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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630
추천수 :
3,749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31 12:00
조회
3,048
추천
98
글자
9쪽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DUMMY

성문 앞에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자들로 북적였다.

청동으로 주조된 성문에는 창을 들고 갑옷을 입은 토끼머리를 한 장수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문에 붙어 있는 토끼머리 장수는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쉴 새 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줄을 똑바로 서라! 거기 너! 새치기하면 제일 뒤로 보내겠다.”

“성에 들어올 자들은 비용을 미리 준비해라. 성내의 사람이 초대하거나 친지가 있다면 무료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 명당 은자 두 냥이다.”

“통행시간은 묘시초卯時初부터 술시말戌時末까지다. 그 외의 시간에 성문을 통과하려면 성주님의 통행증이나 그에 준하는 증서가 있어야 한다.”

“수선자는 함부로 성벽을 넘지 마시오. 성 안에서도 허가되지 않는 비행법기를 꺼내 날아다니는 건 금지되어 있소. 또한 성 내에서 소란을 부릴 경우, 대연국大燕國 국왕과 원강성 성주, 또한 대연국을 수호하는 칠대수선종문七大修仙宗門의 이름으로 처벌을 받을 것이오.”


강인은 쉴 새 없이 떠벌이고 있는 조각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공손명에게 물었다.


“저건 뭡니까?”

“쉿, 함부로 이거 저거 하면 안 됩니다. 저분은 을묘신장乙卯神將으로 원강성에 있는 12개의 성문 중에서 정동正東쪽 문을 책임지는 분입니다. 비록 태생은 성문에 조각된 기령器靈(물건에 담긴 영)이지만 백성들의 오랜 향화香華와 기원祈願을 받아 축기기 수선자의 실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잠깐 기다리자 차래가 되었다. 공손명은 품에서 족자를 하나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공손公孫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을묘신장은 세세히 살피더니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공손가의 상행이로군. 환영하네. 잘 알겠지만 이곳에 상점을 연 세가라도 원강성의 거주자로 인정받지 아닌 자인 경우, 체류기간은 나흘만 주어지니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게. 만약 체류기간을 넘기면 따로 체류비용을 지불해야하네.”

“명심하겠습니다.”

“통과!”


을묘신장이 외치자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길을 비켜줬다.

성문을 통과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긴 대로 옆에 높은 건물과 집이 솟아있고 심지어 허공에도 떠있다.

처음 보는 기이하고 거대한 요수妖獸와 신수神獸들이 등짐을 지고 하늘을 날거나 땅을 기어 수많은 물건들과 사람을 옮기고 있었다.

요괴선인들도 가끔 보였다. 의복을 입어서 멀리서는 사람이랑 별 차이 없어 보였지만 다가가면 날카로운 어금니가 삐죽 솟아 있거나 신체 일부가 짐승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확연히 다른 티가 났다.

강인이 신기해서 그들을 계속 쳐다보자 공손명이 조용히 소매를 잡아당겼다.


“저들이 불쾌해하면 곤란합니다. 저렇게 대놓고 돌아다니는 요괴 수선자들은 대부분 축기기의 고수로 각자 한 동부를 열 정도로 명성과 실력을 지닌 자들입니다. 그보다 낮은 경지인 연정기라도 요족妖族 세도가의 자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혹시 모르니 시비가 걸리지 않게 주의하십시오. 물론 성내라 각 문에 새겨진 십이신장十二神將이 지켜보고 있으니 무턱대고 함부로 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주의하겠습니다.”


공손명은 곧장 공손가가 운영하는 약방으로 향했다. 공손단방公孫丹房은 원강성을 동서로 가로지는 대로에서 벗어나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상행이 약방에 도착하자 상주하는 일꾼들이 뛰어나와 짐을 풀고 가져온 청태와 형태산 인근에서 채집한 각종 영초들 그리고 공손가에서 제조한 청진단과 화용단을 빠르게 분류해 진열했다.

공손명은 따로 잘 포장된 상자를 챙겼다. 영도종에 건네 줄 물건들이 들어 있는 상자였다.

공손명이 강인에게 말했다.


“저와 추영은 영도종 지부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전 주변 거리나 구경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안내할 직원을 하나 붙여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다들 바빠 보이는데요. 그냥 가볍게 둘러보기만 할 생각입니다.”

“음, 그렇다면 주의하십시오. 괜히 시비에 휘말리지 마시고 혹여 재물을 자랑하지도 마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어린데다 촌놈이지만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습니다.”


강인의 장담에 공손명은 더 잔소리하지 않고 금세 다녀오겠다며 추영을 데리고 떠났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공손명은 뒤에 남아있는 강인을 흘낏 보더니 안도했다.


