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599
추천수 :
3,749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19 12:00
조회
2,768
추천
110
글자
11쪽

축기기蓄氣期에 오르다.

DUMMY

동굴로 돌아온 백린은 잠을 청하기 전에 강인에게 당부했다.


“이번에 잠들면 6개월? 아니면 1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2년 안에는 일어나도록 하겠다. 내가 없는 동안 동부를 잘 부탁하마.”

“걱정 마십시오.”


강인의 대답에 백린은 끄덕거린 후, 잠을 이기지 못하겠는지 곧장 호수에 몸을 담그고 물결을 헤치며 자신의 둥지를 향해 사라졌다.

그녀가 머무는 거처는 강인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개인공간을 남과 공유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타고난 습성 때문이었다.

강인도 알려주지 않는데 굳이 물어볼 생각이 없었다.

괜히 경계심을 가질 수도 있고 사소한 행동이 오해를 부르고 그런 오해가 쌓이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니까.

강인은 그런 상황이 오는 걸 바라지 않았다.

홀로 남은 강인은 파인 바위 안에 들어가 수련에 정진했다.

얼마 전, 만물만화점에서 영약을 한 솥이나 먹어치웠고 오 씨 삼형제의 독까지 모두 흡수했다.

그 덕분에 지금 강인은 그릇에 물이 가득 담겨 찰랑거리고 있는 상태나 다를 바 없었다. 이렇게 한 경지의 정점에 도달한 상태를 대원만大圓滿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여기서 물방울이 한두 방울만 더 떨어지면 바로 그릇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

강인의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 숨결을 따라 흘러나온 영기가 그릇처럼 움푹 파인 바위 안에 가득 찼다. 숨을 들이마시면 주변의 가득 찬 영기가 조화신공의 인도에 따라 내부에서 끊임없이 순환했다.

바위 위에 아지랑이처럼 나타난 조화구중로의 허상도 강인의 호흡에 따라 기묘하게 일렁이며 광채를 뿜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십여 일이 흘렀다.

어느 날, 단전에서 공력이 솟구치며 사지백해로 달려갔다. 세맥細脈이 터지고 뼈마디가 부딪쳤다.

툭!!

투툭!

온 몸이 뒤틀리고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강인은 그 고통을 기꺼이 반겼다.

탈태환골奪胎換骨!!

바로 연정기에서 축기기로 승급하는 통과과정이 시작되었다.

강인은 그 한참을 인내하자 어느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동시에 의식이 확장되고 세상이 나와 함께 뒤섞이고 물아物我의 구별이 사라지는 극심한 환희가 밀려왔다.

찰나에 밀려오는 이 황홀함은 속세에서 얻을 수 있는 여타의 즐거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고의 즐거움이다.

과정이 힘들다 해도 결과가 신통하지 못해도 많은 수선자가 수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찰나의 순간 이렇게 찾아오는 지고至高의 즐거움을 고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이 영원할 순 없는 법, 확장되었던 의식은 자신의 그릇에 맞게 다시 채워졌다. 대도大道를 엿 본 열락悅樂에 비하면 겨자씨만도 못한 상태로 되돌아온 것이다.

허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전 연정기와 비교하면 수배나 커진 그릇이다. 강인은 그대로 경지의 상승이 가져다 준 여운을 즐겼다.

그리고 여운이 사라지자 신식을 돌려 내면을 관조했다. 당장 느끼기에도 신식의 힘과 그 힘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로인해 이전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심상세계 속,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조화구중로가 곧장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제는 표면을 가리던 장막이 완전히 걷혀 선명해진 모습이다.


‘음?’


조화구중로 아래쪽에 찬연하게 빛나는 작은 별이 드러났다.

이전에는 없던 것이다. 강인의 신식이 그 별을 쫒자 순식간에 별이 눈앞에 다가왔다.

강인은 그 작은 별을 보며 깨달았다.


‘이게 나의 신로神爐구나!’


축기기에 이르는 자는 자신만의 로爐를 들인다. 그리고 그 로를 들인다는 건 흐릿하고 혼돈에 가까웠던 심상세계가 마침내 싹을 틔워 명료해지고 구체적인 자신의 상징을 조각한다는 의미이다.

수행한 공법과 마음가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각각의 인과에 따라 무엇을 싹틔울지는 다 다르다.

