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9. 여인 (4)
일리시아는 시리온을 따라 그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총사령관 막사에 비하면 약간 작았지만, 내부의 호화로움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깃털로 채워진 거대한 침대를 시작으로, 길스식 가구가 가득했는데, 탁자 위에는 핏빛, 검은빛, 초록빛, 호박빛 각종 포도주와 설탕, 향신료 통이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바닥에는 동방의 양탄자가 깔려있었으며, 한쪽 벽에는 칼과 갑옷뿐 아니라, 노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기아족의 투구와 갑옷, 무기들도 장식품처럼 걸려있었다.
“저것은....?”
“뭐? 아.... 워낙 심심한 곳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거야. 일종의 취미인 셈이지.”
시리온은 그리 말하며 눈구멍만 뚫린 거대한 투구를 들어 보였다. 상당히 커 양동이로도 쓸 수 있어 보였는데, 사용자가 얼마나 거대한 사람인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크지? 고르혼이란 녀석이 쓰던 투구야.”
처음 듣는 이름이라 일리시아는 어색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모습을 보곤 시리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해해. 못 들어봤겠지. 이런 촌동네 인간 따위.”
“어떤 자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투구를 보아하니 아주 거대한 자인 거 같은데.”
“그건 맞아, 덩치는 아주 컸지, 뛰어난 전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해골머리 부족의 왕이라는데, 소문으로는 엄청난 노랭이에 도둑놈 심보를 가진 놈이라더군. 그렇게 끌어모은 돈으로 전사들을 대거 모아 우릴 방해했지. 난 보답으로 창을 던져 눈을 꿰뚫어줬고.”
시리온이 창 던지는 흉내를 냈다.
보통 남자들이란 허풍을 섞는 편이라 무슨 말이든 반만 믿어야 마땅했는데, 시리온에게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왠지 그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기에....
시리온이 고르혼의 투구를 던져버리곤 피가 묻은 가죽 팔 보호대를 들어 보였다.
“그건....”
“빠른 팔 스파다의 팔 보호대, 미친 곰 부족의 전투귀족으로 이름을 꽤나 날린 전사인데 나에게 덤볐지. 보답으로 팔을 잘라줬고.”
시리온이 팔 보호대를 던지곤 복부와 가슴에 작은 방패가 달린 거대한 가죽 갑옷을 꺼냈다.
“뚱보 칼론의 갑옷. 검은 황소 부족의 전사로 엄청난 괴력을 가졌다는데, 목구멍에 칼이 박히니 소용없더군.”
뒤이어서도 시리온은 거대한 도끼 창과 개가죽 허리띠, 부러진 도끼 등을 보여주며 자신이 쓰러뜨린 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록 일리시아로서는 그들의 얼마나 대단한 전사인지 알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나름 유명한 전사라는 것은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시리온이 그런 것으로 허풍을 떨 사람이 아님을 알기에.
어느새 전리품은 모두 바닥에 나뒹굴었고, 더 이상 자랑할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시리온은 불만족스럽게 중얼댔다.
“젠장, 역시 촌동네 놈들이랑 싸우면 이게 문제라니까. 아무리 열심히 죽여도 사람들이 알아주질 않아. 이왕이면 광산소왕국, 조각난 땅, 길스와 싸웠어야 했어.”
일리시아는 재빨리 머리를 조아렸다.
“아닙니다. 각하. 그저 제가 어리석어 모를 뿐입니다. 각하께서 얼마나 큰 공을 세우고, 용맹한지는 모두가 압니다.”
그 말에 시리온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참 한결같군.... 돈 좀 모으고, 가문의 주인이 돼서 좀 변했을 줄 알았는데.”
“전 어리석은 여자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누리는 축복을 누가 줬는지 잊을 만큼 어리석진 않습니다.”
“하! 대단하군. 대부분은 그걸 쉽게 잊던데 말이야. 내가 겪어봐서 알지.”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시리온의 발언. 일리시아는 계속해 머리를 숙이며 머리를 굴렸다. 왜 갑자기 불러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시리온은 일리시아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탁자 위에 놓인 포도주병을 하나 들어 잔에 따랐다. 타르처럼 진한 검은색 포도주가 유리잔 너머를 통해 비쳤다.
