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686
추천수 :
3,751
글자수 :
159,833

작성
24.05.08 20:00
조회
5,391
추천
103
글자
9쪽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1)

DUMMY

눈을 감으면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그 빛은 머릿속을 헤집었고 그때마다 마치 두개골이 쩍쩍 갈라지는 듯한 같은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6개월 전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온 불운이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수없이 많은 검사가 진행됐지만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끔찍한 고통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음식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이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빛이 아른 거리며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는다. 결국 거동조차도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

비쩍 마른 강인은 병실 침대에 누워 의사들의 어두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자신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읽을 수 있었다.


‘젠장! 억울하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고아로 아등바등 살아온 삶이다. 갖은 고생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아가려던 차에 이런 한심한 꼴이라니······.

강인은 그렇게 병실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의식이 돌아 왔다. 은은한 빛 무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춤을 추었다. 강인은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곧바로 체념했다.

언제나처럼 머리를 헤집는 고통이 밀려올 것이다.


‘음?’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빛이 안겨주는 고통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빛은 왠지 폭신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강인은 자기도 모르게 그 따사로운 빛에 손을 뻗었다.

손이 빛에 닿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것은 환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닿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빛은 강인의 손바닥 안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마치 뜨거운 쇠막대기로 찔리는 듯한 고통이었다. 강인은 그 극심한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컥!!”


입을 벌리자 차가운 물이 난데없이 가득 밀려들었다.

숨이 막힌다. 강인은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쳤고 다행히 손끝에 단단한 바닥이 닿았다.


“컥! 콜록, 콜록!”


바닥을 딛고 일어선 강인은 쓴물이 올라올 정도로 격렬하게 기침을 토했다. 강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신선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러자 정신이 서서히 맑아졌다.

손을 파고든 고통은 꿈처럼 사라졌고, 무엇보다 지긋지긋하게 달라붙던 두통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상쾌함이었다.


‘혹시, 내 병이 완치된 건가?’

‘이 물은 대체 뭐지? 새로운 치료법인가?’


강인은 뒤늦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뭐야? 여긴 대체 어디야?”


이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그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머리 위로는 바위로 이루어진 높은 천정이 있었고, 그 아래로는 넓은 연못이 펼쳐져 있었다.


“설마 동굴 안?”


심지어 사방에는 흐릿한 빛을 발하는 이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강인은 너무 놀라 멍하니 그 이끼들을 바라보면서 바보처럼 혼잣말을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빛을 내는 이끼가 있다고?”

“진짜로?”

“아니야 있을 수도 있지. 내가 이끼 전문가는 아니니까. 좋아, 그런 게 있다고 쳐!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혼자 중얼거린다고 해서 답이 나올 리 없었다. 강인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여기요! 누구 없어요?”


폐부를 짜내서 억지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주위의 적막이 너무나도 짙어 소리도 제대로 크게 못 지르겠다. 그래도 몇 번이나 힘을 다해 외쳐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강인은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몸도 이상하고 장소도 이상하다.

설마 죽어서 지옥에라도 떨어진 건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가벼운 두통과 함께 알 수 없는 기억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아니다!

알 수 없는 기억이 아니다. 이 기억은 원래 이 몸이 지니고 있던 기억이었다.

강인은 갑자기 한 이름을 외쳤다.


“소맹小猛!?”


지금 움직이고 있는 이 몸의 이름은 소맹, 쪼그만 게 용감하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나이는 대충 10살이 조금 넘었다. 왠지 팔 다리가 짧다고 느낀 이유가 그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강인과 소맹, 두 개의 삶이 순간순간 뒤섞이더니 어제와 오늘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전혀 이질감을 느껴지지 않는다.


‘오래 전, 읽었던 인터넷 소설처럼 내가 이세계로 넘어온 건가? 아니면 갑작스럽게 강인이란 전생의 기억을 깨달은 건가?’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없다.

기억의 파도가 밀려와도 강인은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소맹의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한 장면에, 강인은 욕설을 참지 못했다.


“젠장! 장난하나?”


소맹은 떠돌이 고아였다. 같은 처지의 다른 고아들과 함께 작은 무리를 이루어, 마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잡일을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세계로 넘어와 다른 사람의 몸을 차지했든,

죽고 다시 환생했든, 어처구니없게 결국 여기서도 고아인 셈이다.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인가?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기억 속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도 섞여 있었다.

바로 이곳은 무협의 세계, 아니 오히려 서유기나 봉신연의와 같은 선仙과 마魔, 요妖과 괴怪가 날뛰는 선협仙俠의 세계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믿기 힘들다. 하지만 밀려드는 기억을 부정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처한 상황이 기가 막혔지만 강인은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계속 여기 있을 순 없으니 나갈 길을 찾아야 했다.

강인이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이끼들이 흐릿한 광원이 되어 주변이 아주 어둡지 않았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은 연못 한 가운데 툭 튀어나온 바위 위였다. 이 바위도 이상하게 생겼다. 마치 누군가 공들여 깎은 것처럼 동그란 그릇 모양으로 매끈하게 파여 있었는데 두 팔을 펼치면 닿을 정도라 그다지 넓지는 않았다.

