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499,988
추천수 :
23,924
글자수 :
1,255,524

작성
21.05.09 09:00
조회
908
추천
55
글자
16쪽

2-138. 여인 (3)

DUMMY

일리시아는 마차 창문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경호원이 더 늘어난 덕에 분위기는 좀 더 여유가 있고, 당당했다. 마치, 선두에서 나부끼는 깃발처럼.


‘다시 봐도 특이한 깃발이네.’


일리시아가 깃발을 보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탄 곰이라니.... 이름과 너무 일치하지 않는가?


“또 속이 안 좋으십니까?”


눈치 좋은 다레온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일리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나중에 멀미하는 일리시아라 불리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


“..... 속은 괜찮아요. 마차 타는 것도 슬슬 익숙해졌거든요.”


“그거 다행이군요. 하긴, 아가씨께서는 강인한 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군요.”


다레온이 미소를 지었다. 노골적인 아부였지만, 이상하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저기 저 용병분들 이름이 말을 탄 곰이라고 했죠?”


일리시아가 손가락으로 덩치 큰 용병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중무장에 거대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예, 아가씨. 대다수 광산소왕국 출신이며, 그쪽에서 활동합니다.”


일리시아는 자신의 기억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붉은방패는 많은 용병이 상주하고 있어 좋든 싫든 용병과 가까이 지내야 했다.


개중에 한 재산 가진 자산가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혹은 사업에 이용하기 위해 제각기 용병들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있었는데, 그것은 일리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가 알기로 나름 알아주는 용병대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예. 비록, ‘십자궁 용병대’와 ‘방랑귀족’ 보다는 그 규모와 명성이 모자란 감이 있지만, 명성이 드높은 용병대입니다. 단순 노예반란진압뿐 아니라 군주들 간의 분쟁에도 고용될 정도로 말이죠. 하긴, 곰처럼 힘세고 용맹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죠.”


“잘 아시네요?”


“몇 번 싸우는 것을 봤거든요.”


일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들이 근처에서 듣고 있어서인지 다레온의 평가는 썩 괜찮았다.


“.... 저들은 원래 저렇게 친절한 편인가요? 용병을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라 궁금하네요.”


“예, 이름이 없는 용병들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명성이 있는 용병단은 친절과 교양을 갖춘 편입니다. 고용주의 수준에 맞춰서 말이죠. 특히, 그 고용주가 힘까지 강하면 말할 것도 없지요.”


“전 저들의 고용주가 아닌데요?”


“예, 그렇죠. 페로스 각하와 시리온 각하가 고용주이지요. 그리고 두 분 모두 일리시아 아가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일리시아는 고개를 갸웃댔다. 뭐, 페로스 각하는 그럴지도. 자신은 붉은방패의 확실한 우군이었으니..... 하지만 과연 시리온까지 그럴지는 의심스러웠다. 오히려 귀찮게 여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과연 그 남자가 자신을 보면 어찌 반응할까? 일리시아는 문득 그와 보냈던 마지막 날을 시작으로 그와의 추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불과 1년도 안 된 것 같았는데, 너무나도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다레온이 그 모습을 보고 뭐라 말하려는 찰나 선두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자, 도착했습니다!”


일리시아는 반사적으로 앞을 봤다. 거대한 숲길을 따라 시선을 던지니 그 끝에 요새가 보였다. 아니, 저걸 그냥 요새라 할 수 있을까?


규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크기가 컸을 뿐 아니라, 그 용도도 요새 그 이상이었다.


강을 낀 요새 주변으로는 여러 개의 마을과 방어시설이 건설되어 있었으며, 그뿐 아니라 경작지도 보였다. 흡사, 작은 도시와 같았다.


그리고 요새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러한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2중으로 쳐진 울타리 안에는 병영이 아닌 집이 지어져 있었으며, 군인보다는 여자와 아이, 노인이 훨씬 많이 있었다.


그들은 문양이 그려진 가죽 깃발을 중심으로 나뉘어 생활했으며, 나름의 질서와 안전이 엿보였다. 전쟁에 관해 조예가 없는 일리시아조차 얼마나 대단한 통치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외관을 벗어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또 새로운 광경이 들어왔다.


외곽보다 좀 더 요새 같은 느낌이었는데, 병영뿐 아니라, 연병장과 무기고 등도 보였다. 심지어 라기아족 뿐 아니라 외국의 용병대도 섞여 있었는데, 그럼에도 딱히 분란의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체계와 질서만 있었다.


