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667
추천수 :
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21 12:00
조회
2,781
추천
118
글자
12쪽

조화구중로의 신통神通

DUMMY

강인은 일단 수납환에 보관중인 각종 영약들과 백태와 흑태, 그리고 오씨 삼형제에게서 뺏은 법기들을 꺼내 조화구중로 안에 닥치는 대로 집어넣은 후, 심상세계로 전이시켰다.

강인도 그 뒤를 따라 복귀하자 그의 신식이 작은 별 위에 뭉쳤다.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영기를 품은 작은 샘과 낮은 화산이 보인다. 그리고 까마득한 하늘 저 먼 곳에서 거대한 조화구중로가 나타났고 가까이 다가올수록 점차 작아지더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낮은 화산 위에 고이 내려앉았다.

쿵!!

묵직한 충격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번 경험했기 때문인지 이전처럼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강인이 다가가 조화구중로 안을 살폈다. 예상대로 현실세계에서 넣었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강인은 그 안에서 이끼 일부를 꺼냈다.

너무나 손쉽게 현실의 물체를 심상세계로 옮겨올 수가 있었다.


‘와! 이게 정말 되네?’


현실세계의 물체가 조화구중로라는 관문을 거쳐 심상세계로 전이되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했다.

한마디로 현실세계의 무엇이든 자신의 심상세계로 옮기고 보관하고 꺼내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강인은 생각에 잠겼다. 그 동안 수선계에 대한 수많은 책을 읽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었지만 어디에서도 축기기의 심상세계가 이렇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축기기 이후 경지인 금단기金丹期, 원영기元嬰期, 화신기化神期에 이르는 절대고수라도 절대 불가능할 일이다.

진선眞仙이라면 혹시 가능할까?

하지만 오늘 날, 수선계에는 진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고대에 발생한 겁재劫災가 세상을 뒤덮은 뒤로 진선이었던 자는 그 겁재에 휘말려 대부분 소멸했고 그나마 간신히 살아남은 진선은 이 세계를 떠나버렸다고 한다.

또한 그 날 이후, 천지의 기운이 끊어져 일부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게 되면서 수선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진선으로 승급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조화구중로가 가지는 본연의 신통神通!

조화구중로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신통을 부리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고대의 법보는 감히 자신이 잴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니까.

단지 엄청난 행운에 감사하며 알뜰히 잘 쓸 뿐이다.

생각을 정리한 강인은 조화구중로에서 꺼낸 이끼를 샘 근처에 심었다.

캐낸 지 오래 돼 약간 시들했던 흑태와 백태는 샘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를 흡수해 금세 싱싱해졌다.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기대가 큰 동시에 걱정도 됐다. 이끼가 너무 많이 번식해 영기의 샘을 말려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샘이 공급하는 영기의 양이 모자라 흑태와 백태가 말라죽을 수도 있다.

틈틈이 지켜봐야 할 문제였다.

강인은 다시 한 번, 조화신공을 운용했다.

낮은 화산에서 붉은 불길이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조화구중로는 그 열기에 달구어졌고 표면에 그려진 문양과 도형을 따라 빛 무리가 일렁거리며 춤을 추었다.

심상세계 밖에서 넣어 두었던 단약과 법기들이 그 열기에 빠르게 연화되면서 처음에 아무 것도 없던 빈 조화구중로를 달구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농도의 영기가 뭉클거리며 쏟아져 나왔다.

연기처럼 뿜어진 영기는 허공에 뭉쳐 사방 100보 남짓의 작은 별 전체를 덮는 오색구름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되어 떨어졌다.

땅을 적시던 비는 여러 물줄기가 되어 옹달샘에 모여들었다.

조화신공을 일주천하고 난 뒤, 운공을 멈추자 샘에서 솟구치던 아지랑이가 흩어지고 벌겋게 열기를 내뿜던 화산의 불길이 사그라졌다.

강인은 변화된 심상세계를 자세히 살폈다. 영기의 빗물을 맞아서 그런지 이끼들은 더욱 생기가 넘쳤다. 그리고 빗물이 모여든 옹달샘은 크게 차이는 안 나지만 더 넓어졌고 더 깊어졌다.

별 또한 조금 커진 것 같았다.


‘음······. 확실히 달라’


영약을 직접 복용했을 때보다 조화구중로를 통해 전환되는 영기가 두세 배는 더 많아 보인다.


