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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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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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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76
추천수 :
1,118
글자수 :
120,300

작성
12.01.22 18:08
조회
8,915
추천
41
글자
7쪽

마두의 제자 [7]

DUMMY

한린은 커다란 검은 천 한장을 구해 몸에 망토처럼 걸쳤다. 이 검은 천 한장이 빠르기의 차이를 만들고 시간의 감각을 무디게 하리라.


"식(識)이라는 것은 신묘한 기운을 가져 행(行)을 바꾸고 시(時)마저 변화시킨다. 시간이란 세상의 장난 같은 것이기에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시간을 거스를 수도 있다."


"어떠냐?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겠느냐?"


사부의 시험해보는 듯한 표정은 언제나 그를 숨막히게 한다.


"너무 간단하게 말하는 지 모르겠지만, 보이는 것은 느린 것이고 보이자 않는 것은 빠르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옆 자리에서 경청하던 장천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빠르면 눈에 보이지 않고 느리면 눈에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머저리 제자야. 장천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해 보아라."


"에... 그러니까 장천 어르신 제 설명이 맞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귀신이 빠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느리다고 생각하십니까?"


"보통 사람들은 '귀신처럼 빠르다.'라고 말하지 않나. 당연히 귀신을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설일 것 같은데?"


"하지만 어르신께서는 귀신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본 적이 없는데 왜 모두 빠르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귀신이란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빠르다고 여겨지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어떤 무인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공격을 당한다면 그 공격은 어떤 무공보다도 빠르다고 여겨지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아무리 빠른 공격이라도 그 공격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혹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면 그 공격은 느린 것과 다르지 않겠지요. 제 설명이 맞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택은 조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장천은 아직 석연치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빙존이 나서서 설명했다.


"나는 풍존과 겨루면서 그의 현묘한 신법에 마치 시간이 제멋대로 늘어났다가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았지. 결국 그의 비급을 보고 난 후에야 나는 깨달았다. 신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력이나 내공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 혹은 예측이 가능한 가, 아니면 전혀 인식이 불가능한가가 중요하지."


"세상을 속이는 자가 가장 빠른 자이다. 그것이 역행의 묘리이지."




한린이 쾌풍변천을 이용해 뒤쫓아 간 곳은 인적이 드문 숲 속의 너른 공터였다. 그녀의 흑의는 어둠 속으로 빠르게 섞여 들었지만 밝은 달과 아직 곳곳에 녹지 않고 남아있는 눈들이 그를 도와주었다.


"이번 의뢰이오."


낯선 흑의 사내가 품 속에서 작은 천 하나를 건넸다. 흑의 여인은 담담하게 천을 받아 품속에 갈무리했다.


"시점은?"


"보름 후에 상단이 연곡시전이라는 이름의 시전을 지날 것이오. 그 때 지정된 장소로 가시오. 목표는 혼자 움직이니 어렵지 않을 것이외다."


여인은 사내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등을 돌린 채로 밤하늘에 만월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달빛이 하얀 눈에 반사되어 그녀의 얼굴을 밝혀주고 있었다.


"대가는?"


"셋"


"... 알았다. 꺼져."


그녀는 사내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번에도 잘 부탁..!!!"


셋 이라니, 낯선 흑의인이 이상한 거래를 마치고 뒤로 돌아 떠나려 할때 였다. 사내는 숲 속에서 순간적으로 이질적인 반짝임을 보았고, 수십년간 쌓아온 그의 경험은 그 반짝임을 놓치지 않았다.


낭패였다. 대화를 듣기 위해 너무 가까이 간 것이 실수였다. 완벽하게 기척을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운 나쁘게 흑의 사내와 눈이 마주쳐버린 것이다.


흑의인의 낌새를 눈치채자마자 흑의 여인이 정확히 한린이 '있던' 곳으로 거리를 좁히며 쇄도한다. 한린은 뒤로 도약해 달리기 시작했다. 흑소저의 쇄도는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순식간에 뻗어오는 창의 간격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거 정말이지 장난아닌 실력이란 말야.'


한린은 한혈대마에게서 빙공을 포함한 5가지 절정의 무공을 전수받았다. 비록 나이가 어려 아직 대성에는 이르지 못했다고하나 그 무위는 이미 비슷한 연배에서는 적수를 가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흑의 여인의 무공은 한린에 못지 않았다.



'까딱하면 죽는다!"


한린의 몸에 배어있는 경계심이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며 차가운 냉기가 발끝에서부터 한린의 온몸을 전율하게 했다.


쾌풍변천(快風變天) 제7보 비각(砒却)


순식간에 내공이 한린의 발밑으로 응집되었다가 폭발하며 한린의 신형이 전방으로 이탈했다. 보법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뛰어 쏘아져나가는 듯한 신법이었다. 한린은 순식간에 여인의 간격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검은 창이 만들어내는 수십개의 창격이 어둠 속에서 마치 거미줄처럼 한린을 죄어온다. 벗어나도 순식간의 길이를 늘이며 따라오는 창의 간격은 창을 든 무인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감탄과 목숨은 별개인 법. 한린은 그녀의 창이 점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서 벗어나 숲 속의 나무 사이를 어지러이 움직였다.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기재들이 지닌다는 본능적인 전투 감각을 조금도 가지지 못한 한린은 흑의 여인이 창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경로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의 경우의 수를 순간적으로 계산해내가며 움직인다.


그가 가장 빠른 길을 택했을 때, 상대는 추적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택한 길을 상대가 알아채지 못할 때, 그는 이미 추적에서 벗어나 있었다.


물론 한린으로서는 흑의 여인을 사로잡아 정체를 밝힌 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처리는 한린의 방식이 아니었다. 인적이 드문 밤이라지만 섣불리 무공을 내보였다가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위험도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혼자가 아니니까.'


일단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알 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자. 그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자신의 몸을 숨겼다. 검은 천을 이용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흑의 여인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바로 상단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한린은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쫓던 흑의 여인의 기감이 어느시점에서 갑자기 끊겨 이어지지 않았다. 쾌풍변천 중에서도 환의 묘리를 이용해 도망쳤으니 분명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는데...



"보법 하나는 탁월한 녀석이군."


"!!!"


한린이 생각이 멈추기도 전에, 밤의 한구석에서 갑자기 흑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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