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은수님 님의 서재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우은수
작품등록일 :
2016.09.12 16:59
최근연재일 :
2017.01.15 17:1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18
추천수 :
147
글자수 :
139,273

작성
16.12.28 11:20
조회
279
추천
4
글자
8쪽

10. 굿바이 파티

DUMMY

경옥은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눈이 동그래진 채로 얼어붙어 대규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규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이미 술에 취해 고개를 흔들어 털며 눈을 껌뻑거리고 몸을 가누지 못해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대규가 넘어질 뻔하자 경옥은 일순간 안심했다. 억지로 힘을 내서 대규에게 말했다.


“여기 우리 방이야. 정신 차리고 너희 방으로 가.”


대규는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옆으로 쭉 빼고 문 앞에 붙어 있는 방 이름을 다시 살펴보았다.


“어이쿠. 죄송함미다아~.”


  대규가 꾸벅 인사하고 비틀거리며 휴대폰 랜턴을 켠 후 하나씩 하나씩 방문에 붙은 이름들을 확인하고서야 자기 방을 찾아 들어갔다. 쓰러진 명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경옥이 문을 닫고 잠근 후,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찾아 들었다. 전화기를 집는 손이 덜덜 떨려서 몇 번이나 떨어뜨리고 다시 잡기를 반복했다. 이미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직 조용해지지 않아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경옥은 쓰러져있는 명희를 보며 흐느꼈다. 엉망이 된 얼굴로 소리 없이 울며 메시지를 보냈다.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와 주세요.’


*


강식과 진주는 경옥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함께 보았다.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한 둘은 눈을 한 번 마주치고 동시에 일어났다. 능숙한 발걸음으로 소리 없이 계단을 오른 강식과 진주는 복도 끝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아직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대규와 성찬의 방을 잠시 노려보고는 구름방으로 향했다.


경옥이 문틈으로 밖을 보고 있다가 강식과 진주가 도착하니 문을 열었다. 경옥은 바닥에 흐른 명희의 피를 닦은 수건을 들고 덜덜 떨고 있었다. 진주는 경옥을 보자마자 그녀가 패닉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수건을 받아 들고 어깨를 토닥여준 뒤, 강식과 진주는 경옥에게서 설명을 들었다.


“아··· 그래요. 대규인가 하는 그 청년이.”


강식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주도 별다른 동요 없이 경옥의 설명을 들었다. 강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놀랬을 텐데, 수고했어요.”


동공이 흔들리며 한 곳을 응시하지 못하는 경옥이 초조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요··· 이미 여길 봐 버렸는데.”


진주가 온화한 표정으로 경옥의 손을 잡았다.


“걱정 말아요. 이제 우리가 마무리할게요.”


경옥이 잔뜩 겁먹은 강아지의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려구요···?”


강식이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같이 처리하면 됩니다.”


진주도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제 좀 쉬어요. 푹 자고 내일 느지막이 나가시면 돼요.”


경옥은 어리둥절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주는 경옥에게서 마취약과 손수건을 넘겨받아 능숙하게 적시고 명희의 얼굴에 덮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경옥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래 좀 정리하고 금방 가지러 올게요. 마스터 키 있으니 문 잠그고 쉬세요.”


강식과 진주는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경옥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닥에 쓰러진 명희의 얼굴에 놓인 짙은 쪽빛 손수건이 숨 쉴 때마다 들썩이고 있었다. 경옥은 얼굴을 양 손에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울었다.


"미안해 명희야... 미안해···"


흐느끼던 경옥은 일순간 어금니를 콱 깨물고 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경옥의 안에서 피어나던 연민과 죄책감을 붙잡은 경옥이었다. 돈이 필요했고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경옥이었다. 양 손을 얼굴에서 떼어낸 경옥은 침착하게, 침대 속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어금니를 꼭 깨문 채 눈을 감고 양 팔을 가지런히 가슴에 올렸다. 그 옆에, 명희도 누워 있었다.


*


강식과 진주는 2층 복도 끝에 잠시 멈췄다. 여전히 말소리가 들리는 방문을 보고 다시 1층 거실로 내려왔다. 부부는 별다른 대화 없이 그저 눈을 마주치고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는 것 처럼 움직였다. 강식은 제일 먼저 주방 액자 뒤의 분전함을 열고 <휴대폰 중계기> 스티커가 붙은 차단기를 내렸다. 동시에 강식의 휴대폰에도 '통화권 이탈'이 표시되었다.


진주는 텔레비전 장식장 뒤 무선 인터넷 공유기의 전원이 연결된 멀티 탭을 톡, 눌러서 껐다. 진주의 휴대폰에도 '통화권 이탈'이 표시되었고 와이파이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둘은 외부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했다. 강식은 거실 서랍에서 커다란 번호 자물쇠 두 개를 꺼내 현관문과 거실 창문에 채웠다. 드르륵, 번호를 돌려버리니 자물쇠는 열리지 않았다. 


간단하게 게스트 하우스는 고립되었다. 창밖의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어두웠다.



2층으로 올라간 진주는 대규와 성찬의 방 앞에서 잠시 귀를 기울였다. 둘은 여전히 술에 취한 채로 무언가 대화중이었다. 진주는 작은 소리로 살살 노크했다. 그러나 방 안에서는 여전히 말소리만 들려올 뿐, 문을 열지 않았다. 진주는 다시 한 번 노크했다.


‘똑똑똑.’


성찬이 문을 열었다.


“어? 사장님, 아직 안 주무세요?”


