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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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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6.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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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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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
글자수 :
299,675

작성
24.05.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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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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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로드반 자작가문(2)

DUMMY

드르륵 드륵


마차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로드반 저택에 도착한 모양이다.


“영주님, 저택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마부는 간이계단을 바닥에 두고 마차 문을 열어주었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아스탄은 세바스와 함께 마차에서 내려 저택을 바라봤다.

이게...귀족 저택이라는 거구나.

순간 페이슨 백작가문의 저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로드반 저택보다 더욱 거대한 저택이다.


‘아스탄 X발 새X...’


그 저택을 날려버린 것이 너무나도 배가 아프다.

세실리아에게만 넘어가지 않았어도...

아니, 그랬다면 데이브와 만날 일이 없었으려나?


‘나 역시 이 몸에 빙의하지 않았을 테고.’


아스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저택에서 걸어 나오는 짧은 머리카락의 중년을 바라봤다.

중년의 옆에 선 어린 소녀.

이제 막 10살을 넘겼을 법한 외모다.

아스탄은 중년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스탄 N 페이슨이라고 합니다.”


“그래, 나는 로드반 가문의 가주, 그란트 L 로드반이라고 하네. 이쪽은 내 딸이고.”


허리께에 닿는 기다란 검은 머리카락.

반짝이는 푸른색 눈동자.

장차 미녀가 될지도 모르는 소녀가 드레스 끝자락을 들며 고개를 숙였다.


“로드반 가문의 차녀, 엘리아 L 로드반이라고 합니다.”


“예, 반갑습니다.”


그란트는 흐뭇한 얼굴로 저택을 가리켰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예.”


아스탄은 그란트와 엘리아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움직였다.

용병들은 마차를 주차장까지 옮겼고, 세바스는 아스탄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1층 로비는 정말로 웅장했다.

지금의 페이슨 저택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이 정도 저택을 관리하려면 수십 명의 시종들을 고용해야겠지.


‘휴란에서 거두는 세금만으로도 상당할 테니...’


아스탄의 눈에 조금이나마 부러움이 깃들었다.


“이곳이네.”


시종장이 접대실 문을 열어주자, 그란트와 엘리아가 안으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목제가구들.

접대실 안에는 테이블을 중심에 두고 좌우로 3인용 소파가 준비되어있었다.


“간단히 차라도 한 잔 마시겠나?”


“예, 주신다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그란트는 시종장에게 다과와 차를 준비하라 지시했다.


“이제 앉지.”


그란트와 엘리아가 소파에 앉았다.

아스탄 역시 맞은편 소파에 착석했고, 세바스는 소파 뒤에 선 채 대기했다.


“그쪽은...”


그란트의 눈이 세바스에게 향했다.

아스탄은 작게 놀라며 서둘러 세바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저희 페이슨 가문의 재무관입니다. 제가 아직 어리고 많이 부족하여 도움을 받고자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러면...이쪽도 재무관을 대동해야겠군.”


“예?”


그란트의 장난어린 목소리와 동시에 접대실로 회색 머리카락의 50대 중년남성이 들어왔다.

아스탄은 그를 보고 어깨를 움찔거렸다.

기억 속에 있는 남자다.

페이슨 백작가를 위해 수십 년간 일해 온 재무관.


‘제프리.’


그란트는 아스탄의 반응에 작게 미소를 보였다.


“구면이겠군. 이쪽은 우리 로드반 가문의 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제프리’이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프리의 인사에 아스탄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랜만이군요.”


“많이...바뀌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지 않습니까. 주변 환경이 변했으니...그에 맞게 저 역시 변해야죠.”


제프리는 아스탄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당당하다.

침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그 아스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 때, 그란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하하, 회포는 천천히 풀도록 해주게.”


“실례했습니다.”


“자네가 최상급 익스퍼터의 검기와 2서클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로 놀랐네. 거기다 B랭크 용병으로 활동하기까지. 제프리에게 들었던 이야기와는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더군.”


“본래는 작년 황룡대회에 출전하여 부모님 앞에서 실력을 드러낼 예정이었습니다.”


“...”


“그리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이후, 홀로 남았다는 공포에 침실에 틀어박혔죠. 검술과 마법에 관련된 서적들을 읽으며 머릿속을 비우는 게 거의 일상이었습니다. 육체는 많이 부실해졌지만...그래도 두 개의 서클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욱이 마력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깨달음을 얻어 최상급 익스퍼터에 대한 힌트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전경험이 전무했었습니다.”


“흐음...”


“가문이 몰락하고 라빈 마을로 향하던 그 때, 마수들과 조우하여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고, 실전을 경험함으로써 최상급 익스퍼터의 검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프리는 분명 의심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야기에 큰 빈틈은 없었다.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는데 뭐 어쩌겠어.


“몇 가지...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프리는 눈앞의 소년이 정말로 아스탄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과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로선 의심스러울 것이다.

