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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ch
작품등록일 :
2016.07.25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3 19:08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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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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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글자수 :
268,223

작성
16.08.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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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2 블리스가 말을 배워가는 이야기(6)

DUMMY

샤워를 마친 트레인은 블리스를 데리고 숙소의 거실에 앉았다.


여기저기 낙서가 지워지지 않아 몰골이 말이 아닌 트레인과 달리 블리스의 몸은 매끈매끈 깨끗한 피부를 되찾은 상태였다.


“칫.”


아무리 수성이라지만 저렇게 잘 지워지는 것을 납득할 수 없을 정도여서 트레인은 조금 불편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대로라면 아이들을 뚫고 간신히 신시아의 얼굴에 그었던 낙서들도 깨끗이 지워졌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때 블리스의 유성펜을 뺏었어야 했어. 라고 생각하며 블리스를 바라보자 블리스는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이제는 낙서된 트레인의 얼굴만 봐도 즐거운 모양이다.


“재밌어? 이건 어떠냐!”


트레인이 한쪽 눈을 감고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혀를 베 내밀자 깔깔거리며 아주 뒤집어졌다.


만족스러운 리액션을 감상한 트레인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해 블리스의 관심을 끌고는 진지하게 블리스와 눈을 마주쳤다.


한참을 깔깔거리던 블리스도 웃음을 멈추고 트레인과 시야를 마주쳤다. 비록 눈을 마주치다가 이마를 보고 풋! 하고 웃긴 했지만.


“자, 우선 블리스.”


트레인이 블리스를 가리키며 블리스. 라고 이름을 부르자 블리스는 트레인을 가리켰다.


“트레인.”


“오? 잘했어.”


트레인이 칭찬하자 블리스는 베시시 웃었다. 그러더니 트레인의 손에 들린 단말을 가리켰다.


“단말. 익스쿠터. 사워실. 숙소...”


블리스는 차례차례 물건들을 가리키며 이름들을 말했다. 트레인이 한번이라도 이름을 말한 물건은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차분하게 말한 블리스는 맞아요...? 하고 물어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트레인의 눈치를 살폈다.


“허..”


트레인의 감상은 말 그대로 놀람 그 자체였다. 머리가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한번 들은 단어들도 외우고 있을 줄이야.


놀라고 있으려니 블리스가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닫았다. 고민하더니 천천히 표정을 찡그리고 자신의 가슴께를 붙잡았다.


한동안 뜸을 들이며 고민하던 블리스의 입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브레스.”


살짝 벌린 블리스의 입 앞에서 파란 마나가 모여들다가 핏 하고 사라졌다.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바들바들 떨며 블리스의 불안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블리스, 브레스.... 아,라.”


한 단어 한 단어 온 힘을 다해말하는 블리스의 어깨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 단어를 자신이 아는 것이 큰 죄인 것처럼...


“모래.. 상어.. 알,아..”


“아.. 그런건가.”


블리스는 모래상어에게 브레스를 쏘라던 트레인의 명령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하고 싶었고, 트레인도 그 뜻을 이해했다.


간신히 고백하고 눈조차 뜨지 못한 체 벌벌 떠는 블리스를 트레인은 천천히 안아줬다.


왜 블리스가 모래상어 때 브레스를 알았다는 것을 이렇게 벌벌 떨며 말하는지, 그는 몰랐다. 어쩌면 모래상어에가 잡아먹힐 뻔 했다고 미안해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걸로 미안해하면 모를까 무서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트레인은 블리스의 등을 토닥여줬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무서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서워하면서도 블리스가 자신에게 말해준 것이 고마웠다.


“고마워 블리스.”


한동안 그렇게 안겨있던 블리스가 천천히 떨어졌다. 울었는지 눈이 빨갛고 눈두덩이 부어 있었다.


“이렇게 울보여서 어떻게 하니.”


아는지 모르는지 블리스는 눈을 슥슥 닦고 조심스럽게 웃었다. 트레인이 화내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는 게 그녀에겐 가장 기뻤다.