‘자, 다시 정리해보자!’


가장 효율이 좋은 건 조화구중로를 통해 연화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삼켜서 복용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접촉을 통해 흡수하는 경우가 가장 효율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효율은 떨어지지만 사정이 급할 경우, 직접 접촉하는 방식을 통해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안전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시도해야 하는 조화구중로가 반응성이 가장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저런 실험을 마친 강인은 심상세계에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눈을 뜨자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하늘에는 하얀 달이 두둥실 떠있다.

강인은 실험결과에 만족하며 손에 들고 있는 조화구중로 안을 살폈다. 그렇게 많이 넣었던 영단과 이끼, 오씨 삼형제의 법보가 모두 영기로 치환되어 사라졌다. 그런데 모두 사라지진 않았다.

조화구중로 안에는 쌀알만 한 크기의 금속조각 서너 개가 남아있었다.


“이건 뭐지?”


강인은 그 조각을 꺼내 손가락으로 굴리며 햇살에 비춰보았다. 사금이나 유리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아마도 이건 오씨 삼형제의 법기에 포함되어 있던 귀금속들로 보인다. 조화구중로를 충분히 달구지 못해 찌꺼기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강인은 그 결정들을 수납환에 따로 챙겼다.

강인이 조화구중로를 다시 심상세계로 돌려보내자 조화구중로는 흐릿해지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강인은 허전한 느낌에 손을 주억거리면서 씩 웃었다.


“아주 좋군.”


손가락에 낄 필요가 없으니 수납환보다 더욱 편리하고 누군가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으니 더욱 안전하다.

물론 조심해야 할 문제도 있다.

물건을 꺼내지 않고 조화신공을 운용한다면 순식간에 귀한 보물이 그대로 영기로 분해된다는 이야기니까.

일단 그 문제는 가지고 있는 수납환과 병행해 사용하면 서 조금만 주의하면 될 일이다.

강인은 다시 수행에 매진했다.

조화신공을 운용할 때마다 조화구중로 안에 영단을 집어넣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가진 영단을 다 털어 넣었고 그 다음부터는 근처에 널린 이끼를 뜯어 조화구중로 안에 집어넣었다.

수련이 계속될수록 작은 샘은 한자尺반까지 넓어졌다. 깊이도 대략 한자에 이르렀다. 화산의 불꽃도 붉은 색에서 약간 노란색 기운이 섞여들었고 별의 크기도 미세하지만 확장되었다.

수행이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띄던 성장도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심상세계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 안을 채워야 되는 영기의 양과 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인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과를 눈으로 쫒을 수 있어 수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어느덧 원강성에 다녀온 지 석 달이 지났다. 공손명에게 영도종과 거래에 필요한 이끼들을 건네줘야 할 시간이다.

강인은 아쉽지만 수행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섰다.




한편, 공손명은 형태동 입구에서 강인이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공손세가는 멸문에 가까운 위기를 겪었다. 최근 여기저기 과연 존속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혹의 눈길이 몹시 따가웠다.

그러니 가문이 끄떡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영도종과의 이번 거래가 아무 이상 없이 진행되어야 했다.

공손명 옆에는 몸을 추스른 추영이 서있다. 아직 잘린 팔뚝을 회복시키지 못해 붕대로 팔을 동여맨 상태였다. 공손명은 이번에 원강성에 가면 거래로 얻은 수익을 모두 쏟아서라도 생육단生育丹을 구해 추영의 팔뚝을 다시 자라게 해 줄 생각이다.

겨우 호위무사에게 그 비싼 생육단을 소모 하냐는 소리를 하겠지만 추영은 생사를 같이한 자신의 충실한 심복이다. 그런 그를 외면한다면 누가 새로 가주가 된 자신을 믿고 따르겠는가?

이런 저런 상념을 떠올리는 사이 마침내 강인이 나타났다. 그러자 공손명이 급히 달려가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부동주님, 나오셨습니까?”


공손세가가 구명지은을 입은 그 날 이후, 공손명은 강인을 소협이라고 부르지 않고 깍듯이 부동주님이라고 불렀다.


“오랜만이군요. 공손가주님”


공손명은 인사를 나누고 강인을 보자 깜짝 놀랐다.

석 달 전에 봤을 때와 또 바뀌었다.

