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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868
추천수 :
3,756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24 12:00
조회
2,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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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글자
12쪽

귀찮은 일들을 떠넘기다.

DUMMY

공손명은 일문이 멸족될 뻔했던 그때의 상황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살아남은 일족들도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던 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본가를 옮기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고 있었다.

공손명이 강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혹시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닙니다. 훌륭합니다.”

“다행입니다.”


강인은 진심이었다.

뱀 요괴인 백린은 습한 동굴의 환경이 편할지 모르지만 강인은 사람인지라 꼭 그렇지 않았다.

싱거운 벽곡단도 질렸다. 딱딱한 잠자리도 마찬가지다.

경지가 오르면서 더욱 적게 먹고 더욱 적게 잠자게 된다. 하지만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가까운 곳에 저택이 있다면 잠깐씩 동굴을 나와 바람을 쐴 수 있다. 제대로 된 식사도 즐길 수 있고 부드러운 침상에서 잠을 자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강인은 일생을 동굴 속에서 수행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물론 수행이 재미있긴 하다.

하지만 강인이 두 번의 생을 경험하면서 고아로서 느꼈던 결핍이 있었고 그래서 그가 진정 원하는 건 화목한 가정이었다.

아내도 많았으면 좋겠다. 전생이라면 비난이 쇄도하겠지만 여기서는 능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물론 반대의 성별도 능력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리고 아이들도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강인으로선 공손명이 지어주겠다는 저택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 자신의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도 언제든지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를 생각이 없다. 경지를 올리고 힘을 키우는 게 먼저다. 그래야 요괴가 날뛰고 아무 때나 창칼을 들고 사람의 목을 날리는 이 험한 세상에서 가족을 지키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가 있을 테니까.

강인은 자신에게 확신이 들 때까지 당분간은 수행에만 매진할 생각이었다.

상념을 마친 강인은 공손명에게 미리 준비한 흑태와 백태가 담긴 수납환을 넘겨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 수납환은 오씨 형제들을 처리하고 획득한 전리품 중 하나였다.

낮은 품계의 법기라 내부 공간이 좁았지만 필요한 만큼의 흑태와 백태를 담기에는 충분했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이 담았습니다. 영도종과 거래하고 남은 물건은 공손세가를 재건하는데 쓰십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귀금속이 있습니다. 뭔지 잘 모르겠는데 값이 나가면 적당한 가격에 팔아주십시오.”


강인의 부탁에 공손명은 수납환에서 반짝이는 조각들을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것들은 신금神金과 정은精銀, 운철隕鐵조각들이군요.”

“귀한 겁니까?”

“물론이죠. 법기를 제작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입니다. 심지어 굉장히 순도가 높아 보이는군요. 제가 비록 식견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분명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상행을 떠나기 전에 소마를 좀 불러주십시오.”

“소마를요?”

“앞으로 저 대신 석 달에 한 번 이끼를 수확하게 할 생각입니다.”

“공손가 아이 중에도 똘똘한 녀석이 있는데 어떠십니까?”

“감사하지만 소마가 동주님과도 일면식이 있어서 동굴 안쪽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받기가 쉽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공손명은 자기 가문 사람을 소마대신 넣고 싶었지만 강인이 백린 핑계를 대자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강인은 소마를 형태동부의 일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총관으로 키울 생각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설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이다.

눈치도 빠르고 의리도 있는 녀석이니까.

물론 공손명이 추천하는 사람을 써도 된다. 하지만 그러면 모든 일을 공손명에게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영리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지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공손명이 강인의 요청에 즉시 사람을 시켜 소마를 데려오라 지시했고 이어 강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상행을 위해 원강성으로 곧바로 출발했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마가 도착했다. 그리고 쩔쩔매며 강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동주님, 부르셨습니까?”


공손명이 따로 소마에게 예전처럼 대하지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나보다. 강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부동주님은 무슨 부동주님? 헛소리하지 말고 편하게 앉아”

“그럴까?”


소마가 그 말을 냉큼 받으며 동굴 옆 바위 위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네가 할 일이 있다.”


강인의 얘기를 다 들은 소마는 털컥 겁이 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저택관리야 고용한 일꾼들이 다 할 거고 넌 그 앞에서 무게만 잡으면 돼. 그리고 가끔 동굴에 들어와 이끼 좀 뜯으면 된다. 그것만 하면 되는 데 뭐가 문제야?”

“그러니까. 저택관리는 그렇다쳐도 이끼를 뜯는 게 문제란 말이지. 혹시나 동굴에 들어갔다가 동주님이 날 잡아먹으면 어떻게 할 거냐? 얼마 전에도 공손세가에서 수선자 한 명을 통째로 삼켰다던데”

“그런 것까지 소문이 퍼져나갔나?”

“진짜였던 거야?”


삼킨 게 요괴수선자라고 해도 별로 위로가 안 되겠지?

강인은 이 녀석을 어떻게 꾈까 고민하다가 결국 정공법을 택했다.

그냥 윽박지르는 것이다.


“공손가에서 쫓겨나고 싶냐?”

“어?”

“공손가에서 먹고 자는 걸 지원해주고 있지? 그런데 만약 쫓겨나면 앞으로 뭘 먹고 살 거냐?”

“야! 친구가 그러면 안 되지”

“글쎄? 겨우 이 정도 부탁도 안 들어주는 놈이 뭔 친구야. 그리고 백린동주님이 널 왜 잡아먹겠냐? 다른 먹을 것도 많은데. 그리고 잘 들어봐! 저택과 이끼를 관리한다는 건 장차 네가 형태동부의 총관이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총관이 되면 앞으론 공손가주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돼. 사람들이 괴롭힐까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밥을 못 먹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한마디로 마음 편히 떵떵거리며 평생 살 수 있다는 얘기지”

“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거냐?”

