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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794
추천수 :
3,753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03 12:00
조회
2,920
추천
96
글자
9쪽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DUMMY

강인은 그 상점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의 말대로 가게는 한산하다. 그 한산함이 심해 손님이 자신 외엔 없다.

통로 좌우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널려있었다.

확실히 만물점이란 이름을 달만했다. 도자기에서 조각, 책자와 그림, 약초 말린 것과 도검과 같은 무기류까지 없는 게 없다.

하지만 한 참을 둘러보고 있어도 손님을 맞으러 나오는 점원이 없다. 혼자서는 뭘 어떻게 물건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고 이 물건들이 어떤 쓰임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결국 강인은 사람을 찾아 가게 안쪽으로는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통로 끝에 도착하자 작은 안뜰이 나타났다.

그 안뜰에는 커다란 나무가 활짝 가지를 넓게 펴 그 아래에 짙은 그늘을 만들었고 그늘 안에는 투박한 평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 평상 위에는 백발백염의 말쑥하게 보이는 노인이 호젓하게 앉아 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노인이다.

그 노인은 장사에 관심이 없는 건지 손님이 왔는데도 반응이 없고 국자를 휘젓는 데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솥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기묘했다.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죽 같기도 하고 또한 씁쓸한 냄새도 섞여있어 약재를 끓이는 것 같기도 하다.


“큼!”


강인은 노인에게 헛기침을 하며 여기 손님 좀 신경 쓰라는 신호를 보냈다. 노인이 슬쩍 눈길을 주더니 귀찮은 듯, 안채를 향해 소리쳤다.


“소연아 손님 받아라!”


잠시 후, 10살 남짓한 영리해 보이지만 다소 창백한 얼굴의 꼬마 여자아이가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노인에게 투덜거렸다.


“몸도 안 좋은 저에게 꼭 일을 시키셔야겠어요?”

“네 병은 안 움직이면 더 심해진다. 그러니 틀어박혀 책만 읽지 말고 계속 움직여라”

“그럼 진작 손님이 오셨을 때, 불렀어야지 왜 지금 부르시나요? 그냥 할아버지께 오니 귀찮아서 그런 것 아닌가요?”

“쯧쯧, 되바라진 녀석, 난 지금 바쁘지 않느냐?”


계속된 말대답에 노인이 혀를 차며 휘젓고 있는 국자로 솥을 두드리며 성을 냈다. 그러자 소연이란 꼬마는 노인을 더 상대하지 않고 성큼 강인에게 다가와 빙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손님 무엇이 필요하신가요?”

“수선에 도움이 될 물품이 있다면 그걸 구매하고 싶다. 일단 공법을 우선 보고 싶구나.”

“손님께선 따로 속한 종문이 없으신 모양이군요.”

“맞다. 산수散修이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지?”

“전승을 가진 수선자는 이런 곳에서 공법을 찾지 않으니까요. 자신이 익힌 것과 새로 익히는 것은 서로 합이 맞아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공법이라도 자신이 익힌 것과 맞지 않거나 충돌하면 안 익히는 것만 못하거든요. 하지만 산수인 경우 이어진 전승이 부족하니 이렇게 원강성에 와서 기연을 바라고 공법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구나.”

“무슨 공법을 익히셨습니까?”

“자신의 공법을 함부로 말해줘도 되는 건가?”

“원래는 아니죠. 자신의 공법을 알려준다는 건 자신의 약점을 알려준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알려주시기 곤란하다면 제가 한 번 맞춰보겠습니다. 익히신 공법은 명륜공, 일월공, 음양공 이들 중에 하나가 아닙니까?”

“어떻게 알았냐?”

“이 지역에서 종문에 속하지 않은 산수가 손쉽게 익힐 운기법이라면 저 셋 중에 하나거든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소연에게 강인은 감탄했다.


“영리한 꼬마군. 그래 난 명륜공을 익혔다.”

“명륜공, 일월공, 음양공 모두 공력이 무색무미무취하다고 할 수 있죠. 특별한 약점이 없지만 대신 특별한 장점도 없습니다.”

“섭섭한 평가인데?”

“하지만 사실인걸요.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어쨌든 그 덕분에 다른 공법이나 무공과 크게 충돌하지 않으니까요. 일단 절 따라오시죠.”


소연은 강인을 데리고 서책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강인이 진열된 책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종이로 엮은 것도 있고 가죽에 새긴 것도 있다.

대력권大力拳. 목령공木靈功, 일지창一支槍 등 제법 그럴듯한 제목들이 적혀있다. 하지만 대충 봐도 공손가의 무공인 벽력권, 진천보와 수준이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공손가처럼 작은 문파나 세가에서나 쓸 만한 공법이다.

