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500,339
추천수 :
23,924
글자수 :
1,255,524

작성
21.01.24 09:00
조회
1,007
추천
65
글자
18쪽

2-123. 성공한 사업가 (1)

DUMMY

2-46. 성공한 사업가




붉은 방패의 어두운 뒷골목. 이곳에는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대화재가 일어나, 건물이 소실되는가 하면, 뒷골목을 주름잡던 건달들은 죽어, 창녀들이 거리에서 날뛰기도 했다.


그게, 아마, 1년이 전... 아니. 1년 하고도 몇 개월 더 전이었으려나? 아, 혼란스러운 과거여. 창녀가 칼을 쥐고 남자 거시기를 자르다니.


허나,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가는 법. 불탔던 건물은 재개발로 하나둘 다시 일어섰고, 날뛰던 창녀들 역시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돌아갔다.


싸구려 술집, 매음굴, 음란공연장 혹은, ‘개들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암캐들의 구덩이’ 같은데 말이다.


암캐들의 구덩이... 겉보기에는 평범한 창고에 지나지 않으나, 지금 그곳 지하에는 말 그대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도시의 일용직 노동자, 상점주인, 장인, 평범한 가장, 도시경비대원부터, 외지에서 온 용병, 노예상인, 건달, 노름꾼 심지어 귀족도 있었다.


신분도, 재산도, 생각도 다른 그들이었지만, 이곳 암캐들의 구덩이 아래에서 다들 손에 토큰(깨진 임포라 조각)을 들고 하나 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죽여라! 죽여!! 은화를 다섯 개나 걸었다고! 죽여!”

“막아! 막으라고! 그걸 왜 못 막아!”

“때려! 도끼로 패듯! 젠장할! 빌어먹을! 때리라고! 때려!”

“막지 말고 피해! 피해라고! 등신아!”

“금화를 걸었다고, 세 개나! 빌어먹을! 이겨라! 제발! 지면 내가 널 죽일 테다!”



폭력과 탐욕이 이글거리는 이곳에서는 누가 건달이고, 누가 노동자며, 누가 노름꾼이고, 누가 귀족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광란의 솥 한가운데 사슬에 매인 두 여자가 있었다.


둘 다 라기아족, 용맹한 부인이었는지 몸이 다부졌다.


여자들은 아랫도리만 가린 천을 두른 채, 권투시합을 펼쳤는데, 서로의 목에 족쇄가 매여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었다.


덕분에 그 둘은 벌거벗은 채 말 그대로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피칠갑 계집’이 ‘성난 뿔’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자, ‘성난 뿔’은 넘어졌다.


‘피칠갑 계집’은 기뻐했지만, 목에 연결된 쇠사슬 탓에 자신도 그 위에 넘어지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실수. 허나, ‘성난 뿔’은 그 찬스를 놓치지 않고, 당황한 ‘피칠갑 계집’을 옆으로 밀쳐 그 위에 올라탔다. 알몸의 여자가 알몸의 여자 위로!


얼핏 보면 야릇한 광경이었지만, 미안하게도 다음 광경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성난 뿔’이 ‘피칠갑 계집’의 얼굴을 미친 듯이 후려갈기기 시작했기에. 마치, 소나기와 같았다.


‘피칠갑 계집’은 반격하려 했지만, 위치가 너무 불리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얼굴을 방어해 반격의 기회를 엿보는 것뿐.


그때, ‘피칠갑 계집’이 귀가 찢어질 비명을 질러댔다. 바로, ‘성난 뿔’이 무방비한 피칠갑 계집의 젖가슴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고통 탓에 방어가 풀렸고, ‘성난 뿔’은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쉬지 않고 말이다.


흰자위가 보이고, 피를 흘려도 멈추지 않았다. 그저 살기 위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자기 동족을 후려갈겼다. 심판이 말리기 전까지 말이다.


“그만! 그만....! 이번 ‘바보 권투’의 ‘승리한 바보’는 ‘검은황소 부족’의 ‘성난 뿔’!”


