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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기담 신마분혼기 修仙奇談 神魔分魂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03 1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32,063
추천수 :
4,270
글자수 :
164,850

작성
24.05.08 20:00
조회
4,783
추천
114
글자
10쪽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다.(2)

DUMMY

사요는 고개를 쳐들고 사방으로 눈을 번뜩거렸다.

어떻게 정신을 차린 건지 모르지만 두 번째 사냥감을 잡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니 첫 번째 사냥감은 아직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사요가 날카롭게 쉭쉭거렸다.


“어디냐? 어디 있는 거냐?”


때마침 그녀의 날카로운 시야가 연못을 가로지르는 물결을 포착했다. 강인이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조심했지만 잔잔한 연못이다 보니 작은 물결도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요는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거기로구나!”


더 이상 조용히 움직이긴 글렀다. 강인은 급히 발버둥을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첨벙! 첨벙!

하지만 서둘수록 물의 저항으로 허우적거릴 뿐,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비늘로 덥힌 긴 꼬리가 강인의 허리를 휘감아 높이 들어올렸다.

사요는 강인이 들고 있는 뼈다귀를 보고 하찮다는 듯이 비웃었다. 그리고 강인을 휘감은 채 꼬리를 호수에 내리쳤다.

팡!

물 표면에 부딪친 강인은 충격에 정신을 못 차렸다. 어느새 힘이 풀린 손아귀는 허벅지 뼈를 놓쳐버렸고 겨우 찾아낸 보잘 것 없는 무기는 그렇게 어두운 연못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사요는 그렇게 사냥감의 하찮은 저항을 물리치고 의기양양하게 다시 자신의 둥지로 돌아왔다.


“이 녀석, 깜찍한 짓을 하는구나!”


강인은 꼬리가 가슴을 휘감아 숨도 못 쉴 지경이라 뭐라 대꾸하기도 힘들었다.

사요는 꼬리를 들어 강인을 눈앞에 들어올렸다.

그녀는 쉭쉭거리며 일정한 간격으로 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눈이 괴이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서 빛나는 그 눈빛과 기묘한 숨소리에 강인의 정신이 순식간에 몽롱해졌다. 동시에 폐부 깊숙한 곳에서 솟구친 뜨거운 기운이 입 밖으로 울컥하며 흘러나왔다.

사요는 새어나온 그 기운을 날름거리며 받아먹었다. 기운이 계속해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럴수록 강인의 몸이 시든 채소처럼 말라갔다.

통제할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 두 번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갑자기 오기가 솟구쳤다. 이렇게 무력하게 포기하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망할, 내가 한 끼 식사가 되려고 다시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거라고? 웃기지마라!’


최소한 물어뜯기라도 할 것이다!

강인은 두 손으로 사요의 목덜미를 누르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뱀 요괴의 기이한 눈빛과 호흡소리에 손아귀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강인의 몸 안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곳에서 깨어날 때, 비몽사몽간에 오른 손에 스며든 빛(?)이 다시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강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받아먹던 사요는 극심한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크악!!”


급히 살펴보니 통증이 시작된 곳에 사냥감의 오른 손이 닿아있었다. 목이 마치 달군 부지깽이에 찔린 것 같다.

극심한 통증뿐만이 아니다. 사요의 넘쳐나는 기운이 통증이 시작된 곳을 통해 거침없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없었다.

사요는 급한 김에 몸을 비틀어 강인의 오른 손을 칭칭 감았다. 바위도 가루로 만드는 힘이 가해졌다. 손 정도는 우습게 뽑아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압력에도 강인의 오른 손은 끄떡없었다.


“끼이익”


사요가 필사적으로 힘을 주었다.

빠드득!!

강인의 소매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너덜거렸고 사요의 몸에 난 비늘도 빠각거리며 부서져 떨어졌다. 하지면 여전히 오른 손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 오른 손을 통해 빼앗은 사요의 기운은 강인의 아랫배로 내달렸다.

순식간에 강인의 몸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요는 사냥감의 몸에서 방출되는 열기에 화들짝 놀라 휘감았던 강인의 몸을 다급하게 던져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기이한 흡인력에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이제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사요가 조금씩 말라비틀어지고 강인은 오래 된 채소에 물을 뿌린 듯 싱싱해졌다.


“이건 무슨 수법이냐?”

“······.”


이대로라면 그녀가 쌓아온 수백 년의 수행이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

강인이라고 이 상황을 알 리 없다. 하지만 이내 이곳의 세계가 선마와 요괴가 공존하는 세계라는 걸 떠올리고는 되는대로 말을 씨불였다.


“선인仙人! 선인에게서 배운 수법이다!”

“선인?”

“그래! 넌 이제 X된 거다.”