체구는 더 커져서 공손명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것 같고 눈빛은 더욱 깊어져 은은히 품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기세에 절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공손명이 물었다.


“혹시? 그 동안 수행에 증진이라도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최근 축기기에 올랐습니다. 운이 좋았죠.”

“허!”


강인의 아무렇지 않게 툭하고 던지는 말에 공손명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감탄도 안 나온다.

축기기가 운이 좋다고 그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인가?

수선계에서 축기기라면 중소문파의 장로나 장문이라고 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다.

지금 겨우 14살이 아니었던가? 아니 15살? 고아라서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리 많이 쳐줘도 겨우 그 정도의 나이였다.

심지어 이름난 수선대파에서도 재능이 있는 자들을 골라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부어 문파의 후기지수로 키운다고 해도 저 나이 때 축기기 수선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공손명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감탄했다.


“대단하십니다.”


강인은 분명 수선계에 이름을 떨치는 대단한 수선자가 될 것이다. 새삼 돌아가신 아버지의 강인을 데릴사위로 들이겠다는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거물이 될 줄 몰랐겠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틔지도 않은 싹을 홀로 꿰뚫어 보았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공손명은 어떻게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강인을 데릴사위로 들여야겠다고 결심했다.

강인은 공손명의 강렬하게 반짝이는 눈길이 부담스러웠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고자 강인은 슬쩍 말을 돌렸다.


“그런데 저건 뭡니까?”


강인이 가리킨 곳에는 원래, 공손가의 무사들과 이끼를 캐는 채집꾼들이 머무는 작은 움막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움막은 모두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직 뼈대만 세워진 곳이 대부분이지만 땅은 다 다져졌고 일부 건물은 이미 그럴 듯하게 모양을 갖춘 곳도 있었다.

공손명은 공손히 대답했다.


“형태동주님과 부동주님께서 바칠 저택입니다.”

“네?”


강인은 처음 듣는 얘기다.


“멸문지화를 막아주신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공손세가에서 마련한 조그마한 성의입니다. 또한 이곳 동굴 입구에도 형태동부의 이름을 크게 새기고 큰 문을 달아 아무나 드나들 수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일꾼들이 들락거리면 동주님께서 번잡하시지 않겠습니까?”

“아······. 그건 좋군요. 그런데 형태동에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은요? 그리고 공손세가에서 이끼를 얻지 못하면 손해가 크지 않습니까?”

“채집꾼들 일부는 새로 지은 저택에 일꾼으로 고용하고 일부는 공손세가에서 챙기겠습니다. 그리고 공손가의 이익은 이미 영도종과의 거래를 통해 분에 넘치게 얻고 있습니다. 형태동주님이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제가 가주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공손명은 백린과 강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당히 의욕적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잘 보이려는 목적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공손명은 형태동주에게 바치는 저택 아래쪽, 너무 멀지 않은 곳에 공손세가 본거지를 통째로 옮길 생각이다.

여기서 가장 든든한 이는 백린과 강인이다. 저번처럼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어야지 최대한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06.20 업데이트) 24.06.17 129 0 -
공지 수련 경지 정리 +2 24.05.24 837 0 -
공지 연재 주기를 말씀드립니다. +6 24.05.08 3,467 0 -
37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3) NEW +6 20시간 전 1,401 77 11쪽
36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2) +17 24.06.28 2,208 93 12쪽
35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1) +16 24.06.26 2,393 95 11쪽
34 귀찮은 일들을 떠넘기다. +11 24.06.24 2,560 109 12쪽
» 조화구중로의 신통神通 +10 24.06.21 2,782 118 12쪽
32 축기기蓄氣期에 오르다. +8 24.06.19 2,770 110 11쪽
31 공손가의 풍운(3) +32 24.06.17 2,870 125 12쪽
30 공손가의 풍운(2) +11 24.06.14 2,870 99 9쪽
29 공손가의 풍운(1) +11 24.06.13 2,855 105 9쪽
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35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36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49 101 9쪽
25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39 111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19 108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899 105 9쪽
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4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19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50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66 101 9쪽
18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48 107 9쪽
17 동굴에서 수행 +4 24.05.28 3,034 97 9쪽
16 습격! +10 24.05.27 3,019 103 10쪽
15 경지의 분류 +6 24.05.24 3,108 102 9쪽
14 형태동주의 사제가 되다. +7 24.05.23 3,065 114 9쪽
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0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58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3 10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