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Q 님의 서재입니다.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13,803
추천수 :
3,753
글자수 :
159,833

작성
24.06.07 12:00
조회
3,142
추천
112
글자
9쪽

조화검造化劍

DUMMY

강인은 옥책을 들고 안뜰로 나왔다. 공손명이 사람들에게 주의를 준 것도 있고 어느새 밤이 깊어져서 그런지 주변이 한적하다.

강인은 수납환에서 노인에게 받은 4품 조양검을 꺼내 머릿속에 펼쳐지는 검객의 동작과 보이는 기의 수발과 운용을 쫒았다.

자연스럽게 그 길을 조화신공이 채워 나갔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대로 따라가던 검객의 움직임과 강인의 움직임이 조금씩 비틀리기 시작했다. 흑풍세류검법의 흐름이 더 도도하게 흐르는 조화신공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그 비틀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가 없이 커졌다.

강인은 당황하지 않고 흑풍세류검법을 억지로 고집하지 않았다. 어차피 조화신공이 주主고 다른 공법은 부副다. 강인은 흑풍세류검법을 서서히 조화신공에 녹여냈다.

그 순간, 갑자기 엉뚱한 또 하나의 흐름이 튀어나와 조화신공이 주도하는 흐름에 뒤섞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강인은 당황했다. 이건 예전에 조화구중로가 벽력권과 진천보를 합쳐 만들어낸 뇌정식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뇌정식도 조화신공의 흐름에 동조해 섞여 들어간다.

파직!

결국 검객과 그가 휘두르는 초식과 뇌정식, 그 둘이 가진 오의奧義가 분해돼 도형과 선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조화구중로가 그 흩어진 오의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동시에 강인의 근육과 피, 피부와 뼈, 그리고 오장육부와 신체말단에 남아있는 영기를 한꺼번에 빨아들였다.

영기를 빼앗긴 강인은 급격히 시들어갔다. 반대로 영기를 빨아들여 연료로 삼은 조화구중로는 강렬한 빛을 토해냈다.


“크윽”


절로 비명을 토하던 강인이 급히 수납환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영단을 집어삼켰다. 그러자 영기가 보충되어 상태가 호전되었다.

조화구중로는 강인이 삼킨 영단의 기운을 더욱 탐욕스럽게 빨아들였고 그 기운을 연료삼아 마침내 흑풍세류검법과 뇌정식을 결합시켰다.

36로에 이르던 초식들 중 대부분 합쳐지고 사라지더니 결국 찌르고刺 누르고壓 튕기고彈 끊고截 휘젓고攪 돌리는廻 6개의 핵심 초식으로 압축됐다.

흑풍세류검법 본연의 음유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요결은 남아있지만 초식이 줄어 훨씬 명료해졌고 뇌정식이 섞여 들어가 찰나에 가해지는 위력을 더한 것이다.

그렇게 재조합되어 토해진 공법은 강인의 뇌리에 곧장 틀어박혔다.


“우와!”


강인은 온 몸을 저릿하게 하는 감각에 희열을 느꼈다.

조화구중로!

정말 대단한 법보다.

뭐든지 삼키고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훨씬 진화되어 튀어나왔다.

강인은 조양검을 들어 조화구중로가 새롭게 재조립한 검법을 펼쳤다.

일 검이 부드럽게 흐르자 낮게 뇌성이 울리며 심혼을 흔들고 검 끝이 방향을 바꾸면 제비가 몸을 비틀 듯 조화신공이 머금은 음양이 교차하며 번쩍이는 뇌전이 일어났다.

번쩍!!

한줄기 빛이 솟구치며 하늘을 밝혔다.



잠이 들었던 공손명은 낮게 우르릉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밖으로 나오니 한 밤중임에도 일꾼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손님이 머문 안채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손명이 보니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끔 번쩍이는 섬광이 일어났다. 마치 안뜰에 작은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어느새 추영도 이곳에 나타났다.


“강소협이 무공을 수련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하군. 도대체 어디서 저런 걸 배웠을까? 꽤나 상승의 공법 같지 않은가?”

“그러게 말입니다.”


공손명은 추영과 일꾼들에게 지시했다.


“모두 들어가 쉬도록 해라. 손님께서 수련하시는 듯하다. 다행히 너무 소란하지 않으니 크게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강인은 자기가 작은 소란을 일으킨 것도 모른 채, 휘두르던 조양검을 거두었다.

스승의 지도가 없지만 신식을 통한 습득은 마치 어떤 영화에서처럼 머릿속 안에 직접 새겨 넣는 것 같다. 미흡한 부분은 조화신공이 신묘하게 이끌어 자연스럽게 흐름을 교정해 주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그 덕분에 하루 만인데도 검식을 펼치는 모습이 제법 그럴듯했다.

강인은 잠시 고민했다.


‘이 검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뇌정육식?’

‘흑풍뇌정검법?’


강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살펴볼 할 공법들이 많이 남아있고 조화구중로가 이들을 삼키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 그런데 너무 특정 공법에 무게를 둔 이름으로 고르고 싶진 않았다.


‘조화검造化劍? 조화구중로에 조화신공으로 탄생한 새로운 검공劍功이니 이름도 자연스럽게 조화검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


강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너무 대충 짓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성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러 공법을 삼키고 토해내 새로운 걸 창조해내니 조화라는 단어보다 특징을 더욱 잘 나타내는 이름도 없어 보였다.


“좋아 조화신검이라고 하자!”


이름을 정하고 나니 꽤나 마음에 든다.

강인은 안채에서 틀어박혀 쉬지 않고 검로劍路를 연마했다. 밥은 일꾼이 가져다주면 먹었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정 피곤할 때만 잠깐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밤낮이 세 번 바뀌었다.