“원래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


어쩌면 블리스는 이미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은 트레인은 확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블리스 말 할 수 있어?”


“말, 할 스 이써.”


블리스는 더듬더듬 말 했다. 말할 때 조심스럽게 트레인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혹시라도 잘못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블리스. 틀려도 괜찮아.”


“트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핫 하고 블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 몰라. 잘못.”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배워가는 거니까 괜찮아.”


트레인의 말에 블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대부분의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괜찮아.’ 는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블리스는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게되면 심하게 벌을 받는 생활을 해 왔었다. 그런 그녀에게 트레인이 가장 많이 해준 말이 ‘괜찮아.’ 였다.


그리고, 그 뜻이 따듯하게 용서해주는 말, 안심되는 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괜차나..?”


“그래. 몰라도 돼.”


보아하니 자주 들은 단어들은 어느정도 잘 알고 있지만 문장이 되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 만국의 공통언어로 설명해볼까.”


트레인은 음. 하고 기합을 넣고 싱크대로 가서 큰 수저, 작은 수저와 포크, 나이프를 들고 왔다.


“자, 이게 블리스야.”


트레인이 작은 수저를 가리키며 블리스. 라고 말하자 블리스는 따라서 블리스! 라고 대답했다.


“이거의 이름이 블리스라고 이해하는건 아니겠지..”


트레인은 조심스럽게 걱정하면서 큰 수저를 가리키고 트레인 하고 말했다.


“트레인.”


블리스가 트레인을 바라본다. 다행히 이 물건의 이름을 트레인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트레인은 안심하고 포크를 신시아, 나이프를 괴물. 이라고 말했다.


“괴물..?”


블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괴물이라는 단어는 모르나.


“자 봐봐. 모래상어 같은 거야.”


트레인은 나이프를 들고 크아앙! 하고 외치며 휙휙 휘둘러 큰 수저를 쳐 버렸다. 큰 수저는 휭휭 돌아 바닥에 챙 하고 떨어졌다.


트레인이 자, 이제 알겠어? 하고 말하려는 순간 블리스의 손이 나이프를 탁 쳐냈다.


“우앗, 위험하잖아!”


깜짝 놀란 트레인이 나이프의 날을 돌려서 다행이지 잘못하면 블리스의 손을 벨 뻔했다.

그런 트레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리스가 떨어진 수저를 잽싸게 주워 나이프를 노려보았다.


“모래상어..”


증오까지 담긴 눈빛에 트레인은 하하, 하고 조심스럽게 웃었다. 예를 들어 말한건데 블리스가 너무 진지해서 곤란해진 트레인은 펜을 들었다.


“자자, 봐봐 이게 브레스야.”


마지막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펜을 브레스라고 설명한 트레인은 작은 수저의 앞에 펜을 핑글 돌려 세우고 큰 수저를 향해 펜을 움직였다.


“!”


블리스가 깜짝 놀라 큰 수저를 치웠고 트레인은 응. 하고 웃었다.


“맞아. 브레스를 맞으면 나는 죽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는 하면 안 돼.”


“브레스, 트레인, 안 돼..?”


“그래. 브래스를 트레인한테 쓰면 안 돼.”


“응.”


블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리고 이것도 안 돼.”


트레인이 펜을 포크쪽으로 향하고 안 돼. 하고 말하자 블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돼.

하고 되뇌는 블리스에게 트레인은 나이프를 향해 브레스를 향했다.


“돼!”


블리스가 힘차게 외쳤고, 트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


블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트레인은 팔을 뻗어 나이프를 가리켰다.


“블리스! 브레스다!”


그렇게 외치고는 펜을 나이프를 향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돼.”


블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 모양이다. 영특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트레인이 웃자 블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스키아, 브레스, 안 돼?”


“응?”


다시금 블리스가 고개를 갸웃 한다.


“브레스 안 돼?”


다시 묻는 블리스. 둘이 꽤 친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트레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안 돼.”


“응..”


블리스는 시무룩하게 입을 삐죽였다.


