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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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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84
추천수 :
3,753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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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1쪽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1)

DUMMY

물론 이끼를 키우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이끼는 샘의 영기를 가로챈다. 이끼들만 아니었으면 샘의 크기가 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이끼는 흡수한 영기를 일부 내뿜었다. 그렇게 내뿜어진 기운은 오랜 기간 뭉쳐 구름이 되었고 밀도가 높아지면 다시 비가 되어 떨어졌다.

조화신공을 운용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영기가 순환되는 것이다. 비록 이끼 때문에 영기를 손해 보지만 대신 정순해진다. 그래서 샘에 고인 영기는 점점 영롱하고 은은한 빛을 더해가고 있었다.

뭐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무작정 영초를 심을 수는 없었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영기의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약초가 시들해졌다.

지금은 이정도 거리가 한계였다.

단, 샘이 커지면 약초를 심을 수 있는 면적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훗날에 경지가 높아지면 별 전체를 덮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강인은 약초밭을 거니며 몇 가지 재료들을 채집했다.

그리고 작은 화산 위에 있는 조화구중로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조화구중로 안에는 공손세가의 주력상품이자 범인을 수선자로 승급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약인 청진단도 10알가량 들어있다.

강인이 재료를 꼼꼼히 확인한 후, 조화신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화산이 곧장 불을 뿜었다. 뜨거운 열기에 흑태와 영초와 뒤섞인 청진단은 서서히 흩어지며 영기로 치환되었고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여기서 중요하다!

강인은 이 작은 세계의 신神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은 허약한 신이지만······. 어쨌든 강인의 의지와 심상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냐에 따라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강인은 피어오른 각각의 영기들 중 필요 없는 것은 놓아주어 구름에 섞이도록 하고 필요한 것들은 붙잡아 뭉치게 한 후 일정한 비율로 조화구중로 안에 밀어 넣었다.

강인은 계속 조화신공을 운용했다.

조화신공이 일주천一周天을 할 때마다 화산에서 불꽃이 맹렬히 피어올랐다. 그 열기에 조화구중로에 새겨진 도형과 선이 번쩍거리며 거세게 달구어졌다.

일정한 비율로 뭉쳐진 영기덩어리는 조화구중로 안에서 점점 그럴듯한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강인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얼마나 더 달구어야 하는지 언제 열기를 식혀야 하는지······.

어쨌든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설명하기 힘들지만 영단이 언제 제대로 영그는지 그 느낌을 체득할 수 있었다.

위잉!

바로 지금처럼!!

강인은 기묘한 감각이 전해지자 부드럽게 조화신공을 거두었다. 한참이 지나자 화산의 불꽃이 가라앉았고 조화구중로는 천천히 열기가 가시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은 단로를 열 수 없다. 그 안에는 엄청난 압력과 뜨거운 열기를 흡수하여 단약이 열매처럼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인은 밥에 뜸을 들이는 것처럼 다시 한참을 기다리자 조화구중로를 감싸던 빛이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드디어 완성이다.

강인은 현실세계로 복귀했다. 그리고 두 손에 들고 있는 조화구중로의 뚜껑을 신중히 열었다. 그 안에는 검은 진주처럼 반짝이는 세 개의 단약이 담겨있었다.


“제발!!”


강인은 성공을 기원하며 단약을 하나씩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제대로 된 것 같은데!? 하하 정말 그럴 듯하게 만들어졌네?”


이 단약의 이름은 흑진단黑珍丹이다. 공손세가의 주력 상품인 청진단을 강인이 개조한 것으로 흑진단이란 이름은 직접 붙였다.

청진단의 주재료인 청태를 흑태로 교체하면 성능이 더 좋아질 것이란 단순한 가정 하에 가볍게 시도해 본 것이다.

하지만 재료 중 하나가 변하니 다른 재료의 배율도 같이 바뀌었고 그 바람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제야 겨우 쓸 만한 녀석이 나온 것이다.

가장 까다로운 재료 손질과 약기운을 응집하는 작업은 조화구중로를 통해 손쉽게 정제할 수 있었기에 그나마 시간을 단축했다.

만물만화점에서 사온 단약 제조입문서가 처음에 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이 산 부적제조법이 적힌 책도 연구해야 하는데 너무 할 게 많아서 시간이 안 난다.

뭐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나중으로 미뤄두었다.


“이제 웬만한 영약정도는 충분히 복제가 가능할 것 같은데······.”


너무 과한 자신감인가 싶긴 하지만 조화구중로가 있고 영단을 구성하는 약재의 종류와 배율에 대한 비전만 있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

물론 비전을 구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강인은 영약을 조화구중로에 집어넣어 그 구성 비율을 분석할 수 있다.

심지어 여기에 번뜩이는 영감까지 더해지면 원본을 뛰어넘는 작품이 탄생할 수가 있다.

바로 눈앞에 있는 흑진단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강인은 흑진단을 옥병에 담았다. 다음에 밖으로 나가면 몇 개는 소마에게 먹여 효과를 확인해 보고 효과가 확실하면 이후부터는 공손명에게 건네 시장의 반응을 볼 생각이다.

반응이 좋다면 왕창 만들어서 팔아 야지!

수선자의 길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재산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게 바로 수선자의 길이다. 재산이 없으면 수련자원도 없다.

요괴수선자처럼 오래 사는 종족이라면 자원이 부족해도 시간을 때려 부으며 수행할 수 있지만 인간은 수련자원이 없으면 뭘 해보기 전에 늙어죽기 딱 좋았다.

그래도 강인은 다행인 셈이다.

