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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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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퀴(AQUI)
작품등록일 :
2012.10.17 02:47
최근연재일 :
2012.10.1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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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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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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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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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두의 제자 [26]

DUMMY

"창귀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여?"


"아.. 그것이..."


한린은 귀보의 쉴새없는 질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한린과 정아가 사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귀보에게 숨겨야했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슬금슬금 정아의 눈치도 봐야했다. 아직도 눈치보며 사는 신세라니. 사부가 죽은 후에도 그의 처연한 처지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음이 새삼 느껴졌다.


귀보는 정아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창귀라고 불렀다. 왜 이름을 두고 귀(鬼)자가 들어간 별호를 쓰는 것일까? 한린은 그 점이 의문이었지만 섣불리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아가 이러한 호칭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 만도 한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귀보의 모든 행동에 무관심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그녀가 이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자 귀보는 한린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얻는 차선책을 택했고 말없이 앞서가는 정아의 뒤에서 한린이 홀로 명탐정 귀보를 상대해야 했다.


귀보와의 대화는 한린에게도 난처한 일이었지만 무작정 경계만하며 어색한 동행을 이어가는 것 보다는 나았다. 안 듣는 척 듣고 있는 정아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면서 정아와 귀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목적이 뻔히 보이는 질문으로 한린을 괴롭히기는 했지만 사실 귀보는 생각보다 순박한 사람이다. 한린 역시 그의 정체에 대해 고민해오기는 했지만 막상 대면하고나니 죽은 마두사부 외에는 별로 거리낄 것이 없는 개방적인 청년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잘 맞는 것일까? 이 두 사람은 금새 친해졌다.


하하하하하하

깔깔깔깔깔깔

'......'


멈추지 않는 웃음소리. 가끔 남자의 수다는 여자들의 그것보다도 무섭다.


'두 사람이 친해져서 딱히 좋을 건 없는 듯한데... '


정아는 작금의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의 빈틈없는 대화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낭인부는 어떤 조직입니까?"


귀보가 한린에게 자신을 낭인으로 소개했기에, 한린은 귀보에게 낭인부에 대해 물었다. 한린이 사부의 간병을 위해 빙마봉에서만 생활하던 몇 년 동안에 낭인들의 세력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낭인부의 존재도 그랬고, 귀보나 정아와 같은 상당한 고수가 정식으로 낭인부에 속해 있는 것도 낭인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제가 느끼기에는 낭인부의 세(勢)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규모도 큰 것 같고 정아 누님이나 귀보 어르신같은 뛰어난 무인들이 일개 낭인으로 속해있다는 점도 그렇구요."


"낭인부가 요새 갑자기 세력이 커진 것은 맞제. 허나 그리 걱정할 것은 없어라, 낭인들은 결집력이 없어 규합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거든. 더군다나 낭인부는 중개조직일 뿐이지 낭인들을 통솔하는 조직은 아니여."


귀보는 제갈담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지원받고 있었기에 한린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귀보는 계속해서 낭인부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작금의 무림은 정도무림맹이 완전히 휘어잡고 있는 현실이지라, 십존의 대다수가 무림맹의 이름 아래 있으니 말이여."


"풍존이 죽고 빙존이 몸을 숨기면서 정파세력의 위세는 나날히 강해졌고, 마존과 마도가 존재하는 신강땅 이외에는 사파들이 발 붙일 곳이 없게되었지. 안그래도 지지기반이 약한 사파무리들은 무림맹의 강력한 견제에 쪼개지고 분열될 수밖에 없었지라."


귀보는 제갈담에게 들은 그대로를 전해주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한린은 귀보의 박식함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무리 협과 정도를 내세운다고 해도 기득권이 견고해지고 대항세력이 사라지게 되면 고인물이 썩듯이 부패할 수밖에 없어. 무림맹이 강대해질 수록 역설적으로 각종 부정과 부패가 늘어나게되었지."


정아가 대화에 관심을 보이며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무림맹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맞는 말이여. 무림맹이 너무 강해지자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났지.무림맹 소속이 아닌 무인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어. 사파나 흑도 무리에 속하지 않은 중도의 무인들도 포함해서 말이여. 결국 무림맹에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지지기반을 가지지 못한 중도 고수들이 모여서 서로 힘을 합치기 시작했어. 왜 있잖어. 정도에도 사파에도 속하지 않는 무림의 고수들..."