은근히 뒤끝 있는 게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트레인은 절대 안 돼. 하고 덧붙였다.


블리스는 별로 기분 좋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고개를 끄덕여줬다.


“좋아.”


트레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서처럼 브레스를 갑자기 쏘려고하면 큰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 교육은 중요했다. 예상치 않게 블리스의 언어 실력을 알게 된 것도 좋은 성과다.


수저와 포크, 나이프들을 주워들은 트레인이 싱크대의 식기보관함에 집어넣었다.


“자, 그럼 나갈 준비 할까?”


트레인이 옷가지를 챙기러 방으로 들어가자 블리스는 싱크대로 쪼르르 달려갔다.


싱크대 위의 식기보관함을 주시한 블리스의 표정에 결의가 떠올랐다.


얍! 하고 손을 쭉 뻗어보았지만 닿질 않는다. 자신의 팔을 보니 너무 짧았다. 블리스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점프했다.


폴짝폴짝 뛰어 식기보관함을 노렸지만 역시 닿질 않는다. 드래곤의 탁월한 체력도 힘에 국한되는지 점프력은 그 짧은 다리처럼 안타까웠고, 작고 짧은 손가락이 애처롭게 허공만 갈랐다.


“으..”


바짝 약이 오른 블리스는 몸을 낮추어 웅크리고는 점프! 싱크대를 잡고 몸을 올려, 올라섰다!


“꺅?!”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일까, 순간 중심을 잃은 블리스가 싱크대에 주저앉았다.


후우후우 숨을 내쉬는 블리스의 심장이 쿵쾅쿵쾅 마구 뛰었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한층 조심스러워진 움직임으로 식기보관함을 열었다.


“싫어.”


블리스는 식기보관함에서 나이프를 꺼내 두리번거리다가 싱크대 구석에 밀어 놓았다. 응! 하고 만족하던 블리스가 조심스럽게 식기보관함을 들여다보았다.


응.. 하고 고개를 살짝 살짝 흔들며 고민하는 블리스의 눈에는 방금 트레인이 집어넣은 큰 수저와 작은 수저, 그리고 포크가 보였다.


한동안 생각하던 블리스는 조심스럽게 포크를 식기보관함 반대쪽으로 밀어 놓고 큰 수저와 작은 수저를 나란히 놓았다.


“음!”


만족스러운 미소와 콧김을 뿜으며 블리스는 식기보관함을 닫았다.


다시 식기보관함을 원래 있던 위치에 놓은 블리스는 싱크대에서 내려가려다 멈췄다.


너무 높다. 높다, 정말 높다. 올라올 땐 몰랐는데 높다.


안절부절 못하던 블리스는 조심스럽게 발을 아래로 뻗었다.


안 닿는다. 닿을 리가 없는 짧은 다리가 애처롭게 바들바들 떨렸다.


“아으..”


어쩔 줄 몰라 하는 블리스의 귀에 트레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블리스 안와?”


“!”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에 블리스는 눈을 꼭 감았다. 할 수 있어! 괜찮을 거야!


마음을 다잡고 블리스는 싱크에서 뛰어내렸다. 눈을 꼭 감고 떨어져 쿵 하는 소리가 났고, 아팠지만 눈물을 머금고 데굴데굴 굴러 트레인과 이야기하던 거실에 도착했다.


“뭐하니..?”


잠깐 옷을 가지러 간 사이 뭘 한건지 눈물을 머금고 바닥에 누워있는 블리스에게 트레인이 손을 뻗었고, 블리스는 활짝 웃으며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러고 보면 왜 트레인에게 숨겼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블리스는 트레인이 내밀은 옷을 받아 들었다.


신시아와 즐겁게 샀던 옷들의 추억이 생각난 블리스는 옷을 꼭 끌어안았고, 방금 가졌던 의문은 깨끗이 잊어 버렸다.


작가의말

블리스를 귀엽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 휴식의 육아시간도 슬슬 끝나갑니다. 


이제 다시 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럼,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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