“한잔하겠어?”
“아, 예.... 그러면 가벼운 포도주로 부탁드립니다.”
시리온은 다른 잔을 꺼내 초록빛이 띠는 황금색 백포도주를 따라 일리시아에게 건네줬다. 조각난 땅의 명물인 황금 포도주인 것 같았다.
“먹을 만하나?”
포도주를 한 모금 넘긴 일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주 훌륭한 포도주입니다.”
“자 그럼 보답을 받아야지.”
“예?”
“보답 말이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난 내 전리품도 보여주고, 맛 좋은 포도주도 줬는데, 아무것도 안 해주려고? 에이, 그건 아니지.”
일리시아는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에 돌아온 듯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는 늘 이런 식었다. 선의를 베풀고 그 보답을 요구했다.
“뭐지? 표정이 야릇한데. 불만인가?”
“아뇨.... 각하께서도 여전하신 것 같아서요.”
“헷갈려서 그러는데 칭찬이지?”
“예, 물론... 제가 어떻게 각하의 친절에 보답하면 될지 알려주시겠나요?”
“글쎄... 어렵네. 페로스 각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별 이야기 안 나눴습니다.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쭤봤죠. 사실 물어볼 가치도 없었지만요.”
“어째서?”
“왜냐면 여러분은 지고 있지 않고, 이기고 있으니까요. 제가 군대에 관해 아는 바가 없는 여자이긴 하지만, 여러분의 사기가 얼마나 높은지는 알 것 같습니다. 감히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죠.”
“마음에 드는 태도군. 전쟁은 군인 몫이지. 그런데도 멍청한 여자나 원로원은 아는 것도 없는 주제 전쟁에 관해 떠들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선봉에 세우고 싶어. 그 외에는 뭐 다른 이야기 없어?”
“음.... 각하께 선물을 드리고 친구가 됐어요.”
“선물?”
“예, 반지, 목걸이, 브로치 같은 것요.”
시리온은 경악하는 척했다.
“오... 이런! 누가 부자로 만들어 줬는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주고 페로스 각하께 드렸다고?! 젠장, 섭섭해지려고 하구만!”
“각하께선 부유하시잖아요? 제 선물 따위가 무슨 가치 있겠어요.”
“돈에 문제가 아니야, 마음에 문제지. 엄청나게 슬프구만.”
시리온의 과장된 행동에 일리시아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은 늘 이랬다. 마음 상한 척 행동해 상대방이 난감해하는 걸 즐기곤 뭔가 내놓을 것을 무언으로 압박했다.
당연히 일리시아도 순순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 다음번에 올 때 더 좋은 선물을 가져오겠습니다. 각하를 위해.”
“아....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뭣보다 다음에 올 때는 내가 녹색 땅 서부에서 라기아족을 죽이고 있을 텐데 만날 방법도 없잖아? 아니면 설마 거기까지 날 찾아올 셈이야?”
그럴 수는 없어 침묵하자 시리온이 킬킬 웃었다. 마치 예상한 반응이었다.
“아주 안 변한 건 아니군. 1년 전이었으면 따라갈 거라고 바로 대답했을 텐데.... 지금은 몸을 사리는군. 돈이 생기니 목숨이 아까 진 거야? 아니면 지킬 게 생긴 거야?”
일리시아는 침묵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그가 뭔가 알고 말하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말하는 건지 헷갈렸다.
시리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긴 영원한 게 어디 있나? 내 자비를 베풀어 이해해주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말동무 좀 더 해줘. 때마침 너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
“어떤 것을...?”
“어떤 것을 이라.... 많지. 가령, 네가 떠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나 해봐. 아주 재밌을 것 같은데?”
일리시아의 머릿속에 온갖 일화가 스쳐 지나갔다. 뒷골목에서의 건달들과의 회담, 아버지와의 불평한 동맹, 노예 경매, 부동산 사업, 아버지의 수작질 그리고 집안의 비극 등등.
