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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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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94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2.02 13:14
조회
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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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8쪽

마두의 제자 [22]

DUMMY

장소는 다시 석가장.


간밤에 있었던 일이 고단했는지 한린이 눈을 떴을 땐 이미 늦은 시각이었다.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었고 창을 통해 들어온 햇볕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정아가 아직 꿈속을 헤메이고 있었다.


"쩝.. 남녀의 밀회를 다룬 소설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군."


한린은 소설속의 세상이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새삼 깨달으며 번뇌에 빠졌다. 어깨에서부터 매끈하게 내려오는 곡선, 그녀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터질듯한 볼륨감은 한 사내의 이성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


잠시동안 그녀의 무방비한 모습을 침착하게 감상한 후 한린은 만져보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한린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며 입력된 모든 남녀상열지사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신속하게 자기합리화를 완성해나갔다.


"여자 앞에서 망설이는 놈은 큰일하기는 글렀다."


역시 망할 사부의 말이 가장 먼저 기억나는군.


아니다. 하지만 한린은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빙마봉을 나선 이후 사상 최대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실행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하고 자칫 목숨이 위험했다. 살수인 그녀의 반응속도가 한린 보다 훨씬 우위에 있으니 시작도 하지못하고 실패할 것이 뻔하다.


앉은채로 (이불까지 제껴놓고) 태연하게 고민하던 그는 결국 포기하고 다시 누웠다. 앉았던 자세에서 그대로 쓰러지듯 자리에 눕자 그녀의 얼굴이 마주보듯 눈 앞에 나타난다. 얼굴의 폭을 가득 채우는 두 눈, 오똑하게 선 코, 막힘없이 잘 빠진 턱선... 가까이서 보니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미모였다.


"한린아. 진정해. 중요한 것은 외양이 아니야!"


한린의 이성이 소리쳤지만 이미 그 역시 남자의 본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역시 이성(性)과 마음(心)은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날 때부터 지닌다는 양지(良知)따위는 미인 앞에서 부질없이 무너져내렸다. 결국 그는 정아가 깨어나도 맞아죽지 않을 정도로만 행동에 옮기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린의 손이 조심스럽게 둔부에 닿는다. 말랑말랑한 감촉. 천천히 엉덩이에서부터 잘록한 허리를 따라 그의 손길이 타고 오른다. 떨리는 손은 풍만한 가슴을 거쳐 부드럽게 어깨를 앉았다. 음... 역시 좋구만.


잠든 그녀에게 몸을 밀착하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순간적으로 그녀가 잠든 사이에 입을 맞추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쩝...도둑질을 할 수는 없지."


한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여인에게는 입맞춤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전택의 조언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가까스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여인들에게는 때로 입맞춤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지."


장천과 달리 전택은 아내와 자식이 있었고, 이미 혼기가 찬 한린을 보면 늘 여인과 가정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했다.


"잘 지내려나?"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을 나왔다.



채비를 마친 한린은 우선 석소희부터 찾았다. 늦잠을 잤으니 지난밤에 있었던 일의 여파를 우선 확인해야 했다. 정원에서 만난 그녀는 생각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결국 팽공자가 군사를 돌리기로 했어요."


좋은 소식이었다. 결국 잘 해결이 된 듯 했다. 한린은 혹시 팽지창이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었다. 남자들은 가끔 여자 때문에 그런 일을 종종 벌이니까 말이다.


마음의 상처가 클텐데. 한린은 한편으로는 지난 밤 팽지창의 얼굴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소희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고 갈등이 잘 해결되니, 기쁜 마음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저렇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확실히 그녀의 웃음은 두 세가를 무력충돌까지 끌고 갈만큼 아름다웠지만. 한린은 새삼 여인이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실감했다.


"소희 소저는 괜찮습니까?"


한린이 물었다.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된 물음이었다.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사실 저 역시도 팽공자가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뭐랄까요. 그가 무인들을 이끌고 석가장으로 온다고 했을 때 저는 덜컥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 어떤 감정보다도 무섭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그런게 사랑(愛)은 아니잖아요?"


"무섭다라..."


여성은 때로 남성에게 두려움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모든 감정들을 상쇄시킬 정도로. 이는 사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어떻게 한 때 사랑했던 이를 두렵다고 느낀단 말인가? 한린은 역시 여인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상황이 생각보다 소란스럽던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석가장의 분위기를 차갑게 가라앉히던 사건이 일단락 되었음에도, 석가장의 내부는 여전히 안정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많은 무인들을 고용했는데, 막상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사건이 해결되어 버렸으니까요."


"흠, 확실히 곤란한 상황이군요."


한린은 턱에 손을 가져다대며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난처한 상황이었다. 대대적으로 낭인들을 모아서, 임의로 등급까지 나눈 후 고용했는데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해결되어 버렸으니, 모여든 낭인들에게는 황당한 상황이었고 석가장으로서도 낭인들을 모아서 하루동안 숙식만 제공한 꼴이었다.


"그래도 고용한 무인들에게 어느정도 성의금(誠宜金)을 지불해야겠네요."


"역시 그럴까요? 저는 사례비를 몽땅 두분께 드리고 싶은데..."


'헉'


한린은 침상에서보다도(?) 강렬하게 혹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가까스로 꾹 눌러 참아냈다. 무림에서도 가장 거친 삶을 살아가는 낭인들이다. 돈을 벌기위해 어렵게 모였는데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채로 떠나야 한다면 아마 그들이 석가장을 나서기도 전에 사단이 날 것이다.


"그래도 계약금 형식으로 조금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들도 무(武)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권력이 있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이 정치다.


한린의 말에 소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장주 석도백이 그날 큰 잔치를 열어 대접하고 고용한 낭인들에게 약간의 사례금을 지급함으로써 석가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낭인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힘들이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은 셈이니 손해본 장사는 아니었다.


정아는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며, 해가 떨어진 이후에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같은 미인이 하루종일 침상에 무방비로 있었음에도 덮치지 않은 한린을 칭찬했다.


소희의 안배로 석가장으로부터 두둑한 보수를 지급받은 한린과 정아도 이제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소희는 좀 더 머물기를 권했으나 둘 다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석가장을 떠나기전에 소희가 한린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옥돌로 만들어진 팔찌였다. 석가장은 원래 이름난 석공들이 세운 장원이다. 한린은 한 눈에 보기에도 값비싼 물건에 한 번은 거절했지만 소희는 은혜를 입은 징표라며 다음번에 꼭 석가장을 다시 찾아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럼 받을 수밖에 없지. 흠흠.


한린은 값비싼 물건을 받아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하남에서 이름난 미인이 수줍어하며 건넨 선물이라는 점에서 가슴 한켠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예쁜 글씨로 쓰여진 서한도 받았다.


으흐흐흐흐.


"뭐가 좋아서 그렇게 실실거려?"


"누님 저도 그렇게 별 볼일 없는 남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가 찢어지는 입을 한 손으로 가린 채로 팔을 들어 팔찌를 딸랑딸랑 흔들자. 정아의 머리에서 빠직!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엄습하는 죽음의 공포.


흡사 마두사부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다. 한린은 순간적인 공포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혹시 죽은 사부와 이 살벌한 누님이 어떤 연관성이 있지는 않을까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혹시 숨겨놓은 딸이 있을지도...'



어쨌든 두 사람은 섬서성을 향해 간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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