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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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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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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300

작성
12.02.0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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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두의 제자 [28]

DUMMY

"이유가 무엇이지? 무공이 목적인가?"


한린은 적들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넌지시 물었으나 역시 묵묵부답. 제법 훈련을 잘 받은 자들인지 자객들은 단 한명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휴, 이거 쉽지 않겠는데.


생각이 너무 길었는지 어느새 자객들의 검이 한린의 눈앞으로 쇄도해오고 있었다. 40여 명이 고작 한명을 상대함에도 그들은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순차적으로 날아드는 칼날.


적들은 숫자가 많음에도 동선이 겹치거나 움직임이 엉키지 않았고 마치 한 몸처럼 공격해 들어왔다. 몇몇의 무사들은 아예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다가 순서를 정해놓은듯 차례로 한린의 빈틈을 찾아 공격해 들어왔다.


다수의 자객들이 순차적으로 찔러넣는 검격에 한린은 반격할 틈이 없었다. 단 한 명의 움직임이라도 놓쳤다가는 위험하다. 모든 자객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집중한 채로, 한린은 쾌풍변천을 전개하며 아슬아슬하게 적들의 검망을 피해갔다.


'이놈들을 어찌해야하나...'


쾌풍변천을 운용하면서 동시에 한혈수도를 사용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하지만 쾌풍변천만으로 마냥 피하고 있을 수도 없는 법.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한린에게 더 불리해질 것이다.


"너희들이 내 손님이라면 굳이 실력을 숨길 필요는 없겠지."


그는 결단을 내렸다. 그를 노리는 자들이라면 손을 더럽히는 편이 차라리 깔끔했다.


한린이 신형을 멈추고 쌍장의 냉기를 모아 지면으로 향하자, 한린을 중심으로 지면을 향해 냉기가 가라앉는다. 풀들이 그 끝에서부터 얼어붙으면 한린의 주위가 하얗게 변했다. 냉기는 지면에 반사되며 커다란 원형을 그렸고 냉기의 소용돌이 그의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차고 날카로운 감각에 그를 죄어가던 자객들이 급히 뒤로 물어났다.


"대신 단 한명도 살려보내지 않겠다."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드는 한린의 눈동자에 푸른 빛이 돌았다.


"빙운랑(氷雲瑯)"


사람의 손에서 나오는 기는 특히 현묘하여, 그 힘을 통해 사물을 조종하기 용이하다. 팔을 양쪽으로 쭉 뻗으면 이러한 수기(手氣)의 장(場)을 몸 주위로 확장시킬 수 있다.


끼기긱긱. 한린의 주변에 가득찼던 냉기들이 기괴한 소음을 내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린의 주위로 형성된 수십개의 얼음구슬이 둥둥 떠올라 부유했다. 저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자객들은 생전 처음보는 수법에 당황했다.


"불필요하게 살려두어 무엇하겠어."


한린은 마음을 다잡듯이 사부의 입버릇을 따라했다. 그가 양손을 교차시키며 우족을 축으로 회전하자,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수십개의 빙환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내공을 가득 머금은 구슬모양의 암기들은 빠른 속도로 전방향으로 퍼져가고, 가장 먼저 닿는 모든 물체를 꿰뚫는다. 가까이 있던 자객들이 빙황탄에 손 쓸 겨를도 없이 절명하자. 자객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흩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빙백신장(氷魄神掌) 제 3장 청면팔수(靑勉八手)


그의 양손이 각각 4개의 잔영을 만들어내며 강력한 공력을 분출한다. 손바닥에서 넓게 펼쳐나가는 드넓은 빙기의 파도는 피하기가 쉽지 않고 닿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기에 막을 수 조차 없다. 거리를 신속하게 벌리지 못하고 냉기의 잠식당한 자객들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얼어붙었다.


빙속화(氷贖花)


한린이 검지와 중지를 세운 채로 정신을 집중하자, 손가락 끝에서 타원형의 작은 빙환이 생겨났다. 소름끼치게 차가운 빙속화의 씨앗은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적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간 얼음구슬들은 지면에 닿자마자 차가운 얼음의 꽃을 피워낸다. 주위에 있던 자객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얼음의 덫에 걸려들 수밖에.


폭발하는 순간 주위의 모든 움직임을 봉쇄하는 얼음의 꽃. 한린의 검지가 몇차례 더 휘둘러지자 사실상 그의 주변은 모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부가 만들어낸 살인술은 너무도 간결하고 치명적이라 그 무공의 시전자마저 소름끼치게 만든다.


"이제 깨어버리기만 하면 되겠군."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허무함이 묻어났다. 손에 닿는 모든 적들을 얼리고 깨어버리는 한혈수도. 한린의 오른손이 푸른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한린은 40여명의 자객들을 남김없이 깨어버렸다. 한명 정도는 살려둬 적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아직 귀보와 정아의 안위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괜한 시간낭비는 말그대로 불필요했다.


전투가 끝난 전장에 널려있는 조각난 적들의 시신과 얼음 조각들, 빙존의 무공은 워낙 독특했기에 흔적이 많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흔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공을 삼갔지만, 역시 힘이 있으면 사용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빠르게 단념했다.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 되돌릴 수도 없겠군."


자객들의 죽음을 모두 확정한 그는 정아가 향한 숲쪽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가 시간을 꽤 지체했음에도 정아와 귀보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마치 거미집처럼 엉켜있는 나무가지들을 밟으며 정아를 찾았다.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깔끔한 일격은 그녀의 창이 만들어내는 솜씨였다. 곳곳에 자리한 자객들의 시신이 정아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의 자객들은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듯 시신들의 숫자만 하여도 얼추 열댓명은 되어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아는 보이지 않았고 흔적은 숲 깊숙히까지 이어졌다. 오히려 숲속으로 들어갈 수록 격렬한 전투의 흔적은 커져갔다. 무언가 이상했다. 한린은 정아를 찾아 속력을 높였지만 그 흔적의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아가 아니었다. 어두운 밤과 어울리지 않는 하얀 무복을 입은 사내가 그 끝에 있었다. 한린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당황했다.



