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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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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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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5,524

작성
22.0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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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60. 공화국의 장군 (1)

DUMMY

2-56. 공화국의 장군



“발사아아아!!”


광산소왕국의 십자궁 용병대가 공화국 군단병이 지은 위장 요새 위에서 십자궁을 쐈다.


십장궁 특유의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숲에는 다시 한번 비명을 울려 퍼졌다.


‘이번이 몇 번째지? 일곱 번? 여덟 번? 이왕이면 열 번은 채우고 싶은데.’


검은 해골 투구와 검은빛 갑옷을 두른 시리온이 생각하며 스파타(Spatha)를 높이 치켜들어 소리쳤다.


“바보들이 죽으려고 또 왔다! 기대에 보답해 주자!”


그와 함께 시리온은 타고 있는 흑마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앞으로 돌진했고, 뒤이어 시리온의 부관인 마리우스, 가리스, 에리우스. 십자궁 용병대와 더불어 광산소왕국을 대표하는 용대병 방랑 귀족이 제각기 무기를 치켜들며 시리온의 뒤를 따라갔다.


“장군의 뒤를 따르라!!!!”


“오오오오오오옷!!!!”


강철로 무장한 전사와 그들을 태운 근육질 말이 한 번에 수백씩 달리자 땅이 흔들거렸다.


군단병의 행군과 다르게 요란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적들에게 더 큰 공포를 심어줬다.


기병을 활용하기에 따라선 수백 기로 수천 보병 이상의 역할을 했으니.


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시야를 방해하던 지긋지긋한 숲이 사라지며 후방으로 침입해 오려는 라기아족이 눈에 들어왔다.


학습능력이 아주 없는 건 아닌지 그들은 곧바로 후방을 노리지 않고, 길목을 지키는 위장 요새부터 공격 중이었다.


한 손으로 세기 힘들 만큼 저들의 매복에 당해 피해를 입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응.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 본다면 똑똑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록 위장을 위해 벽을 완만히 쌓았다 할지언정, 공화국 공병기술을 지어진 요새를 단숨에 점령하기란 쉽지 않았으니.


심지어 그 요새를 지키는 게 십자궁 용병대면 더욱 그랬다. 그들은 수성에 관한 거라면 거의 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앞을 보자 숲 속에 설치된 요새 위에서 십자궁 용병대가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벌레처럼 기어 올라오는 라기아족에게 겁먹지 않고, 오히려 무방비한 그들을 향해 십자궁을 발사해 피해를 줬다.


심지어 십자궁도 그냥 쏘는 것이 아닌 십자궁 용병대 특유의 연사 방식으로 쏴 피해를 최대한 늘렸다.


정식 단원이 견습병이나 노예에게 십자궁을 넘겨주고, 장전된 십자궁을 건네 봐 계속해 쏴 연사력이 활에 뒤지지 않았다. 아니, 어쩐면 더 빠르게 연사를 했다.


무엇보다 저 사격법의 가장 좋은 점은 지속 능력으로, 장전하는 견습과 노예가 애먹을지 몰라도, 용병들은 별다른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계속해 쏠 수 있었다.


노예나 견습은 힘들어도 채찍질 한 번이면 바로 힘냈으니 문제없었고.


어쨌건 십자궁 용병대는 상대적으로 불안한 형태의 요새에도 굴하지 않고 몇 배나 되는 적들을 상대로 용감히 맞서 싸웠다.


투둥! 투둥! 십자궁이 울릴 때마다 라기아족이 한뭉텅이씩 성벽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그럼에도 독기가 오른 라기아족은 계속해 올라가, 이윽고 십자궁 용병대와 코앞 거리에 다가갔다.


“뒤져-컥!!”


한 라기아족 전사가 용사처럼 올라가 외치는 도중 먹에 도끼가 박히며 그대로 쓰러졌다.


저게 십자궁 용병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활이 아닌 십자궁으로 무장했기에 행동의 제약이 덜하고, 다른 훈련도 할 수 있어, 원거리 병과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근접전에 강한 것.


덕분에 라기아족이 계속 올라옴에도 보통의 궁수들처럼 비명을 지르지 않고 용감히 맞서 싸웠다.


물론, 이대로 가면 전멸하겠지만.....


“내가 있으니 그건 불가능하지. 전군 돌격!”