배가 툭 튀어나왔지만, 가슴과 팔은 근육으로 똘똘 뭉친 심판이 그리 선언했다. 그리고는 ‘성난 뿔’이란 노예의 한쪽 팔을 자랑스럽게 들어줬다.


관중들 중 돈을 딴 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돈을 잃은 이들은 침을 뱉고, 욕설을 쏟아냈다.


“빌어먹을 패배자 년! 쓸모없는 년!”

“개 같은 년! 또 졌어! 또! 각오해라! 저번처럼 ‘사죄방’에서 놀아줄 테니!”

“하하! 난 사실 그거 때문에 샀지! 기대해라! 더러운 라기아 창녀야!”


온갖 혐오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그 가운데서 성난 뿔은 몸도 가리지 않고,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어정쩡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듯한 그런 미소 말이다.


“괜찮겠습니까?”


바투 옆에 선 한 남자가 물었다.


그의 이름은 디디오. 자칭 투자자, 무역업자, 중개인으로 푸줏간 조합과 계약하러 온 피스인이었다.

뾰족한 털모자와 길쭉한 수염, 희고 가느다란 몸이 그 증거.


바투가 되물었다.


“뭐가, 괜찮냐는 거요?”


“질문 하나 합시다. 바투 씨.”


“아, 바투 씨는 무슨... 그냥 바투라 부르시오.”


“그냥 바투 씨라고 부르겠소. 우리 피스인은 예의를 중시하니까.”


“나도 절반은 피스인인데. 왜 내 어머니는 예의를 안 가르치셨지?”


디디오는 콧방귀를 뀌었다.


“왜? 이걸 ‘바보 권투’라고 부르는 것이오?”


“바보처럼 뒤엉켜 추하게 싸우니까. 방금, 보셨지 않았소?”


“쇠사슬로 연결 안 했으면 좀 더 제대로 된 시합을 할 수 있었을 거요. 같이 넘어져 먼저 올라타는 쪽이 이기는 게 아닌.”


“약간 좀 야릇하게 들리는군. 같이 넘어져 먼저 올라타는 쪽이 이긴다니.”


“농담 아니오. 난 비록 선천적으로 무술에 재능이 없어 배우진 못했지만, 무술을 사랑하오. 학식이 있는 피스인이라면 모두 무술을 사랑하지. 육체의 예술이며, 평화를 지켜주는 제1 덕목이니.”


디디오가 소름 끼치게 지껄였다.


상인, 장인, 은행업자, 포주로 유명한 조각난 땅 놈들은 돈으로 평화를 사는 주제, 놀랍게도 그들 스스로는 ‘무술’에 능통하다고 자부했다.


뭐라고 했더라? 이른 시기 축적한 부를 지키기 위해 모두 창과 칼을 배워, 하나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했나?


바투는 한순간 무술을 그렇게 잘하면 왜 ‘공화국’과 ‘광산소왕국’, ‘아키아족’에게 그리 얻어터졌냐고 물을 뻔했다.


‘안 되지. 안돼... 사업이잖아? 참아라 나. 사업가답게.’


“왜 쇠사슬로 서로를 연결했는지 물으셨소?”


“그렇소. 제대로 된 결투가 아니었소.”


“이유는 간단하오. 그게 더 재밌기 때문이오. 싸움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면 차라리 남자 노예들끼리 싸움을 시켰겠지. 여기 온 손님들은 단순히... 뭐라고 했더라? 아! 무술을 감상하는 것 이상을 원하오.”


“이상? 그게. 뭐요?”


“예쁜 여자들이 젖통 까고 추하게 발악하는 거. 자기 혼자 살겠다고.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지. 물건도 발딱발딱 서고.”


디디오가 쯧쯧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위선자 새끼. 방금 전까지 아랫도리 부풀리며 봤는데.


“역시, 내 취향은 아니오. 난 교육받은 교양인이기에... 다만, 그런 것 치고는 여자들이 잘 싸우던데, 무슨 비결이 있소? 여자를 훈련시키는 것 역시 예술이지. 그녀들을 달래고, 통제하는 감정의 예술. 육체의 예술. 우리 ‘연합시’는 그들을 ‘예술가’로 부른다오.”


