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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749
추천수 :
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06 12:00
조회
3,021
추천
108
글자
9쪽

벌모세수伐毛洗髓

DUMMY

흑백의 태극문양이 그려진 도포를 입고 소요관逍遙冠을 쓴 도사가 평상에 누워있는 강인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녀석이 소연이를 괴롭히던 혼독을 가져갔다고?”

“그래”

“어떻게?”

“그걸 나도 모르겠다.”

“쯧, 그게 뭐 좋은 거라고 가져갔을까? 그런데 그 지독한 혼독을 가져가려면 독을 푼 시구문 녀석들의 공법이 아니라면 힘들 텐데······. 아니면 성마교聖魔敎 놈들이거나. 이 허름한 녀석이 그런 악독한 놈일 리는 없고, 혹여 그런 악독한 놈이었다면 이렇게 쓰러지지도 않았겠지. 그럼 그냥 운이 나쁜 건가?”

“신산자, 이 영감탱이야 시간 없다.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져온 것이나 다오.”

“버릇없는 녀석, 귀여운 소연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성질 사나운 너랑 계속 만날 일도 없었을 텐데······.”


신산자라 불린 도사가 투덜거리며 팔찌형태의 공간법기에서 옥병하나와 기름종이로 싼 물건을 꺼내 노인에게 툭 던졌다.

노인이 옥병과 기름종이를 열자 황금빛의 끈적거리는 액체와 알싸한 향기가 나는 약초를 지체 없이 솥 안으로 쏟아 부었다.

신산자가 강인 옆에서 걱정스럽게 앉아있는 소연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마라 이번에 다행히도 마지막 약재인 천태산天台山 금봉선자金蜂仙子의 왕유王乳(로얄젤리)를 구했다. 더구나 우리 영도종 창고에 백태도 때마침 있더구나. 이것도 같이 집어넣으면 약효가 증대될 거다.”

“백태요?”

“제법 희귀한 약재다. 고운진인, 그 녀석이 모아 둔 걸 몰래 챙겨오느라 좀 고생했다.”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그 녀석, 태을단 만드는데 이 신산자가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데! 어쨌든 내가 때맞춰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 녀석은 혼독에 중독되어 죽었을 것이다. 이 녀석 운이 아주 나쁘지는 않구나.”

“정말 천만다행이네요. 그런데 약은 언제 완성되나요?”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이미 거의 완성된 상태였으니······. 그런데 이 녀석 아는 녀석이냐?”

“아니요. 오늘 처음 봤어요. 아직 이름도 몰라요.”

“그래?”


신산자는 누워서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있는 강인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강인의 심상은 점점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침투했던 혼독의 기운은 대부분 사라졌다. 아직 조금 남아 꿈틀거리고 있긴 하지만 조화구중로가 다 빨아들이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영기가 나타난 것이다.

앞선 검고 탁한 기운과는 달리 이번에는 악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무지갯빛 영기는 마치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조화구중로에 거부감 없이 스며들었다.



신산자가 노인을 타박했다.


“약을 한 솥 다 먹였는데도 이 녀석은 왜 안 일어 나냐? 조제법이 잘 못된 거 아니냐?”

“혼독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헛소리 말고 기다려 봐!”


노인이 짜증을 내며 대꾸했다. 과연 그 말대로 갑자기 강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기파가 폭증하더니 영기를 맹렬하게 방출하며 온 몸이 은은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 진동에 따라 머리털과 눈썹을 비롯해 온 몸의 털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신산자가 기가 찬 듯 중얼거렸다.


“벌모세수伐毛洗髓로군. 오장육부와 신체말단까지 영기로 씻겨나가는 걸 보니 연정기 후반 환체경으로 승급하는 모양이다. 운이 좋은 놈은 앞으로 꺼꾸러져도 뒤통수가 깨진다더니”

“그건 운이 나쁠 때 쓰는 표현 아니냐?”

“뭐가 됐든 뜻만 통하면 됐지”

“신산자라는 별호를 쓰는 놈이 이렇게 무식할 수가”

“시끄럽다.”


둘이 티격태격한 사이, 강인이 눈을 떴다. 온 몸이 개운한 게 단잠을 자고 깨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는 소연이 빙긋거리며 웃고 있었다.

강인이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얼마 안 됐어요. 쓰러지고 두 시진 정도”

“고맙다.”

“별말씀을요. 저 때문에 당한 일인걸요. 덕분에 제 지병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공자께서 저의 은인이십니다.”


노인이 퉁명스레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때문에 큰 고생을 했구나. 네가 큰 이득을 보긴 했지만 애초에 중독 된 것도 우리 때문이고 그로 인해 소연이 큰 은혜를 입은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뭐가 됐든 셈은 확실해야 하는 법, 이걸 받아라.”