가만, 생각해 보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글쎄요. 저 같은 일개 여자의 이야기가 감히 각하께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오, 잊은 모양인데, 넌 첫 만남부터 재밌기 그지없었어. 말해봐. 단, 솔직하게.”
더는 대답을 피할 길이 없었기에 일리시아는 결국 입을 열었다.
첫 번째로 꺼낸 이야기는 바투와 함께 뒷골목 사업에 투자한 이야기였다. 당시 가진 자본으로는 그게 가장 수익이 좋았기에.
“뒷골목?”
“예, 각하.”
“아, 이제야 기억난다. 다레온 녀석 부하인.... 이름이 뭐였지?”
“바투라 합니다.”
“그래, 바투. 그 녀석이랑 같이 사업을 했다고?”
“예, 정확히는 다레온과 자금을 합쳐 바투에게 사업을 맡겼지요. 그게 가장 수익성이 좋을 듯해서 말이죠.”
시리온이 킥킥 웃었다.
“수익성이라.... 재밌는 단어군. 뭘 믿고 투자를 했나?”
“창녀들을 제압하는 걸 보고 결정했습니다. 뒷골목 사업은 우선 무력이 필수이니 말이죠. 뭐... 사업 수완도 있고요.”
“그렇다더군. 가끔씩 휴가를 간 군인과 용병들에게 들으니 뒷골목을 통째로 먹고 재밌는 사업을 하고 있다더군. 그런데 이야기가 괴기하기 짝이 없어 믿기 힘들기도 해. 대답해봐. 정말 창녀들을 훈련시켜 저들끼리 싸우게 하나? 검투사처럼?”
시리온이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예, 그리고 돼지를 탄 난쟁이나, 광산난쟁이 가끔은 개랑도 싸우게 합니다.”
“개? 멍멍 짖는?”
“예, 각하.”
“들은 대로 양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미친놈이군! 용케 그런 놈과 손을 잡았어?”
“인간적으로는 불쾌하지만, 일은 잘하는 편이라... 지금은 푸줏간 조합에도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이고, 검소한 붉은방패가 어떻게 병들지 궁금하구만. 젠장, 안타까워 나도 한번 보고 싶은데? 다른 재미있는 건 없나? 여자 검투사, 교미쇼 같은 것 말고.”
일리시아는 알았지만 짐짓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더러운 사업이라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쇼를 준비 중이라고는 하던데, 제대로 듣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음....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다른 이야기해 보지. 뒷골목 말고.”
일리시아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시리온 각하가 떠난 후 불편한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극적인 화해와 동맹, 노예무역권을 따내는 이야기까지.
“노예무역권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각하. 정말 감사합니다.”
“왜 나한테 감사하지? 정당히 낙찰받은 거잖아?”
“.... 각하께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점 압니다.”
“글쎄.... 뭐, 그렇다고 치자고. 아! 맞다. 렘두스 녀석이 귀찮게는 안 해? 가까이 있을 때는 말 잘 듣는 착한 녀석이긴 한데, 욕심이 좀 많아서.”
일리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별문제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적당히 어울려줘. 단순해서 좀만 쥐여주면 만족하거든. 어떤 의미로는 순진해.”
“예, 각하.”
시리온은 자신의 빈 잔을 채운 다음 일리시아의 잔도 채워줬다.
“그럼.... 우리가 잡은 노예는 너랑 네 아버지, 바투 녀석이 관리했다는 거네. 돈 좀 만졌겠는데?”
맞는 말이기에 일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가 이상한 건지 시리온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재주도 좋군. 얌전한 척하면서 계속해 뭔가를 챙기네.”
“예, 각하?”
“아니,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어찌 됐건 축하해. 재주는 우리가 부렸는데, 돈은 너희가 챙겼으니.”
“죄송합니다. 어쨌건, 그 수익을 이용해 붕 떠버린 재개발 용지와 인술라, 저택 등지를 샀습니다. 거기서 역시 재미를 봤고요.”
“아이러니한 말인지 모르지만, 돈만 있으면 부자가 되는 건 어렵지 않지. 바보만 아니면 누구든 할 수 있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꽤나 행복했겠구만. 여기저기서 금과 은이 쏟아지니. 촤르륵. 촤르륵.”