허풍을 치려면 이 정도는 쳐야 먹힐 거라고 보았다.

그 걸 알 리 없는 사요는 강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런 볼품없는 녀석이 선인에게서 뭘 배웠다고?

도저히 믿기 힘들지만 자신이 꼼짝도 할 수 없는 걸 보니 뭔가 한 수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이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인은 밀려든 기운이 가득 차 아랫배가 빵빵해지고 혈관은 부풀어 찢어질 것 같았다. 수용할 수 있는 한계까지 상대의 정기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사이 더욱 바짝 말라비틀어진 사요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강인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만!! 이제 그만해다오.”

“감히 날 잡아먹으려고 들어?”

“내가 잘못했다.”

“날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해!!”

“맹세하겠다. 그러니 더 이상 내 기운을 뺐지 말아다오!”

“좋아.”


강인도 밀려들어 온 기운으로 온 몸이 터질 것 같아 잘됐다 싶었지만 문제는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다행히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먹자 오른 손에서 시작된 기이한 흡인력이 자신의 바람에 호응하며 서서히 잦아들었다.

기운이 빨려나가는 게 멈추자 사요는 일단 한 숨 돌렸다. 하지만 강인은 방심하지 않고 사요의 목덜미에 오른 손을 바짝 붙여두었다. 허튼 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이었다.

강인은 사요를 올라탄 채 말했다.


“날 동굴 입구로 안내해라!”

“그래 알겠다.”

“저 녀석도 챙겨!”


강인은 사요가 잡아온 두 번째 사냥감을 가리켰다. 그러자 사요가 군말 없이 그 두 번째 사냥감을 꼬리로 감아 들어올렸다.

이 두 번째 사냥감은 강인의 친구다. 아니 정확히는 강인의 현생인 소맹의 친구다. 이름은 소마小痲, 어릴 때 큰 병을 앓아 얽힌 얼굴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다.

아는 사이니 이 녀석도 챙겨야 했다. 물론 모르는 사이라도 이대로 모른 척 두고 갈 순 없겠지만······.

강인은 사요의 목에 매달려 동굴 속을 지났다. 동굴 안은 흐릿한 빛을 발하는 이끼들이 잔뜩 끼어있어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계속 밀려들어오는 기억에 따르면 이 빛나는 이끼들은 형태螢苔(반딧불 이끼)라고 불렸다. 몹시 값비싼 약재로 강인과 소마가 동굴에 들어온 이유도 이 빛을 내는 이끼를 채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평소보다 깊이 들어왔고 그래서 결국 사요에게 붙잡혔던 것이다.

사요는 비좁고 미로 같은 동굴을 한참동안 능숙하게 이동했다. 만약 강인 혼자였다면 결코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내던 이끼가 사라지고 동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강인이나 소마 같은 채집꾼들이 여기까지 와서 이끼를 뜯어냈기 때문이다.

사요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 왔다.”

“아직 입구가 멀지 않나?”

“여기라면 충분히 찾아갈 수 있지 않느냐? 난 더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어둠 속에 살다보니 햇빛이 불편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천장에 생긴 균열로 인해 햇빛이 조금씩 스며드는 장소다. 그래서 사요는 밤이 아니면 이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다.

강인도 평소 사요의 활동범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두드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허튼 짓 할 생각은 아니겠지?”


사요는 움찔하면서도 콧방귀를 뀌었다.


“흥! 이제 와서 약속을 깰 생각은 없다.”

“좋아! 믿겠다. 먼저 소마를 내려놔!”


사요가 꼬리를 풀어 순순히 그 지시를 따랐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깨어나지 않는 거지?”

“흥,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술법이 풀릴 거다.”


사요는 오히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빨리 정신을 차린 건지 의문이었다. 정말로 선인에게서 한 수 배운 게 있는 건가?

그런데 이 녀석은 아무리 봐도 수선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위력적인 법보 한 조각을 얻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확인하기에는 오른 손에 깃든 알 수 없는 힘이 너무 위협적이다.

사요가 이런저런 상념에 빠진 사이, 강인은 재빨리 그녀의 목덜미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사요를 위협하기 위해 오른 손을 높이 들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사요는 화들짝 뒤로 물러섰다.

멀리 떨어진 사요는 강인을 노려 본 후, 갈등했다. 몸짓 한 번에 가볍게 눌러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눈치 빠른 강인이 냅다 되는대로 소리를 질렀다.


“수선자이자 한 동부의 주인이 약속을 어기지는 않겠지? 어길 거라도 상관없다! 같이 죽을 때까지 싸우면 되니까!”


강인의 결기와 악다구니에 결국 찜찜해진 사요는 결국 어찌해볼 생각을 접고 짜증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젠장, 오늘은 참 재수가 없는 날이군.”


그리고 동굴 속 어둠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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