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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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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25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7.01.01 16:28
조회
236
추천
5
글자
8쪽

19. 카오스 CHAOS

DUMMY

강식의 머리를 향해 뛰어내리며 소화기를 날릴 때, 명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언가 둔탁하게 부닥치는 소리가 들린 후 명희는 바닥에 쓰러졌고, 이어서 소화기가 땡그랑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눈을 뜨고 미처 몸을 일으켜 세우기도 전에 명희의 눈앞에 강식의 얼굴이 툭 떨어졌다. 눈을 감은 강식이 내뱉은 숨이 명희의 얼굴에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허억, 당황한 명희가 다급히 일어나려 몇 번의 손짓 발짓을 허공에 휘두른 뒤에야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언니, 뒤에!”


나연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진주가 악을 쓰며 긴 일자 드라이버를 치켜들고 명희에게 달려들었다. 명희는 다가오는 진주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무의식적으로 방어하려 앞으로 팔을 뻗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피하려는 동작이 아니라 번쩍이는 긴 날이 날아오는걸 보고 그저 몸을 틀어 앉은 것이었다. 엄지손가락 쪽으로 날이 오도록 잡은 진주의 드라이버는 명희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가르고 지났다.


진주는 강식이 쓰러지는 걸 보고 눈이 뒤집혔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오직, 눈앞에 보이는 저것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특히 저거··· 강식을 힘들게 하고 내 눈 앞에서 강식을 때려 쓰러뜨린 저것. 저것을 진주는 용서할 수 없었다.


분노에 가득 찬 진주가 있는 힘을 다해 명희의 목을 노려 드라이버를 찔렀다. 명희가 주저앉으며 피하자 드라이버는 허공을 갈랐고, 몸을 날린 진주는 무게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상체가 쓰러지면서도 진주의 눈은 명희를 향해 있었고 날의 끝이 명희에게 닿지 않아도 몇 번이나 드라이버를 명희에게 찌르고, 휘둘렀다.


진주가 달려들 때 간이 화장대의 작은 나무의자를 숙영은 집어 들었다. 날카로운 일자 드라이버를 막으려고 아무거나 손에 쥐어 든 것이었다. 진주가 너무 세게 찔러 균형을 잃고 쓰러지자 숙영은 나무의자로 진주를 내리쳤다. 그러나 작은 나무의자는 힘이 실리지 않았고 진주는 의자를 등에 맞고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드라이버를 크게 휘둘렀다. 날이 긴 일자 드라이버는 숙영의 팔뚝부터 손바닥을 긁고 지나 긴 상처를 남기며 나무의자에 박혔다. 숙영은 비명을 지르며 의자를 떨어뜨렸다. 진주는 드라이버를 집으려 몸을 날렸다.


강식이 쓰러지고 진주가 허공을 찔러 넘어지는 모습을 경옥은 멍하니 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을 보며 무얼 어찌해야 좋을지 경옥은 판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 생각하기도 전에 경옥의 몸이 움직였다.


진주가 넘어지고 명희가 웅크렸던 몸을 펴서 일어나는 순간 경옥의 두 손이 날아와 명희의 목을 콰악 졸랐다.


“커헉.”

 

숨통이 조여진 명희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명희는 있는 힘껏 경옥의 팔을 붙잡고 떨쳐내려 했으나 경옥의 손아귀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경옥은 이를 악물고 명희를 노려보며 목을 졸랐다. 명희가 이리저리 흔들며 몸부림치자 놓치지 않으려 열 개의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목에 찌르며 말했다.


“이제 가··· 이제 가! 제발, 제발 가!”


명희는 경옥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빨간 눈으로 이리 들어오라며 손 내밀던 악귀가 벼락같이 달려들어 내 목을 졸라오는 얼굴. 또렷하게 날 노려보면서 날 죽이려 손을 뻗은 얼굴. 찡그린 미간, 위로 치켜 뜬 빨간 눈, 앞니가 드러나도록 힘을 주어 꽉 깨문 어금니. 몇 시간 전까지 나와 여행하며 같이 웃고 떠들며 사진 찍던 언니의 얼굴은 어디가고 저 악마가 날 해치려 하는지 명희는 그 변화의 간극이 어지럽고 또 두려웠다.


명희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경옥의 팔목을 잡고 옆으로 비틀어 보기도 하고 경옥의 얼굴을 손으로 짓이겨 보기도 했으나 목을 붙잡은 손을 풀 수는 없었다. 명희의 다리가 서서히 풀려올 때 명희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경옥을 발로 차 보았으나 되레 명희가 넘어져 버렸고, 경옥은 명희와 함께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명희의 목을 졸랐다. 명희는 이대로 정신을 잃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시야가 점점 흐려져 갔다.