“..... 솔직히 제 인생 중 두 번째로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첫 번째는?”
“각하를 모신 것이죠.”
시리온은 눈이 잠시 커졌다가 이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경박하다고 할 정도로 웃어 재꼈는데, 일리시아는 그 모습을 보고도 불쾌해하긴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주머니가 무거워질수록 과거는 잊고 목은 빳빳해지는데, 넌 그렇지 않군.”
“아뇨, 각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그리 말한 건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나 때문에 힘든 줄 알았는데?”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기회라는 걸 가져봤습니다.”
시리온이 웃다 말고 침묵했다. 그리고는 마음속을 살피듯 일리시아는 살펴봤는데, 그 시선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일리시아는 감내했다.
무거운 침묵이 절정에 다다를 때 시리온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럼, 어째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지?”
“예?”
“아버지를 비롯한 일가 대다수가 죽었을 때 안 좋은 소문으로 난감한 상황을 겪고 있었잖아? 모르는 척하지 말자구. 근데, 왜 내게 도움을 안 청했지?”
“각하, 그건....”
“내 아이도 있었는데 말이야.”
일리시아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아는 거지? 말하지 않았는데? 입막음도 충분히 했는데?
시리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몰랐을 거라 생각했나?”
“..... 어떻게 아시는 거죠?”
“난 모르는 게 없어, 알고자 하면 모든 걸 다 알 수 있지. 내 곁에 있었음에도 그걸 몰랐나? 대답해봐. 왜 내게 도움을 안 청했는지.”
“각하께선 전쟁중이셨으면, 비공식적으로는 저희의 관계가 끝나 말씀 못 드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도움을 청하려고 했으면 할 수 있었잖아? 애까지 생겼는데?”
“..... 대답하기 조금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럼 어렵게 대답해봐. 화 안 낼 테니까.”
시리온의 재촉에 결국 일리시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웃길지 모르지만, 존엄성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존엄성?”
“예, 존엄성. 어머니로서의 저와 배 속에 있는 제 아이의 존엄성 말입니다. 비록, 제가 제 몸과 친구를 팔았을지언정 아이까지 동냥 그릇으로 쓰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동냥 그릇이라니?”
“아이를 앞세워 도움을 구걸했다면 그건 동냥 그릇이죠. 특히, 각하와 제 사이에는 더욱 그렇지요.”
처음이다 할 정도로 단호한 대답에 시리온은 가만히 침묵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리시아는 시리온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할 뿐이었는데, 이윽고 시리온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거참, 웃기는군.”
“무엇이 말씀이죠?”
“그냥 모든 게. 보통 내 아이를 가진 여자들은 마치 전설의 무기를 얻은 듯 가지고 와 내 앞에 들이밀거든. ‘이걸로 넌 내 말을 따라야 해!’라듯이. 그 꼴을 보면 여자도 아이도 오만정이 다 떨어지지.... 참고로 모두 지체 높은 아가씨들이야. 그런데도 창피한 줄 모르고 아이를 무기로 삼지. 난 그럼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그런데 너는 오히려 숨기는군. 뭐지? 이 싸구려 연극 같은 이야기는.”
“..... 어쩌면 제 어미가 싸구려 배우 출신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죠.”
“하! 웃기는군..... 애는 남잔가?”
“예, 각하.... 튼튼한 사내아이입니다.”
“머리카락은?”
“밤하늘처럼 검습니다.”
“이름은?”
“.... 아직 못 지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일리시아의 농담에 시리온이 작게 웃었다.
“하.... 이만 가봐. 듣고 싶은 이야기 다 들었으니까.”
일리시아는 그 말에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시리온이 말했다.
“카르시온.”
“예?”
“만약, 이름을 뭘로 지어야 할지 모르겠으면 카르시온으로 지으라고.”
“.... 무슨 뜻인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없어, 그냥 내 아버지 이름이거든.”
그 말과 함께 시리온은 처음 보는 미소를 지었다.
-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여인’ 편은 이것으로 끝이고 다음 주는 새로운 파트로 찾아 뵙겠습니다.
나무젓가락 님. 매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늘 힘을 얻습니다.
Comment '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