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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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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6.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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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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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
글자수 :
289,531

작성
24.06.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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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황성(2)

DUMMY

아스탄은 구석진 곳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멍하니 파티장을 바라봤다.

그 때,


“라바디안 제국의 태양, 아스카르 E 라바디안 황제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제국의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까지 시끄러웠던 장내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근엄한 얼굴로 장내를 가로질러 10개의 계단을 올라 단상에 올라선 황제는 몸을 돌려 귀족과 각국의 사신단을 바라봤다.

라이어드와 같은 황금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을 보유한 중년.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마치 전장의 노익장의 것과 닮았다.


“짐의 탄신을 기념하는 파티에 참석해주어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마왕군과의 전쟁으로 대륙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동맹국들이 힘을 모은다면 극복해낼 수 있겠지.”


간단한 연설임에도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상당했다.

이게 황제의 위엄이라는 건가?


“금년의 황룡대회에서도 영웅의 씨앗이 발견되었으면 좋겠군.”


격년마다 개최되는 황룡대회의 우승자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수많은 활약을 펼치면서 영웅과 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안 그래도 황룡대회는 많은 국가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대회이다.

그런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인기는 당연히 따라올 터.

그 와중에 활약까지 펼쳤다고?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며 부와 명예가 따르게 될 것이다.


“준비한 것은 많지 않지만 부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겠네.”


황제의 연설이 마무리되자 각국 사신단과 제국 귀족들의 선물증정식이 진행되었다.

증정식은 각국의 사신단과 일부 백작 및 후작 이상의 고위귀족들만이 참가할 수 있었다.

하급귀족들은 적당한 선물을 준비해 미리 본궁으로 보내면 끝이고.

기사가문의 경우에는 정말로 소소한...수십만 위드의 선물을 건네주면 된다.

대부분의 기사가문은 중소규모 상단의 상단주보다 재정이 어려웠다.

수십만 위드면 정말로 어렵게 모은 돈이라고 봐야지.


‘뭐, 페이슨 가문에겐 푼돈이지만...’


아스탄은 30만 위드의 적당한 선물을 보내두었다.

어차피 관심도 가지지 않을 텐데...

무엇하러 비싼 선물을 보내겠는가.

실제로 페이슨 백작부부가 사망한 이후부터 페이슨 가문의 이름은 증정식에서 불리지 않았다.


“세실리아가 선물을 제대로 보냈을 리도 만무할 테니...황제에게 밉보이지나 않았으면 다행이겠네.”


음식을 가져와 구석진 곳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아스탄.

라이어드와 세실리아는 그 아스탄을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에 있는 거지?’


‘사람이 너무 많아. 그리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니니...’


사막에서 모래알을 찾는 꼴이다.

구석진 곳에서 식사를 하는 준수한 외모의 소년.

그를 보고도 세실리아는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평범함의 극에 달했던 1년 전의 외모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겠거니 하면서 세실리아는 다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황성에는 들어왔다고 했어. 그러면...파티장에 출석하지 않은 건가?’


그럼, 대회에서 보는 게 마지막 모습이겠네.


‘그 헛소문 때문에 황태자 전하도 나를 멀리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스탄만 처리되면 라이어드는 이전처럼 다시 따뜻하게 자신을 맞이해줄 것이다.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페이슨 저택에서 얼마나 노력을 했었던가.

페이슨 가문의 재산을 빼돌리고자 그 어린 나이에 수많은 공부와 연기를 해야 했다.


‘그 녀석이 나를 안아줬을 땐...정말로 구역질이 나올 뻔 했었고.’


그런 노력을 허사로 만들 순 없다.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끔 황태자를 설득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스탄을 먼저 처분해야지.


씨익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고개를 돌려 섬뜩한 미소를 지어보인 세실리아.

선물증정식이 마무리되고 파티장이 떠들썩해진 순간.

황태자와 세실리아의 주변으로 수많은 귀족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아스탄이 발걸음을 움직였다.

라이어드를 향해.


뚜벅 뚜벅 뚜벅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태자 전하.”


라이어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보였다.


“먼 길을 찾아와 주어 정말로 고맙네. 그런데...자네 이름을 좀 알 수 있을까?”


“하하하, 전하께서라면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리라 생각하였습니다만...”