“용맹한 부인이라는 여전사 출신이라 그러오. 라기아족 중에 심심치 않게 있지. 강간당할 때 우는 소리가 일품이오.”


“잘 아시는 거 같소이다?”


“용병, 군인 여하튼 그거 비슷한 거였거든. 지금은 이리 출세했지만. 그때의 경험을 살려 저런 년들을 사 모으고 있소. 그다음 약간 길 좀 들이고, 우리 직원들을 시켜 훈련시키지.”


바투가 옆에서 호위하는 무로를 탁탁 두들겼다.


“방금 이긴 선수... 성난 뿔? 상태가 영 아니던데, 망가지는 거 아니오?”


“그 년은 라기아족이오. 젖통만 멜론만 하지, 뇌는 호두알이오. 고기랑 편안한 잠자리, 어린 소년 좀 넣어주면 곧바로 잊을 것이외다. 실제로, 몇몇은 맛이 들였고. 이래 봬도 난 꽤 친절하오. 자비로운 주인이지.”


이는 사실이었다. 몰아만 붙이니 너무 쉽게 망가져. 바투는 하늘과 같은 자비를 베풀어 승리한 년들에게 일정한 보상을 줬다.


고기, 잠자리, 은화, 어린 소년....


그러자 놀랍게도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한 녀석들은 열 명 중 세, 넷 꼴로 현실에 적응했다. 농담이 아니다. 유망한 선수가 된 이들도 있었으니.


‘검은 개 부족’의 ‘검은 암캐’, ‘붉은 수염 부족’의 ‘빨간 머리 안’, ‘줄무늬뱀 부족’의 ‘뱀 채찍’ 등등.


착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그 덕분에 창녀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싸움에 임했고, 사업은 더욱 번창했다.


농담이 아니다. 단순한 구경꾼을 넘어 전문 노름꾼이 와 도박의 규모가 더욱 커졌으며, 조각난 땅 같은 외지에서도 소문을 듣고 손님들이 꾸준히 몰려들었다.


때마침, 또 다른 시합이 시작됐다.


먼저 나온 것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여전사로, 늑대 대가리를 투구처럼 뒤집어쓰고, 등에는 거대한 늑대 가죽을 덮고 있었다.


그 탓에 얼핏 보면 늑대인간처럼 보였지만, 전설 속 괴물과 달리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불필요하게 걸친 늑대 가죽 외에는 방어구는커녕 실오라기도 걸치고 있지 않아. 가슴과 음부가 그대로 드러났으며, 얼굴까지 덮은 늑대 머리는 시야와 호흡 모두를 방해했다.


오히려 우스꽝스럽기만 한 모습. 실제로 몇몇 구경꾼들은 공용어와 라기아어로 늑대전사를 조롱하고, 희롱했다.


심판이 다음 선수를 소개했다.


“다음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늑대 괴물에 맞설 용감한 전사들을...! 거인 형제단!”


그 말과 함께 난쟁이들이 등장했다.


난쟁이들의 수는 넷. 모두 색칠을 한 나무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각각 갈고리, 방패, 징이 박힌 몽둥이, 뭉뚝한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특히, 창으로 무장한 녀석은 거대한 돼지를 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사람들이 배꼽이 빠져라, 낄낄 웃어대기 시작했다.


허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될지니. 질 때도 있었지만, 이긴 횟수가 더 많은 유능한 검투사들이었다.


디디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건 뭡니까?”


“오늘 최대 시합이오. 저기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건, ‘늑대머리 부족’의 여전사인데, 이번 시합만 이기면 풀어주기로 약속했소.”


“진짜요?”


“당연하지. 이런 거로 거짓말하면 나머지 년들이 제대로 안 싸운다고. 물론, 지면 취소고, 여기서 난쟁이들한테 당하는 거지만. 성적인 의미로.”


