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러쉬러쉬 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러쉬러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6.27 18:2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42,683
추천수 :
902
글자수 :
289,531

작성
24.06.01 18:20
조회
505
추천
17
글자
11쪽

수도의 어둠(4)

DUMMY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오스가 하리즈빌을 공격할 가능성은...없을 것입니다. 하리즈빌을 건드렸다간 서부지방의 마약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것도 그렇군.”


“지금은 카오스 조직의 행보를 지켜보며 그들과 거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파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다음날 새벽에 일어났다.

블러드는 스컬과의 전투로 분명 피로한 상태일 것이다.

거기다 스컬의 재산도 정리해야할 테니...

적어도 며칠은 쉴 거라고 생각했다.


투콰앙ㅡ!


구르칸의 본부를 공격해오기 전까진 말이다.


“저...적습이다!”


도대체 누가 구르칸을 공격해온단 말인가!

동부의 패자가 된 구르칸은 수년간 평화를 유지해왔다.

가끔 산적연합과 마찰을 빚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물며 이곳은 제국의 수도인 크라임이다.

산적연합 따위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뜻이다.


“보...보스! 카오스 놈들이 공격해왔습니다!”


“뭐...?”


“질리언, 바르반, 오스폰, 필리스의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지금 본부 앞에선 복면을 쓴...!”


콰앙!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본부건물이 흔들렸다.


“노...놈에게 벌써 뚫린 모양입니다.”


“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브...블러드가...”


파칸은 부관의 보고에 식은땀을 흘려야했다.

카르마를 쓰러트린 그 괴물이 이곳에 들이닥쳤다고?

질리언과 최상급 익스퍼터의 간부들을 대동한 채?!

놀람은 금세 멎어졌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남부지방의 음지를 먹을 수 있는 기회.


“블러드는 이틀 전 카르마와의 전투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닐 것이다. 지금 그를 쓰러트린다면, 남부지방의 조직들은 순식간에 와해되고 말겠지.”


스컬과 카오스 모두 수십 등분으로 쪼개질지도 모른다.

그 경우, 소규모 조직들을 삼켜 남부지방을 장악하면...

구르칸의 영향력은 다른 대규모 조직보다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그동안 정체되어 평화를 누려왔던 구르칸이 강해질 기회가 찾아왔다.


“당장 간부들을 호출하라! 내가 직접 블러드를 제거하겠다!”


“알겠습니다!”


당당히 집무실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간 파칸은...


투콰앙ㅡ!


“크헥...!”


1분도 채 되지 않아 블러드의 주먹에 맞고 쓰러졌다.


“네놈은...내 검을 볼 자격이 없다.”


거품을 물고 쓰러진 파칸.

블러드는 그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았다.


푸욱!


파칸의 몸이 경련하며 파닥이기 시작했다.


“끄윽...!”


아스탄은 파칸의 복부를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크흑...”


순순히 받아들여라.

너에게도 좋은 일이 될 테니까.

파칸은 몸을 움찔거리면서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


블러드는 파칸의 목에서 송곳니를 뽑았다.


“이걸로 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명, 검기의 농도는 질리언보다 조금 더 위에 있었다.

그러나 움직임은...소드마스터의 움직임이라 보기 어려웠다.

평화에 찌들어 게으른 삶을 보냈기 때문이겠지.


“에휴...그래도 소드마스터는 소드마스터이니...”


아스탄은 싱거운 전투에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카르마와의 전투를 떠올리며 긴장했던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그는 파칸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푸흑...!”


파칸이 눈을 뜨자 아스탄이 자세를 낮췄다.


“구르칸은 오늘부로 사라진다. 네놈은 네 부하들과 함께 수도의 카오스 지부를 맡도록.”


“크으...무...무슨...”


“경어 사용하고.”


“X소리 하지...크으윽...!”


몰아치는 두통에 파칸이 바닥을 뒹굴었다.


“네놈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


“끄으...”


파칸은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 아스탄을 올려다봤다.

아스탄이 알파의 반지를 빼내자, 눈동자의 색이 붉게 물들었다.


“나는 마족이다. 정확히는 뱀파이어족이지.”


이 설명도 이젠 지긋지긋하네.

아스탄은 질리언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읊어주었다.


“내...내가...마족이 되었다? 네놈의 권속이...끄윽...!”


“경어를 사용하라 했을 텐데?”


아스탄의 차가운 목소리에 파칸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럼, 질리언과 다른 녀석들도...당신의 권속이 된 것입니까?”


