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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754
추천수 :
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21 12:00
조회
3,061
추천
110
글자
10쪽

기이한 단로丹爐

DUMMY

강인은 비늘은 온전한 거 하나와 반쯤 부러진 거 하나, 흑태는 두 움큼 그리고 백태는 고민 끝에 엄지손톱정도의 분량만 보따리에 남겼다.

나머지는 떠날 때, 호숫가에 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갈 생각이다.

물론 따로 챙겨 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판매처도 공손가가 꽉 잡고 있어 가져가봤자 유통할 방법도 없다. 괜히 어설픈 행동으로 공손가가 자신을 경계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이끼를 생으로 먹어치울 게 아니라면 너무 욕심 부릴 필요 없지!”


홀로 중얼거리던 그 순간, 강인은 문득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쳤다.


‘잠깐, 생으로 먹어치운다고?’

‘이거 좀 따져봐야겠는데······.’


생으로 먹어치우면 대부분 약효를 십분의 일도 얻기 힘들다. 약재란 정확하고 검증된 제조법을 통해야만 독기를 억제하고 약효를 증대시킬 수 있으니까.

어설프게 복용했다가는 오히려 약독藥毒으로인한 부작용으로 역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다른 방법으로 영기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은가?

강인은 털썩 주저앉은 후, 흑태를 한 움큼 잡아서 오른 손바닥에 올렸다. 그리고 명륜공을 운기 했다.

단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한줄기 기운이 솟구쳤다. 그 기운은 내부의 개척된 길을 따라 오른 손바닥으로 분출됐다.

내쉬고 들이마시는 호흡에 따라 마치 화로에 풀무질을 한 것처럼 단전과 오른 손이 호응하며 뜨겁게 순환했고 손바닥에 올린 이끼가 서서히 말라비틀어지며 서늘한 영기로 치환됐다.

일부는 경로를 따라 단전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흩어져 대기 중에 뿌려졌다.

시간이 갈수록 단전이 영기로 충만해지는 동시에 그릇처럼 파인 바위 안에도 아지랑이 같은 영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멀리서보면 강인 주변으로 마치 흐릿한 안개가 뭉쳐 꿈틀대는 것처럼 보였다.

오른 손으로 빨아들인 영기는 단전을 거쳐 다시 사지백해로 뻗어나가 온 몸으로 스며들었다.

신체말단이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이다.

강인이 기이한 황홀경에 빠져있는 사이, 숨결이 거의 멈춘 듯 길게 늘어졌다. 또한 온 몸의 모공毛孔이 열리며 주변에 가득 찬 영기를 호흡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강인의 신식神識이 자라나며 뻗어나갔다.

신식이란 의식이나 육감을 넘어선 신비로운 감각, 강인이 수선자가 되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감각이다.

뻗어나간 신식은 자기도 모르게 움푹 파인 바위 표면을 훑었다.

동시에 강인의 신식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문양과 도형들을 차래로 감지하기 시작했다.


‘뭐지? 바위 표면에 감추어져 있는 것들인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독특한 형태와 강렬함!

인지되는 문양과 도형, 하나하나를 접할 때마다 엄청난 전율이 밀려온다. 감히 인간은 인지할 수 없는 거대한 법칙이나 진리처럼 느껴졌다.

강인의 신식은 경이로운 상징에 매혹되어 좀 더 가까이 달라붙기 위해 다가갔다. 그 순간. 신식은 몽롱해지고 몸에 충만했던 영기가 급격히 고갈되었다. 바위 표면의 문양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삽시간에 무저갱에 던져지는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강인은 깜짝 놀라 신식을 뒤로 물렸다. 그러자 다행히 안개가 개이듯 신식이 돌아왔다.

강인은 안도했다.

다가가기엔 너무나 위험하다.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이번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신식을 뻗어 도형과 문양을 탐색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더듬으며 도형과 선, 문양의 매력을 탐닉하던 강인은 갑자기 자신의 신식이 돌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모호하고 흐릿한 영역으로 던져졌다.

강인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행히 명륜공을 풀지도 신식을 흩트리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강인은 그 흐릿하고 모호한 영역에서 튕겨지지 않고 계속 머물 수 있었다.


‘와!’


얼핏 이 현상에 대해 주워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수선자가 되면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할 수 있고 그 세계를 심상세계心象世界라고 했다.


‘하지만 신식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힘이 강해져야만 그 신식을 내면세계로 돌릴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려면 최소 축기기는 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겨우 어저께 연정기에 오른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강인은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타고난 자질이 뛰어난 게 분명하다.

신식이란 마음의 힘, 의지의 힘에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그러니 전생의 30년 세월을 경험한 자신의 신식이 특별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좋게, 좋게 결론을 내린 강인은 천천히 아직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둘러봤다.