바투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늑대전사와 난쟁이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자세를 다잡았다.


그사이 가게 도박중개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돈을 걸 것을 호객했고, 손님들은 소리를 치며 각자 걸고 싶은 곳에 돈을 걸었다.


용병, 노동자, 귀족, 도박꾼, 경비대원, 기술자, 장인, 도제 가리지 않고 모두 말이다.


쨍그랑. 쨍그랑. 주화가 쌓이는 소리. 모두 어디 돈을 걸지 고민했다.


저번 시합에서 ‘늑대전사’가 난쟁이 셋을 쓰러뜨리고, 그중 한 명을 죽인 전적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노예 쪽 배당이 더 높았다.


이런 노름으로 먹고사는 놈들도 꽤 있어서인지, 사뭇 진지했는데.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 시합을 알리는 요란한 북소리가 울렸다.


구경꾼들은 일제히 소리치고, 늑대 여전사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녀는 늑대라는 설정에 맞춰 양손에 갈고리가 달린 쇠장갑을 꼈는데, 덕분에 정말 늑대처럼 싸워야 했다.


난쟁이들이 각자 맡은 위치로 움직였다.


방패를 든 난쟁이가 앞에서 방어했고, 갈고리를 든 난쟁이가 바로 뒤에서 보조해줬다.

몽둥이를 든 난쟁이는 확실한 타이밍을 노렸고, 돼지를 탄 난쟁이는 빙 돌아 늑대 여전사의 측면과 후미를 노렸다.


얼핏 보면 거대한 늑대와 싸우는 용사들처럼 박진감이 넘쳤는데, 그럼에도 ‘구덩이(시합장)’ 밖에서 구경하는 구경꾼들에겐 그저 우스울 뿐인지라 모두 낄낄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웃긴 건 ‘늑대전사’에게 있어 이번 시합이 정말 죽을 만큼 중요한 시합이라는 것... 삶이란 어찌 이리 잔혹한지.


늑대의 발톱이 난쟁이의 방패를 긁었고, 난쟁이의 갈고리가 늑대를 낚아채려 했다. 쓰러지면 끝이라는 걸 알기에 늑대는 뒤로 물러섰다.


몽둥이를 든 난쟁이가 다가가 무릎을 때리려 하자 늑대는 재빠르게 피한 후 난쟁이를 걷어찼다.


좋아, 잘 대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방심하는 순간 늑대의 옆구리에 돼지를 탄 난쟁이가 뭉뚝한 창을 때려 박았다.


쓰러지는 늑대. 난쟁이가 일제히 달려들라고 하자, 추하게 발버둥을 치며 그녀는 정말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오지마아!”


구경꾼들이 다시 한번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저 꼴 좀 보라지! 바둥대는 꼴! 오줌 지리겠구만!”

“용맹한 라기아족은 무슨... 겁쟁이 창녀! 남자답게 싸워!”

“그래, 이 겁쟁아! 남자답게 싸워!”

“겁쟁이! 겁쟁이! 빌어먹을 겁쟁이!”


물론, 늑대에게 돈을 건 손님들은 늑대에게 응원했다. 지면 죽여버리겠다고.


야유와 욕설이 난무하는 와중 난쟁이들은 훈련했던 대로 늑대를 몰아붙였고, 늑대 역시 목숨을 걸고 반항했다.


시합의 판돈은 점점 커졌는데, 바로 결정적인 순간 디디오가 바투를 불렀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소?”


“재밌는 장면인데?”


“사업 이야기요.”


옆에서 잠자코 있던 툴리오가 바투에게 눈빛으로 부탁했다. 바투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라기아 년이 강간당하는 건 많이 봤으니까.”


바투가 그리 말하고는 구경꾼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디디오라는 조각난 땅의 사업가와 한적한 곳으로 나왔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고맙다고 하겠소. 바투 씨. 이리 환대해 주셔서. 소문을 들었기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닙니다.”


“그럼, 안타깝고. 다리 사이가 빵 반죽처럼 부푼 건 여자들이 불쌍하기 때문이겠지요?”