아스탄의 당돌한 대답에 주위 귀족들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감히 황태자를 상대로 저런 발언을 꺼내다니...

라이어드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하군. 근래 너무 많은 이들을 만나서 말이야.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한데...”


“실례했습니다. 저는 페이슨 가문의 가주...아스탄 N 페이슨이라고 합니다.”


아스탄의 자기소개에 라이어드와 세실리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주위 귀족들 역시 경악한 얼굴로 아스탄을 바라봤다.

눈앞의 소년이 페이슨 가문의 무능아란 말인가?!


“너...너가...”


“이런, 너무 오랜만이라 얼굴까지 잊어버리신 모양이군요. 제 약혼녀였던 세실리아 공녀와 함께 잘 지내시는 것을 보니...정말로 기쁠 따름입니다.”


라이어드와 세실리아는 쉬이 말문을 열 수 없었다.

자신들이 기억하는 아스탄은 평범한 외모에 소심한 성격을 지닌 무능력한 아이였다.


“거...거짓말!”


세실리아의 외침에 아스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짓말이라니...무슨 소리죠?”


“다...당신이 아스탄일 리가 없잖아!”


“흐음? 확실히 얼굴이 조금 변한 것 같다는 소리는 들었지만...과거 페이슨 백작가에서 근무하던 제프리도 저를 잘 알아보던데...”


‘제프리’라는 이름이 나오자 세실리아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공녀께서 페이슨 백작가의 모든 업무를 도맡아서 하실 때 체력이 너무 부족해진 것을 느끼고 1년 전부터 열심히 운동을 해 몸을 단련하였습니다.”


“그...그럴 리가...”


“아무래도 제 모습이 크게 달라진 모양이군요. 3년 전, 페이슨 저택으로 찾아온 공녀께서 페이슨 가문의 재무관을 내쫓고 영지의 세금을 미친 듯이 높여 가문을 몰락시킨 것...이 정도 기억이면 제가 페이슨 가문의 가주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세실리아가 흠칫 놀라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젊은 귀족들이 아스탄의 이야기에 술렁였다.

라이어드는 눈치를 보다가 아스탄을 노려봤다.


“무슨 헛소리인가!”


“이런, 실례했습니다. 지금은 황태자 전하의 약혼녀이시니...제가 너무 무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군요. 아참, 전하께서 황룡대회에 출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황족과 타국의 왕족이 황룡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가의 얼굴인 그들이 누군가에게 패했다는 것은...부끄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라이어드에게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존재했다.

그는 상급 익스퍼터의 경지에 올라 수년간 실기평가 1위를 유지해왔다.

이번 대회에서 제국의 귀족들에게 자신의 무력을 과시하고, 제2황자파의 세력을 위축시키고자 한 라이어드.

그는 황룡대회를 언급한 아스탄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단지, 무운을 빌고자 말씀드린 것입니다. 전하께선 우승자에 가장 유력하신 분이 아니십니까.”


아스탄의 이야기에 젊은 귀족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그건 그렇겠죠.”


“맞아요. 전하를 위협할 수 있는 분은 거의 없으니까요.”


“저도 이번 도박에는 황태자 전하께 걸기로 했답니다.”


아스탄은 씨익 웃으며 라이어드와 눈을 마주쳤다.


“제가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은 모양이군요. 전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으니...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잠...”


아스탄은 라이어드가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났다.

아스탄이 남기고 간 폭탄은 젊은 귀족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페이슨 가문은 아스탄에 의해서 무너진 게 아니었나?

약혼녀인 세실리아가 페이슨 가문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술렁이는 귀족들의 모습에 세실리아가 다급히 나섰다.


“저...전부 헛소리에요! 페이슨 경이 지금 거짓말로 저를 모욕한 거라고요!”


“그...공녀님께서 페이슨 저택에서 몇 년간 머물렀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요?”


“아...아닙니다.”


“당시에는 약혼녀였기에 잠시 보살펴준 거뿐이에요. 남동생처럼 따르기에 옆에서 조금 도와준 거 가지고...당시 서류의 처리와 결정은 모두 페이슨 경이 했다고요! 가문의 몰락을 제 책임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것뿐이에요! 설마, 저런 헛소리를 믿으시는 건 아니겠죠?”


