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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728
추천수 :
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29 12:00
조회
3,051
추천
107
글자
9쪽

뇌정식雷霆式

DUMMY

강인은 조화구중로와의 거리를 조금 더 좁혔다.

정말 티끌만큼의 거리지만 신식에 가해지는 압박이 한 층 더 가해졌다. 그 좁혀진 거리만큼 조화구중로 표면에 어두웠던 부분이 일부 걷히며 새로운 도형과 문양들이 드러났다.

새롭게 밝혀진 도형과 선들은 선명하게 뇌리에 각인되었고 기존의 도형과 선들과 자연스럽게 섞여들어 하나가 되었다.

이 호응해 조화신공이 일렁거렸다.

강인이 그렇게 한 참 무아지경에 빠져 오묘한 즐거움을 느끼던 중, 문득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빠져나왔다.

공손명이 호의로 열람하게 해준 무공서의 구결!


벽력일권霹靂一拳

진천일보震天一步


단 한 걸음과 단 한 번의 주먹질!

일 권에 벽력을 담고 일 보에 하늘을 흔든다.

물론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한 발 내딛고 주먹을 내지르는 단순한 구조의 초식으로 공손가의 무사들이 배우는 기본무공들이다.

강인의 머리 한 구석에 담겨있던 이 구결이 끌려 나와 도형과 선으로 저절로 치환되었고 조화구중로에 의해 한 번에 삼켜진 뒤 토해졌다.

그리고 토해진 도형과 선은 꿈틀 거리며 다시 얼기설기 엮이더니 공력이 움직여야하는 길과 호흡,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담은 새로운 구결로 탄생되었다.

강인은 홀린 듯 이 결과물에 이름을 붙였다.

뇌정식雷霆式!!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

형과 식은 벽력권과 진천보에서 빌려왔지만 기의 경로와 수발은 완전히 뜯어 고쳐졌고 그 위를 조화신공이 넘실거리며 타고 흐른다.

한마디로 포장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물이다.

강인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가볍게 발을 내딛으며 주먹을 질렀다.


“쾅!!”


순간,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사요는 영기로 뭉쳐 떠오른 조화구중로를 보며 오묘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폭음과 함께 단로가 흔들리며 사라지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바위 구덩이 속에서 강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깨달음이 와서 움직이다보니······.”

“만약 바위 표면이 한 조각이라도 떨어졌다면 집어삼켜 버리겠다. 사제!!”


강인은 급히 바위 표면을 살피더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겨우 연정기의 공력으로는 바위 구덩이 안에 가득 찬 영기와 고대의 법보인 조화구중로가 남겨둔 오묘한 흔적을 깨뜨리긴 부족했다.


“바위는 괜찮습니다. 사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티끌만큼도 금이 가지 않았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용서하겠다. 하지만 한 번만 더 그러면 다음번엔 절대 조용히 넘어가지 않겠다.”

“물론입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계속 수행을 이어갈까요?”

“아니다.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그만하자. 대신 내일은 이런 일로 수행의 흐름이 끊겨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백린이 오늘의 수행을 그치자 강인은 곧장 호숫가로 가서 공손가의 벽력일권과 진천일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뇌정식을 연습해 보았다.

쾅!!

쾅!!

주먹이 뻗을 때마다 호수물이 출렁이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백린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강인에게 소리쳤다.


“너무 시끄럽다. 온 동굴이 다 울리는구나. 따라와라!”


백린은 갑자기 다시 뱀의 몸으로 변하더니 강인을 태웠다. 그리고 호수 안쪽으로 헤엄쳐 데리고 갔다. 물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숨을 참아라.”

“흡!!”


백린은 그대로 잠수했다. 호수 안쪽은 막히지 않고 긴 굴로 이어져 있었다. 호흡이 부족하면 백린의 등을 두드렸다. 그럼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솟아올랐다.

이동하는 동안 원래 머물던 호수보다 큰 크기의 호수를 3개, 비슷한 크기의 호수를 하나 더 지났다.

가는 길 내내 빼곡하게 이끼들이 자리 잡고 있어 전혀 어둡지 않고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잠시 후, 매끈하게 녹아버린 가파른 경사가 나타났다. 백린은 강인을 태우고 그 경사를 타고 한참을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백린이 강인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라”

“하늘이요?”


동굴에서 웬 하늘? 하지만 사요의 말대로 고개를 들자 강인은 절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


상처가 난 듯 좁고 비틀린 하늘이 보였다.

이곳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 안이었다. 아니 협곡이라고 불리기도 애매하다. 마치 형태산을 정으로 내려친 뒤 비틀어 버린 모양새다.