“강소협이 영도종 지부로 따라오지 않아 다행이군.”

“어째서 그렇습니까?”

“만약 그가 직접 영도종과 거래하겠다면 중간에 낀 공손가는 어쩌겠나? 오는 내내 그걸 걱정했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강소협은 이런 일에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네. 아무래도 수행에 정진하려면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겠지······.”

“하긴 상행에 관심이 있다면 진작 원강성을 드나들며 영도종과 안면을 텄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수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연정기 동피철골경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는 공손가에서도 가주님만 도달한 경지 아닙니까?”

“흑웅이 기습적으로 내리친 쇠몽둥이를 맨팔로 받아내지 않았나? 그게 연정기 중기인 동피철골경이 아니면 뭐겠는가? 이제는 절대 그를 보잘것없던 꼬마 거지로 여기면 안 되네. 매사 언행을 조심하고 몸을 낮춰 우의를 다지도록 하게. 그렇게 한다면 나중에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네.”

“잘 알겠습니다.”


공손명은 강인과 손을 잡은 후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새삼 강인을 데릴사위로 들이겠다는 아버지의 혜안이 놀랍다. 문제는 강인이 동굴에만 머물고 있어 가문의 처자들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번이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

상행을 마치면 가문으로 초대한 후, 참한 아이들을 골라 한 번 만나게 해야겠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강인은 성내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큰 길로 나가보니 거대한 요수가 짐을 들러 메고 움직였고 그 사이를 수많은 인파들이 비집고 돌아다니고 있다.

혼란하다. 저러다 밟히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인파들은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지 너무나 원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강인은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도시에 갑자기 올라온 촌놈처럼 보이는지(사실 맞지만) 길가의 상가에서 호객하던 점원들이 사방에서 다가와 강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물건들을 안겼다.

아무리 강인이 촌놈이라도 그들이 안기는 건 예쁜 쓰레기일 뿐이란 걸 모를 리 없다. 억지로 붙잡는 손을 때어내도 그들은 웃는 얼굴로 다시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차라리 욕과 주먹질을 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

어떻게든 겨우 그들을 때어놓은 뒤, 강인은 인파를 피해 다시 한산한 뒷골목으로 돌아왔다.


“젠장, 구경도 제대로 못하겠군.”


강인은 투덜대며 골목에 있는 적당히 한산한 찻집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차를 시킨 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종업원이 차와 다과를 내오면서 말을 건넸다.


“손님께서는 원강성이 처음이신 모양이군요.”

“그렇게 티가 납니까?”

“원래 타지에 오면 다 티가 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쪽에는 수선자가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군요.”

“수선자들은 주로 원강성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로 근처에 지냅니다. 수선자들을 상대로 한 상점도 대부분 그 부근에 밀집되어 있죠. 여기처럼 샛길 안쪽이나 외진 지역은 주로 범인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상대적으로 주거가격이 저렴하거든요. 그렇다고 범인들이 원강성의 하층민이거나 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범인이 성 안에 거주할 수 있다는 건 신분이 높거나 재산이 제법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일꾼들은 성 밖 마을에 거주하죠.”


강인은 점원과 수다를 떨며 차를 마셨다.

그리고 달달한 과자와 차를 따로 넉넉히 구입했다. 나중에 돌아가면 백린에게 맛이라도 보게 선물할 생각이다.

그런데 조그만 보따리가 은자 5냥이나 한다. 굉장히 비싸다.


“제가 바가지를 씌운 게 아닙니다. 원강성의 물가가 원래 그렇습니다. 그리고 차는 평범하지만 우리 가게가 구운 과자는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합니다.”


확실히 과자가 맛있긴 했다. 그리고 이제 은자 5냥 정도에 절절맬 정도는 아니다. 강인은 종업원이 포장해준 차와 과자를 챙기며 물었다.


“근처에 수선자들이 필요한 물품과 서책을 파는 곳이 있습니까?”

“좋은 곳은 대로로 가야 합니다.”

“방금 거기서 오는 길인데 너무 복잡하더군요.”

“하긴, 처음 오신 분이 들리기엔 정신이 없긴 하죠. 그리고 바가지 쓰기도 십상이고요. 다행히 이 근처에 수선 물품을 거래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주인장이 좀 쌀쌀맞고 괴팍하긴 한데. 속이는 것도 없고 물건도 훌륭하다는 평판이 자자합니다. 무엇보다 한산해서 천천히 둘러보기 좋습니다.”


점원이 알려준 길을 따라 가다보니 그가 말한 가게가 나타났다.

간판에는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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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2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17 96 9쪽
»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49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66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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