어떤 이는 심상세계에 작은 냇물이 흐를 수도 있고 낮은 언덕으로 솟아날 수도 있다. 한 송이 꽃이 필 수도 있고 또는 반짝이는 작은 보석으로도 뭉치거나 강렬한 화염으로 타오를 수도 있다.

그리고 강인의 세계는 작게 빛나는 별이었다.

강인의 신식이 심상공간을 가로질러 별에 안착했다. 그러자 신식이 뭉쳐 자연스럽게 강인의 모습이 되었다. 눈과 코, 입 그리고 손과 발 모두가 달려있다. 단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별은 사방 100보步 정도였다.

정말 작다. 그래서 순식간에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었다. 한 가운데는 한 폄 정도의 샘이 있고 그 뒤에는 무릎보다 낮은 화산이 있다.

강인은 문득 어린왕자에 나오는 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대신 작은 샘이 있는 것만 빼고는······.

화산은 열기를 내뿜지는 않았고 샘은 영기가 고여 있기 만하고 솟아오르지는 않았다.

강인은 순간, 심혼心魂을 흔드는 기묘한 감각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그으으응!!

머리 위에 거대한 조화구중로가 별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하늘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거대한 조화구중로를 보며 강인은 압도당했다.

애써 싹을 튼 자신의 세계가 이대로 고대 신마의 법보에 짓눌려 버리는 것인가? 그러나 다행히 가까워질수록 조화구중로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마침내 항아리만큼 작아진 조화구중로는 작은 화산 위에 알맞게 내려앉았다. 마치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쿵!

크기가 작아졌지만 그 무한한 존재감은 변하지 않았다. 조화구중로가 내려앉자 그 충격에 별은 휘청거렸고 이곳의 세계와 연결된 강인의 신식이 흔들리며 아득해졌고 그대로 심상세계에서 튕겨져 나올 뻔했다.

강인은 신식을 수습해 다시 견고하게 형태를 유지했다. 어느 정도 충격의 여파가 가라앉고 안정되자 강인은 화산 위에 자리 잡은 조화구중로 주변을 돌며 살펴보았다.

화산위에 단로라?

이상하지만 꽤나 잘 어울린다.

장막이 모두 거두어진 조화구중로의 표면에는 신기한 도형과 선이 서로 그물처럼 얽히며 대도大道의 상象을 투영했다.

강인은 완전하게 연결된 문양과 도형을 지금에야 모두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인지 살펴보면 볼수록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조화신공의 흐름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강인은 지금 발아한 자신의 심상세계에 조화구중로를 들이면서 서로 더욱 강렬하게 결합되었다. 그 때문인지 조화구중로는 더 많은 비밀을 강인에게 속삭였고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었다.

순간 급격한 깨달음이 밀려왔다.

그 깨달음은 명확했다.

조화구중로는 우주가 깨어날 때 태어난 선천지보先天之寶이고 표면에 새겨진 도형과 선은 태초의 법칙이 남긴 흔적으로 대도大道의 흐름이 조화신공의 구결이 되었다.

강인은 조화신공을 운용했다.

심상세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잠들어있던 화산이 불꽃을 뿜었고 그 불꽃에 조화구중로가 발갛게 달구어지자 표면에 그려진 도형과 선이 빛을 내며 현란하게 춤을 주었다.

열기를 받은 단로는 순식간에 영기를 연기처럼 피워 올렸다. 그리고 솟구친 영기는 낮은 하늘에 뭉쳐 오색구름이 되었다. 그 오색구름은 비가 되어 떨어졌고 떨어진 비는 감로甘露가 되어 신비로운 샘靈泉에 모여들었다.

비가 그친 후, 작은 샘은 반치가량 커졌고 또 그만큼 깊어졌다. 조화신공을 일주천一周天하자 벌어진 현상이었다.

강인은 이제 조화구중로가 속삭여준 비밀들을 바탕으로 한 가지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바로 조화구중로를 현실세계로 꺼내는 것이다.

조화구중로는 강인의 의사를 읽었는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덩치를 키워가며 강인의 심상세계의 모호한 경계까지 빠르게 날아갔고 금세 그 모습을 감추었다.

강인은 조화구중로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 심상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로 복귀했다.

강인이 눈을 뜨자 익숙한 동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의 두 손에는 고풍스런 단로가 쥐어져 있었다.