그동안 흑풍세류검과 함께 구입한 태음지, 단명도, 화륜공의 비결도 틈틈이 살펴보았고 이들도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흑풍세류검과 같이 뇌정식과 뒤섞여 새로운 공법으로 진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조화구중로가 공법을 삼키고 토해내는 어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더 많은 영기, 더 높은 경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두고 보면 알겠지!’


강인은 일단 이정도로 만족하고 수련을 마쳤다. 이제 내일이면 원강성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그러니 무작정 수련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나머지 아쉬운 점은 동굴로 돌아가서 깊게 파보는 수밖에······.’


강인이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자 일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곧 원강성을 떠나야 해서 양평현으로 가져갈 상품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공손명도 여러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저녁 늦게 쯤 돌아올 거라고 한다.

강인은 뭘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만물만화점을 한 번 더 들리기로 했다. 상점 안에 물건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은데다 무엇보다 솥에 끓이던 약의 재료가 궁금했다.

그런데, 강인은 그곳에 도착하고 바보처럼 놀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어? 어디 갔지?”


아무것도 없다. 말 그대로 건물, 사람, 물건 등 모든 게 사라지고 만물만화점이 있던 곳에는 빈 공터만 남아 있었다.

황당한 상황이다. 강인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혹시 여기에 가게가 있지 않았습니까?”

“만물만화점이요?”

“그렇습니다. 며칠 전까지 있었는데······.”

“이틀 전에 가게 주인장이 밖으로 나와 소매를 흔들어 대니까 가게가 통째로 소매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손녀랑 훌쩍 어디로 떠나 버리더라고요. 몇 년 째 이웃이었는데도 그분이 별로 티를 안내서 수선자인줄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가게를 통째로 소매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할 실력을 가졌을 줄이야. 정말 깜짝 놀랐지 말입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인사도 없이 떠나셨거든요. 그리고 평소에도 깐깐하던 분이라 왠지 다가가기 힘들어서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강인은 다시 약방으로 돌아오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소연이가 다 나아서 떠난 건가?’


아무래도 애초에 노인은 소연이의 치료를 위해 이 원강성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컸다. 바라던 바를 충족했으니 더 남을 이유가 없었던 게 아닐까?


“왠지 아쉽네.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만나겠지······.”


강인은 다시 공손단방으로 돌아와 하루를 더 머문 후에 공손가의 상행을 따라 원강성을 떠났다.




덜컹거리는 마차에 올라탄 강인은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이번 방문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비록 애초에 목표했던 것처럼 큰 상점에 들르거나 경매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대신 만물만화점에서 매우 많은 것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구입한 공법들 차치하고라도 솥에 들어 있는 약을 복용해 순식간에 환체경으로 승급했다. 그리고 그 덕에 조화구중로도 상당부분 밝혔고 조화신공도 크게 성장했다.

덕분에 이제는 눈앞에 축기기가 아른거린다.

연정기만 되어도 시골에서는 한 지역의 왕 노릇도 할 수 있었다. 축기기가 되면 웬만큼 큰 문파에서도 장로대접을 해준다. 어디 가서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경지였다.


‘전생과 현생, 두 번의 생애동안 고생한 대가를 이제야 받게 된 건가? 그래 이런 것도 있어야지!’


강인은 피식 웃었다.

앞으로의 삶은 꽤나 즐거울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06.20 업데이트) 24.06.17 129 0 -
공지 수련 경지 정리 +2 24.05.24 839 0 -
공지 연재 주기를 말씀드립니다. +6 24.05.08 3,469 0 -
37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3) NEW +6 20시간 전 1,411 77 11쪽
36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2) +17 24.06.28 2,213 93 12쪽
35 오독맹五毒盟의 추적자(1) +16 24.06.26 2,397 95 11쪽
34 귀찮은 일들을 떠넘기다. +11 24.06.24 2,563 109 12쪽
33 조화구중로의 신통神通 +10 24.06.21 2,784 118 12쪽
32 축기기蓄氣期에 오르다. +8 24.06.19 2,772 110 11쪽
31 공손가의 풍운(3) +32 24.06.17 2,873 125 12쪽
30 공손가의 풍운(2) +11 24.06.14 2,875 99 9쪽
29 공손가의 풍운(1) +11 24.06.13 2,861 105 9쪽
28 오경吳慶과 오륭吳隆 +6 24.06.12 2,841 103 9쪽
27 오각吳角과 오질吳疾(2) +9 24.06.11 2,842 99 9쪽
26 오각吳角과 오질吳疾(1) +11 24.06.10 2,955 102 9쪽
» 조화검造化劍 +13 24.06.07 3,143 112 9쪽
24 벌모세수伐毛洗髓 +10 24.06.06 3,022 108 9쪽
23 혼독魂毒 +10 24.06.05 2,900 105 9쪽
22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3) +7 24.06.04 2,934 98 9쪽
21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2) +6 24.06.03 2,922 96 9쪽
20 만물만화점萬物萬貨店!(1) +6 24.05.31 3,052 98 9쪽
19 원강성元康城 +8 24.05.30 3,071 101 9쪽
18 뇌정식雷霆式 +10 24.05.29 3,053 107 9쪽
17 동굴에서 수행 +4 24.05.28 3,037 97 9쪽
16 습격! +10 24.05.27 3,022 103 10쪽
15 경지의 분류 +6 24.05.24 3,112 102 9쪽
14 형태동주의 사제가 되다. +7 24.05.23 3,070 114 9쪽
13 조화구중로造化九重爐!! +6 24.05.22 3,085 107 9쪽
12 기이한 단로丹爐 +6 24.05.21 3,062 110 10쪽
11 사요蛇妖를 설득하다. +7 24.05.20 3,076 10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