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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강과 먼지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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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6.09.24 16:04
최근연재일 :
2022.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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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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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55. 협력자 (1)

DUMMY

2-55. 협력자




“젠장.... 공화국 놈들 다른 건 몰라도 돌이나 나무 다루는 솜씨는 대단하네요. 전하.”


장궁으로 무장한 여우가 말했다.


그를 포함해 현재 르로안이 이끌고 있는 전사의 수는 대략 천여 명.


그들 대부분 검이나 짧은 도끼 등으로 부무장하고 있었지만, 여우와 르로안과 마찬가지로 모두 주무장은 장궁과 은식용 나뭇잎 망토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자신들의 임무는 혹시 모를 서라기아족 원군을 매복해 막는 거였으니.


“좋아...! 이제 흙을 비스듬하게 쌓고 거기에 나무랑 나뭇잎 수풀 따위를 쌓아 올려!”


공화국 공병 장교라는 늙수그레한 사내가 소리쳤다.


평소에 눈에 띄지 않는 직책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그는 늘 상당한 병사를 데리고 전투 전이나 후, 때때로 전투 중에도 활약했다.


현재 그는 페로스의 명을 받아 르로안이 있을 은신용 요새를 숲 사이에 짓고 있었는데, 나무와 나무 사이로 목재를 교묘하게 쌓아 올려 뼈를 만들고 이후 그 위로 흙을 쌓아 인공 언덕을 만들었다.


방어에만 치중한 진짜 요새에 비하면 벽이 완만하고, 낮았지만, 대신 주변 환경과 하나로 섞여 상당히 교묘해 잘 구분되지 않았다.


라기아족인 르로안이 보기에도 말이다.


불과 며칠 만에 저런 것을 만들다니..... 이따금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런 것을 볼 때마다 르로안은 등에서 식은땀이 맺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화국 강함은 단순히 뛰어난 무장이나, 방진, 긴 전투 지속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넘어 그들은 여러 방면해서 강인했다.


풍족한 물자, 건축 능력, 유연한 태도 무엇보다 인재.


“전하..... 저기 그놈이 또 오고 있습니다.”


여우가 숲 샛길로 나타난 한 무리의 기병대를 보며 말했다.


약 스무 명으로 모두 빽빽한 숲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숲 사이를 제법 잘 달리고 있었다.


구성원은 독특했다.


조각난 땅의 노예 사냥꾼이 주를 이루지만 그 외에도 아키아족이라는 먼 동쪽의 전사와 거인, 심지어 라기아족도 보였다.


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자는 선두에 선 철가면을 쓴 사내였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똑같은 주황빛 말을 탄 채 공사 중인 공화국 병사들 앞에서 멈췄다.


늘 일할 때면 땀에 푹 절은 그들은 누가 와도 날카롭기 그지없었는데, 놀랍게도 기묘한 분위기의 철가면을 쓴 괴짜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오셨습니까.”


“그래, 공사는 어떻게 됐나? ”


철가면 그는 르로안과 대화할 때처럼 정중하게, 또 당당하게 물었다.


공병 장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별문제 없습니다. 어제 빨리 자제를 공급해주셔서 일정보다 빠르게 끝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다니 기쁘군.”


“하하하, 저기.....”


공병 장교가 철가면 곁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말하기 민망하다는 듯이.


“그.... 저번에 신세 지기도 했고, 또, 자제도 빨리 가져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일은 빨리 끝냈으니, 그 뭐라고 할까. 병사들에게....”


말뜻을 이해했는지 철가면은 머뭇거리는 남자의 말을 멈추게 한 후 낮게 속삭였다.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밝아지는 공병 장교의 얼굴을 보고 대충 예상이 갔다.


며칠 전 선물 받은 포도주와 소시지를 좀 챙겨주겠다는 것이겠지.


놀랍게도 철가면.... 공화국의 장교 다레온은 주변의 정찰 밑 공사 상황 파악 보조, 본대와의 교류, 등이라는 수많은 임무에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실수 한번을 하지 않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비를 털어 붉은방패의 소시지와 포도주를 구해와 진지를 구축하는 병사들에서 제공했다.