진주는 환한 미소로 성찬을 바라보았다. 성찬은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이 마신 것처럼 보였고 뒤에 앉아 있는 대규도 이미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진주가 다른 손님들을 의식하는 척하며 성찬에게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늦게까지 방에서 마시면 다른 손님들이 쉬는데 방해가 되니까요, 1층 주방에 내려와서 같이 마시는 게 어때요? 마침 우리도 야식 먹을까 하고 있었거든요.”


성찬은 살짝 놀라며 말했다.


“어이쿠. 우리가 시끄럽다고 다른 분들이 연락했나보네요. 죄송합니다.”


진주는 꾸벅 인사하는 성찬을 보며 조금은 놀랐다.


‘이것 봐라··· 아직 완전히 맛이 가진 않았구나. 아주 바보들은 아니네.’


그리고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말했다.


“아아, 그런 건 아녜요. 남편하고 맥주나 마실까 했는데 아직 말소리가 들려서 같이 먹자고 와 본 거에요. 오세요. 내일이면 떠나는데, 마지막 밤을 불살라야죠.”


성찬은 망설였다.


“고맙습니다만 저희가 너무 많이 마셔서···”


대규가 벌떡 일어나며 말을 막았다.


“당연히 참석해야죠!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자 가자 성찬아 가자~~”


진주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심해서 내려와요.”


성찬과 대규가 마시던 데킬라 병과 소시지, 쥐포 안주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 내려왔을 때 성찬은 불이 꺼진 CCTV 카메라를 보았다.


'빨간 불이 켜져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나 생각이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대규가 빨리 이리 와 앉으라고 다그치는 소리에 무심코 지나쳐버렸다. 


1층 주방의 작은 테이블에 소주와 맥주, 믹스넛이 안주로 준비되어 있었고 강식이 맥주잔 네 개를 가지런히 놓으며 성찬에게 자리를 권했다. 성찬은 꾸벅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대규는 혼자 기분이 좋아 히죽히죽 웃으며 앉았고 진주는 오프너로 병맥주 뚜껑을 땄다. 강식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소주를 집으며 조용히 말했다.


“이렇게 야심한 밤에 만난 것도 정말 귀한 인연이네요. 일단 한 잔씩 시원하게 드시죠.”


강식이 네 개의 맥주잔에 소주를 먼저 따르고 맥주를 부어 폭탄주를 만들었다. 맥주의 거품이 적당히 올라왔고 차갑게 식혀진 맥주병 표면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지고 있었다. 대규가 풀린 눈으로 맥주병과 술잔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와아, 진짜 시원하고 맛있어 보이네요.”


강식이 잔을 나눠주고 별다른 말없이 네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쭈욱, 다들 한 번에 소맥을 털어 넣고 저마다 의 탄식을 쏟아냈다. 하아 시원해, 캬~, 크으, 아 좋다. 새벽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가 네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었다. 강식이 다시 맥주잔을 받아서 소주를 따르고, 맥주를 따르면서 대규에게 말했다.


“아참, 창고에 다른 수입맥주들이랑 과일 있는데, 나랑 같이 가서 가지고 올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스트하우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16.12.28 269 0 -
32 32. 내미는 손 / 마지막 회 17.01.15 318 4 8쪽
31 31. 인천으로 17.01.13 230 4 13쪽
30 30. 도플갱어 Doppelgänger  17.01.12 239 4 9쪽
29 29. 그냥 가지 그랬어 17.01.11 239 4 9쪽
28 28. 내가 말했잖아 17.01.10 220 4 10쪽
27 27. 그럴 리가 없어 17.01.09 294 4 11쪽
26 26. 마지막 부탁 17.01.06 249 5 10쪽
25 25. 이게 대체 어떻게... 17.01.05 203 4 10쪽
24 24. 추격 17.01.04 236 4 16쪽
23 23. 빨리 구급차를 17.01.04 253 5 9쪽
22 22. 절대로 용서 못해 17.01.03 246 5 9쪽
21 21. 설득은 필요 없어 17.01.03 256 5 10쪽
20 20. 그냥 죽어주면 돼요 17.01.03 244 5 9쪽
19 19. 카오스 CHAOS 17.01.01 236 5 8쪽
18 18. 반격 17.01.01 229 4 9쪽
17 17. 저는 기회를 드렸어요 16.12.31 228 4 11쪽
16 16. 붉은 눈, 열린 문 16.12.30 207 4 10쪽
15 15. 탈출, 그러나 16.12.30 315 4 10쪽
14 14. push to open button 16.12.29 257 4 10쪽
13 13. 자물쇠 밖의 그림자 16.12.29 334 4 12쪽
12 12. 지하실로 가는 길 16.12.28 259 4 12쪽
11 11. 하나씩, 하나씩 16.12.28 289 4 10쪽
» 10. 굿바이 파티 16.12.28 280 4 8쪽
9 9. 뒤틀림 16.12.28 304 4 8쪽
8 8. 여기 와줘서 고마워요 16.12.28 400 4 9쪽
7 7. 평소와 다른 눈빛 16.12.28 368 4 11쪽
6 6. one more day +1 16.09.20 404 6 12쪽
5 5. 나와 닮은 사진 +1 16.09.19 858 6 9쪽
4 4. 너는 웃는 얼굴이 예뻐 +1 16.09.16 446 6 7쪽
3 3. check in 16.09.15 413 6 9쪽
2 2. 숙소는 파랑 게스트하우스야. 16.09.13 434 7 8쪽
1 1. intro : 제주도로 가라 +1 16.09.12 920 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