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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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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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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경지의 분류

DUMMY

고운진인은 공손가주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후, 작별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뵙겠소.”

“살펴 가십시오.”


고운진인은 호리병 법기에서 구름을 꺼내 올라타더니 하늘 높이 사라졌다. 공손가주는 고운진인을 배웅한 뒤, 공손명을 불러 칭찬했다.


“형태동주에게 혈기단 하나를 선물하여 다섯 개를 얻게 되었구나! 운이 따른다면 우리 가문도 혈기단을 통해 축기기의 수사를 배출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는 모두 너의 공이다. 앞으로 형태동주에게 이끼를 얻어오고 원강성에 가서 혈기단으로 바꿔오는 일은 모두 너에게 맞기겠다. 잘 할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 가문은 매달 다섯 개의 혈기단을 고정적으로 얻게 된다. 그럼 다섯 개 중 하나를 네가 챙기는 걸 허락하겠다.”


가주의 선언에 연회에 참석한 다른 자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장남인 공손기는 아버지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공손가주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형태동주에게 드리는 공물을 더 늘려 두개의 혈기단을 선물하고 심부름꾼으로 쓰는 강인이란 자에게는 가문이 생산하는 화용단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 수련자원들을 제공하라”

“네? 이미 하나를 주는 걸로 계약이 성사되었는데 굳이 더 늘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과한 욕심은 일을 망치는 법이다. 우리가 이 곳 양평현에서 제법 힘을 쓰는 수선세가라지만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흔하게 차이는 길가의 돌멩이와 다르지 않은 신세다. 그러니 강한 자에게는 조심하며 고개를 숙여야 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자라면 보잘 것 없는 자라도 당연히 정성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사요의 우호를 얻어야 하고 강인이란 자는 이 일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 나중에라도 그 둘이 우리가 폭리를 취한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으냐? 그들의 마음이 떠나지 않도록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아버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리고 강인이란 자의 나이가 몇인가?”

“열세 살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아라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고아라서 더 좋구나.”

“네?”

“그 아이를 우리 집 데릴사위로 들이도록 하겠다.”

“아······.”

“물론 당장은 아니다. 적당히 못났다면 난봉꾼이어도 상관없지만 태생이 반골일 경우는 집안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 좀 더 성품을 지켜봐야겠지.”

“난봉꾼도 반골도 아닙니다. 제법 의리가 있고 영민합니다. 보시면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그럼 더욱 좋구나. 어쨌든 급한 것도 아니니 한동안 지켜볼 생각이다. 너는 굳이 티를 내지 말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공손명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강인은 별채에 머무르며 공손가에서 빌려온 서책을 쌓아놓고 읽고 있었다. 책들은 특별한 내용이 담긴 건 아니고 공손세가가 자손들을 가르치기 위해 정리한 교양서로 수선계에 몸담았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의 상식수준의 지식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강인이 부족한 게 바로 그 상식인 부분이라 작은 내용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번 반복해서 정독했다.

특히 자신의 현재 경지인 연정기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신경 써서 읽었다.

연煉은 달군다는 의미다.

정精은 생명을 이루는 근원을 의미한다.

연정기의 목적은 신체를 수선에 적합한 형태로 개변해 천지의 영기가 쉽게 끌어당기고 통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종파에 따라 강신降神이나 부적符籍, 연체練體, 진법陣法, 법기法器, 고법蠱法 용독用毒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을 시작하는데 무엇을 하든 기본이 되는 바탕은 조식調息(호흡법)과 단법丹法(영약을 이용하여 수련)이었다.


“조식은 내단법內丹法으로 분류되고 단법은 외단법外丹法이라? 음······. 복잡하네.”


강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잘 이해가 안 간다. 어쨌든 당장은 머리에 우겨넣는 수밖에 없었다. 강인은 계속 책장을 넘겼다.

연정기는 보통 상중하 단계로 나누는데 초기 단계는 역근경易筋境, 중간 단계는 동피철골경銅皮鐵骨境, 마지막 단계는 환체경換體境이라 칭한다.

초기 역근경은 근육을 바꾼다는 의미다.

이 경지에 들면 천지의 영기가 스며들어 엄청난 힘과 민첩함을 얻게 된다. 몸체만한 바위를 들고 대여섯 장의 거리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어 맹수를 한 손에 때려잡는 위용을 발휘한다.