디디오가 자기 다리 사이를 봤다.


“... 반사적인 것이오.”


“그래서 난 반사적으로 산다오. 단순하고, 정신건강에 좋지.”


디디오가 피식거렸다.


“그런 것 같소... 뭐, 이곳 사업장은 내 취향과 멀긴 하지만, 바투 씨의 능력과 목표는 인상적입니다. 이곳을 쾌락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게 좋거든요. 원한다면 어떤 종류의 쾌락이든 느끼게 해주고 싶소. 어떤 종류든.”


“... 사업을 오래 하면 여러 사람을 만난답니다. 바투 씨. 심지어 신의 아들, 사라진 왕조의 후예도 만나지요.”


“우연의 일치군. 사실 나도 왕인데, 뒷골목의 사나운 건달과 찍찍대는 좀도둑, 더러운 매춘부들의 왕... 난 개와 쥐의 왕이오.”


“어울리는 거 같소... 솔직히 당신이란 사람은 별로지만, 수완은 마음에 드오. 깨끗하고 안전한 뒷골목, 열정, 무엇보다 번창하는 가게들.”


디디오가 도박중개사들 탁자 위에 가득 쌓인 금빛, 은빛 주화를 흘겨보다 다시 말했다.


“돈은 결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지.”


“나랑 공통점을 찾았군. 맞소. 돈은 거짓말을 못 하지.”


“당신 사업에 투자하고 싶소.”


바투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가 안 되는데? 푸줏간 조합과 협상하러 온 거 아니오?”


“맞소. 하지만, 빵이 있다고 케이크를 안 먹지는 않지 않소? 다른 괜찮은 사업도 보이면 투자해야지.”


“오, 설득력 있는데... 그래, 피스인 친구. 내 사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그렇소, 투자금을 맡길 테니. 그걸로 새로운 가게를 차리거나, 기존 가게에 투자해 수익을 내주시오. 그리고 내게 배당해 주오.”


“음... 글쎄, 별로 안 내키는데. 이미 그쪽은 충분해서, 괜히, 입을 늘리기 싫은데?”


“대신, 내가 손님과 매춘부를 공급해주겠소.”


바투의 눈이 번뜩였다.


“호? 계속 말해보시오.”


“난 친구가 많소. 돈 많은 늙은이,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시들어버린 과부.... 그들을 보내줄 수 있소. 그리고 내 친구 중에 매춘부를 훈련시키는 ‘예술가’도 있소. 내가 필요한 여자를 공급해주겠소.”


역시, 매춘부로 유명한 ‘연맹시(조각난 땅의 국가 중 하나)’ 출신 다운 제안이었다. 바투가 툴리오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허나, 조건이 둘 있소. 첫째, ‘연맹시’의 손님과 매춘부는 이제 나를 통해서만 받으시오. 당연히 정당한 수수료도 받아야 하고. 매춘부 비용은 내 친구에게서 받을 테지만, 부자 손님들은 그대가 지불하여야 하오.... 100중 40을 주시오.”


“10.”


“35.”


“계집애처럼 이러는 거 짜증 나네. 대충 중간 맞춰서 15. 대신, 일을 잘하면 25. 어떻소?”


바투가 이 이상은 없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각종 보석이 박힌 금반지, 은반지가 끼어 있었다.


“음.... 좋소.”


디디오가 고민하는 척하더니, 바투의 손을 맞잡았다. 바투가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대신, 일을 정말 제대로 해야 할 거요.”


“.... 걱정 마시오. 난 내 일은 제대로 하오.”


“잘 됐군. 두 번째 제안은? 빨리 이야기 좀 해주시오. 분위기 보아하니 곧 난쟁이들이 늑대를 덮칠 거 같으니, 위아래 앞뒤로.”


