬이 귀여운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딸 임나연, 저는 엄마 김숙영이에요. 딸이 그렇게 바라던 연예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합숙 시작하기 전에 같이 여행 왔어요.”


대규가 오지랖 넓게 나서며 물었다.


“연예 기획사요? 와아, 어쩐지 예쁘다 했더니··· 그럼 이제 연예인 되는 거에요?”


엄마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지가 하겠다고 하니까 시키는 거지, 연습만 하다가 묻히는 애들도 엄청 많다고 하더라구요. 고 1이라 거의 인생을 거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암튼 나중에 데뷔하면 응원해 주세요.”


대규가 계속 까불며 답했다.


“쫌이따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이 담에 유명해지면 자랑 하려구요!”


엄마와 딸은 모두 손사래를 쳤으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손님들의 소개가 끝나자 조용히 있던 강식이 마무리하듯 말했다.


“그럼 여행 온 분들끼리 말씀 나누세요. 관광지 정보도 공유하시고 맛집이나 사진 찍기 좋은 곳도 저보다 더 잘 아시더라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 주시고요, 거실은 열한시에 불 끌게요."


강식은 검은 비닐 봉투를 들고 1층 방으로 들어갔다.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모여앉아 대화를 이어나갔다. 또 다시 반팔 티셔츠를 말아 올리고 씰룩거리는 팔 근육을 앞뒤로 돌려가며 동렬의 웨이트 트레이닝 강의가 진행됐다. 채연과 진주, 엄마와 딸도 팔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동렬은 각지고 볼록한 알통 근육이 아니라 매끈하고 탄력 있는 팔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단계별로 설명했다.


"처음부터 아령이나 다른 기구를 이용하시면 근육이 더 뭉칠 수 있어요. 우선 스트레칭부터 꾸준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흔히 우리가 팔뒷살이라고 부르는 이 근육은요···”


동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네 명은 오른 팔을 들어서 왼쪽 어깨를 짚고, 왼손으로는 팔뒷살을 당겨보면서 어떤 스트레칭 동작이 이곳을 자극하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명희는 그 모습이 마치 네 명의 수중발레 선수들이 수면 위로 팔을 내밀고 연습중인 것처럼 보였다.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스포츠 레깅스를 입은 채연이었다. 그녀는 동렬에게 보란 듯이 상체를 굽히며 오버핏 셔츠 사이로 깊게 파인 가슴골을 들이댔다. 동렬은 애써 무시하려 했으나 채연은 그런 동렬이 재밌다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리며 더욱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노련한 암사자가 철없이 뛰어다니는 수사자를 가지고 노는 모양새였다.


대규가 명희에게 맥주를 권하며 물었다.


"이명희씨라고 하셨죠? 실례지만 나이를 여쭤봐도 될까요? 보기에는 이제 막 스무 살 되신거 같은데.”


명희는 대규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저 스물일곱이에요. 두 분과 동갑.”


대규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와! 이런 엄청난 우연이라니! 반갑다 친구야.”


명희는 쑥스러워하며 대규가 내민 손끝을 살짝 잡았다.


"바로 여쭤 볼께요. 남자친구 있어요?”


"아뇨. 없는데..."


명희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대규는 성찬의 어깨를 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오호~ 여기 이친구도 여자친구 없는데!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 같이 건배할까요? 저기, 옆에 계신 누님도 반갑습니다! 우리 같이 건배해요!”


대규의 넉살에 네 명의 술잔은 빠르게 비어갔다. 경옥이 명희와 건배할 때, 잠깐 측은한 눈빛으로 변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대규, 성찬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명희를 보면서 경옥은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말했다.


'많이 마셔. 즐겁게···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명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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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내미는 손 / 마지막 회 17.01.15 319 4 8쪽
31 31. 인천으로 17.01.13 230 4 13쪽
30 30. 도플갱어 Doppelgänger  17.01.12 239 4 9쪽
29 29. 그냥 가지 그랬어 17.01.11 239 4 9쪽
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27 27. 그럴 리가 없어 17.01.09 294 4 11쪽
26 26. 마지막 부탁 17.01.06 250 5 10쪽
25 25. 이게 대체 어떻게... 17.01.05 203 4 10쪽
24 24. 추격 17.01.04 236 4 16쪽
23 23. 빨리 구급차를 17.01.04 253 5 9쪽
22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6 5 9쪽
21 21. 설득은 필요 없어 17.01.03 257 5 10쪽
20 20. 그냥 죽어주면 돼요 17.01.03 244 5 9쪽
19 19. 카오스 CHAOS 17.01.01 237 5 8쪽
18 18. 반격 17.01.01 230 4 9쪽
17 17.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16.12.31 229 4 11쪽
16 16. 붉은 눈, 열린 문 16.12.30 208 4 10쪽
15 15. 탈출, 그러나 16.12.30 316 4 10쪽
14 14. push to open button 16.12.29 257 4 10쪽
13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16.12.29 334 4 12쪽
12 12. 지하실로 가는 길 16.12.28 260 4 12쪽
11 11. 하나씩, 하나씩 16.12.28 290 4 10쪽
10 10. 굿바이 파티 16.12.28 280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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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여기 와줘서 고마워요 16.12.28 401 4 9쪽
7 7. 평소와 다른 눈빛 16.12.28 368 4 11쪽
6 6. one more day +1 16.09.20 404 6 12쪽
5 5. 나와 닮은 사진 +1 16.09.19 858 6 9쪽
» 4.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1 16.09.16 447 6 7쪽
3 3. check in 16.09.15 413 6 9쪽
2 2. 숙소는 파랑 게스트하우스야. 16.09.13 434 7 8쪽
1 1. intro : 제주도로 가라 +1 16.09.12 920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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