흑마를 탄 시리온이 요새에 정신이 팔린 라기아족을 향해 돌격하며 외쳤다.


라기아족이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라기아족의 취약한 측후면을 시리온이 정확히 강타하며 그들의 무질서한 대형은 한층 더 무질서하게 쪼갰다. 흡사, 두 토막 난 돼지고기 같았다.


강한 척하지만, 한없이 연약한 족속들.


시리온은 이미 시뻘겋게 물든 스파타를 계속해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후방 기병 공격을 당한 라기아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혼란에 빠졌고, 그때마다 시리온의 말은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며, 시뻘건 검날을 휘둘러 허공에 붉은 선을 만들었다.


“끄아아아아악!! 내 눈! 내 누운!!”

“케엑... 케헤헥....!”

“으으으으.....! 내 팔이....!”


시리온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튀고, 적의 창대가 부러지며, 부서진 치아가 날아갔다.


용맹하게 따라온 부장들과 용병들도 시리온을 본받아 분주하게 무기를 휘둘렀고, 덕분에 라기아족의 사기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각하! 전방에 적이 접근합니다.”


주변을 살피며 전장 상황을 지켜보던 시리온이 앞을 봤다.


마리무스의 말대로 십여 기의 기병들이 시리온을 향해 달려왔다.


말의 질과 무장상태, 장신구를 보아 귀족 혹은 왕족으로 보였으며, 아무래도 자신을 노리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휘관을 죽이면 경우에 따라선 수천 명을 죽인 효과를 낼 수도 있었으니.


당연히 그걸 아는 마리무스와 가리스가 외쳤다.


“각하. 저희 뒤로.....!”


“왜? 용감하게도 공화국 최강에게 덤비려는데, 맞상대해줘야지.”


시리온이 등 뒤의 마리우스와 가리스에게 대답하곤 말에 박차를 가해 앞으로 내달렸다.


당황한 마리무스와 가리스.


그러거나 말거나 시리온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적들 가운데로 밀고 들어갔다.


가장 먼저 시리온을 덤빈 것은 긴 창으로 무장한 황동 투구 전사로, 그는 정확히 시리온의 몸통을 찌르려 했다.


창을 제법 잘 다루는 듯했으나, 안타깝게도 또 다행이게도 시리온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시리온은 창 촉이 자신의 몸통을 꿰뚫기 전 옆으로 몸을 기울여 타점을 흐린 다음 스파타의 옆면으로 창을 비스듬히 흘려 그대로 부드럽게 칼날을 앞으로 내질렀다.


촤―――앙!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날을 타고 소시지를 자르는 감각이 전해졌다.


“크아아아아악!”


손가락이 잘려나간 황동투구 전사가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건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고 하니.


‘난 평생 모르겠지만.’


시리온은 황동투구 전사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빼앗아 양손에 칼을 쥔 다음 두 번째 적의 공격을 가볍게 막은 뒤 반대쪽 칼로 그의 목을 벴다.


전사 둘이 순식간에 당한 것이다.


그러나 시리온은 만족하지 않고, 춤추듯 바로 다음 행동에 들어가 창을 쳐내고 도끼를 막은 다음 짧고 간결하게 칼을 휘둘러 적을 두 명 더 쓰러뜨렸다.


그 모습을 본 라기아족 전사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피어올랐고.


이상한 건 아니었다. 절대로 말이다. 용기라는 개념도 칼로 충분히 벨 수 있는 거였으니.


시리온은 아까 전 빼앗은 라기아식 장검을 던져 뒤쪽에 갈고리 창을 쥔 적의 얼굴을 꿰뚫은 후 당황한 라기아족 사이로 들어가 다시 스파타를 휘둘렀다.


짧고 간결하지만 빠르게 휘둘러 상대의 혼을 빼놓고, 빈틈을 보일 때마다 날카롭게 베어냈다.


전사들이 더 말위에서 떨어졌고 그때마다 말들이 히이이잉!! 흥분하며 서로를 물어뜯고 머리를 부딪쳤다.


“하!”


시리온이 칼을 당겨 회수하다 말고 다시 내질렀다.


그와 함께 시리온의 공격을 다급히 막던 라기아족 전사의 목이 그대로 꿰뚫렸다.