“별거 아니오. 확실한 내 재산에 대한 보장이오. 그대도 아실 거요. ‘조각난 땅’과 ‘공화국’ 사이가 심상치 않은 거. 권력자들의 오줌발 싸움에 난 내 사업 위협당하는 걸 견딜 수 없소. 그건, 옳지 못하오. 전쟁이 터진다 해도 투자한 내 재산을 지켜주시오. ‘붉은 식칼 거리’의 늙은이를 믿을 수 없소.”


‘붉은 식칼 거리’의 늙은이는 아마 푸불무스일 것이다. 푸줏간 조합의 조합장.


“아아. 알 거 같군. 늙어서 물건이 안 서는 탓인지. 창녀처럼 굴지... 알겠소. 만약, 그 늙은이가 소란을 틈타 개수작을 버리면 내가 해결해주지. 날 믿어주니, 이거 너무 고맙군.”


“호감 가는 성격이 아니지만, 사업상으로는 믿을 수 있을 거 같소. 사업장을 보면 알지.”


그때, 구경꾼들의 환호성과 절규. 여자의 절망에 찬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결판이 난 거 같다.


“아... 난 이때가 좋더라.”


작가의말

오랜만에 바투 이야기를 쓴 것 같네요. 혹시 내용이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부터(1월 25일) ‘도시던전3 : 까마귀와 뱀들의 춤’을 올리 예정입니다. 한번씩 방문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젓가락 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이리 강과 먼지의 왕자 응원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응원해주신 마음 늘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과 먼지의 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강과 먼지의 왕자 장기 휴재 공지 사항입니다. +12 22.02.06 2,571 0 -
공지 강과 먼지의 왕자 휴재 공지 사항입니다.(8월 22일 ~ 9월 12일) +15 21.08.21 986 0 -
공지 녹색땅 동부 지도 입니다. +2 20.12.25 2,189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에 관련된 공지사항 입니다.(금요일 에서 일요일로.) 20.08.14 1,891 0 -
177 2-162. 공화국의 장군 (3) +9 22.01.30 1,016 44 10쪽
176 2-161. 공화국의 장군 (2) +3 22.01.23 517 36 13쪽
175 2-160. 공화국의 장군 (1) +6 22.01.16 538 42 12쪽
174 2-159. 협력자 (5) +14 22.01.09 540 43 12쪽
173 2-158. 협력자 (4) +11 21.10.31 720 45 12쪽
172 2-157. 협력자 (3) +7 21.10.17 688 47 14쪽
171 2-156. 협력자 (2) +5 21.10.10 613 49 10쪽
170 2-155. 협력자 (1) +9 21.10.03 696 48 12쪽
169 2-154. 침략자 (2) +5 21.09.26 673 46 13쪽
168 2-153. 침략자 (1) +5 21.09.19 733 47 14쪽
167 2-152. 증명하는 자 (2) +12 21.08.15 840 55 14쪽
166 2-151. 증명하는 자 (1) +10 21.08.08 791 59 12쪽
165 2-150. 대비하는 자 (4) +13 21.08.01 761 51 19쪽
164 2-149. 대비하는 자 (3) +13 21.07.25 775 59 12쪽
163 2-148. 대비하는 자 (2) +21 21.07.18 809 68 12쪽
162 2-147. 대비하는 자 (1) +10 21.07.11 910 65 12쪽
161 2-146. 성공한 사업가 (4) +10 21.07.04 908 68 19쪽
160 2-145. 성공한 사업가 (3) +10 21.06.27 912 60 14쪽
159 2-144. 성공한 사업가 (2) +14 21.06.20 855 61 19쪽
158 2-143. 성공한 사업가 (1) +11 21.06.13 919 62 16쪽
157 2-142. 올라서는 자 (3) +14 21.06.06 818 64 15쪽
156 2-141. 올라서는 자 (2) +6 21.05.30 803 49 13쪽
155 2-140. 올라서는 자 (1) +6 21.05.23 911 56 14쪽
154 2-139. 여인 (4) +28 21.05.16 975 73 16쪽
153 2-138. 여인 (3) +9 21.05.09 911 55 16쪽
152 2-137. 여인 (2) +11 21.05.02 948 6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