강인은 한참동안 멍하니 손에 들고 있는 조화구중로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이제 조화구중로를 현실세계로 꺼낼 수도 있고 심상세계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신기하군.”


강인은 조화구중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표면에는 마치 지문처럼 기이한 도형과 선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얽혀있었다. 아래에는 세 개의 발이 몸체를 받히고 고리 모양의 뚜껑과 양 옆에 동그란 손잡이가 달려있다. 크기도 아담했다. 지금은 두 손으로 잡고 있지만 한 손으로도 충분히 집어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외견은 심상세계에서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단지 그곳에서 보았던 것처럼 압도적이고 신비로운 위압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낡은 골동품처럼 보일 뿐이다.

강인은 일단 조화구중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엄청난 무게로 둔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꺼졌다.


“앗!”


강인이 깜짝 놀라 조화구중로를 다시 집어 들었다.

바위에 균열을 낼 정도의 무게인데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 다지 무겁지 않은데······.’


하지만 그건 조화구중로가 강인을 주인으로 인정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다행히 세 개의 발은 아래 쪽 바위에만 생채기를 냈고 옆면에 그려진 도형과 선을 건드리지 않았다.

강인은 안도했다.

이곳이 손상되면 강인은 몰라도 백린의 수련에 큰 지장이 올 수 있었다. 그럼 얼마나 자신을 닦달할까?

강인은 곧바로 구덩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물길을 타고 복잡한 동굴을 가로지른 뒤 하늘이 보이는 좁은 협곡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평소, 뇌정식같이 시끄러운 수련을 할 때 사용하던 장소였다. 아직 한 낮이라 그런지 햇빛이 협곡의 벽을 타고 풀밭을 비추고 있었다.

강인이 자리를 잡고 조화구중로를 내려놓았다.

퉁!

역시 엄청난 무게로 인해 세 개의 발이 땅 속을 깊게 파고들었다.

강인은 단로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머릿속으로 스며들어온 조화구중로의 활용법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려했다.

일단 조화구중로 내부는 손가락에 낀 수납환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공간법보라 할 수 있었다. 단지 규모에서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강인이 뚜껑을 열고 내부를 살폈다. 단로 내부는 아지랑이처럼 흐릿하여 두 눈으로는 그 끝이 살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신식을 뻗어 조화구중로 내부를 살폈다. 마찬가지로 신식을 아무리 확장해도 그 끝에 닿을 수가 없었다.

강인은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면 산봉우리 하나를 넣어도 충분하겠는 걸?”


산봉우리가 뭔가? 산 하나를 통째로 넣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정말 어마어마한 법보를 얻었다.

이러면 마치 산과 강을 옮기고 해와 달을 대신할 법보를 달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전설의 산해주山海珠나 동천주洞天珠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물론 강인은 산과 강을 옮길 능력도 없고 해와 달을 대신할 보물도 없다. 무엇보다 그게 가능해지더라도 자신의 심상세계에 사람들을 들여 번잡하게 하고픈 생각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06.20 업데이트) 24.06.17 129 0 -
공지 수련 경지 정리 +2 24.05.24 837 0 -
공지 연재 주기를 말씀드립니다. +6 24.05.08 3,465 0 -
37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3) NEW +6 19시간 전 1,395 76 11쪽
36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2) +17 24.06.28 2,205 93 12쪽
35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1) +16 24.06.26 2,392 95 11쪽
34 귀찮은 일들을 떠넘기다. +11 24.06.24 2,559 109 12쪽
33 조화구중로의 신통神通 +10 24.06.21 2,780 118 12쪽
» 축기기蓄氣期에 오르다. +8 24.06.19 2,769 110 11쪽
31 공손가의 풍운(3) +32 24.06.17 2,870 125 12쪽
30 공손가의 풍운(2) +11 24.06.14 2,870 99 9쪽
29 공손가의 풍운(1) +11 24.06.13 2,855 105 9쪽
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34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33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46 101 9쪽
25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36 111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19 107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897 105 9쪽
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2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17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47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64 101 9쪽
18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47 107 9쪽
17 동굴에서 수행 +4 24.05.28 3,033 97 9쪽
16 습격! +10 24.05.27 3,016 103 10쪽
15 경지의 분류 +6 24.05.24 3,106 102 9쪽
14 형태동주의 사제가 되다. +7 24.05.23 3,062 114 9쪽
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79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56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1 10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