이걸로 여덟 명. 칼을 빼 아홉 번째 희생자를 만들려는 순간 목에 꿰뚫린 놈이 시리온의 손을 붙잡았다.


목과 입에서 피를 흘림에도 말이다.


‘아플 텐데..... 근성 좋구만?’


시리온이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목이 꿰뚫렸음에도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일 테니.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뒤와 옆 라기아족 전사가 제각기 칼과 도끼로 시리온의 머리를 쪼개려고 했다.


죽을 위기.


과거 아레나에서의 싸움이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공화국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챔피언과 싸웠을 때를.


챔피언은 비록 노예였으나 강했고, 시리온조차 꽤나 애먹었다. 한 끗 차이로 죽을 뻔했으니.


놈의 칼끝이 시리온의 복부를 노렸는데, 그 순간 시리온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감각을 느끼며, 검을 빼앗아 그대로 반격을 가해 역전승했다.


그때 그 감각이 지금 이 순간 다시 살아났다.


시리온은 허리를 살짝 움직여 첫 번째 칼날을 피하곤 허리춤에 찬 푸기오(pugio)를 뽑아 상대방의 목을 찔렀다.


그다음 투구로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비스듬히 막았다.


아차하면 머리가 쪼개질 수도 있었건만 시리온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은 결코 상처 입지 않을 것을 알기에.


깡!!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도끼는 시리온의 투구를 빗겨 쳐 그리 허무하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충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버틸만했다.


시리온은 푸기오로 자신의 칼을 잡은 끈질긴 라기아족의 손을 벤 다음 양손으로 스파타를 쥐어 그대로 옆으로 휘둘렀다.


찢어지는 목구멍과 함께 시리온에게 도끼를 휘두른 라기아족의 얼굴이 가로로 갈라졌다. 끔찍한 소리를 내며 말이다.


남은 건 이제 다섯.


숨이 약간 찼지만, 겁먹은 꼴을 보아하니 쉽게 이길 수 있을 듯했다.


“겁쟁이처럼 도망치려는 거 아니지? 난 머리에 도끼까지 맞았다고..... 그 잘나 전사의 힘을 보여줘야지. 그것마저 없으면 너희 족속이 무슨 가치가 있겠어. 응?”


통할 리 없는 공용어였지만, 억양과 표정에서 뜻이 통한 건지 겁먹은 라기아족이 용기를 내 무기를 고쳐 잡고 다시 덤벼들었다.


시리온이 외쳤다.


“용감한 시체로 만들어주마!”


그 말과 함께 다시 말에 박차를 가하려는 순간 간신히 따라잡은 마리무스와 가리스, 에리우스가 시리온을 지나쳐 적들을 맞상대했다.


주인을 지키려는 군인들은 평소의 배가 되는 힘을 발휘했고, 겁에 질린 라기아족 전사들은 두 명 더 많았음에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마리무스는 정형화된 검술로 적 전사 한 명의 목을 꿰뚫었고, 가리스의 변칙적인 검술은 적의 목과 빗장뼈 사이에 칼이 박았다.


에리스가 나머지 셋을 맡았는데, 그냥 강력한 힘으로 도끼와 칼을 휘둘러 적을 투구와 무기 채로 베어 죽였다. 역시 힘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했다.


“각하! 위험하시지 않으십니까?!!”


절대적 충성을 발휘하는 부관들이 시리온을 향해 언성 높였다.


그도 그럴 게 만일 시리온이 죽으면 그들은 상관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병사가 되고 말 테니.


하지만 시리온은 사과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과 권위는 바로 여기서 나왔으니.


그래서 시리온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 양팔을 펼쳐 피칠갑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중에 내 피는 한 방울도 없다.”


크게 언성을 높이지 않았음에도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군단병이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니, 그들뿐 아니라 요새 위에 있는 십자궁 용병대와 방랑 귀족 모두 아무 말도 못 했다.


시리온의 존재감에 압도된 것이었다.


바로, 이게 자신의 힘이었다. 공화국 최고 명문가나 광산으로 쌓은 막대한 재산이 아닌, 바로 이 힘 자체가 자신의 힘이었다.


주도권을 다시 잡은 시리온이 술에 취한 듯 소리쳤다.


“자.... 다른 라기아족도 죽이러 가자. 모두 나를 따르라.”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폴피리 님. 나무젓가락 님.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힘 닿는데 까지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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