그 흐릿한 공간에 무언가 있다.

신비로운 도형과 선!

방금 전까지 더듬었던 바위표면에 새겨진 도형과 선이 그대로 심상세계에 투영된 것이다. 강인은 그 도형과 선의 윤곽을 이어보았다.

일단 전체적인 형태는 동그란 그릇처럼 생겼다.

마치 강인이 앉아 있는 바위 안처럼 말이다.

큰 덩어리 양 옆에는 손잡이가 달려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세 개의 발이 있다.

강인은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화로火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단로丹爐(선약仙藥을 굽는 화로火爐)라고 부르는 게 맞다. 강인은 이를 확신을 함과 동시에 이 지역에서 전승되는 오래된 전설이 함께 떠올랐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와 산 정상에 부딪친 단로!

바위를 날려버리고 지금 영도종의 비전祕傳을 남긴 지고의 법보法寶!

그 순간 손에서 흘러나오는 영기가 다했다. 그리고 단전의 열기도 식어버렸다. 영기의 주입이 멈추자 신식도 둔감해지며 심상세계에 가득 찬 단로의 형상도 서서히 사라졌다.

강인은 눈을 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손에 올려 있던 이끼 한 움큼은 어느새 재처럼 바짝 말라 비틀어져 있다.

강인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쪽 세계에서 깨어날 때 손바닥을 파고 들었던 강렬한 고통! 그게 평범한 일 일리 없다.

만약 비로산을 부순 고대의 강력한 법보, 바로 그 법보가 자신의 손을 파고든 거라면 축기기의 강력한 요괴인 사요를 맨손으로 제압한 일, 그리고 하찮은 명륜공 따위로 수선의 관문을 돌파에 연정기에 오른 일, 또한 겨우 연정기인 주제에 손으로 영기를 방출하는 건 물론 반대로 흡수까지 하는 이 모든 기이한 일들이 모두 설명이 된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비로산을 부수고 튕겨진 단로는 하늘을 날아 천리가량 떨어진 이곳 형태산의 동굴 속으로 떨어지고 단로의 뜨거운 열기는 바위를 녹여 이 그릇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로산 바위에 단로의 표면에 담긴 비전을 남겼듯이 이곳 바위 표면에도 그 비전을 남겼을 가능성이 컸다. 영도종도 온전히 가지지 못한 단로의 비전이 이곳에 완벽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단로는 이곳에 흔적을 남긴 후, 작아져 바위 구석에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가 바로 자신의 오른 손을 파고든 것이다.

이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지닌 법보라면 몸집이야 능소능대能小能大! 산보다 커지고 좁쌀보다 작아지는 것 정도야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

물론 이건 다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강인은 추측을 넘어 확신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강인은 서둘러 보따리에서 나머지 이끼와 비늘을 꺼내 오른 손에 올렸다.

머릿속에 펼쳐진 단로의 신비로운 모습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보아야겠다!




사요는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예전에 강인을 어쩔 수 없이 살려 보낸 후, 머무는 곳을 변경했다. 동굴이야 형태산 전체에 뻗어 있으니 새로 머물 거처를 찾은 건 아주 쉬웠다.

사요는 그렇게 새로 마련한 은밀한 거처에서 혈기단을 복용했다. 그리고 이틀 동안 그 약효를 완전히 흡수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온 몸의 비늘이 보석처럼 반짝였고 이마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솟은 뿔도 한 치정도 더 자라 이제는 확연히 뿔임을 가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혈기단이란 단약 하나로 수십 년의 수행을 한순간에 얻은 셈이다. 예상보다 큰 이득을 보자 사요는 거래를 수락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요는 만족하며 본래 거처로 돌아왔다.

이틀이 지났으니 강인은 필요한 걸 챙겨서 이미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숫가로 돌아오자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위 위에 신비로운 단로가 나타나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사요는 그 단로를 보자 다시 한 번 내부에 알 수 없는 기운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혈기단을 복용했을 때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사실 사요는 이 깊은 동굴까지 파고든 고대 신마의 보물, 즉 단로의 힘에 영향을 받아 영지를 얻고 수행의 길에 들어 선 요괴라고 할 수 있었다.

강인의 오른 손에 허무하게 무너진 것도 바로 단로의 힘을 거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그 단로의 허상을 보고 맹렬한 자극을 받은 것도 모두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사요는 홀린 듯 호수를 헤엄쳐 바위에 오른 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단로 주위를 긴 몸으로 감싸며 똬리를 틀었다.

그렇게 기이한 단로를 둘러싼 채, 순식간에 대엿새가 흘러갔다. 사요의 껍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빛을 발했다. 그리고 서서히 탈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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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52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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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62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6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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