그 다음 중기, 동피철골은 피부가 질겨지고 뼈가 단단해져 평범한 도검으로는 자를 수 없게 된다. 웬만해선 상처를 입지 않고 상처를 입더라도 쉽게 회복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환체는 오장육부를 비롯한 신체의 장기들이 재조립되는 걸 의미한다.

지금 강인도 연정기에 오른 후, 몸집도 커지고 뼈대도 굵어졌다. 운동선수가 약물을 한 것처럼 숨만 쉬어도 근육이 쩍쩍 갈라지는 중이다. 나이는 대충 13살이지만 얼핏 보면 다 자란 성인처럼 보였다.

한 달 남짓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인지 소마나 다른 아이들은 갑자기 변한 강인을 낯설어 하고 있었다.

강인은 계속 책을 뒤적였다.

물을 계속 부으면 넘치기 마련이고 수련 경지 또한 다를 게 없다.

연정기의 대원만大圓滿(궁극, 정점을 이르는 말 연정기 마지막 단계인 환체경 끝에 다다랐다는 걸 의미함)에 다다르고 마지막 한 걸음을 디딜 수 있게 될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바로 축기기蓄氣期이다.

연정기가 천지의 영기를 담는 그릇이 되는 과정이라면 축기기는 그 천지의 영기를 몸 내부에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다. 그렇게 쌓아온 공력은 언제든 방출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검을 부려 하늘을 날 수 있고 신묘한 힘이 담긴 법기들과 부적들에 제작한다. 또한 요괴는 자연스럽게 둔갑해 사람으로 변하는 게 가능해 진다.

그래서 어떤 이는 연정기까지를 범인으로 두고 축기기부터가 진정한 수선자로 넘어간 단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축기기도 연정기와 마찬가지로 세 개의 경지로 나뉜다.

초기를 납로納爐라고 부른다. 단전에 신로神爐를 들인다는 뜻이다. 로爐는 수선자에게 연정화기煉精化氣(정이란 원초적인 생기를 말한다.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精을 달구어 기氣로 변화시킨다.)를 이루게 해주는 핵심 개념이자 작용이다.

그 부분을 읽던 강인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너무 어렵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잠깐, 단전에 신로를 들인다? 그럼 지금 내 상태는 뭐지?”


분명 고대의 보물인 단로가 단전으로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이건 축기기에서 말하는 납로인가? 아닌가?

이쪽 세상에 알려진 일반적인 수선계의 상식으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경지를 해석할 수 없었다. 강인은 생각을 거듭하다 결국 포기했다.


‘알아서 잘 되겠지!’


강인은 다음 장을 넘겼다.

축기기의 두 번째 단계는 선화煽火이다.

불을 지핀다는 의미로 경지가 상승하며 기의 수발이 훨씬 원활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바로 순청純靑이라 칭한다.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그 순청이다. 신로의 불꽃이 극한에 이르러 순수한 색으로 피어오른다는 뜻이다.

축기기 다음에 관한 경지도 적혀있다.

바로 금단기金丹期, 연정기가 신체를 개변해 영기를 친숙하게 만들고 축기기는 이 영기를 단전에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올린 영기가 마치 보석처럼 단단히 응축되어 금단金丹으로 형성되는 경지가 바로 금단기였다.

책에는 이 금단기에 대해서는 내용이 별로 적혀있지 않았다. 간략히 축기기 다음의 경지라는 것만 설명하고 세부 경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하긴 한 지역의 패자인 영도종도 금단경에 이른 자가 한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고 축기경에 이르기만 해도 큰 문파의 고위직에 오른다.

축기기 고수도 내지 못한 공손가에서 금단기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알 리 없고 또한 서책으로 엮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강인은 책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 대부분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당장은 이해 못해도 상관없다. 머릿속에 있다 보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오겠지.

책을 덮고 나니 어째 지식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졌다.

강인은 계속해서 공손명을 찾아가 다른 서책을 부탁했고 공손명은 조금도 꺼리지 않고 강인에게 자신의 서고를 열어주었다.

강인은 공손명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서고에는 공손가의 기초적인 무예가 담긴 무공서, 수행계의 지식과 흥미로운 사건들을 기록한 잡서들까지 읽을 게 넘쳤다.

강인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그 동안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지식들을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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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35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38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50 101 9쪽
25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40 111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21 108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900 10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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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19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50 9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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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4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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