나연은 구석에서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문을 뜯어내고 빠루를 들고 들어오는 강식의 모습은 복도의 불빛에 실루엣만 보여서 더 거대하고 더 무서워 보였다. 뒤이어 몸을 날린 명희와 쓰러지는 강식, 달려드는 진주와 엄마에게 상처 입힌 드라이버, 명희의 목을 조르고 뒤엉켜 넘어진 빨간 눈의 경옥이 모두 악몽과 같아 현실성이 없었다.


지나치게 긴장해서 지켜본 나머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느리고 자세하게 보였으며 자신의 숨소리가 제일 크게 들려왔다. 엄마의 팔에 길게 생긴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보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꿈이 아님을 나연은 퍼뜩 깨달았다.


진주가 나무의자에서 드라이버를 뽑아내고 재빠르게 주변을 살펴본 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날이 오게 거꾸로 잡았다. 숙영은 다친 팔을 붙잡고 딸을 보호하며 진주를 가로막고 있었다. 진주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숙영에게 달려들며 드라이버를 내리 찍었다. 숙영은 날아오는 드라이버를 보고는 딸을 끌어안을 뿐이었다. 푸욱. 드라이버는 숙영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아악!”


숙영은 비명을 지르면서 진주의 팔목을 잡았다. 진주는 드라이버를 빼내려다 팔목을 잡히자 되레 더욱 깊게 찔러 넣었다. 숙영은 진주의 팔목을 놓지 않았으나 짓누르는 드라이버에 따라 왼쪽 어깨가 바닥에 처박혔다. 스거걱. 드라이버 날이 숙영의 어깨뼈를 긁어가며 찍어 누르는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그러나 끝까지, 숙영은 진주의 팔목을 놓지 않았다.


겁먹은 채 떨고 있던 나연은 엄마의 비명소리에 벌떡 일어나 소화기를 집었다. 어떻게든 진주를 엄마에게서 떨어뜨려야 했다. 사냥개처럼 앙다문 이를 드러내고 드라이버를 찍어 누르던 진주의 얼굴에 소화기를 대고 힘껏 레버를 움켜쥐었다. 촤아악 소리를 내며 소화액이 진주의 얼굴에 뿜어졌다.


“푸허억!”


진주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바닥에 나뒹굴었고 숙영은 비명을 지르며 드라이버를 집어던졌다. 나연은 명희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경옥의 얼굴에도 소화기를 뿌렸다. 입에 소화기 호스를 대고 레버를 누르자 경옥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명희의 목을 풀고 거꾸로 업드려 기침과 구토를 쏟아냈다. 명희도 콜록거리며 몸을 일으켜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불이 켜지지 않은 좁은 방 안에 소화액이 흩날려 짙은 해무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연은 엄마를 부축해 일으킨 후 명희도 일어나라 재촉했다.


“어서요, 언니, 지금 나가야 해요!”


명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연이 붙잡은 팔에 의지해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가장 어린 나연이 가운데서 기둥처럼 버티고 엄마와 명희를 지탱해 끌고 나갔다. 이제 문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거실로 빠져나가 자물쇠를 뜯어내고 이 지옥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뜯겨져 나간 문으로 복도의 불빛이 보이고 밖이 불과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덥석, 강식이 나연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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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6 5 9쪽
21 21. 설득은 필요 없어 17.01.03 256 5 10쪽
20 20. 그냥 죽어주면 돼요 17.01.03 244 5 9쪽
» 19. 카오스 CHAOS 17.01.01 237 5 8쪽
18 18. 반격 17.01.01 230 4 9쪽
17 17.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16.12.31 228 4 11쪽
16 16. 붉은 눈, 열린 문 16.12.30 208 4 10쪽
15 15. 탈출, 그러나 16.12.30 316 4 10쪽
14 14. push to open button 16.12.29 257 4 10쪽
13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16.12.29 334 4 12쪽
12 12. 지하실로 가는 길 16.12.28 260 4 12쪽
11 11. 하나씩, 하나씩 16.12.28 290 4 10쪽
10 10. 굿바이 파티 16.12.28 280 4 8쪽
9 9. 뒤틀림 16.12.28 304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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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1 16.09.16 446 6 7쪽
3 3. check in 16.09.15 413 6 9쪽
2 2. 숙소는 파랑 게스트하우스야. 16.09.13 434 7 8쪽
1 1. intro : 제주도로 가라 +1 16.09.12 920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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