'설마 적들이 더 있는가? 내가 아닌 누님을 노리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녀를 따라간 20여명 외에 더 많은 적들이 있었던 듯했다. 한린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남아 있는 이는 흰색 무복의 사내 한명 뿐이었다. 그녀와 적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갑자기 나타난 이 백의인은 누구인가? 그는 경계를 유지한 채 물었다.


"누님은 어디있지?"


"누님? 훗, 창귀를 말하는거라면 이미 우리들이 제압했다."


"누님을 아는 자인 모양이군. 그녀를 내놔라."


그들이 왜 정아를 노리는 지는 알 수 없으나, 이유도 모른채로 그녀를 내줄 수도 없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수하들이 잘 모시고 갔으니까 말이야. 큭큭큭 그보다 당신은 지금 그녀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한린은 대답하지 앉았다. 단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 앞의 적에게 신경써야지.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나?"


"흥, 물으면 정체를 밝힐것 처럼 말하는구나."


"그럼! 나는 지금까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야."


"나를... 기다렸다고?


"너는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내가 너를 같이 데려갈테니까. 큭큭큭큭큭"


'뭐야, 이 꺼림칙한 놈은?'


그가 왜 한린을 기다린다는 말인가? 한린과 정아를 동시에 노린다는 말인가? 한린은 무슨 꿍꿍이인지 의심스러웠지만 백의인은 그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상황의 맞지 않는 행동이 다소 괴기스러울 정도였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 수상한 자였지만 정아의 신변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였다. 한린은 우수에 내공을 집중한 채로 일단 백의인을 제압하고자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린은 공격을 계속할 수 없었다. 미친듯이 웃던 그자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갑자기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사라졌다. 어디지?'


순간적으로 적의 움직임을 놓친 한린은 일단 신속히 옆쪽으로 굴렀다. 그의 귓가로 적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는 소리가 들렸다. 신속하게 다시 일어난 한린은 백의인의 움직임을 찾았지만 여전히 한린의 동체시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한린이 서서 미쳐 무게중심을 잡기도 전에 뒤쪽에서 적의 기척이 느껴졌다.


빙백신장(氷魄神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린은 적을 보지 않고 감(感)만으로 뒤쪽을 향해 좌장을 내질렀다. 넓은 범위로 퍼지는 장법의 특성상 적에 대한 견제 정도는 가능할 것이었다. 한린의 뒤쪽으로 접근하던 백의인은 어느새 빙백신장의 범위를 벗어났고 마치 새처럼 사뿐하게 바위 위에 올라섰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둔하군. 한혈대마의 제자는 풍존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사내는 웃으며 말했다. 비릿한 미소였다. 사내가 양팔을 뻗자 그의 소매에서 두 자루의 단검이 빠져나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이 정도 속도를 유지하면서 단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상당히 위험하다.'


한린은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다시 한번 눈 앞에서 사라지는 사내의 신형. 하지만 이번에는 한린의 대응이 더 빨랐다. 백의인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한린의 신형 역시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적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라 하여도, 쾌풍변천을 이용해 자리에서 이탈하면 공격을 피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적은 포기하지 않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한린을 바로 뒤쫓아왔다.


"호월조(虎鉞彫)"


하지만 한린은 공중으로 튀어오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있던 방향으로 수도를 내질렀다. 호랑이 발톱처럼 굽어진 그의 푸른 손이 단검과 함께 백의인의 팔을 찢어버렸다.


"역시 빙존의 제자라 이건가? 호락호락하지 않군."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사내는 우선 뒤로 물러났다. 길게 찢어진 소매가 펄럭이면서 드러난 오른팔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내 정체는 알면서 내 실력은 잘 모르나보지?"


한린이 냉소적으로 응대하자 백의인의 얼굴에서 강한 분노의 표정이 떠올랐다. 한린은 백의인의 적대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을 터인데, 어떻게 대응했지?"


"보이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다면 빨라봐야 무슨 소용이겠나?"


한린은 사내의 움직임을 굳이 눈으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예측해서 대응했을 뿐이었다. 한린의 말은 들은 백의인의 눈빛이 적대감으로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뭐지? 왜 갑자기 분노하는 것이지?'


"큭큭큭. 재밌구만 재밌어. 악랄한 빙존의 제자여. 과연 훔친 풍존의 무공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구나."


놀랍게도 백의인은 풍존의 무공을 언급했다. 그제서야 한린도 사내의 움직임이 쾌풍변천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이토록 빠른 신법이라면 분명 쾌풍변천과 분명히 어떠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쾌풍변천의 성취에 있어서는 오히려 사부보다 그가 조금 더 높았으니, 사실 한린은 자신보다 빠른 상대와 대결해 본 경험이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눈 앞의 사내는 자신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가? 쾌풍변천보다 빠른 신법이? 그제서야 한린은 깨달았다. 그나 사부가 눈을 의심할 정도로 바람과 같았던 사내가 한 명 있었다는 것을...


"큭큭큭. 원수를 만났어도 정식으로 소개는 해야지."


"내 이름은 신풍(新風)이다. 네 놈이 훔쳐간 쾌풍변천의 진짜 주인이지."






-


작가의말

흥! 내가 훔친건 아니다람쥐~ 다람쥐~ 도토리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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