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821
추천수 :
3,753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28 12:00
조회
3,037
추천
97
글자
9쪽

동굴에서 수행

DUMMY

천희루 제일 높은 누각에서 화려하고 옷과 비싼 장신구를 두른 중년의 사내 둘이 떠나는 강인을 훔쳐보며 놀라 손을 떨었다.

바로 공손가의 장남인 공손기와 차남인 공손남이었다. 그들의 안색은 처참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연정경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그렇습니다.”

“연정기 초입이 맨 팔뚝으로 흑웅이 온 힘을 내려친 철곤鐵棍을 받아내? 아무리 연정기라도 팔뚝이 통째로 떨어져나갈 위력인데 설마 한두 달 만에 동피철골경이라도 됐단 말이냐?”

“저라고 이유를 알겠습니까?”

“허······.”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형님”

“젠장! 뭘 어떻게 하느냐? 적랑과 흑웅도 죽었으니 우리가 뒤에 있는 걸 들킬 리 없다. 그러니 이번 일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신중히 다음 계획을 세워보자.”

“알겠습니다.”


공손기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아버지의 총애를 얻는 공손명이 너무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혈족인 공손명을 해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강인을 손 봐 이끼를 교환하는 심부름꾼의 역할을 가로챌 계획이었다.

어차피 심부름꾼이야 누가해도 되는 일 아닌가?

그리고 이 일을 처리해줄 적당한 녀석들도 있었다.

흑웅과 적랑이 강인과 서로 원한이 있다는 게 널리 알려졌으니 강인의 죽음도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여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그럴듯했던 계획은 강인의 실력을 오판하면서 모두 허물어졌다.

하지만 공손기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공손명에 대한 아버지의 총애가 더 깊어지면 자신의 후계자 자리도 위태롭다.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다시 약속한 날짜가 되었다.

강인은 동굴 앞에 섰고 옆에서 공손명과 추영이 공손하게 그를 배웅했다.


“강소협, 무사히 다녀오시오.”


흑웅을 물리친 뒤, 생긴 변화다. 연정경 중기인 동피철골경의 실력으로 추정되는 강인이다.

공손가에서도 동피철골경은 아버지 외에는 도달한 이가 없는 경지였다. 수선계에서는 실력만이 모든 기준이니 공손명이 태도를 바꿔 강인에게 존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강인도 예의를 갖춰 그들에게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공손공자님”


공손명은 강인의 그런 강인의 태도에 안도를 느꼈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고아가 힘을 가지게 되면 정신 못 차리고 거만해질 만도 한데 강인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너무 다행이었다.

강인이 그들과 헤어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햇빛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도달하자 백린이 어느새 허깨비처럼 강인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것도 안 입고 돌아다니고 있다.


“강인사제, 돌아왔구나!”

“백린사저, 잘 지내셨습니까?”


백린은 강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한 후 앞장섰다. 인간의 몸이 완전히 적응했는지 그 움직임이 강인으로서는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날렵했다.

백린은 뒤처지는 강인을 구박했다.


“느려 터졌군. 그리고 뭘 그리 잔뜩 짊어지고 왔는가?”

“헉헉, 공손가에서 보내는 것도 있고 직접 챙겨온 것도 있고 여러 가지들입니다.”


백린의 말대로 강인은 등과 양손에 짐을 가득 짊어 진 채 달렸다. 백린은 짐을 들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대신 강인이 따라올 정도로 속도를 늦췄다.

전에 길을 안내할 때는 뒤도 안 돌아보더니 이제는 사제로 삼아서 그런지 조금은 신경 쓰는 모양새다.

강인은 땀을 흘리며 짐을 너무 많이 챙겼나 한창 후회하고 있는 와중에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가운데 바위에 오르자 곧바로 짐을 정리했다. 제일 먼저 사요에게 줄 의복을 꺼냈다.


“사제, 이건 뭐냐?”

“보시다시피 옷입니다.”

“옷?”

“아무 것도 안 입으면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난 안 불편한데”

“제가 불편합니다.”


백린이 피식 웃었다.


“어린 꼬마 사제가 엉큼하군. 하지만 난 수행을 위해 원음元陰을 지켜야하니 괜히 헛물켜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


강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당연히 백린을 조금도 어찌할 생각은 없다. 비록 흔들리는 가슴이 매력이 넘치지만 피부에 남은 비늘이나 길쭉한 눈동자를 보면 사람과 다른 이질감에 순간 마음이 식어버린다.

허용범위가 넓어 비늘이나 털 달린 요괴를 가리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오히려 더 좋아하기도 한다던가?

하지만 강인은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다. 그냥 사람인 게 더 좋았다.


“제가 감히 사저께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먹겠습니까? 이후 공손가를 비롯한 외부 사람들을 만날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의복을 걸치는데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사제의 말이 틀린 건 아니군.”


사요는 순순히 인정하고 강인이 챙겨온 옷을 입었다.

다 입고 나니 제법 태가 난다. 그런데 살펴보니 옷감이 꽤 익숙하다.


“이거 내가 벗어놓은 허물 아닌가?”

”동굴 한쪽에 내버려두시기에 제가 챙겨서 옷감으로 썼습니다. 혹시 제가 너무 주제넘게 행동한 것이라면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다. 좋다. 어차피 쓸데도 없어 버려둔 허물이다. 잘했구나.”