동굴에는 나름 귀한 영초인 이끼들이 발에 채이고 조화구중로 덕분에 귀금속과 단약도 손쉽고 만들 수 있다. 그 덕분에 수련자원 고민을 크게 덜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강인은 자신이 익힌 조화신공을 백린이나 소마에게 가르쳐 보는 건 어떨까 해서 몇 번이나 조화구중로에 내재되어 있는 비결을 정리해 보려 했다. 하지만 몇 차래 시도에도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림으로 풀어내려 하면 삐뚤빼뚤해지고 나무나 바위에 새겨보려 하면 재료가 깨지거나 도저히 그 형태가 떠오르지 않았다.

흔히 천지의 기운이 담긴 강력한 선천지보先天之寶들은 그들이 가진 특유의 천지법칙으로 인해 사용할 경우, 독특한 제약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어떤 건 이름이 알려져선 안 되고, 어떤 건 소유자가 바뀌어선 안 된다. 혈통으로만 이어지는 법보도 있고 주인에게 영광과 능력을 주지만 결국 미치게 만들어 파멸로 이끄는 법보도 있다.

어쩌면 진정한 조화신공을 배우고 익히려면 조화구중로를 소유한 자만이 가능한 건지도 몰랐다.






오독맹五毒盟은 전갈요족인 백갈부白蠍部, 거미요족인 흑주부黑蛛部, 뱀요족인 적사부赤蛇部, 지네요족인 청오부靑蜈部, 두꺼비요족인 금섬부金蟾部 다섯 요괴부족들이 결성한 연맹이다.

그리고 대연국의 칠대종문처럼 오독맹은 남서국南暑國을 대표하는 수선종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청오부 출신의 축기기 수선자 오경이 자신의 대우에 불만을 품고 연맹의 보물을 훔쳐 은밀히 도망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 사실을 알아챈 오독맹은 한바탕 난리 끝에 대대적인 추적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행방이 모연해진 오경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그들을 파견했다.

적사부의 타영它英은 청오부의 오동吳東, 흑주부의 주오朱梧와 함께 한 조가 되어 북쪽방향을 탐색하도록 지시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여기저기 소식을 탐문하다가 행운이 따랐는지 오경의 흔적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근 1년 만에 얻은 단서였다.




원강성 12수문장 중, 남문에 새겨진 정사신장丁巳神將은 길쭉한 뱀 머리를 갸우뚱하며 젊어 보이는 2남 1녀의 수선자들을 날카롭게 살피며 다른 방문자들에 비해 유난스럽게 까다롭게 굴었다.

처음 보는 건 둘째 치고 아무 연고도 없는 녀석들이다.

경험적으로 이런 뜨내기 요괴산수妖怪散修들은 성내에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원강성은 상업으로 부흥한 도시라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누가 오든 막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정사신장은 결국 트집 잡을 게 없자 그들을 그냥 통과시키기로 했다. 대신 경고를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여기서 말썽을 부린다면 대연국의 황제와 원강성의 성주, 7대종문의 징계를 받게 되오. 그러니 얌전히 머물다 떠나는 게 좋을 것이오.”

“물론이오. 물건을 살 게 있어서 온 것이니 소란을 부릴 까닭이 없소.”


타영은 빙긋 웃으며 성문을 통과했다. 거리가 멀어지자 덩치 큰 오동이 투덜거렸다.


“문지키는 기령器靈주제에 너무 거만하군.”


눈매가 매력적인 주오가 요염하게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우리 신분을 밝힐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 얌전히 굴 수밖에······.”


물자가 적은 남서국은 틈만 나면 대연국의 국경을 습격해 사람들을 잡아가 노예로 삼았고 부족한 물자를 약탈했다.

그렇게 속세에서 일어난 전쟁이 수선계의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물론 오독맹과 칠대종문의 핵심전력이 직접 부딪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들이 맞붙는다면 나라가 지워지고 땅과 산이 요동칠 정도로 큰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의 입김이 미치는 중소 예하문파들로 대리전을 자주 치렀다.

지금은 한동안 조용하다고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오랜 응어리가 있어 결코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이곳, 원강성은 남서국과 이만 리 넘게 떨어진 곳이라 성의 수문신장들이 자신들을 뜨내기 산수로 여겨 오독맹의 수선자라 짐작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오독맹의 수선자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만약 방문한 곳이 두 나라의 국경지역 마을이나 성이었다면 타영 일행은 감히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타영이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괜한 소란피우지 말아라. 우리 신분이 알려지면 몹시 피곤해진다.”

“알겠습니다.”

“걱정마세요.”


타영은 오동과 주오를 데리고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로에 위치한 천하상점天下商店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5층 높이의 대형 상점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천하상단이 운용하는 상점으로 천하상단은 대연국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상단이었다.

천하상단의 상행은 그 명성에 걸맞게 나라 안은 물론 나라밖까지 뻗어있다. 천하상단이 이렇게 여러 지역을 오가다보니 각 지역의 유력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에는 당연히 남서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두 나라 사이가 나쁘더라도 돈은 차별이 없는 법이니까.

타영이 점원을 통해 자신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넣자마자 상점의 점주가 급히 튀어나와 허리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점주는 두 말없이 타영일행을 데리고 제일 높은 층으로 올라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에는 천으로 덮은 물건이 있었고 천을 걷자 여러 조각의 커다란 껍질들이 나타났다.

타영이 오동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보는가?”

“틀림없습니다. 우리 청오부 족인의 신체입니다. 표면에 남겨진 무늬와 흔적으로 보아 연정기 정도의 수련 경지로 보입니다. 오경을 따라 같이 배신한 삼형제들 중 한 놈인 게 분명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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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5 10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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