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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716
추천수 :
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14 12:00
조회
2,871
추천
99
글자
9쪽

공손가의 풍운(2)

DUMMY

공손명은 처음 백린이 나타났을 때, 달빛과 어우러진 자태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워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하지만 말을 꺼낼 때마다 혼내고 윽박지르니 그 숭배하는 마음은 빠르게 사그라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란 건 백린동주가 강인을 사제라고 부르는 점이었다. 둘이 어떻게 사형제관계가 된 건지 궁금했지만 백린의 성깔에 감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백린은 공손명에게 화풀이를 하니 속이 좀 풀렸다.


“이제 가자!”


그녀는 곧장 양 손으로 공손명과 강인을 잡은 뒤에 바람을 일으켜 공손세가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밤이 어느새 깊어져서인지 오고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머리 위로 날아가는 이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린은 공손세가 정문 앞에 도착해 강인과 공손명을 내려놓았다. 저택은 여기저기 등이 걸려있어 굉장히 밝았다. 연회가 펼쳐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연회가 벌어진 것치곤 너무 조용했다.


“음?


갑자기 백린이 코를 찡긋거리자 강인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피 냄새가 나는군.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공손가에서 연회가 막 시작되었을 때는 웃음소리와 술과 음식이 가득했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흥겹게 흘러갔다.

상석에는 이번에 영입한 객경들의 수장인 오경과 공손세가의 가주인 공손군이 나란히 앉아있고 그 아래에는 오경과 공손가의 자손들이 모여 있다.

공손군은 옆자리의 오경에게 술잔을 권하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는 공손기가 이들을 영입한 것을 환영하는 한편, 공손세가가 삼키기 너무 큰 떡이 아닐까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몸통보다 큰 꼬리를 붙이면 그게 오히려 몸통을 흔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다행이도 오경 일행은 그리 거만하지도 않았고 크게 요구하는 것도 없었다.


‘이런 유순한 성품이라면 공손세가와 충분히 잘 어울리겠군.’


공손군은 장손 공손기가 이번에 세운 공이 기뻤다. 항상 부족하던 녀석이 이제야 한 사람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공손군은 술을 몇 순배 마신 뒤, 가슴에 격통을 느꼈다. 자신만이 아니라 연회장 안에 있는 공손가의 자손들과 시중을 들던 수십 명의 일꾼들 모두가 거의 동시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단 둘, 공손기가 심혈을 기울여서 영입한 오경과 오륭뿐이었다.


“큭··· 이게 무슨?”


공손군은 손을 벌벌 떨며 오경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의 눈에 오경이 숨을 내쉴 때마다 옅은 갈색의 입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연회장 안을 가득 퍼져나가고 있는 걸 알아챌 수가 있었다.

공손일가는 이 입자를 흡입한 것이다.

만약 낮이었다면 오경이 독을 뿜는 걸 좀 더 빨리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다고 별 차이가 생기진 않았겠지만······.

오경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공손군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독기와 맞닿았기 때문에 단발마도 지르지 못하고 칠공에 피를 쏟아내며 목숨을 잃었다.

비록 작고 외진 곳이지만 한 지역을 장악한 자의 최후치고는 너무 초라한 죽음이었다.

장남인 공손기도 피를 토하며 쓰러졌지만 당장 죽지는 않았다. 공손기말고도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이 여러 명 있었다. 독이 뿜어져 나온 진원지에서 조금이나마 멀리 떨어져 있던 자들이었다.

피를 토하던 공손기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오륭에게 소리쳤다.


“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오?”

“무슨 짓? 내 동생 오각과 오질이 죽었다. 바로 네가 형편없는 실력이라고 말했던 공손명을 처리하려다 말이다.”

“말도 안······.”

“말이 되건 안 되건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 내 동생들이 죽게 된 책임을 져라! 네 가문과 함께 말이다.”


오륭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창으로 공손기의 가슴을 찔렀고 그는 비명과 함께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륭은 아직 숨이 남아있는 생존자들을 찾아 창날을 꽂으며 돌아다녔다.

이들을 처리하고 공손가를 뒤져 보물을 털어 떠나면 이곳에서 할 일은 끝난다.

그때, 연회장 문이 왈칵 열리면서 예기치 못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백린이 연회장 안을 둘러보더니 혀를 찼다.


“난장판이군.”


강인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예상 못했습니다.”