“감사합니다.”


백린은 강인이 마음대로 자신의 허물을 가져다 쓴 걸 트집 잡을 수도 있었지만 옷을 만들어 바친 마음씀씀이가 고맙고 사실 옷이 꽤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런데 사제가 입은 것도 내 허물로 만든 건가?”

“옷감이 남기에 저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잘 어울립니까?”

“음······. 그래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뒤늦게 지멋대로 했다고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옷을 만들 때, 양평현에서 제일 실력 있는 재단사에게 맡겼는데도 부드러운 와중에 몹시 질겨 가위와 바늘을 여러 개 부러뜨릴 정도로 고생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길 영기를 머금은 옷이라 추위나 더위를 막아내고 웬만한 도검으론 뚫지 못할 거라고도 했다.

그래서 얼마 전, 습격사건도 있고 해서 슬쩍 자신의 것도 추가한 것이다.

강인은 백린이 가릴 걸 가리니 이제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기가 편해졌다.

그 다음으로 공손가에서 전해준 혈기단을 꺼냈다.


“전보다 개수가 늘었군.”

“공손가가 제법 큰 이득을 얻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예물도 더 늘렸다고 합니다. 제법 도리를 알더군요.”


백린은 주저 없이 두 개의 혈기단 중 한 알을 강인에게 툭 건네주었다.


“사제도 고생했으니 이건 사제의 수행에 써라”


생각보다 통이 크다. 혈기단을 이렇게 쉽게 주다니 솔직히 강인은 상당히 감동했다.


“앗, 감사합니다. 사저!”

“감사할게 뭐 있나? 동문인데 당연한 거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급조된 동문사형제지만 백린은 제법 손윗사람 티를 냈다. 그걸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백린에겐 혈기단도 중요하긴 하지만 강인이 만들어내는 단로의 허상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러니 혈기단보다 강인과의 우의를 우선하는 것이다.

강인은 책을 비롯해 식량으로 가져온 벽곡단과 각종 세간들을 꺼내 평평한 바위 한 쪽에 정리했다. 하지만 백린이 수련할 장소도 부족하다며 호숫가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빌붙어 지내야 하는 강인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다. 차가운 호수를 건너 짐을 옮겼다. 발밑에 밟혀 빠드득하는 뼈들이 신경을 거슬린다.

나중에 나갈 때, 밖으로 옮겨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짐 정리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됐다.

강인은 패인 바위 안에 앉아 공손명에게서 보상으로 받아온 영단과 흑웅에게 뺏은 영단들을 분류했다. 청진단이 마흔 개가 넘고 화용단이 서른 개다.

백린에게서 받은 혈기단도 한 개 있다. 또한 주변에는 호숫가에서 채집한 흑태와 백태를 한 무더기를 쌓아놓았다.

웬만한 수선자들은 상상도 못할 풍부한 수련자원이다.

강인은 먼저 혈기단을 손에 쥐고 지체 없이 복용했다. 이어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명륜공, 아니 이제는 조화신공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공법을 운기하자 복용한 혈기단이 순식간에 연화되었고 흘러넘친 영기가

모공을 통해 흘러나와 움푹 팬 바위 안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전에 복용했던 이끼나 청진단, 화용단과 비교할 수 없는 효능이다.

강인의 단전은 터질 듯 팽배했고 거센 영기의 흐름이 혈맥을 진동시켰다. 신식 또한 뻗어나가며 다시 벽면을 더듬자 심상세계 속에서도 단로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 강인은 이 단로의 이름을 안다.


‘조화구중로!!’


이제는 그럭저럭 적응됐는지 조금 더 가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자 압도적인 위압감과 불가해한 감각이 밀려들어온다.

정말 거대하다.

나라는 존재가 그 거대함에 휘말려 사라질 것 같다.

백린이 이 무시무시한 존재를 접한 뒤, 피를 토하고 난동을 피웠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만약 단로를 소유하지 못했다면 이 불가해한 존재감을 도저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06.20 업데이트) 24.06.17 129 0 -
공지 수련 경지 정리 +2 24.05.24 839 0 -
공지 연재 주기를 말씀드립니다. +6 24.05.08 3,470 0 -
37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3) NEW +6 20시간 전 1,413 77 11쪽
36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2) +17 24.06.28 2,214 93 12쪽
35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1) +16 24.06.26 2,398 95 11쪽
34 귀찮은 일들을 떠넘기다. +11 24.06.24 2,563 109 12쪽
33 조화구중로의 신통神通 +10 24.06.21 2,785 118 12쪽
32 축기기蓄氣期에 오르다. +8 24.06.19 2,773 110 11쪽
31 공손가의 풍운(3) +32 24.06.17 2,873 125 12쪽
30 공손가의 풍운(2) +11 24.06.14 2,875 99 9쪽
29 공손가의 풍운(1) +11 24.06.13 2,863 105 9쪽
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41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42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55 102 9쪽
25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43 112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22 108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900 105 9쪽
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6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22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52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71 101 9쪽
18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53 107 9쪽
» 동굴에서 수행 +4 24.05.28 3,038 97 9쪽
16 습격! +10 24.05.27 3,022 103 10쪽
15 경지의 분류 +6 24.05.24 3,114 102 9쪽
14 형태동주의 사제가 되다. +7 24.05.23 3,071 114 9쪽
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5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62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6 10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