더구나 조화구중로를 통해 뇌정식이라는 뛰어난 공법까지 습득했기에 이것들은 강인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좀 더 나은 건 없느냐?”

“음······. 더 나은 거? 당연히 있지요.”


소연은 선반 한편을 열고 그 안에 진열된 옥간玉簡(간簡은 대나무를 길게 자르고 그 위에 글을 쓴 걸 뜻하고 옥간은 대나무 대신 옥을 길게 가공한 걸 말한다.)을 엮어 만든 책冊을 꺼냈다.


“이건 장검문長劍門의 삼십육로三十六路 흑풍세류검법黑風洗流劍法입니다. 300년 전 대륙 서북쪽에서 성마교聖魔敎의 난이 일어났을 때, 여러 나라와 문파, 그리고 세가들이 멸문했죠. 장검문은 그때 멸문한 문파인데 그들의 무공이 이리저리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비록 절세무공이라 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것도 아닙니다. 장검문에서도 정식으로 받아들인 직전제자들이 익히던 무공이라 상당히 완성도가 높죠. 일단 저희가 파는 무공 중에 가장 뛰어난 편입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소연이 권하자 강인은 묵직한 옥책을 펼쳤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기저기 긁힌 흔적만 있을 뿐,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강인이 물었다.


“글자가 없지 않느냐?”

“옥책을 읽을 줄 모르십니까?”

“옥책을 읽는 방법은 다르냐?”

“신식神識을 뻗어 이 안을 살피십시오. 신식은 뭔지 아시죠?”

“물론 알지!”


신식, 수선자가 되면 얻을 수 있는 신묘한 감각!

간단히 설명하면 일종의 초감각이다. 하지만 단순히 초감각으로 모든 설명이 불가능한 능력이기도 했다. 그래서 영혼을 이루는 정신적인 실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강인은 옥책에 신식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장검문의 흑풍세류검법의 구결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구결이 흩어져 뭉치더니 고풍스런 무사가 되어 심상세계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무사는 구결에 맞춰 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모습을 보는 게 아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 같고 구결이 머리에 새겨지는 것 같다.

강인은 감탄했다.

아! 이런 방식으로 읽는 거구나. 비교하자면 전생에 SF영화에서처럼 그냥 머릿속으로 지식을 때려 박는 것과 비슷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따지고 보면 조화구중로의 표면에 새겨진 도형과 선을 읽는 것도 이와 같은 범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화구중로와 달리 흑풍세류검법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담겨있는 정보와 신비로운 힘이 하늘과 땅 차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부드럽게 흘러가던 흑풍세류검법은 어느덧 전반부 12식 중 제 3식이 지났다.

그때, 옥책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고 옥책을 더듬던 강인의 신식도 자연스레 흩어졌다.

소연이 강인에게 말했다.


“손님,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그럼 우린 뭘 팔라고요?”


강인은 흐름이 끊기자 아쉬웠다. 이 깜찍한 꼬마가 제법 장사를 잘한다.

너무 사고 싶게 만들지 않는가?

그런데 옥책을 읽느라 신식이 민감하게 활성화되어 그런지 주변의 영기가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우선 꼬마의 기운이 저절로 읽혔는데 소연의 미간 언저리에 검고 탁한 기운이 머물고 있었다.


‘아프다고 하던데 진짜였구나.’


다행히 미간 주변에 밝고 다채로운 색을 가진 기운이 그 검고 탁한 기운을 억눌러서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위태해 보였다.

순간 강인은 다른 곳에서 더욱 강렬한 영기의 흐름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바로 노인이 있는 곳이다. 노인이 국자로 휘젓고 있는 솥 안에는 영기들의 소용돌이치며 엄청난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도 빛으로 빗은 듯 영기의 파동을 뿜어내고 있다.

강인이 홀린 듯 그쪽을 바라보자 노인은 귀찮은 듯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머릿속을 울리는 가벼운 충격과 함께 강인은 휘청거렸다.

동시에 뻗어나간 신식도 자연스럽게 강인의 내부로 갈무리되었다.

노인이 강인에게 말했다.


“연정기 중기 동피철골경인가? 아니면 후기인 환체경? 기파의 진폭이 제멋대로인 것이 꽤나 기이한 전승을 이은 모양이군. 어쨌든 함부로 신식을 뻗지 마라. 다른 자들은 그런 주제넘은 짓을 하면 나처럼 쉽게 넘어가주지 않을 것이다.”


강인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주의하겠습니다.”


노인은 감당하기 힘든 강자였다. 순간적인 위압감은 자신이 아는 가장 강한 수선자인 백린도 감히 이 노인과 비교가 불가능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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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5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62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6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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