일리시아는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기아족에게 한 번 당했다곤 했지만, 그것은 그리 큰 타격이 아니었다. 이 군대는 지고 있는 군대가 아니었다. 이기는 군대였다. 정복자의 군대 말이다.


말발굽이 멈추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췄다. 다레온이 창문을 통해 말했다.


“아가씨.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마차에서 내렸다. 여노 둘도 짐을 챙겨 바로 뒤를 따랐는데, 어느새 말에서 내린 경호원들이 일리시아를 중심으로 대형을 갖췄다.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지체 높은 귀부인이 된 기분이랄까? 그 순간 일리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바보같긴.....! 난 붉은방패의 명문가 바르무톤 가문의 주인. 지체 높은 귀부인이 맞아.’


일리시아는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요새를 살펴봤다.


둔덕에 세워진 요새는 나무로 지어졌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강인해 보였다. 주변으로 수많은 울타리와 말뚝이 있었으며, 그것도 모자라는지 강물을 끌어와 해자를 만들었다.


말을 탄 곰의 기병대장 배퍼가 다가와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치 자신이 지은 듯 말이다.


“대단하지요? 이 정도 요새면 녹색 땅의 모든 라기아족이 와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과장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일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요새는 강인하고, 안전해 보였다.


“괜찮으시다면 안으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일리시아의 물음에 배퍼라는 용병이 미소지었다. 험악한 생김새가 한층 더 험악해졌다.


“물론이지요. 따라오시죠.”


배퍼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일리시아를 요새 안으로 안내해줬다.


요새 안은 손이 베일 정도로 규율이 잡혀 있었는데, 중간중간 라기아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깃발을 볼 수 있었다.

뼈와 화살, 검은 날개, 곰의 이빨, 양손 문양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가장 높이 세워진 깃발은 다름 아닌 요새 중앙에 세워진 공화국의 깃대였다.


깃대 가장 위에는 공화국의 상징인 황금 월계관 상(像)이 있었고, 그 아래로 펠소포티 가문의 상징인 남자 얼굴 상(像)이 있었다.


어찌나 크고 당당한지 주변 라기아족의 깃발은 마치 왕을 따르는 신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페로스 각하가 라기아족을 굴복 시켜 왕처럼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허언이 아닌 듯했다.


“자 저기서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따라오시죠.”


배퍼의 안내에 따라 일리시아는 총사령관 막사로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상석에 앉은 페로스와 공화국 지휘관 그리고 라기아족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리온도.


“역시, 중앙을 뚫어 남과 북을 고립시킨 뒤 공격하는 게 정답이겠군. 혹시 모를 연계를 막기 위해서 그럼.... 응?”


한창 작전을 짜던 페로스는 갑자기 열린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일리시아와 눈이 마주쳤고, 그때, 배퍼가 큰 공을 세운 용사처럼 목청을 높였다.


“각하! 명령하신 대로 붉은 방패의 귀부인이신 일리시아 바르무톤을 무사히 데려왔습니다.”


일제히 쏠린 시선. 일리시아는 움찔하고 말았다. 창피했다. 수많은 일을 겪어 나름대로 배짱이 생겼다고 자부했는데, 진짜 전쟁을 치르는 군인을 보자 한순간 압도되고 말았다. 거기다 라기아족의 시선 역시 두려움을 자아냈고.... 역시 진짜 전사들과 뒷골목 주먹과는 그 격이 다른 듯했다.


허나, 일리시아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나름대로 쌓아온 수완과 용기를 발휘해 예의와 당당함을 앞세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각하. 바쁘신 와중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페로스는 차분하게 인사하는 일리시아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다들 잠시만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합시다.”


일방적인 요구였지만, 공화국 지휘관들은 물론 라기아족까지 페로스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잘 훈련받은 강아지처럼.


그럼에는 완전히 길들어진 것은 아닌지 일리시아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하긴, 이해됐다. 갑자기 회의하는 도중 웬 이방인이 찾아와 방해한다면 자신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라기아족과 사령관이 모두 나가자 페로스 경은 방금 전까지 근엄하던 사령관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친근하게 다가와 일리시아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아가씨. 이리 다시 봐서 정말 반갑소.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보는 것 같소이다. 별일 없었는지?”“각하께서 보내주신 용병분들 덕분에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맞춰 배퍼가 가슴을 더욱 크게 펼쳤다. 페로스는 배퍼에게 수고했다고 다시 말하고는 시선을 뒤쪽에 선 다레온 쪽으로 돌렸다.