그 안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깊이는 발목에도 미치지 않았다. 접시 물에 빠져 죽는다더니 여기서 허우적거리다가 하마터면 익사했을 뻔 했다.

강인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사방이 막힌 바위벽에 너른 연못만 있을 뿐이다.

그 순간, 적막을 깨뜨리는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풍덩!”


소리가 난 방향에서 길쭉하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무언가가 연못 안으로 스르륵 들어가는 모습이 강인의 두 눈에 들어왔다.

흐릿한 빛에 비늘이 반짝인다. 언 듯 봐도 뱀인걸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비단뱀이나 아나콘다처럼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저 녀석은 꼬리로 무언가를 감은 채 이쪽으로 헤엄쳐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머릿속에 저 녀석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이 동굴의 주인!

이곳은 바로 저 녀석의 둥지다.

그리고 난 저 녀석에게 잡혀왔다. 다시 말해 한 끼 식사인 셈이다.

망할 왜 지금 떠올랐지?

당장 도망가야 했다.

강인은 바위에서 내려 와 조용히 연못에 발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냉기가 발끝을 타고 머리까지 저리게 만들었다.

다행히 연못은 깊지 않아 아직 어린 강인의 발끝에도 바닥이 닿았다.

조금씩 바닥을 더듬어가며 움직이는 그때, 발끝에 나뭇가지 같은 게 걸렸다. 강인은 무기로 삼을 생각에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제법 묵직하고 아귀에 딱 들어맞는다.


‘응?’


나뭇가지를 흘낏 살피던 강인은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이 집어 올린 건 바로 사람의 허벅지 뼈였다.

걸을 때마다 발끝에 차이는 것들이 모두 사람의 뼈인가?

한두 명의 뼈가 아니다.

모두 저 괴물이 잡아먹은 희생자들이었다.

강인은 이를 악물고 손에 쥔 사람의 허벅지 뼈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혹시 싸우게 될 경우 이거라도 휘둘러야 했다.




사요蛇妖(뱀 요괴)는 이 동굴 안의 영기靈氣를 흡수해 사람과 같은 영지靈智를 획득했고 그 이후 수백 년간 수행을 이어나가는 요괴수선자였다. 그리고 이 동굴의 지배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흥겹게 자신의 두 번째 사냥감을 끌고 둥지로 돌아왔다. 가끔씩 잡히는 이 특별한 사냥감들은 자신의 수행을 증진시켜주는 기운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이번에는 사냥감을 둘이나 잡아 제법 성과가 좋았다.


“음?”


사요는 둥지에 도착하자 미리 잡아놓은 녀석이 사라진 걸 알아챘다.

분명 정신을 못 차리도록 술법을 걸어놨는데도 말이다.

사요는 꼬리로 휘감은 두 번째 사냥감을 바위에 내던지고 그릇처럼 파인 작은 바위 주변을 뱅글뱅글 돌아다니며 날카롭게 살폈다.


“이 녀석이 어떻게 도망쳤지?”


조심스럽게 연못을 가로지르던 강인은 들려오는 뱀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뱀이 말을 한다고?

하지만 뒤이어 밀려온 기억이 이 상황을 당연히 여기게 만들었다. 저 녀석은 요괴다. 그러니 이쪽 세계에서는 뱀이 사람 말을 할 수 있는 건 너무나 흔한 일이다.

추위에 온몸이 떨리고 머릿속도 계속 떠오르는 기억으로 아직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지금 한가하게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강인은 코만 내밀고 더 깊이 몸을 물속으로 숨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06.20 업데이트) 24.06.17 129 0 -
공지 수련 경지 정리 +2 24.05.24 838 0 -
공지 연재 주기를 말씀드립니다. +6 24.05.08 3,467 0 -
37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3) NEW +6 20시간 전 1,403 77 11쪽
36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2) +17 24.06.28 2,209 93 12쪽
35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1) +16 24.06.26 2,393 95 11쪽
34 귀찮은 일들을 떠넘기다. +11 24.06.24 2,560 109 12쪽
33 조화구중로의 신통神通 +10 24.06.21 2,782 118 12쪽
32 축기기蓄氣期에 오르다. +8 24.06.19 2,770 110 11쪽
31 공손가의 풍운(3) +32 24.06.17 2,870 125 12쪽
30 공손가의 풍운(2) +11 24.06.14 2,871 99 9쪽
29 공손가의 풍운(1) +11 24.06.13 2,856 105 9쪽
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35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36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49 101 9쪽
25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40 111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20 108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900 105 9쪽
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4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19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50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66 101 9쪽
18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49 107 9쪽
17 동굴에서 수행 +4 24.05.28 3,036 97 9쪽
16 습격! +10 24.05.27 3,020 103 10쪽
15 경지의 분류 +6 24.05.24 3,109 102 9쪽
14 형태동주의 사제가 되다. +7 24.05.23 3,066 114 9쪽
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1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59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3 10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