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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620
추천수 :
3,749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17 12:00
조회
3,142
추천
98
글자
9쪽

연정기煉精期에 오르다.

DUMMY

강인이 은근히 말을 이었다.


“사요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일단 성공입니다. 주변에 흔하게 널린 이끼와 하루에도 몇 개씩 떨어지는 비늘로 그런 보물을 또 얻을 수 있다면 공자님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해서 보물로 교환하고 싶겠지”

“당연히 사요도 분명 그럴 겁니다.”

“음······. 하지만 머리로 따지는 것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말로는 뭐든 못할까?”

“물론 그렇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계획은 없습니다. 최선의 계획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공자님의 몫입니다.”


공손명은 차분한 강인의 눈을 보며 고민했다. 그리고 이 순간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기점이란 걸 깨달았다.

비록 아버님의 신뢰를 얻고 있다지만 첩의 아들로 태어난 이상 자신은 본가의 일을 뒤처리나 하다가 일생을 마치게 될 운명이다. 하지만 사요와 성공적으로 거래를 이을 수 있다면 그 공으로 가주자리도 충분히 노려봄직하다.

만약 강인이 그저 그런 꼬마였다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 꼬마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담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심지어 영민하고 말솜씨도 좋다. 자신이 넘어가는 것처럼 사요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혈기단, 물론 무척 귀한 보물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혈기단 한 알을 자신에게 베풀며 어떤 식으로 공손가의 자손들을 고양시키고 덕을 쌓았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즉, 보물을 애지중지 감싸고 있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공손명은 아버지에게서 배운 바를 자신도 실천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좋다. 널 믿고 모험을 해보겠다. 동굴에서 형태동주를 만날 경우에는 너의 뜻대로 해보아라. 단, 동굴에 들어가면 일단 흑태와 비늘을 우선적으로 찾아라. 운이 좋아 형태동주를 만나지 않고 흑태와 비늘을 구할 수 있으면 그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물론입니다.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좋다. 대신 너희 아이들은 우리가 돌보고 있겠다.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만약을 대비한 인질인 셈이다. 하지만 강인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최소한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줄 테니 아이들로서도 잘 된 일이다.




다음 날, 천희루 담벼락 움막에 지내고 있던 고아들은 공손명이 얻어 준 작고 외지지만 마당이 있는 방 세 개짜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방 하나는 강인이 독차지했다. 강인이 아니었다면 여기에 오지도 못했을 테니 그 특혜에 대해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사요를 만나기로 한 날은 3일 뒤로 정했다. 공손명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있는 모양이다. 그 동안 강인은 공손명에게 얻은 영단을 복용해 기운을 흡수하기로 했다.

강인은 옥병을 열어 먼저 청진단을 꺼냈다. 단약에서 풍기는 향기가 꽃향기를 쫒는 벌처럼 마음을 취하게 만든다.

강인은 영단을 곧장 삼켰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유일한 운기법인 명륜공을 운용했다.

화로에 불을 지피는 것처럼 단전에 상쾌한 기운이 솟구쳤다. 오른 손에 담긴 불덩이도 그 기운에 호응해 점차 달구어지더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아지경에 빠진 사이, 팔꿈치에 있던 불덩어리가 어깨의 곡원혈曲垣穴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약효가 다하며 단전의 열기가 사라졌고 불덩이의 움직임도 거기서 멈췄다.

강인은 호흡을 고르고 눈을 떴다.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하지만 전신은 민감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충만했고 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볍게 몸을 움직여보니 질기고 끈끈한 탄력이 느껴졌다. 근육에 영기가 충만하게 젖어 든 것이다.

강인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듣기로 청진단은 낮은 품계의 영약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치곤 너무 효과가 좋은 것 같다.

내가 약효를 잘 받아들여서?

아니면 손을 파고든 불덩이가 약효를 배가시키는 것인가?

고민해도 알 수 없다.

강인은 청진단 한 알 더 삼켰다.

사그라지던 단전의 열기가 다시 연료를 얻어 지펴졌다. 그리고 곡원에서 멈췄던 불덩이가 다시 움직였다. 불덩이가 멈추면 다시 영약을 복용했다. 청진단이 다 떨어지면 화용단을 복용했다.

화용단은 약효가 배는 더 뛰어나 불덩어리가 더욱 세차게 움직였다. 강인은 밤새 영약을 복용하며 불덩어리를 천돌, 단중, 중완, 기해를 지나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동이 틀쯤에 불덩어리를 단전으로 인도하여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열기가 단전에서 솟구쳤다.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힘에 강인은 당황했다. 급히 명륜공의 비결을 되뇌며 호흡에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다행히 명륜공의 비결이 기운을 조금씩 다스렸고 날뛰던 열기는 결국 단전에 수용되었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었다. 남은 기운은 빠져나갈 길을 찾아 혈맥을 내달렸다.

뜨거운 기운은 결국 익숙한 길을 찾아냈다. 자신이 들어왔던 경락을 되짚었고 결국 강인의 오른 손으로 방출되었다.

쾅!!

자연스럽게 내뻗은 손바닥을 통해 기운이 쏟아져 나갔다. 그리고 쏟아져 나간 기운은 바로 앞에 있던 방문을 부수고 흩어졌다.

드디어 몸이 편해졌다.