“자넨 웬일인가? 아직 휴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좀 더 쉬고 싶었지만, 애국심이 넘치는 부인 덕분에 복귀했습니다. 각하.”


“이런 비극적이게도 기센 부인에게 잡혀 사는가 보군. 훌륭하네. 자넨 진정한 공화국 시민이 됐어.”


그 말에 막사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을 때 무엇인가 눈치챈 페로스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괜찮다면 잠시 나가줄 수 있겠나? 이 아름다운 아가씨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다들 농담의 뜻을 이해했는지, 막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일리시아는 순순히 물러나 주는 사람들을 향해 양해와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시리온이 옆을 지나며 속삭였다.


“나중에 이야기 좀 하지.”


“......”


잠시 후, 문이 닫히고 막사 안에는 일리시아와 페로스 단둘이 남게 되었다. 페로스 경은 화로 위에 데우고 있는 주전자를 들어 물었다.


“냄새가 좋군..... 데운 포도주인데, 한잔 드시겠소? 포도주 자체는 그럭저럭이지만, 향료를 첨가해 꽤 먹을 만한데. 추위를 이기는 데 효과가 좋소.”


일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각하. 때마침 추웠거든요.”


페로스는 잔에 따뜻한 포도주를 따라 일리시아에게 넘겼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달큼하면서도 알싸한 향기가 코끝을 건드렸다.


“..... 맛이 좋네요.”


포도주를 맛본 일리시아가 말했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구려. 이래 봬도 입맛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 포도주도 신경 써서 마시는 편이라오. 그건 그렇고, 정말 아무 일 없었소?”


일리시아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 없었습니다. 각하의 배려와 다레온 경 덕분에 말이죠. 다만.”


“다만?”


“오는 길에 정체불명의 무리와 잠시 만났습니다. 덕분에 잠시 멈췄고요. 아, 걱정은 마세요. 전투라던가 그런 건 없었으니.”


페로스는 대충 뭔지 알겠다는 투로 대답했다.


“나도 복귀하던 중 정체불명의 무리와 조우한 적 있소. 이거 창피하구려. 붉은방패에서 실컷 잘난 척해놓고 여기와 못난 모습을 보이니 말이오.”


일리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페로스의 겸손은 결코 위기에 빠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겸손이 아니었다. 승자만이 취할 수 있는 오만한 겸손이었다.


“아닙니다. 각하. 저야말로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감히 건방지게 각하를 찾아와 상황을 파악하려 했으니까요. 다만,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전 각하를 믿지만, 동업자들이 불안해하는 통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뿐입니다. 결코, 각하나 위대한 공화국 군대를 못 믿은 것이 아니니 노여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일리시아의 말에 페로스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오,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그럼, 아가씨께선 전혀 걱정이 없으시다는 거요?”


“예. 군대나 전쟁에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면서 요새 주변을 봤습니다. 질서정연하고, 믿음이 가득하더군요.”


“무슨 믿음을 말씀하시는 거요?”


“각하께서 승리하실 것이라는 믿음이요.”


페로스는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웃었다.


“이거 빈말이라도 고맙소. 아가씨처럼 아름답고, 똑똑한 여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내 아내를 보면 알 수 있소.”


일리시아는 자신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가져온 작은 상자를 페로스에게 내밀었다. 페로스가 상자를 보며 물었다.


“무엇이오?”


“한번 열어봐 주시겠습니까?”


페로스는 일리시아의 말에 따라 상자를 열었다.


“이건 뭐요?”


“제 작은 성의입니다.”


“작긴 하지만... 엄청난 성의군.”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일리시아가 건네준 상자 안에는 반지, 목걸이, 브로치 등 각종 장신구가 들어 있었는데, 제각기 금과 은,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와 같은 진귀한 보물로 만들어진 거였다.


페로스는 그중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브로치... 금세공사의 기술이 아주 뛰어나구려. 깃털을 하나하나 다 재현할 줄이야. 혹시 광산소왕국에서 만든 거요?”


“상인 말로는 ‘황금 손가락’이라는 유명한 금세공사가 만든 거라고 하더군요. 뒤에 새겨진 ‘G’표식이 증거라 하더군요..”


“비싼 물건일 텐데. 선물치고는 과한 거 같소만?”


일리시아는 작게 웃었다.


“녹색땅을 정복하실 각하에게 드릴 선물로는 소박하지요. 별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니 부디 걱정 마시길. 전 그저 각하가 공화국의 영광을 드높이는 것만으로 기쁘니.”


“그렇소?”


“예, 각하가 승리하셔야 제 사업도 번영하니까요.”