무능했던 소년이 갑자기 최상급 익스퍼터의 검기와 2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마검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아스탄은 기억을 되살피며 제프리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비밀로 해두었으니 의심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세실리아에 의해 가문이 몰락한 뒤에야...제프리가 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더군요. 후회도 했고, 미안도 했습니다. 로드반 가문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예?”


“로드반 자작님의 뛰어남은 익히 들었습니다. 그런 뛰어난 분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습니다.”


“...”


“하하하하, 당사자 앞에서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군.”


그란트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아스탄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제프리에게는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 싶었습니다. 수십 년간 페이슨 가문을 위해 일해 준 그를...매몰차게 내쫓아서 말입니다.”


아스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제프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때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아...아닙니다.”


“듣기론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추후 퇴직금을 계산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하지만...”


제프리는 우려스러운 얼굴로 아스탄을 바라봤다.

페이슨 가문에 자신의 퇴직금을 줄 여력이 있을까?

아무리 B랭크 용병이라 하더라도 마을 하나 관리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란트 역시 미간을 좁혔다.


“괜찮겠나?”


“예?”


“제프리의 퇴직금...거의 5천만 위드 정도는 될 것이네.”


“예, 괜찮습니다.”


세바스는 화들짝 놀라며 아스탄을 내려다봤다.

5천만 위드를 정말로 지급해주겠다고?


“저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프리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면...지금 페이슨 가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건...”


“페이슨 가문을 위해 종사하는 이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은...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스탄의 당당한 답변에 그란트는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제프리에게 듣던 그 페이슨의 가주가 맞는 건가?

그보다 5천만 위드를 도대체 어디에서 마련하겠다는 거지?


“제프리의 퇴직금은 어디에서 마련할 생각인가? 자네가 B랭크 용병이긴 해도 절대로 가벼운 금액이 아닐 텐데...”


“조금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후원?”


“예, 후원자께선 라빈 마을의 발전을 도와주시겠다고 하더군요.”


“설마, 영지를...”


“담보로 잡힌 물건은 없습니다. 대신, 몇 가지 도와달라는 요청과 동맹을 맺어달라는 조건을 달아주셨습니다.”


“...동맹?”


“저는 이미 최상급 익스퍼터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그 분께선 제가 소드마스터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다보신 것 같습니다.”


그란트는 ‘낭패다!’라는 얼굴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말이 동맹이지, 실제로는 자금을 쥐어주어 환심...아니, 충심을 사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누가 페이슨 가문과 접촉을 한 거지?

그리고 얼마를 후원해주었기에 5천만 위드를 망설임 없이 주겠다는 걸까?


“후원받은 액수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현재 라빈 마을에선 50여 개 이상의 건물들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


그란트와 엘리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대부분의 건물이 3층 이상의 다층건물로...올해 말까지 1천 명 이상의 이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게끔 만들 생각입니다.”


“허...허어...”


라빈 마을의 인구를 1천 이상으로 만들겠다고?

그것도 올해 말까지?

기한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비용은 어마어마해진다.

적어도 수 억...아니, 10억 위드 이상의 후원을 받은 것은 확실하겠지.

도대체 누가 그런 거액의 현금을 후원해준 거야?


‘내가...너무 날로 먹으려했던 건가?’


매달 1~2천만 위드로 페이슨 가문을 가신으로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투자금도 아닌 후원금이라니...거기다 동맹을 맺는다?’


제국에서 무능아로 평가받는 아스탄 N 페이슨을 그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나?


“후우, 자네도 조금은 짐작하고 있었겠지. 내가 페이슨 가문을 가신으로 받으려 했다는 것을.”


“예, 죄송합니다만...그 제안은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후원자가 누군지 정말로 궁금해지는군.”


후원자가 누군지 모르는 이상, 페이슨 가문을 힘으로 짓누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약 백작 이상의 고위가문이 페이슨 가문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라면...

괜히 로드반 가문만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럼...약혼은 어떤가?”


“...예?”


“내 딸아이와 약혼을 하는 것은 어떤지 묻는 것이네.”


가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미래의 소드마스터를 혈연관계로 끌어들인다.

그란트의 의도에 아스탄은 슬쩍 엘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 나이에 포커페이스라니...


“저는 이미 약혼녀에게 뒤통수를 맞아 페이슨 가문을 몰락시킨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역시 저의 책임이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스탄은 작게 한숨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엘리아 영애께서 청렴하고 따스한 분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다 아름다우시기까지...그러나 지금의 제겐 약혼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흐음...”


“또, 약혼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저는 가문과 가문의 이득보다는 당사자 간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란트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사자 간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그란트는 슬쩍 엘리아의 반응을 살폈다.


‘나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조금 더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그란트는 현재 라빈 마을의 발전상황을 물어보며 아스탄의 자질을 확인했다.

끊어짐 없이 또박또박 대답하는 아스탄.

그란트를 비롯해 제프리 역시 놀랍다는 표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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