“그래.”


“카르마는...”


“녀석은 죽였다. 훌륭한 전력이긴 하지만...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그 사정이라는 것에 관심이 갔지만, 깊게 질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가서 구르칸의 조직원들에게 전투를 멈추라 전하도록. 또, 구르칸이 무너졌음을 선언한 다음 카오스 조직에 편입되었음을 알려라.”


“끄으...”


반항은 불가능했다.


“아...알겠...습니다.”


파칸은 구르칸 조직원들에게 전투를 중단하라 전하였다.

전투가 중단되자 질리언, 필리스, 바르반, 오스폰은 무기를 거두고 파칸을 바라봤다.

그의 오른손에는 알파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았을 텐데...’


‘잘하면 구르칸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겠어.’


스컬의 일부 잔당들을 카오스로 흡수시키긴 했지만 인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하리즈빌까지 온전히 손에 넣는다면...수도의 슬럼가를 관리하는 데 수월해질 거야.’


필리스는 파칸의 뒤로 모습을 드러낸 복면의 소년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구르칸이 카오스에 굴복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수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파칸의 굴복선언에 일부 구르칸의 지부장들이 반발하며 군세를 일으켰다.

평화에 물들었던 동부지방의 슬럼가가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쿠웅!


“끄흑...!”


무릎을 꿇은 채 핏물을 토해내는 민머리 엘프, 아무스.

그의 푸른 눈동자는 경악으로 물들었다.

150세의 연령으로 엘프들 사이에서 검술의 천재라 불렸던 그는 눈앞에 나타난 절대적 강자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마...말도 안 돼. 내...내 검이...스치지도 못했다고?’


라바디안 제국 서부지방의 패자라 불리던 그는 카오스 조직의 보스, 블러드의 일방적인 공격에 정신을 잃고 마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새하얀 피부는 갈색으로, 푸른색 눈동자는 붉게 물들었다.


“어...?”


그는 눈앞을 가리는 검은색 털을 보고 어깨를 움찔거렸다.


“머...머리카락...?”


아무스는 자신의 머리에서 자라난 검은색 머리카락을 만지며 손을 떨었다.


“머...머리카락이야. 머리카락! 머리카락이라고!”


“시끄러워!”


퍼억!


“쿠헥...!”


아스탄의 주먹에 안면이 일그러진 아무스는 벽에 처박힌 상태로 눈물을 쏟아냈다.


“머리카락...머라카락...”


마족이 되면서 뇌에 문제가 생긴 건가?

아무스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연신 ‘머리카락’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아스탄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가...감사합니다! 감사...!”


아무스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감사를 전하자, 아스탄은 질린 얼굴로 그를 내려다봤다.


“...”


미친놈인가?

그의 얼굴은 여한이 없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아...”


아스탄은 아무스를 일으켜 세우며 차근히 대화를 나누었다.


‘이거...정말로 미친놈이었네.’


30대에 갑작스레 찾아온 탈모증상.

40대가 되었을 땐 몇 가닥의 털만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탈모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간 돈을 벌어 마탑에 의뢰를 했다.

용병활동으로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연구에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는 연이은 실패를 거듭했고, 마탑에선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했다.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마약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탈모치료제는 어떻게 됐는데?”


“꾸준히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만...여전히 성과가 없다는 모양입니다.”


“그거, 속은 거 아니냐?”


“탈모치료제는 제국을 넘어 수많은 이들이 바라는 약입니다. 분명,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개발되지 않았으니...”


결국엔 제국의 마탑을 믿고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속았다 하더라도 마탑에 분노를 토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괜히 마탑의 마법사를 건드렸다가 고위 마법사들이 움직이면...

거기다 마탑에 관련된 일이라면 황실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그들을 상대하기에 아무스의 세력은 너무나도 미력했다.


“그렇게...언젠가 개발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매달 비용을 지불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은인께서 나타나지 않으셨다면...수백 년은 더 기다려야했겠지요.”


아스탄은 반짝이는 아무스의 눈동자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 역시 탈모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

머리카락 하나 빠지는 것만으로 그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또, 필요한 약이라면 큰 지출도 삼가지 않고, 샴푸도 섬세히 살펴보고 구매한다고 한다.

아스탄은 민머리가 된 자신의 얼굴을 떠올렸다.


‘끄응...’


확실히 두렵다.

머리빨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스탄은 아무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하리즈빌의 모든 것은 이제 카오스 조직의 것이다.”