“진짜로 동주님이 날 잡아먹지 않겠지?”

“절대 안 먹어!”

“좋아. 할께!”


소마는 잠시 고민하다. 강인의 협박과 회유, 그리고 자신에게 올 이득을 저울질한 끝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모든 일을 정리하고 이제 동굴 안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소마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나도 수선자가 될 수 있을까?”


평소에는 수행에 관심도 없었지만 공손가주마저 절절매는 강인의 위상을 보게 되니 몹시 부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강인은 소마의 바람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수선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질이 중요하다.”

“내게 영근이나 선골이 있을 수 있잖아?”

“아니 없어!”


세간에서 보통 영근이나 선골이라 칭하는 재능은 천지의 기운을 얼마나 잘 동기화하느냐이다.

사람들이 태어날 때, 그런 수선의 싹을 조금씩은 보유하고 있지만 화식火食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의 탁기가 쌓인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탁기로 인해 수선의 싹은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수선세가에서 수선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도 별 거 없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수련법과 공법으로 꾸준히 관리를 받기에 수선의 싹이 시들지 않고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수련자원과 관리를 받을 수 없는 평범한 범인의 경우에는 빠르면 서너 살, 아무리 자질이 좋더라도 일곱 여덟 살이 넘어가면 수선자가 되기가 힘들어 진다.

물론 특출한 자질을 가진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영근과 선골을 유지하다가 스스로 천연수선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몹시 드물었다.

당연히 소마의 자질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인은 여지를 두었다.


“그렇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가하면 그렇지는 않아.”

“뭔데?”

“영약이나 기연! 그런 걸 찾아야지”

“그런 게 나에게 올 리 없잖아”

“내 생각도 그래.”

“······.”

“너무 부러워마라 수선의 공덕이 대단해 보이긴 하지만 속세의 부귀도 그 못지않게 좋은 것이다. 내가 맡긴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귀를 얻을 거다. 그것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

“그래 그것도 감지덕지긴 하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공손세가에 말해서 수행을 지도해 달라고 대신 부탁하마. 수련에 필요한 영약도 얻을 수 있을 거고 정말 운이 따른다면 수선에 발을 걸칠 수도 있을 거다.”

“정말?”

“나를 만난 게 바로 너의 기연인 셈이지”

“잘난 척은”

“하하”


강인은 소마를 끌고 동굴 안에 들어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끼를 캘 수 있는 곳과 아닌 곳, 얼마나 캐어야 하고 공손명에게 얼마나 주어야하는지 등을 세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고의 말을 남겼다.


“절대 욕심 부리지 마라.”

“내가 그리 멍청한 줄 아냐?”

“그래,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겠지”


그렇게 소마에게 귀찮은 일을 모두 떠넘긴 강인은 수행을 위해 다시 동굴에 틀어박혔다.




어느새 일 년의 시간이 흘렀고 강인은 15세가 되었다.

백린은 여전히 삼킨 걸 연화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소마는 강인이 맡긴 업무를 원만하게 수행했다. 공손명도 영도종과의 거래를 순조롭게 이어나가 가주로서 권위를 세웠고 휘청거렸던 공손가를 다시 빠르게 안정시켰다.

강인은 그 동안 동굴에 틀어박혀 수행을 하거나 조화구중로를 만지작거리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해나갔다.

강인의 심상세계도 제법 많이 성장해 영기가 샘솟는 샘은 이제 두자까지 넓어졌고 화산의 불꽃도 변화해 붉은 색보다 노란색이 더 많아졌다. 별의 크기도 사방 10여보가 더 넓어졌다.

심상세계를 이렇게 키우는데 그 동안 꽤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첫 번째는 공손명에게 건넨 신금과 정은, 운철과 같은 귀금속을 팔아 그 돈으로 부서지거나 제작에 실패한 법기들을 싸게 구입했다.

공손명은 이딴 걸 왜 사는지 궁금했지만 강인이 먼저 말하지 않았기에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강인은 이 폐법기들을 조화구중로에 집어넣은 뒤 연화시켜 대부분은 영기로 치환해 심상세계를 키우는데 썼고 완전히 연화되지 않는 귀금속들은 모아서 다시 폐법기들을 구입하길 반복했다.

꽤 수지맞는 장사였다.

그 다음은 샘 주변에 만들어진 약초밭이다.

샘 주변 반장半丈가량은 이끼들로 빼곡했다. 처음에 심었던 흑태와 백태에서 이만큼이나 뻗어 나온 것이다.

그 바깥쪽은 삼蔘이나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 황정黃精과 같은 형태산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약초들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다.

이 약초들은 심상세계에 이끼가 잘 자라는 걸 보고 다른 것도 키워볼 생각에 가져와 심은 것이다.

영기를 머금은 샘의 기운을 빨아들였기 때문인지 성장이 매우 빨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백태였는데 백태 중 일부는 끝 부분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황금빛!

청태가 동굴의 한음지기를 100년간 흡수하면 흑태가 된다. 다시 흑태가 천년을 채우면 백태가 되다. 여기까지다.

어디에서도 황금빛 이끼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공손명도 백태 이후는 모르는 눈치다.

심상세계에 조화구중로를 통해 정제된 영기가 동굴보다 훨씬 순수하고 농밀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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