그 비틀린 하늘에는 조각달과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다. 굉장히 깊어 원래대로라면 이곳까지 빛이 닿지는 않아야 하지만 매끄러운 벽면에 반사되어 주변이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여긴 낮이 되면 더욱 밝아질 것 같다.

지형을 살펴보던 강인은 문득 고대에 비로산을 부순 조화구중로가 이곳까지 튕겨와 이 협곡을 쪼개고 땅을 녹여 매끈한 굴을 만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형태봉 내부를 휘저으며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호수의 바위에 떨어져 흔적을 남긴 뒤 잠들게 되었고 자신의 오른 손으로 들어온 것이겠지······.

확실했다!

이 무슨 기이한 인연인가?

강인이 상념에 잠긴 동안, 백린이 말했다.


“이곳이라면 웬만큼 시끄럽다 해도 상관없다. 앞으로 하루의 절반은 나와 같이 호수에서 수련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제 마음대로 써라”

“감사합니다.”


길을 모르면 도저히 올 수 없는 장소이긴 했지만 길을 익힐 때까지 백린이 몇 번 정도 데려다주기로 했다.

이후, 강인은 잠을 줄여가며 수련에 매진했다. 하루의 반은 조화신공을 펼치며 심상세계로 들어가 조화구중로를 관조했고 하루의 반은 책을 읽거나 협곡으로 올라가 뇌정식을 연마했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 한 달이 지났다. 한참 수련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보니 여기서 끊기가 아쉽지만 공손명을 만날 때가 되었다.

강인은 호숫가에 앉아 공손명에게 넘겨줄 이끼를 뜯었다.

강인이 이끼를 챙기고 동굴 밖으로 나가자 공손명이 환한 얼굴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인은 준비한 보따리를 그에게 건넸다.

공손명이 곧장 보따리를 열어보았다.


“어? 이번에는 양이 많군요.”

“석 달 치 분량입니다. 매달 왔다 갔다 하기가 번거로워 양을 늘렸습니다.”

“사람 한 둘이라도 더 들어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백린동주께서 수행 장소가 어지러워지는 걸 원하지도 절대 허락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이야 채취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 흑태와 백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지 한꺼번에 채취하기 시작하면 금세 거덜 날 겁니다.”


강인은 적당히 엄살을 부렸다. 이끼는 지금 내놓는 양의 몇 배를 매일같이 내놓는다고 해도 수백 년은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호숫가에 보이는 것만 따져서 그렇다. 총량은 생각보다 더 많을 거다. 형태산 아래에는 백린이 가보지 않은 동굴의 갈래도 많고 그 곳에도 분명 이끼 자생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손에 쥔 보물은 자랑하지 않는 법, 도가 지나치면 분명 귀찮은 파리가 꼬이기 마련이다.

공손명은 강인의 말에 아쉬움을 접었다.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데 백린동주라고요?”

“형태동주께선 백린이란 이름을 쓰십니다.”

“그렇군요. 백린동주께서 강인공자와 상당히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다행히도 좋게 봐주시더군요. 그래서인지 가끔 가르침을 주시기도 합니다.”

“어쩐지 그래서 실력이 확 성장했던 거군요. 그럼 그분의 제자가 되신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가르침을 주실 뿐이죠.”


굳이 사형제가 됐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설명할 것도 많아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모두 공자의 복입니다.”


공손명은 흑웅패거리와 싸움에서 강인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리고 백린이란 요괴가 강인의 뒷배가 되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형태동주란 뒷배가 있으니 이제 강인은 양평현에서 공손가든 누구든 함부로 할 수 없는 신분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작 말을 높이고 행동을 조심하길 잘했다.


“그런데 영도종은 한 달 치 거래만 준비했을 텐데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물량이 있을 지 그게 걱정입니다.”

“석 달 뒤에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문제없습니다.”


강인은 공손명에게 물건을 넘기고 석 달 뒤, 다음 번 만날 날을 정했다. 그가 떠나고 강인은 곧바로 동굴로 돌아갔다. 그 후로 강인의 일상은 수련으로 채워졌다.

강인의 수행은 가파르게 성장해 조화구중로의 표면을 덮은 장막을 3할 가량 걷어냈다. 그리고 그만큼 조화신공도 성장했다.

그런데 두세 달 쯤 지났을까?

가져온 청진단과 화용단을 모두 복용하고 흑태와 백태를 꾸준히 흡수했지만 수행의 진전이 급격히 더디게 움직인다.


‘이제는 이끼는 물론 화용단이나 청진단의 약효로는 제대로 조화구중로를 밝힐 수 없는 건가?’


강인은 손에 가루가 된 이끼 찌꺼기를 털어내며 처음 찾아온 수행의 정체에 고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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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52 10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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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형태동주의 사제가 되다. +7 24.05.23 3,066 114 9쪽
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1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61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5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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