일리시아의 당돌한 말투에 페로스가 다시 한번 웃었다.


“역시, 영리한 아가씨군! 이 선물은 아가씨의 말에 따라 공화국의 영광을 드높이는 데 쓰겠소. 때마침 새침데기 라기아족에게 줄 선물이 모자라던 참이었거든. 정말 고맙소.”


“별말씀을.”


“이런 좋은 선물을 준 아가씨께 내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않을 수 없는데, 혹시 원하는 게 있소? 아니면 내가 라기아족을 어찌 쓰러뜨릴지 이야기해주면 되겠소? 그대가 안심할 수 있게.”


일리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저 같은 아녀자가 듣는다 한들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그저 위대하신 각하의 행보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제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으시다면, 부디 저와 제 가문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뿐입니다. 친구로 말이죠.”


“친구..... 좋을 말이요. 그대는 내 친구요.”


일리시아는 감사의 뜻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음.... 아직 군대가 움직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원하신다면 여기 머무셔도 되오. 비록, 붉은방패보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거칠겠지만 말이오.”


반가운 이야기였다. 이곳에서 며칠 정도 시간을 보내야 제대로 일한 티를 낼 수 있었으니. 실제로 광산을 둘러볼 수도 있었고. 일리시아는 그 제안을 냉큼 수락했다.


“허락해 주신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아가씨께서 머물 거처를 마련해 보겠소.”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중요한 용건을 마친 일리시아는 다시 한번 페로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 뒤 조용히 막사 밖으로 나왔다.


막사 밖에는 당연히 여노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도 한 명 끼어있었다.


“이제야 이야기가 끝난 건가?”


바로, 시리온이었다. 그가 특유의 맹수와 같은 미소를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오래 한 거야. 질투 나게.”


작가의말

원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었는데, 한편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나무젓가락 님.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요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과 먼지의 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강과 먼지의 왕자 장기 휴재 공지 사항입니다. +9 22.02.06 2,540 0 -
공지 강과 먼지의 왕자 휴재 공지 사항입니다.(8월 22일 ~ 9월 12일) +15 21.08.21 981 0 -
공지 녹색땅 동부 지도 입니다. +2 20.12.25 2,183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에 관련된 공지사항 입니다.(금요일 에서 일요일로.) 20.08.14 1,889 0 -
177 2-162. 공화국의 장군 (3) +6 22.01.30 1,000 44 10쪽
176 2-161. 공화국의 장군 (2) +3 22.01.23 513 36 13쪽
175 2-160. 공화국의 장군 (1) +6 22.01.16 535 42 12쪽
174 2-159. 협력자 (5) +14 22.01.09 537 43 12쪽
173 2-158. 협력자 (4) +11 21.10.31 716 45 12쪽
172 2-157. 협력자 (3) +7 21.10.17 685 47 14쪽
171 2-156. 협력자 (2) +5 21.10.10 610 49 10쪽
170 2-155. 협력자 (1) +9 21.10.03 693 48 12쪽
169 2-154. 침략자 (2) +5 21.09.26 670 46 13쪽
168 2-153. 침략자 (1) +5 21.09.19 729 47 14쪽
167 2-152. 증명하는 자 (2) +12 21.08.15 836 55 14쪽
166 2-151. 증명하는 자 (1) +10 21.08.08 788 59 12쪽
165 2-150. 대비하는 자 (4) +13 21.08.01 758 51 19쪽
164 2-149. 대비하는 자 (3) +13 21.07.25 773 59 12쪽
163 2-148. 대비하는 자 (2) +21 21.07.18 806 68 12쪽
162 2-147. 대비하는 자 (1) +10 21.07.11 907 65 12쪽
161 2-146. 성공한 사업가 (4) +10 21.07.04 906 68 19쪽
160 2-145. 성공한 사업가 (3) +10 21.06.27 908 60 14쪽
159 2-144. 성공한 사업가 (2) +14 21.06.20 853 61 19쪽
158 2-143. 성공한 사업가 (1) +11 21.06.13 916 62 16쪽
157 2-142. 올라서는 자 (3) +14 21.06.06 816 64 15쪽
156 2-141. 올라서는 자 (2) +6 21.05.30 800 49 13쪽
155 2-140. 올라서는 자 (1) +6 21.05.23 908 56 14쪽
154 2-139. 여인 (4) +28 21.05.16 972 73 16쪽
» 2-138. 여인 (3) +9 21.05.09 909 55 16쪽
152 2-137. 여인 (2) +11 21.05.02 946 6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