난데없는 소란에 다른 방에 있던 소마가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무슨 일이야?”


다른 꼬맹이들도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소마는 강인의 방문이 날아간 걸 보며 혀를 찼다.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들어가서 자라”

“소란부리지마라. 공손공자님이 쫒아내면 어쩌려고”


소마는 투덜거리며 다시 잠을 청하러 들어갔다.

참 무던한 녀석이다.

강인은 밖으로 나와 부서진 문을 한 쪽에 잘 세워두고 하늘을 보았다. 해가 뜨기 전, 새벽녘이었다.

몸에는 온 몸의 노폐물이 빠져나온 듯 끈적끈적한 땀으로 범벅이었다. 퀴퀴한 냄새가 요동을 쳐서 방안에 더 머물기 힘들었다.

강인은 부엌으로 가서 항아리에 담긴 물로 몸을 대충 씻었다.

끈적끈적함이 가시자 강인은 방금 전 느낌을 떠올리고자 호흡을 골랐다. 즉시 단전이 이글거리며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 열기 한 줄기가 오른 손으로 내달렸다. 손을 쭉 뻗자 강맹한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바로 앞에 있는 대나무들이 영향을 받아 세차게 흔들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강인이 아무 생각 없이 바람에 날려 오는 대나무 잎을 잡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잎에 남아있던 생기가 손바닥으로 빨려오더니 단전으로 이동했다.

잎사귀에서 빨아들이는 기운이 너무나 미미해서 느낌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확실했다. 미약한 푸른색의 기운이 꿈틀거리며 오른 손을 통해 스며들었다.

눈으로 보는 것도 다른 오감을 통해서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었다.

강인은 색다른 의식의 확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수선자가 되면 얻는다는 신식神識(신묘한 감각, 영식靈識, 영각靈覺이라고도 함. 수선자가 되면 깨닫게 되는 오감五感을 넘어선 새로운 감각이다.)이란 건가?’


다시 한 번 대나무 잎을 주워 보잘 것 없는 대나무 잎의 영기를 흡수했다. 마찬가지로 영기의 흐름이 그려진다.

한참 신이 났던 강인은 불연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간다.

방금 손바닥으로 기력을 방출했고 심지어 다시 손바닥을 통해 주변의 영기를 흡수하기까지 했다. 연정기에 막 오른 수선자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

하지만 혼자서 고민해봤자 답이 나올 리 없다.


“뭐가 됐든 나쁜 일은 아니지!”


강인은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마침내 동굴로 들어가기로 한 날이 되자 추영이 아침 일찍 강인을 만나러 왔다. 그리고 강인의 변화를 금세 눈치 챘다.


“자네 어찌된 일인가?”

“어젯밤 연정기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추영은 깜짝 놀랐다.

수선계에서 연정기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지만 수선이란 게 무엇인가?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타고난 자질, 어떤 이는 영근靈根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선골仙骨이라고도 불렀다. 누구보다 특별하고 누구보다 행운이 따라야 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길이었다. 아무나 수행을 한다고 연정기에 도달한다면 누가 귀하게 여기겠는가?

추영은 감탄했다.


“대단하네. 혼자서 연정기를 이루다니”

“평소에도 꾸준히 명륜공을 연마했고 공손공자께서 영단을 내려주셨습니다. 확실히 효과가 좋더군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허허”


추영은 할 말이 없었다. 공손가가 제조하는 단약이 영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한 건 맞다. 하지만 하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물건이다. 그걸 몇 개 주워 먹었다고 천지의 영기를 신체에 담아 곧바로 수선자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쉽지 않네. 영단도 타고난 자질과 쌓아온 저력이 받혀줘야 효과가 있는 법, 어떤 이는 평생을 밥처럼 먹어도 안 될 사람은 절대 될 수가 없네. 더구나 겨우 명륜공으로 이룬 성취가 아닌가? 정말 대단하네. 축하하지 않을 수 없군.”

“감사합니다.”


추영은 강인을 계속 칭찬하며 형태동굴로 이동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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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2 치맥세잔
    작성일
    24.05.22 23:52
    No. 1

    연정기라고 하니 태을금화종지가 생각나네요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상규
    작성일
    24.05.23 18:19
    No. 2

    여동빈의 태을금화종지나 황정경, 용호비결, 포박자, 산해경 등을 자료 조사용으로 겉햛기로 보긴 했지만 깊이는 전혀 없습니다. 경지는 자료 조사 중 연정화기 연기화신 연신환허 연허합도 구절이 멋있어 보여 이를 참고로 경지를 분류했습니다.
    차후에 경지를 정리해서 공지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2 치맥세잔
    작성일
    24.05.23 18:53
    No. 3

    알고 쓰시는 걸 보니 보기 좋습니다.

    자료조사도 안하고 쓰는 분들이 태반이라

    저 또한 용호비결을 좋아하고
    봉우 선생님의 사상을 존중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상규
    작성일
    24.05.23 22:34
    No. 4

    저는 어릴 때, 집에 있던 단丹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여러 번 읽었죠.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샤인네스
    작성일
    24.06.15 08:06
    No. 5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6.25 11:13
    No.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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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34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35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46 101 9쪽
25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38 111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19 107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897 105 9쪽
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2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17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47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65 101 9쪽
18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48 10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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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79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57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1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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