물론, 넘칠 만큼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병사들의 불만을 줄이고 촉박한 공사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까칠한 공병 장교조차 어느새 다레온을 친구처럼 대했다.


그리고 그것은 공화국 군단병에 한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외국인 용병은 물론, 무리가 없어 자기 휘하에 두게 된 약소 라기아족 등 종족과 소속을 가리지 않고 그 친분을 넓혀갔다.


때로는 대화를 통해서, 때로는 술과 소시지를 통해, 때로는 도박을 통해서.


수단의 제한이 없이 모두와 친분을 쌓았다. 이는, 단순히 많은 언어만 구사한다고 가능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응?”


르로안이 소리 냈다.


다레온이 공병 장교와 대화를 마치더니 말에서 내려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아닌가?


그는 공화국의 붉은 모직물 망토 대신 나뭇잎 망토를 입은 채 다가왔다.


보통 익숙하지 않은 자가 입으면 뒤뚱뒤뚱 걷거나 망토를 밟고 넘어지는데, 그는 이제 제 것인 것처럼 익숙해 보였다.


역시 이상한 놈이었다.


“전하.”


그는 투구를 올려 얼굴을 보인 뒤 정중히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무슨 일이지?”


“부하들을 시켜 포도주와 햄과 소시지를 보낼 예정인데, 전하의 것도 필요하신지 여쭙고자 왔습니다.”


“포도주? 소시지?”


“예, 그리고 햄도요.”


르로안은 근처에서 대기 중인 자신의 전사들을 둘러봤다.


“이들 전부를 먹일?”


“아뇨..... 그 정도는 무리라. 다만, 전하와 휘하 전투 귀족들이 먹을 만큼은 제공할 수 있습니다.”


르로안은 곧장 거절하고 싶었지만, 여우와 발마의 눈을 보고 멈췄다.


전쟁터에서 술과 고기는 사람 목숨보다 귀할 때가 있었고, 다레온이 가져다주는 붉은 방패의 포도주와 소시지와 햄은 일반적인 술과 고기보다 더 맛이 좋았다.


“고마운 제안이긴 하지만 괜찮겠나?”


“예, 어차피 저 친구들에게 가져다줄 생각이니 겸사겸사 가져다드리면 돼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또 제가 가진 포도주와 햄은 이번 주 내 다 쓸 생각이라 거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다.


포도주와 고기는 가지고 있는 게 이득일 텐데. 나중에 팔 수도 있고, 이용할 수도 있고,


아마, 르로안이 좀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발린 말이겠지.


뻔한 거짓말이지만, 썩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고마운 제안이군. 그럼 감사히 받지.”


“아닙니다. 전하. 전하께서 제게 전사를 지원을 보내주셨으니 당연한 거죠. 오릭스라는 전사 아주 유능하더군요.”


긴 창 부족의 오릭스는 창뿐 아니라 기마와 척후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니, 아주 빈말은 아닐 터였다.


다레온도 이를 고려해서 그런지 르로안의 부하들을 잘 대우해줬고.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물론입니다. 질문이 무엇이신지요.”


“공화국 장교는 벌이가 좋나?”


“예?”


“궁금해서. 포도주, 햄, 소시지.... 그게 그리 싼 게 아닐 건데, 그렇게 선뜻선뜻 내준다는 게 신기해서. 공화국 장교는 벌이가 좋나?”


그러자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여우, 발마를 제외하고도 르로안 곁을 지키는 전사들로, 벌이 이야기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반응한 거였다.


전사란 명예를 추구하는 게 맞았으나, 그와 동시에 수입도 무시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공화국 장교로 가지도, 갈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급여가 궁금하긴 한 눈치였다.


남의 집 마누라 사정과 수입만큼 궁금한 것도 없으니.


대답을 회피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다레온은 생각보다 시원하게 대답해주었다.