노인이 강인에게 다짜고짜 길고 네모난 상자를 던져주었다. 강인이 얼떨결에 받아 상자를 열자 고풍스런 검이 들어있다.


“그건 조양검潮瀁劍이다. 동해 해안가에서 파도에 정련된 금속을 채집해 제련했다. 4품의 가치를 지닌 검으로 제법 쓸 만한 녀석이지. 가져가라!”

“엇, 감사합니다.”

“이로서 우리의 빚은 없는 것으로 하자”


옆에 있던 신산자가 빈정거렸다.


“성질 나쁜 늙은이 같으니라고 그냥 고맙다는 말을 하면 될 걸 끝까지 거만하고 뻣뻣하게 구는 구나.”

“시끄럽다. 그리고 더 살게 없겠지? 그만 돌아가라 가게 문 닫을 시간이다.”


노인이 짜증을 내며 강인을 그대로 쫓아냈다.

소연이 가게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제 이름은 영소연이에요.”

“내 이름은 강인이다.”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래”


탁하고 문이 닫히자 강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그러다 십여 걸음 후, 뒤를 돌아보았다.

만물만화점은 여전히 문을 닫은 채,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한바탕 꿈이 몰아친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리를 만져보니 매끄러운 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대머리가 됐다.

이를 보니 확실히 꿈은 아니었다.

잠시 후, 강인이 공손가가 운영하는 약방에 도착했다. 영도종에서 일을 마치고 먼저 돌아와 있던 공손명과 추영은 머리카락과 눈썹이 사라진 채 나타난 강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입니까?”


강인이 멋쩍게 웃었다.


“갑자기 이렇게 됐습니다.”


추영은 강인이 길에서 시비가 걸려 무슨 낭패를 당한 건가 생각했고 조금 더 견문이 넓은 공손명은 문득 수련단계 중, 벌모세수란 현상을 기억해냈다.


“설마 환체경에 이른 겁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허!!”


공손명은 강인의 덤덤한 대답에 더 기가 막혔다.

연정기에 입문한지 반년 남짓에 벌써 후기인 환체경에 이르다니 감히 짐작도 못할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이대로라면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축기기에 오를지도 모른다.

거대 종문에서도 고르고 고른 인재에게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부어 수년은 고생해야만 한 세대에 겨우 하나 둘, 키울 수 있는 게 축기기의 수선자다.

그런데 강인이 벌써 그 경지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추영도 옆에서 감탄하며 소리쳤다.


“강소협은 천고의 기재이십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강인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겸손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혼독에 중독되고 온갖 영약을 끓인 죽을 한 솥이나 먹어치울 줄 누가 알았으랴?

하지만 공손명과 추영은 강인의 겸손한 모습을 보며 또 감탄했다. 공손명과 추영이 축하 겸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밖으로 나가자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강인은 정중히 사양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새로 오른 경지를 점검하고 굳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디 조용한 장소를 마련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당연히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꼭 대접할 기회를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공손명은 작은 정원이 있는 안채를 내어주며 일꾼들이 그 곳을 드나들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었다.

강인은 곧바로 그 곳에 틀어박혔다.

사방이 조용하니 마음에 든다.

강인은 방 안에서 가볍게 숨을 들이키며 조화신공을 움직여 보았다. 영기의 흐름이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경지가 올라서인지 몸의 장악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원강성에 오기 전까지 조화구중로의 표면이 개척된 수치가 4할도 안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배가량인 8할 정도가 밝혀졌다.

거대한 단로 표면에 담긴 신비로운 도형과 문양은 마치 맥동하는 것처럼 다양한 색으로 빛났다.

만화만물점의 신비노인이 만든 약이 도대체 무엇이었기에 조화구중로를 감싼 장막을 이렇게까지 걷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영도종의 혈기단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급수가 높은 약재가 들어간 건 확실했다.

다시 한 번 그 약을 얻어먹을 수 있다면 장막이 모두 걷히는 것도 가능해보였다.


‘장막이 모두 걷히는 날이 조화신공이 완성되는 날이 아닐까?’


짐작이지만 확신에 가깝다.


‘계속 나아가다보면 알게 되겠지······.’


강인은 조화신공의 점검을 마친 다음, 수납환을 열어 이번에 사들인 비급들을 검토했다.

먼저 삼십육로 흑풍세류검법이 기록된 옥책을 꺼내 신식을 밀어 넣었다.

장검을 들고 있는 검객이 나타나 천천히 검을 휘두르며 초식을 전개한다. 초식을 펼칠 때 밝은 빛이 검객의 몸 안에서 움직이며 필요한 기의 수발과 운용법을 섬세하게 표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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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2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61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6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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