“물론입니다.”


너무 쉬이 받아들이네.


“그래, 그러면...”


아스탄은 아무스에게 알파의 반지를 건네주었다.

구릿빛 피부가 새하얗게 탈색되고, 붉은 눈동자는 다시 파랗게 물들었다.

동시에 검은 머리카락이...반짝이는 황금빛 머리카락이 되었다.

고개를 흔들며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아무스.


“...뭐하냐?”


“죄송합니다.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가서 네 부하들이나 멈춰.”


“알겠습니다.”


미청년 엘프가 된 아무스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하리즈빌 본부건물을 빠져나갔다.


“전원, 전투를 멈춰라!


하리즈빌의 조직원들은 아무스의 외침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내, 아무스를 본 조직원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머...머리...카락?”


“보스...가 맞는 건가?”


반짝이던 민머리 위에 찰랑이는 황금빛 머리카락이 내려앉았다.

대머리 미청년이 황금머리 미청년이 된 것이다.

조직원들이 술렁이던 그 때.

질리언이 폭소를 터트렸다.


“푸흡! 저...저 민머리 엘프가...! 크하하하하!”


아무스는 질리언의 비웃음에 미간을 꿈틀거렸으나, 그의 손가락에 끼인 알파의 반지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부로 하리즈빌은 카오스 조직에 편입된다!”


아무스의 폭탄발언에 조직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하리즈빌은 카오스로 이름을 바꾸고 블러드 님을 모신다.”


그에 간부 하나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X소리! 저 X끼는 아무스 님이 아니다! 카오스에서 데려온 엘프 놈이 거짓을...!”


서걱ㅡ!


1백m의 거리를 순식간에 돌파한 아무스는 상급 익스퍼터의 간부를 죽여 버렸다.


쿠웅!


아무스의 검에서 소드마스터의 검기가 일렁였다.


“몇 번이나 강조했을 것이다. 배신하는 자는...모조리 죽여 버리겠다고.”


하리즈빌 조직원들은 아무스의 살벌한 눈빛을 보고 몸을 움찔거렸다.


“...카오스 조직원들은 모두 물러가도록.”


“그러지.”


질리언 일행은 순순히 몸을 돌려 하리즈빌의 거리를 벗어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조직원들이 어리둥절 하는 사이.

아무스는 최고 간부들을 본부로 불러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설 속 몰락한 귀족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2024.06.05.) 24.06.05 37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2024.06.25) 24.05.11 583 0 -
57 황룡대회(2) NEW 11시간 전 101 8 11쪽
56 황룡대회(1) +2 24.06.24 232 7 11쪽
55 황성(3) +2 24.06.23 275 11 11쪽
54 황성(2) 24.06.22 296 8 11쪽
53 황성(1) +2 24.06.21 308 9 11쪽
52 수도 크라임행(8) 24.06.20 303 9 11쪽
51 수도 크라임행(7) 24.06.17 346 9 11쪽
50 수도 크라임행(6) 24.06.16 370 9 11쪽
49 수도 크라임행(5) 24.06.15 390 8 11쪽
48 수도 크라임행(4) 24.06.14 369 9 11쪽
47 수도 크라임행(3) +2 24.06.13 380 11 11쪽
46 수도 크라임행(2) 24.06.12 391 11 11쪽
45 수도 크라임행(1) 24.06.11 425 11 11쪽
44 로드반 일가의 방문(5) 24.06.10 430 13 11쪽
43 로드반 일가의 방문(4) 24.06.09 444 11 11쪽
42 로드반 일가의 방문(3) 24.06.08 441 13 11쪽
41 로드반 일가의 방문(2) 24.06.07 443 13 11쪽
40 로드반 일가의 방문(1) 24.06.06 489 15 11쪽
39 암살 길드(4) 24.06.05 467 12 11쪽
38 암살 길드(3) 24.06.04 457 15 11쪽
37 암살 길드(2) 24.06.03 457 15 11쪽
36 암살 길드(1) 24.06.02 478 14 11쪽
» 수도의 어둠(4) 24.06.01 506 17 11쪽
34 수도의 어둠(3) 24.05.31 491 12 12쪽
33 수도의 어둠(2) 24.05.30 510 15 11쪽
32 수도의 어둠(1) +1 24.05.29 543 14 11쪽
31 질리언(4) 24.05.28 528 14 11쪽
30 질리언(3) 24.05.27 534 1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