“조금 받는 편입니다. 일단, 저도 장교 다 보니.”


“그런가?”


“예, 하지만 대부분은 무기, 갑옷, 말 유지비로 다 나가죠.”


“근데 그렇게 많은 포도주와 소시지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나?”


“아, 그건 친구가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친구?”


“예, 사업가 친구인데, 지금 붉은방패에 있죠. 작은 가게를 몇 개 차렸는데, 지금은 성공해 제가 도움을 받고 있죠. 근래에는 정유 사업에도 손을 뻗어 덕분에 제가 싸게 소시지와 햄을 얻을 수 있는 거랍니다.”


“자넬 그냥 도와주는 건가?”


“아주 그냥은 아니지만, 절 믿고 도와주는 건 맞습니다. 전 그 친구에게 보답하려고 하고요. 전하와 전하를 따르는 전사와 비슷한 관계라고 할 수 있죠.”


르로안은 그 말에 여우와 발마 등 전사들을 봤다.


여우가 너무 주제 넘는다고 끼어들었는데, 다레온은 정중히 사과했다.


얼추 대답을 다 들은 르로안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다레온은 도로 돌아갔다.


그가 아주 떠나려고 할 때 르로안이 그를 불러세워 물었다.


“무슨 사업을 하지? 그 친구,”


아주 짧은 침묵. 다레온이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잘.... 술집과 고기, 무슨 연극을 한다고 했습니다.”



다레온이 떠나고 잠시 후, 한 무리의 용병무리와 라기아족이 작은 손수레를 몰며 나타났다.


그들이 몰고 온 손수레에는 다레온이 약속한 포도주와 햄, 소시지가 쌓여 있었다.


결코,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가 말한 대로 목을 축이고, 입맛을 한번 돋을 수 있는 양이었다.


다레온의 부하들은 마치 미리 명이라도 받은 듯 표시된 바구니대로 공병장교와 르로안 쪽에 제각기 고기와 술을 배분하였는데,


르로안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그 바구니를 받았다.


다레온에게 그냥 받은 거라 찝찝함은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고단한 전쟁 중 포도주와 소시지를 보니 마음 한쪽이 들뜨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인간의 육체는 정신과 다르게 너무나도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으니.


르로안은 여우와 발마 그리고 전사들을 이끄는 전투 귀족 열 명을 불러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쉬는 것은 넘어 현재 그들을 달래주는 것이기도 했다.


은화장군이 스스로 녹색땅의 지배자 라기아족의 대왕이 된다고 했을 때 르로안을 포함한 모두가 분위기와 상황에 머리를 숙였지만, 일부 전사들 사이에서 이는 알게 모르게 큰 불만으로 작용했다.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이 나빠질 경우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마치 종기처럼.


이는 슬프게도 르로안에게도 좋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현재 르로안은 은화장군과 너무 깊게 엉키고 말았다.


그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르로안 더 나아가 뼈화살 부족에게도 악영향이 올 정도로 말이다.


단순히 르로안이 페로스의 선봉장을 맡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도 문제긴 문제였지만, 그보다 뼈화살 부족이 다른 부족보다 은화장군에게 더 많은 혜택을 받은 게 문제였다.


단순한 약탈품 분배, 대우 차원을 넘어 전쟁이 끝난 후 영역 분배에 있어서도.


웃긴 것은 그것은 받은 것도 아닌 받을지도 모르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얼룩돼지나 돌주먹 부족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마치 벌써 르로안이 자신들의 땅을 빼앗은 것처럼.


어쩌면 은화장군이 이를 노리고 해준 걸지도.


이런 생각을 할수록 어째 목이 타들어 갔다. 계속해서 그의 손에 끌려가는 듯한.


르로안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은화장군이 이 전쟁을 1년 안에 끝낸다고 했으니.


물론, 진짜 이 드넓은 녹색땅을 그가 쉽사리 정복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르로안은 이제 자신만의 확실한 자리를 잡을 필요성을 느꼈다.


자신이 아닌 부족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여우가 말을 걸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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