공손기가 데려온 놈과 싸울 걸 각오했지만 그 데려온 놈이 오히려 공손가 일족을 다 죽여 버릴 줄이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강인으로선 난데없는 살육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들이 이래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코를 킁킁대던 백린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채고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돌풍이 일며 연회장에 있던 창문이 모두 부서질 듯 열어젖혔다. 그리고 덩달아 등불도 꺼졌다.

돌풍과 함께 가득했던 독기가 밖으로 딸려나갔다.

불빛은 거의 다 꺼졌지만 대신 환한 보름달빛이 연회장에 가득 찼다.

달빛의 도움으로 쓰러진 일가족들이 여실히 드러나자 공손명은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얼어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쓰러진 공손군을 찾아내고 비명을 질렀다.


“아버님!!”


불청객을 바라보던 오경은 그런 공손명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버님?”


공손가주의 자손들은 거의 다 보았는데 저 녀석은 처음 본다. 오경이 공손명과 백린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마침내 뭔가 눈치 챘다.


“네가 바로 공손명이군!”


오경은 이어 백린을 노려봤다.


“넌 누구냐? 누구기에 이 일에 끼어드려 하느냐?”

“난, 백린이다. 형태동의 동주이자 공손가와 적지 않은 거래를 하고 있지! 그러니 끼어 들 자격은 충분하다.”

“공손가와 거래를 한다고? 네가 이 근방에 살고 있다는 뱀 요괴로군.”

“그렇다.”

“음······. 네가 오각과 오질을 죽였느냐?”

“오각과 오질?”


강인이 옆에서 속삭였다.


“제가 처리한 놈들입니다.”

“그래?”


백린이 오경에게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거냐?”


오경이 분노했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지!”


백린과 오경은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신식이 뻗어 나와 서로를 쉴 새 없이 탐색하며 빈틈을 찾았다. 오경이 기세가 증폭되자 백린의 기세 또한 그에 맞춰 상승했다.

백린은 상대의 실력이 자신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도 솟아났다.

경지가 낮은 강인과 오륭은 두 기파의 충돌에 안색이 창백해져서 각각 오경과 백린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어쩔 수 없다.

같은 경지 내일 경우 비벼볼 가능성도 있고 낮은 경지가 높은 경지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연정기와 축기기처럼 아예 다른 단계의 대분류로 넘어가버리면 아무리해도 그 격차를 좁히기 힘들었다.

밀려드는 압박을 피해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강인과 오륭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하게 되었다.

강인이 공손명에게 말했다.


“저 녀석은 제가 맡죠. 틈을 봐서 생존자들을 구출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강인이 수납환에서 조양검을 꺼냈다. 오륭이 그 검을 보고 씩 웃었다.


“좋은 검이구나. 그건 내가 가져야겠다.”

“네 창은 그저 그렇구나. 나중에 엿이나 바꿔 먹어야겠군.”


강인의 빈정거림에 오륭은 안색을 굳히더니 성큼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에 마치 얼음을 타듯 순식간에 미끄러져 다가왔다.

슉!

깔끔하고 예리하게 창날이 뻗어 나왔다.

강인도 흑풍세류검과 뇌정식이 합쳐져 만들어진 조화검법의 묘리대로 검을 이끌었다.

챙!

검과 창이 부딪치자 불꽃이 튀며 창에서 검은 기운이 물속에 퍼지는 먹물처럼 허공에 퍼져나갔다.

독이다.

하지만 강인의 일 검에 담긴 뇌기가 낮은 천둥소리를 토하면서 퍼져나가는 검은 기운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강인은 오륭을 보며 힘을 가늠해 보았다.


‘환체경!?’


신식과 경력이 담긴 일합을 겨눠보니 알겠다. 막상막하다.

강인이 오경에게 한마디 했다.


“네 동생들보다 낫구나!”


그 한마디에 오륭은 백린이 아니라 강인이 자신의 동생들을 해쳤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네놈이 그랬구나!”


분노로 마음이 흔들리자 순식간에 본체의 힘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나와 얼굴을 흉악하게 바꾸었다. 반쯤 요괴화가 되며 이마에 더듬이가 삐져나오고 눈동자는 갈색으로 가득 찼다.

손아귀에 들고 있는 창의 힘이 강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이성이 옅어져 정교함은 떨어졌다.

이런 요괴화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챙!

채쟁챙!

검과 창이 쉴 새 없이 부딪쳤다.

수없이 많은 불똥이 튀었다.

오륭의 창이 힘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강인의 검도 유연하게 그 공세를 받아넘겼다.

합이 거듭될수록 창에서 퍼져 나온 검은 독연기가 가득 차며 둘을 삼켜버렸고 그 안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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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50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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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21 10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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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1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59 1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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