무림에는 과거부터 정파 사파 모두에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무인들이 있어 왔다. 무림에서는 흔히 중도(中道)세력이나 낭인(浪人)이라고 불리우는 자들이었다. 오직 쌍장만으로 산서성 일대를 석권한 무형쌍장군(舞炯雙掌君) 임도천(林導穿)이나 홀연히 등장해 수많은 비무행으로 명성을 떨쳤던 홍명수라(紅名壽喇) 이방만(李邦滿)같은 전대 고수들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니까 무림맹에 대항하기 위해 비(非)무림맹 소속의 무인들이 집결하기 시작한 것이로군요."


"그렇지. 낭황을 중심으로..."


갑작스러운 낭황의 등장은 중도 고수들이 급속도로 모여드는 구심점이 되었고 연보옥의 지휘 아래 낭인부가 설립되었다. 낭인부는 처음에는 낭인들에게 의뢰를 알선하는 중개기관으로 보였지만, 낭황의 파괴적인 무위와 기존의 모든 질서에 반항하는 그의 야수적 면모가 알려지면서 낭인부는 반(反)정도맹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낭인부는 확고한 세력을 갖지 못하던 기존의 중도세력들과 갈 곳 잃은 사파 무인들까지 흡수하기 시작했고 현재로서는 천마신교를 제외하면 무림맹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조직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무림맹의 속할 수 없는 사파세력이나 살수조직들도과도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실정이었다.


"사실상 무림맹에 속하지 않는 무인들은 대다수가 낭인부에 적을 두고 있어. 손쉬운 절차로 낭인부에 들어갈 수 있는데다가 아무런 손해도 의무가 없거든. 오히려 뭉쳐서 세력을 형성하므로서 정도맹의 횡포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도 있지."


정아가 말했다.


"그러면 낭인부를 무림맹에 속하지 않은 무인들의 결집세력으로 보면 되겠군요."


"그렇제! 하지만 생각만큼 대단한 세력은 또 아니여. 그냥 등록만 되어 있을 뿐 낭인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니까. 제대로 세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하남이 유일하지."


귀보의 한린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러면 두분은 낭인부에 소속만 되어 있을 뿐이라는 거지요?"


"그런 셈이제. 실제로 낭인부의 수뇌부는 몇명되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들은 아직도 음지에서 움직이고 있으니께. 이름만 있는데 실체는 불분명한 유령조직이라고나 할까."


한린은 귀보의 설명을 들으면서 무언가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강한 고수들을 중심으로 확고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이익을 지키기에 더 유리할 터인데, 방대한 조직체계와 이름만을 가지고 대부분의 낭인들을 포용하면서 정확한 실체를 가지기를 거부하는 조직이라니...


'아니. 오히려 무소불위에 현재의 무림맹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점조직 체계가 유리할 수도 있겠군.'


한린은 낭인부를 조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들은 현 무림정세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한린은 석가장에서 유력세가인 석가장의 무인들보다 강한 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점을 떠올렸다.


"그래도 무림맹이 어쩌지 못할 정도라면, 상당한 힘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득권을 가지고 힘을 대물림하는 명문세가들과 무림맹도 위험하지만, 다양한 사연을 가진 무인들의 집합체인 낭인부도 무시할 수 없는 조직임에는 틀림없었다.



'힘의 흐름도 기(氣)와 마찬가지여서 모이면 흩어지고 성(盛)하면 다시 쇠(衰)하게 된다. 힘이 한곳에 멈추어 있으면 곧 폭팔하게 되어있어, 그러니 힘이 정체되는 것을 조심하고 뭉치면 터지지 않도록 잘 풀어주어야 한다. 그게 정치라는 것인데, 무림인들은 그런 일에는 영 잼병이니까. 늘 싸움질이 끊이지를 않지.'


사부 역시 무림맹이 한없이 팽창할 수는 없으며, 곧 새로운 세력이 패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상당한 힘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 그 낭황이라는 놈이 이제 십존의 자리를 노리고 있을 정도니께. 빙존이 죽으면서 공석이 된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하더구만."


귀보는 무심코 상당히 중요한 정보까지 말해주었지만 이미 두 사람은 깊은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낭황이라는 말에 갑자기 정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리고 빙존이라는 말에 한린은 생각에 잠겼다.


'스승님의 자리라...'


'명심하거라. 넌 빙존의 제자이니라.'


한린의 귀 속으로 사부의 마지막 유언이 메아리쳤다.




-


작가의말

귀보의 말투가 영 어색한가요? 고민을 하다가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 귀보 말투를 바꾸는게 좋겠다.
2. 지금도 나쁘지 않다.
결과에 따라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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