세실리아의 싸늘한 눈빛에 젊은 귀족들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라이어드 역시 세실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


“페이슨 경의 정신상태가 조금 의심되는군. 가주의 모든 권한을 누군가에게 위임한다? 이런 어리석은 가주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오...옳은 말씀이십니다.”


“하...하하, 페이슨 경이 질투가 난 모양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전 약혼녀에게 넘기려 하다니...참으로 불쾌한 일입니다.”


황태자의 측근들은 서둘러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에 젊은 귀족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보였는데.

라이어드는 곧바로 화제를 전환해 황룡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물론, 대회의 우승은 황태자 전하께서 이루시겠지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전하에게 거액의 돈을 걸겠다면서 대출까지 받으셨습니다.”


“저희 가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하 외에 우승할 수 있는 선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든 준우승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군요. 준우승의 상금도 꽤 크니 말입니다.”


“저는 본선에만 진출했으면 좋겠네요.”


“대회는 이틀간 진행되던가요?”


“첫째 날에는 제1~8콜로세움에서 조별예선이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둘째 날부터 본선이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경기는 모레부터 시작되니...도박에 참가하시려면 내일까지 서둘러 참가하셔야할 겁니다.”


“오오...”


라이어드와 세실리아 역시 돈을 마련하여 황실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박장에 돈을 걸었다.

타국의 사신들까지 움직이며 라이어드에게 걸린 현금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라이어드가 우승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원금과 원금의 몇% 정도밖에 되지 않으리라.

젊은 귀족들이 아부를 떠는 동안 세실리아의 눈은 아스탄에게 향했다.

구석진 곳...휴게공간으로 간 아스탄은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얼굴로 음료를 마셨다.


‘저게...정말로 그 아스탄이라고?’


살짝 비슷한...아니, 계속 보다보면 닮은 느낌도 든다.

고작 1년 만에 사람이 저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나?

세실리아는 그의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침실에 틀어박혀 눈물을 쏟아냈던 그 쓰레기 따위가...

감히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줘?


‘건방진...’


세실리아의 눈동자는 살벌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래, 어디 마음껏 즐겨봐. 그 여유로운 모습도...대회에서 무너질 테니까. 네 녀석이 죽으면 시체를 갈가리 찢어 마수들의 먹이로 던져주마.’


영애들은 세실리아의 살벌한 눈빛에 흠칫 떨면서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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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황룡대회(2) NEW 12시간 전 101 8 11쪽
56 황룡대회(1) +2 24.06.24 232 7 11쪽
55 황성(3) +2 24.06.23 275 11 11쪽
» 황성(2) 24.06.22 297 8 11쪽
53 황성(1) +2 24.06.21 308 9 11쪽
52 수도 크라임행(8) 24.06.20 304 9 11쪽
51 수도 크라임행(7) 24.06.17 347 9 11쪽
50 수도 크라임행(6) 24.06.16 370 9 11쪽
49 수도 크라임행(5) 24.06.15 390 8 11쪽
48 수도 크라임행(4) 24.06.14 370 9 11쪽
47 수도 크라임행(3) +2 24.06.13 381 11 11쪽
46 수도 크라임행(2) 24.06.12 392 11 11쪽
45 수도 크라임행(1) 24.06.11 425 11 11쪽
44 로드반 일가의 방문(5) 24.06.10 430 13 11쪽
43 로드반 일가의 방문(4) 24.06.09 444 11 11쪽
42 로드반 일가의 방문(3) 24.06.08 441 13 11쪽
41 로드반 일가의 방문(2) 24.06.07 443 13 11쪽
40 로드반 일가의 방문(1) 24.06.06 490 15 11쪽
39 암살 길드(4) 24.06.05 467 12 11쪽
38 암살 길드(3) 24.06.04 458 15 11쪽
37 암살 길드(2) 24.06.03 458 15 11쪽
36 암살 길드(1) 24.06.02 479 14 11쪽
35 수도의 어둠(4) 24.06.01 506 17 11쪽
34 수도의 어둠(3) 24.05.31 492 12 12쪽
33 수도의 어둠(2) 24.05.30 510 15 11쪽
32 수도의 어둠(1) +1 24.05.29 544 14 11쪽
31 질리언(4) 24.05.28 530 14 11쪽
30 질리언(3) 24.05.27 536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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